헌법재판소

2020헌마774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2년 11월 24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0헌마774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이○○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현임
피 청 구 인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선 고 일 2022. 11. 24.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5. 28. 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19193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0. 5. 28.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19193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0. 4. 21. 04:05경 ○○시 ○○구 ○○길 (지번 생략), 2층 포차 ○○ 술집(이하 ‘이 사건 술집’이라 한다)에서 피해자가 10번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시가 50,000원 상당의 ○○ 충전기 1대(이하 ‘이 사건 충전기’라 한다)를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0. 5. 29.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 사건 충전기를 자신의 것으로 오인하여 가져간 것일 뿐이므로, 청구인에게는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피의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위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취소되어야 한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과 공동피의자는 친한 대학 동기 사이로, 2020. 4. 21. 00:00경 ○○시 ○○구 ○○길 (지번 생략)에 위치한 ○○점에서 소주 4병을 나눠 마신 뒤, 2차로 같은 날 02:57경 이 사건 술집에 들어가 13번 테이블에 앉아 소주 3병을 나누어 마셨다.
(2) 이 사건 술집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소위 ‘헌팅포차’ 혹은 ‘게임술집’으로, 각 테이블에 설치된 전자장치를 통해 다른 테이블에 앉은 이성에게 메시지를 보내 합석하거나 다른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과 게임을 할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이다. 위 전자장치는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에 위치한 가림막 위에 설치되어 있으며, ‘헌팅포차’의 특성상 가림막의 높이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정도의 높이이다.
(3) 청구인은 13번 테이블과 10번 테이블 사이의 가림막 위에 설치된 전자장치의 콘센트 단자 중 위쪽에 자신의 충전기를 꽂아 휴대전화를 충전하였으며, 피해자는 10번 테이블에 자리 잡은 뒤 위 콘센트 단자 중 아래쪽에 이 사건 충전기를 꽂아 휴대전화를 충전하였다.
(4) 피해자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10번 테이블에 돌아와서 이 사건 충전기와 휴대전화가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같은 날 04:09경 이 사건 술집 출입문 앞에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있던 공동피의자로부터 위 휴대전화를 돌려받았다. 피해자는 같은 날 04:11경 공동피의자와 청구인에게 이 사건 충전기의 반환을 요청하였고, 청구인의 가방에서 이 사건 충전기를 발견하여 꺼내어 갔다.
(5) 피해자는 같은 날 04:30경 경찰에 이 사건 절도 피해사실을 신고하였고, 경찰은 사건 현장에 출동하여 현장 폐쇄회로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이하 ‘CCTV’라 한다) 영상을 확인한 후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청구인을 이 사건 충전기 절도 혐의자로, 공동피의자를 휴대전화 절도 혐의자로 특정하였다.
(6) 청구인은 2020. 5. 12. 경찰서에 출석하여 이 사건 발생 당시 평소 주량인 소주 1~1.5병 보다 많은 양의 술을 마셔 많이 취해 있었기에 이 사건 충전기를 가져가게 된 경위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7) 공동피의자는 2020. 5. 14. 경찰서에 출석하여 이 사건 발생 당시 청구인과 공동피의자는 술에 많이 취해 있었고,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이 사건 충전기를 청구인의 것으로 오인하여 자신이 휴대전화와 충전기를 챙긴 후 이 사건 충전기만 청구인에게 주었다고 진술하였다.
나. 절도의 고의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절도죄에 있어서 절도의 범의는 타인의 점유하에 있는 타인소유물을 그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하에 이전하는 데에 대한 인식을 말하므로(대법원 1989. 1. 17. 선고 88도971 판결 참조), 재물의 타인성을 오신하여 그 재물이 자기에게 취득할 것이 허용된 동일한 물건으로 오인하고 가져온 경우에는 범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범의가 조각되어 절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83. 9. 13. 선고 83도1762, 83감도315 판결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가) 피청구인은 이 사건 충전기를 자신의 것으로 오인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CCTV의 녹화영상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의 절도 혐의가 명백하게 인정되고, 청구인이 범행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했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인의 피의사실을 인정하였다.
(나)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이 사건 충전기를 가져갈 당시에 절도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추단하기 어렵고, 이 사건 충전기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가져간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 수사기록에 편철된 영수증을 보면 청구인과 공동피의자는 이 사건 술집에서 소주(상품명 생략) 3병을 주문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작성한 의견서에는 청구인과 공동피의자가 소주 1병을 마신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청구인은 불기소결정서에서 위 의견서의 내용을 그대로 인정하였는바, 이는 청구인의 주취상태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사정을 잘못 파악한 것이다. 또한 사건 당일 청구인과 공동피의자의 음주량에 비추어볼 때, 청구인과 공동피의자가 하나도 취해있지 않았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도 어렵다.
2) 수사기록에 편철된 CCTV 녹화영상에 따르면 청구인의 휴대전화 충전기 또한 이 사건 충전기와 마찬가지로 흰색으로 확인된다. 수사기록상 청구인과 피해자의 휴대전화 모두 같은 회사의 제품으로 확인되고, 위 제품들의 휴대전화 충전기는 색상이 동일하면 크기나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아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바, 당시 청구인이 술에 취해 있었다면 그 주장대로 순간적으로 공동피의자가 이 사건 충전기를 청구인의 것으로 착각하여 청구인에게 주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려움에도 이에 대한 충분한 수사가 이루어진 바 없다.
3) 이 사건 술집은 ‘헌팅포차’라는 특성상 각 테이블이 서로 다 보일 정도로 개방된 공간이고 각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이 서로 시선을 두는 경우가 많으며, 청구인과 공동피의자는 이 사건 술집에 자주 방문하여 직원들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이므로 청구인이 이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범행을 할 만한 특별한 동기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4) 청구인은 술에 취하여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공동피의자 또한 당시 둘 다 많이 취해 있었고,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충전기를 청구인의 것으로 오인하여 자신이 휴대전화와 충전기를 함께 챙긴 후 충전기만 청구인에게 주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재물의 타인성을 오신하였는지에 관하여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 물론 모든 절도죄가 ‘적발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합리적·이성적인 판단에 의하여 저질러지는 것도 아니긴 하나, 위와 같은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청구인이 절도의 고의를 부인하고 있다면, 수사기관으로서는 당연히 청구인이 이 사건 충전기의 취득 전후에 한 행동들을 수사하여 절도의 고의를 증명하였어야 한다(헌재 2022. 9. 29. 2022헌마819 참조).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 소유의 충전기와 이 사건 충전기가 동일 또는 유사한지, 사건 발생 당시 이 사건 술집에 얼마나 많은 손님이 있었고 카운터나 다른 테이블에서 청구인이 앉아있던 테이블이 얼마나 잘 보이는지, 청구인이 이 사건 충전기를 가져갈 당시 얼마나 취해 있었는지, 청구인이 이 사건 충전기를 가져가기 전후에 한 행동 등을 면밀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청구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의사실을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라) 이상과 같이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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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유남석,이선애행정전자서명,,이석태,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