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9헌마758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부칙 제23조 제2항 위헌확인

결정일: 2023년 3월 23일

결정요지

가. 조례는 선거를 통해 지역적 민주적 정당성 있는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가 제정하는 것이고,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에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는 취지를 고려할 때, 조례에 대한 지나친 제약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마다 구체적인 도시환경 개선 필요성 등은 서로 다를 수 있으므로, 개별 정비구역에 대한 직권해제의 구체적 내용은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실정을 고려하여 지방의회가 조례를 통해 개별적으로 정하도록 허용할 필요성이 크다. 이에 국회는 그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도시정비법 제21조 제1항 후문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을 개별 조례에 위임하였고, 서울특별시의회는 그 위임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기준을 보충하면서 ‘상업지역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그 직권해제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도시정비법 제21조 제1항 후문의 위임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정비구역 직권해제에 있어 ‘상업지역’을 ‘주거지역ㆍ준공업지역’과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과 달리, 주거환경 개선이 아닌 상권활성화 등 도시환경 개선에 사업목적이 있으므로, 이를 전략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상업지역을 ‘주거지역’과 다르게 취급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으로 기존의 도심 공간구조가 개편되면서 영등포지역 등에 금융중심지 기능이 부여되고, 그 결과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서 일부 주거지역이 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 변경됨에 따라, 만약 정비구역이 해제될 경우 그 용도지역은 이전 상태로 환원되게 되었다. 반면 서울특별시에서 정비구역 지정 후 남아있던 준공업지역은 기존에도 준공업지역이었으므로, 정비구역이 해제되더라도 용도지역이 환원되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고려하여 서울특별시의회가 정비구역 직권해제에 있어 ‘상업지역’을 ‘주거지역ㆍ준공업지역’과 다르게 취급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재판관 이선애의 재산권 침해 여부에 관한 반대의견
가.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되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한계를 규정하고, 지방자치법 제28조 제1항은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을 정할 때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므로, 그러한 사항을 조례로 정할 경우 법률의 구체적 위임이 있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정비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을 해소시킬 수 있는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제한하는 조례이므로,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에 관한 조례에 해당된다. 도시정비법은 정비구역의 ‘지정’ 및 ‘해제’를 모두 ‘정비구역의 지정권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다양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권한을 행사하도록 정하되, 그 다양한 직권해제 사유 중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만을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을 뿐, 특정지역을 직권해제의 적용대상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주민의 권리 제한 및 의무 부담을 존속시키는 범위까지 구체적으로 위임하고 있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이란 도시정비법 제21조 제1항 후문의 위임 범위를 일탈하여, ‘상업지역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직권해제의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도시정비법의 구체적 위임 없이 해당 정비구역 내 건물ㆍ토지 소유자의 권리 제한 및 의무 부담을 존속시키도록 하였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참조조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1조 제1항 제1호, 제2호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2018. 7. 19. 서울특별시조례 제6899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4조 제1항, 제2항, 제3항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부칙(2018. 7. 19. 서울특별시조례 제6899호) 제23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1. 주식회사 ○○
대표이사 장○○
2. 문○○
3. 정○○
4. 김○○
5. 백○○
6. 김□□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배보윤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서울특별시장은 2005. 12. 22. 서울특별시고시 제2005-411호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2ㆍ5ㆍ7가 일대 226,005.5㎡를 영등포1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ㆍ고시하였고, 청구인들은 위 정비구역 중 ○○구역에 건물 또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위 정비구역에 대한 정비사업은 2010. 2. 17.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 2020. 11. 26.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나. 위 정비구역이 지정된 이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9조에 따른 행위제한을 받아 온 청구인들은, 정비구역에 대한 직권해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서울특별시장에게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요청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부칙(2018. 7. 19. 서울특별시조례 제6899호) 제23조 제2항이 ‘상업지역(상업지역 면적이 과반인 경우를 포함한다)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정비구역 직권해제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그 지역에 건물 또는 토지를 소유한 청구인들은 서울특별시장에게 직권해제를 요청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조례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2019. 7. 15. 위 조례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부칙(2018. 7. 19. 서울특별시조례 제6899호) 제23조 제2항 중 ‘상업지역(상업지역 면적이 과반인 경우를 포함한다)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부칙(2018.
