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헌바400
약사법 제50조 제1항 위헌소원
결정일: 2023년 3월 23일
결정요지
참조조문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1헌바400 약사법 제50조 제1항 위헌소원
청 구 인 1. 유○○
2. 박○○
청구인들의 대리인 변호사 이선진, 이병철
당 해 사 건 1. 수원지방법원 2020노6943 약사법위반
2. 서울동부지방법원 2021고정550 약사법위반
선 고 일 2023. 3. 23.
【주 문】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0조 제1항 본문 중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유○○은 한약사이다. 위 청구인은 2019. 2. 12.경 및 2019. 2. 19.경 각각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고객과 상담한 후 다이어트 한약을 택배로 배송하여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였다는 약사법위반 공소사실이 인정되어, 2020. 11. 19.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0고정25). 청구인은 위 다이어트 한약을 약국제제 제조품목인 갈근탕으로 신고하였는데, 갈근탕은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인 ‘약국제제지정’에서 약국제제 품목으로 지정되고 생약제제로 표기되었고, 생약제제는 ‘의약품 분류 기준에 관한 규정’ 제2조 제6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위 청구인은 제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수원지방법원 2020노6943), 항소심 계속 중 "약사법 제50조 제1항 중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에 관한 부분은 ‘의약품을 전화상담 후 택배판매’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수원지방법원 2020초기3144), 2021. 12. 1. 항소 및 제청신청이 기각되었다. 위 청구인은 2021. 12. 18. 위 조항을 위와 같이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청구인 박○○는 한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약사이다. 위 청구인은 2019. 9. 26. 약국을 방문한 손님에게 상담 후 다이어트 한약을 주문받아 위 한약을 택배로 배송하였고, ‘2019. 11. 15.경 같은 손님에게 전화로 상담을 한 후 다이어트 한약을 택배로 배송하여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였다’는 취지의 약사법위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1고정550).
위 청구인은 제1심 계속 중 "약사법 제50조 제1항 중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에 관한 부분은 ‘의약품을 전화상담 후 택배판매’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동부지방법원 2021초기1143), 위 법원은 2021. 11. 17. 위 청구인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하면서, 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위 청구인은 2021. 11. 19. 위 신청의 기각결정을 송달받은 후, 2021. 12. 18. 위 조항을 위와 같이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각 당해 사건에서 처벌의 대상이 된 행위는 약국개설자인 청구인들이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한 행위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0조 제1항 본문 중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0조(의약품 판매) ①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관련조항]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약사(藥師)"란 한약에 관한 사항 외의 약사(藥事)에 관한 업무(한약제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다)를 담당하는 자로서, "한약사"란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藥事)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서 각각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자를 말한다.
제50조(의약품 판매) ③ 약국개설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이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④ 약국개설자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때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
구 약사법(2012. 5. 14. 법률 제11421호로 개정되고, 2020. 4. 7. 법률 제172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4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제87조 제1항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8. 제50조 제1항(제44조의5 제1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한 자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의약품에 대하여 전화주문을 받은 후 택배로 배달하는 경우 복용방법 및 주의사항 등을 문서로 첨부하게 하고, 의약품 전용 택배이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방법이 가능함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약국개설자에게 일률적으로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특히 한약의 경우 조제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무게가 무거운 특성이 있어 구매자가 바로 한약을 수령할 수 없음에도 한약국에 방문하게 하는 것은 큰 불편을 초래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의약품 도매상 등 의약품판매업자는 의약품을 전화로 주문받고 택배로 배달하여도 약사법 제50조 제1항 위반이 아닌데, 약국개설자는 의약품을 전화로 주문받아 택배로 배달하여 판매하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처벌을 받는다. 약국개설자와 의약품판매업자를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약국개설자를 자의적으로 차별하고 있다.
한의사는 약국개설자나 의약품판매업자가 아니어서 약사법 제50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건강원 등 식품제조업소 또는 식품즉석판매제조가공업소를 운영하는 자는 판매하는 한약이 의약품이 아니라 식품이라는 이유로 약사법 제50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약을 전화로 주문받고 택배로 판매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한의사, 식품제조업소 또는 식품즉석판매제조가공업소를 운영하는 자와 약국개설자를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약국개설자를 자의적으로 차별하고 있다.
