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2헌마577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3년 2월 23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2헌마577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박○○
대리인 법무법인 열린마음담당변호사 고요한
피 청 구 인 대전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선 고 일 2023. 2. 23.
【주 문】
피청구인이 2022. 1. 26. 대전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2754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2. 1. 26.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대전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2754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1. 10. 11. 19:18경 ○○시 ○○구 ○○길에 있는, 피해자 운영의 ○○아파트 ○○단지 상가동 ○○호 ○○ ○○점(이하 ‘이 사건 매장’이라고 한다)에 들어가 시가 합계 2,400원 상당의 아이스바 상품 6개를 계산대에서 바코드만 찍은 뒤 계산하지 않고 가지고 가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2. 4. 25.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당시 무인 매장으로 운영되는 이 사건 매장 계산대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중에 경황이 없어서 실수로 2,400원을 계산하지 않았을 뿐이며,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21. 10. 11. 저녁 무렵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상가동에 위치한 이 사건 매장에 방문하였다. 청구인은 시가 합계 2,400원 상당의 아이스바 상품 6개를 들고 와 무인 계산대 앞에서 오른손으로 직접 상품들의 바코드를 스캔하였고, 왼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들어 얼굴에 갖다 대고 있었다. 그런데 청구인은 바코드 입력을 마친 후 결제를 하지 않은 채 상품들과 미리 가지고 들어온 비닐봉지를 들고 매장 밖으로 나갔다.
(2) 피해자는 그로부터 한 달 넘게 경과한 2021. 11. 18. 경찰에 피해신고를 하였다. 폐쇄회로 텔레비전(이하 ‘씨씨티비’라 한다) 영상 추적을 통해 피의자로 지목된 청구인은 경찰조사에서 "씨씨티비 영상을 보니깐 그때 제가 전화를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구입했는데 정신이 없다보니 계산을 못한 것 같습니다."라고 주장하며 절도의 고의를 부인하였다. 피해자는 청구인으로부터 피해금액을 변제받고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하였다.
(3) 경찰은 2022. 1. 24. 기소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고, 피청구인은 사건 송치 후 별도의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의 절도 혐의를 인정하여 2022. 1. 26.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절도의 고의 유무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절도의 고의로 상품을 계산하지 않은 채 가지고 가 절취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청구인은 이 사건 매장에서 오른손으로 상품들을 바코드 스캔할 당시 왼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들고 자신의 얼굴 왼편에 갖다 대고 있었는바, 이는 상품을 스캔할 당시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부합한다.
(2) 청구인은 당시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보강증거로 이 사건 당일인 2021. 10. 11. 19:34:55경 1분 42초 동안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담긴 통화내역을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피청구인은 답변서를 통해 범행시각인 19:18경과 차이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청구인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위 19:18경은 청구인이 이 사건 매장에 방문한 시각을 피해자가 특정한 것에 불과하며, 청구인의 주장처럼 바코드 스캔이 이루어진 시각과 전화통화가 이루어진 시각이 서로 같을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
(3) 설령 청구인이 자신의 주장과는 달리 전화통화를 하고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하여 이 사건 당시 경황이 없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그대로 배척하고 고의가 추단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4) 청구인의 행동은 여러 대의 씨씨티비로 촬영되고 있었고, 청구인이 이를 쉽게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사건 매장에는 씨씨티비가 설치되어 있음을 알리는 경고문구가 붙어 있고, 벽면에 설치된 텔레비전에는 씨씨티비 촬영영상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매장의 출입문과 유리창 내·외부에는 결제 누락 등이 있었던 방문객의 씨씨티비 영상 캡처사진을 포함하는 출력물이 다수 게시되어 있다.
(5) 또한 이 사건 매장은 청구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동에 위치한 무인매장으로서, 청구인이 결제 누락 시 발각될 위험성이나 이로 인한 불이익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됨에도 이를 감수한 채, 상품 결제를 누락함으로써 불과 2,400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자 하였을 동기나 이유를 찾기 어렵다.
(6) 청구인은 이 사건 발생일인 2021. 10. 11. 이후이자 피해신고일인 2021. 11. 18. 이전인 2021. 10. 27. 이 사건 매장에 방문하여 11,000원을 결제하는 등 이 사건 발생일 전·후로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사건 매장을 이용하였다. 그런데 청구인이 유독 이 사건 당일에만 기존의 결제 금액에 비해서도 비교적 낮은 금액인 2,400원을 고의로 결제 누락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
(7) 청구인이 신용카드 결제내역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는 하나, 통상 결제내역 문자메시지 서비스 이용자는 수신한 문자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문자메시지를 수신하지 않은 신용카드 미결제 사실을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청구인이 신용카드 결제내역 문자메시지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8) 청구인에게는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절도의 습벽이 있는 것으로 의심할 만한 근거도 없다.
다. 소결론
청구인은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절도의 고의를 부인하였고 수사가 이루어진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이는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고 봄이 상당하며,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유남석,이선애,이석태,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