7. 19. 서울특별시조례 제6899호)
제23조(직권해제 등에 관한 적용례 및 경과조치)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상업지역(상업지역 면적이 과반인 경우를 포함한다)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5조 제1항 제2호 및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법률 제145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말한다) 제8조 제3항에 따른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거나 토지등소유자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경우에는 제외한다.
[관련조항]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1조(정비구역등의 직권해제) ①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등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은 시ㆍ도조례로 정한다.
1.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토지등소유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2. 정비구역등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3호 이하 생략)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2018. 7. 19. 서울특별시조례 제6899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4조(정비구역등의 직권해제 등) ① 시장은 법 제21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 따라 정비구역 또는 정비예정구역(이하 "정비구역등"이라 한다)의 지정을 해제하려는 경우에는 사업추진에 대한 주민 의사, 사업성, 추진상황, 주민갈등 및 정체 정도, 지역의 역사ㆍ문화적 가치의 보전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② 법 제21조 제1항 제1호의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토지등소유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란 제80조에 따라 추진위원회 위원장(이하 "추진위원장"이라 한다)이나 조합임원 또는 신탁업자가 입력한 정비계획 등으로 산정된 추정비례율(표준값을 말한다)이 80퍼센트 미만인 경우로서 제6항에 따라 의견을 조사하여 사업찬성자가 100분의 50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③ 법 제21조 제1항 제2호에서 "정비구역등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각 호 생략)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부칙(2018. 7. 19. 서울특별시조례 제6899호)
제23조(직권해제 등에 관한 적용례 및 경과조치) ① 제14조의 개정규정은「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제25조부터 제27조까지에 따른 사업시행자가 시행하는 정비사업에 적용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21조 제1항은 정비구역의 지정권자가 이를 직권해제할 수 있는 사항과 요건을 제1호 및 제2호에 규정하면서 이에 따른 구체적 기준 등 필요한 사항을 시ㆍ도조례에 위임하고, 이에 따라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이하 ‘서울도시정비조례’라 한다) 제14조는 직권해제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규정한다. 그런데 그 적용제외 대상을 위임하는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지역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직권해제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심판대상조항은, 도시정비법 제21조 제1항의 위임 범위를 넘은 것이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또한 정비구역 지정의 직권해제 사유와 요건, 그 적용대상은 입법자 스스로 형식적 법률에 규정해야 할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례로 정한 것은 법률유보원칙(의회유보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경우 상업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주거지역ㆍ준공업지역에 비하여 공익적 견지에서 상대적으로 그 사업의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도시정비법 제21조 제1항 제1호, 제2호의 직권해제의 대상에서 상업지역을 완전히 배제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는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정비구역 내 건물ㆍ토지의 소유자들은 건축물의 건축,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토석의 채취, 토지분할 등의 경우 시장ㆍ군수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그 재산권 행사에 있어 일정한 제한을 받는바(도시정비법 제19조 제1항,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15조 제1항), 서울특별시장의 정비구역 직권해제의 대상에서 ‘상업지역(상업지역 면적이 과반인 경우 포함, 이하 같다)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제외하도록 정한 심판대상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문제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서 상
업지역을 정비구역 직권해제의 대상에서 제외하여 상업지역 내 건물ㆍ토지의 소유자들을 주거지역ㆍ준공업지역 내 건물ㆍ토지의 소유자들과 다르게 취급하는바, 이것이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문제된다.
나. 재산권 침해 여부
(1)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으나, 기본권제한의 법률유보원칙은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하므로, 그 형식이 반드시 법률일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법률상의 근거는 있어야 한다. 즉 법률유보원칙은 ‘법률에 의한’ 규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한다(헌재 2014. 9. 25. 2012헌마1029; 헌재 2022. 3. 31. 2021헌마1230 참조).
오늘날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관련된 영역은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 즉 의회유보원칙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때 입법자가 형식적 법률로 스스로 규율하여야 하는 사항이 어떤 것인가는 일률적으로 확정할 수 없고, 구체적 사례에서 관련된 이익 내지 가치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헌재 2021. 4. 29. 2017헌가25; 헌재 2022. 5. 26. 2019헌바530 참조).
이하에서는 ‘상업지역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서울특별시장의 직권해제대상에서 제외한 심판대상조항이 도시정비법 제21조 제1항 후문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나아가 해당 사항이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스스로 정하여야 할 본질적 사항인지 살펴본다.
(2) 도시정비법은, 도시기능을 회복하기 위하여 정비구역에서 정비기반시설을 정비하거나 주택 등 건축물을 개량 또는 건설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ㆍ재개발사업ㆍ재건축사업을 ‘정비사업’으로 규정하고(제2조 제2호), 이러한 정비사업을 계획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정비구역의 지정권자가 ‘정비구역’을 지정하되(제2조 제1호, 제8조, 제16조), 정비구역이 지정되면 ‘건축물의 건축,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토석의 채취, 토지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 등’을 하려는 자는 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일정한 행위제한을 규정한다(제19조 제1항). 또한 도시정비법은,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법률로 정해진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정비구역을 ‘해제하여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정비구역 해제(기속적 해제)를 규정한 다음(제20조 제1항),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법률로 정해진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여 정비구역 직권해제(재량적 해제)를 규정하면서(제21조 제1항 전문), 그 직권해제 사유 중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토지등소유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제1호)’ 및 ‘정비구역등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제2호)’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을 시ㆍ도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제21조 제1항 후문 제1호 및 제2호). 이에 서울도시정비조례(제1조)는, 도시정비법 제21조 제1항 후문 제1호 및 제2호의 직권 해제(재량적 해제) 사유를 구체화하면서 ‘상업지역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서울특별시장의 직권해제(재량적 해제)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제14조 제2항, 제3항, 심판대상조항).
헌법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제117조 제1항),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에 주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두도록 하여 조례의 제정ㆍ개정ㆍ폐지를 지방의회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제37조 및 제47조). 조례의 제정ㆍ개정ㆍ폐지권자인 지방의회는 선거를 통해서 지역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주민의 대표기관이고,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는 취지를 고려할 때, 조례의 제정ㆍ개정ㆍ폐지권한에 대한 지나친 제약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마다 구체적인 도시환경 개선 및 주거생활 향상의 필요성, 정비계획의 규모ㆍ형태, 정비구역의 면적ㆍ범위, 정비사업 예정시기, 세입자 주거대책, 경제적 수급상황 등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개별 정비구역에 대한 직권해제(재량적 해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위와 같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실정을 고려하여 지방의회가 조례를 통해 개별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할 필요성이 크다.
결국 정비구역의 직권해제에 관한 사항은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의 자주적 의결에 따라 제정된 조례를 통해 개별 지방자치단체가 탄력적ㆍ유동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큰 영역이라 할 것인바, 입법자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도시정비법 제21조 제1항 후문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을 개별 조례에 위임함으로써 위임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였고, 이에 서울특별시의회는 그 위임에 근거하여 서울특별시장의 직권해제 사유 중 제1호 및
제2호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보충하면서 ‘상업지역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위 제1호 및 제2호의 직권해제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도시정비법 제21조 제1항 후문의 위임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나아가, 정비구역에서의 재산권 제한은 정비사업의 내용, 정비구역의 지정, 정비구역에서의 행위제한, 정비구역의 해제를 규율하는 법률의 단계에서 이미 결정되는 것이므로, 정비구역의 직권해제(재량적 해제) 사유 중 일부에 관한 구체적 기준 등 사항을 기본권제한의 본질적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도시정비제도를 설정함에 있어 정비사업의 내용, 정비구역의 지정, 정비구역에서의 행위제한, 정비구역의 해제(기속적 해제)의 내용이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이상, 그 직권해제(재량적 해제)의 일부를 보충하는 구체적 내용까지 반드시 형식적 법률로써 규율하도록 입법자를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4)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평등권 침해 여부
(1) 도시정비법은 ‘재개발사업’을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ㆍ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거나 상업지역ㆍ공업지역 등에서 도시기능의 회복 및 상권 활성화 등을 위하여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으로 정의하고(제2조 제2호), 서울도시정비조례는 이를 다시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과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으로 구분한다(제3조). 이 중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ㆍ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재개발사업을 의미하고(제3조 제1호),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은 상업지역ㆍ공업지역 등에서 도시기능 회복 및 상권 활성화 등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재개발사업을 의미한다(제3조 제2호). 이처럼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서는 (주거환경 개선이 아닌) 상권 활성화 등 도시환경 개선에 사업목적이 있으므로, 그 상권 활성화를 전략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상업지역을 주거지역과 다르게 취급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2) 기존의 서울도시정비조례 부칙(2016. 3. 24. 서울특별시조례 제6188호) 제3조는 ‘준공업지역과 상업지역(준공업지역과 상업지역 면적이 과반인 경우를 포함한다)의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직권해제의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나, 2018. 7. 19. 서울특별시조례 제6899호인 심판대상조항에 이르러 ‘상업지역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만 직권해제의 대상에서 제외하게 되었다.
서울특별시의회의 조례안 심의 당시 회의록에 의하면, 직권해제 대상에서 상업지역을 여전히 제외한 것은 도시기본계획의 중심지 체계를 반영하여 일부 구역이 정비계획을 통해 상업지역으로 종 상향된 결과, 정비구역이 해제될 경우 종전 용도지역으로 환원되어 중심지 체계에 부합하지 않게 되는 점을 고려한 것임을 알 수 있다(서울특별시의회 2018. 6. 19. 제281회 정례회 제1차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회의록 참조).
서울특별시장이 수립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 (2014. 5. 1.자 서울특별시공고 제2014-785호)은, 기존의 ‘1도심, 5부도심, 11지역중심’의 단핵적 공간구조를 ‘3도심, 7광역중심, 12지역중심’의 다핵적 공간구조로 전환하여 중심지별 특화육성과 중심지 간 기능적 연계를 추진하면서, 한양도성(역사문화중심지), 강남(국제업무중심지), 영등포ㆍ여의도(국제금융중심지)의 3도심이 각각 특화하여 담당해야 할 글로벌 기능을 부여하였다. 이후 이를 반영한 서울특별시장의 구체적인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에 따라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서는 일부지역의 용도지역이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변경되게 되었다. 그런데 도시정비법은 정비구역이 해제되거나(제20조, 기속적 해제) 직권해제되는 경우(제21조, 재량적 해제), 정비계획으로 변경된 용도지역ㆍ정비기반시설 등을 정비구역 지정 이전의 상태로 환원된 것으로 간주한다(제22조 본문). 그 결과 상업지역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직권해제를 허용할 경우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된 지역에서는 다시 주거지역으로 환원됨에 따라,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설정한 공간구조 설정과 중심지체계 개편에 맞지 않게 되어, 도시기능 회복 및 상권 활성화 등 도시환경 개선이란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서울특별시에서는 정비구역 지정 후 남아있던 준공업지역은 기존에도 준공업지역이었으므로, 이에 대해 정비구역 직권해제가 이루어지더라도 정비구역 지정 이전으로 환원됨에 따른 혼란이 초래될 우려는 적었다. 그러나 여전히 준공업지역은 상업지역과 함께 정비구역 직권해제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울 때에도 사실상 해제되기 어려웠다.
이에 서울시민의 대표기관인 서울특별시의회는,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실정에 맞게 직권해제(재량적 해제) 여부를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의 공간구조 및 그에 따른 구체적인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 등을
고려하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서 상업지역을 정비구역 직권해제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유지하되, 현실적으로 용도 변경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준공업지역의 경우 애로사항을 고려하여 이를 직권해제의 대상에 다시 포함시키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3) 사정이 이러하다면,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서 주거지역ㆍ준공업지역과 달리 상업지역을 정비구역 직권해제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주거지역ㆍ준공업지역과 상업지역의 차이,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사업목적, 상업지역으로의 용도지역 변경 여부, 정비구역 해제 시 용도지역이 그 이전 상태로 환원됨에 따른 서울도시기본계획에 장애를 초래할 우려 등을 반영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할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의 재산권 침해 여부에 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선애의 재산권 침해 여부에 관한 반대의견
나는 심판대상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남긴다.
가. 조례의 제정ㆍ개정ㆍ폐지권자인 지방의회는 선거를 통해서 지역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주민의 대표기관이고,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는 취지를 고려할 때, 지방의회의 조례의 제정ㆍ개정ㆍ폐지에 대한 지나친 제약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면서 동시에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자치입법권의 한계를 선언하고 있고, 지방자치법 제28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라고 규정하므로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할 경우 법률의 구체적 위임이 있어야 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상업지역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직권해제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정비구역 내 건물ㆍ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을 해소시킬 수 있는 정비구역 직권해제의 범위를 제한하는 조례이므로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에 관한 조례에 해당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법률유보원칙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구체적인 법률의 위임이 필요하다.
도시정비법은, 도시기능을 회복하기 위하여 정비구역에서 정비기반시설을 정비하거나 주택 등 건축물을 개량 또는 건설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ㆍ재개발사업ㆍ재건축사업을 ‘정비사업’으로 규정하고(제2조 제2호), 이러한 정비사업을 계획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정비구역의 지정권자[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 또는 군수(광역시의 군수는 제외)]가 ‘정비구역’을 지정하되(제2조 제1호, 제8조, 제16조), 정비구역이 지정되면 ‘건축물의 건축,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토석의 채취, 토지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 등’을 하려는 자는 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일정한 행위제한을 규정한다(제19조 제1항).
이후 도시정비법은,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법률로 정해진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정비구역을 ‘해제하여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정비구역 해제(기속적 해제)를 규정한 다음(제20조 제1항),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법률로 정해진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정비구역 직권해제(재량적 해제)를 규정하되(제21조 제1항 전문), 그 6가지의 직권해제 사유 중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토지등소유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제1호)’ 및 ‘정비구역등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제2호)’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만을 시ㆍ도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제21조 제1항 후문 제1호 및 제2호).
즉, 도시정비법은 ‘정비구역의 지정’ 및 ‘그 해제(기속적 해제) 및 직권해제(재량적 해제)’를 모두 ‘정비구역의 지정권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정비구역의 지정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정비구역의 지정 및 해제로 인한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 제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권한을 행사하도록 정하되, 그 다양한 직권해제 사유(제21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6호) 중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만을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을 뿐, 특정지역을 직권해제의 적용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주민의 권리 제한 및 의무 부담을 존속시키는 범위까지
조례에 구체적으로 위임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정비법 및 그 시행령ㆍ시행규칙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제정된 서울도시정비조례는, 도시정비법 제21조 제1항 후문에서 위임한 제1호 및 제2호의 직권해제 사유에 대한 구체적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것(제14조)에서 머물지 아니하고, 더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상업지역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정비구역 지정권자의 직권해제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정비구역 내 건물ㆍ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을 해소시킬 수 있는 정비구역 직권해제의 범위를 제한하여 해당 지역의 주민의 권리 제한 및 의무 부담을 존속시키도록 하였다.
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이란 도시정비법 제21조 제1항 후문의 위임 범위를 일탈하여, ‘상업지역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정비구역 직권해제의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도시정비법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 제한 및 의부 부과에 관한 사항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