또한 가족이나 이웃이 약국에 방문하여 의약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것은 위법이 아닌데, 택배기사가 의약품을 전달해 주는 행위만을 불허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여부
(1) 제한되는 기본권
심판대상조항은 약국개설자로 하여금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여 청구인들과 같은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검토한다.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을 ‘의약품 중 한약을 전화상담 후 택배판매’하는 것에 적용된다고 확장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도 반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주장은 심판대상조항의 문언의 불명확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적용범위의 광범위성을 다투는 것이어서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여부를 판단하면서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2) 헌법재판소의 선례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8. 4. 24. 2005헌마373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구 약사법(2000. 1. 12. 법률 제6153호로 개정되고, 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1항 본문 중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이 약국개설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헌재 2021. 12. 23. 2019헌바87등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과 이에 따른 처벌조항인 구 약사법(2015. 1. 28. 법률 제13114호로 개정되고, 2020. 4. 7. 법률 제172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4조 제1항 제8호 중 제50조 제1항 본문 가운데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이하 위 각 선례의 조항들을 합하여 ‘선례조항’이라 한다)이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선례조항은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하고,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며, 중간 과정 없는 의약품의 직접 전달을 통하여 약화사고시의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증진시키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는 절대적 금지사항이 아니므로,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의약품을 판매·전달한다면 선례조항의 취지에 반하지 않아 허용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편배달은 이미 그 자체로 의약품의 오염가능성이 있는 점, 약사가 직접 환자의 상태와 처방전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약품을 제조·판매하고 전화 등을 통한 복약지도를 할 수밖에 없는 점, 배달사고가 생긴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게 되는 점 등 선례조항이 규제하고자 하는 문제점을 그대로 내포할 수밖에 없다.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게 되면 약사 아닌 자에 의한 의약품의 조제 및 판매행위를 규제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되므로, 의약품의 판매장소 제한은 선례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2012년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제도가 시행되었지만, 안전성이 확보되고 부작용 우려가 적은 극히 예외적인 안전상비의약품의 편의점 판매가 허용되는 것이고, 최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사태로 인하여 보건복지부 고시로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약사가 환자에게 의약품을 교부함에 있어 그 교부방식을 환자와 약사가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한시적 예외가 인정되었지만, 의약품 판매는 국민의 건강과 직접 관련된 보건의료 분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선례조항이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선례조항으로 인해 달성되는 국민보건의 향상이라는 공익은 약국개설자가 약국 외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됨에 따른 영업상의 불이익보다 크다.
따라서 선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 선례 변경의 필요성 여부
살피건대, 선례에서 판단한 내용은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 업무를 담당하는 한약사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의약품에 속하는 한약도 한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필요가 있고,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한약이 변질·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여야 하며, 약화사고시의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의약품인 한약의 판매장소를 한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청구인들은 한약의 경우 조제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무게가 무거워서 바로 한약을 수령할 수 없는 특성이 있으므로, 전화 등으로 복약지도 후 택배로 판매하는 것을 불허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전화 등으로 복약지도를 허용해 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선례에서 판단이 이루어졌고, 심판대상조항은 의약품의 주문, 조제, 인도, 복약지도 등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이 약국 내에서 이루어지거나 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므로(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3423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4두39357 판결 등 참조), 한약 판매를 구성하는 주요 부분이 한약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한약의 무게 및 조제기간의 특수성으로 인도 과정에서의 예외를 모두 금지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선례의 취지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나. 평등원칙 위배 여부
(1) 의약품판매업자와의 비교
청구인들은 의약품판매업자는 의약품에 대하여 전화주문을 받고 택배판매를 할 수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이 한약사의 택배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취급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의약품판매업자도 약사법 제50조 제1항에 따라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되고, 의약품판매업자인 의약품 도매상은 약사법 시행규칙 제36조 제1항 제1호 바목, 사목 및 제2호 다목에 따라 허가를 받으면서 운반용 차량 등 장비보유현황 서류 및 유통관리업무를 위탁하는 경우 위탁계약서를 제출하여야 하므로, 보유한 운반용 차량 또는 유통관리업무 위탁업체를 통해 의약품 배송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의약품판매업자가 약사법 제50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예외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의약품을 택배로 판매할 수 있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식품제조업소 등을 운영하는 자와의 비교
청구인들은 건강원 등 식품제조업소 또는 식품즉석판매제조가공업소를 운영하는 자는 한약에 관하여 전화주문을 받고 택배판매를 할 수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이 한약사의 택배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취급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식품제조업소 또는 식품즉석판매제조가공업소를 운영하는 자는 의약품이 아니라 식품을 판매하는 것이므로, 의약품을 판매하는 한약사인 청구인들에 대하여 의약품 판매장소를 제한하는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차별취급을 논할 비교집단이 되지 않는다.
(3) 한의사와의 비교
청구인들은 한의사는 한약에 관하여 전화주문을 받고 택배판매를 할 수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이 한약사의 택배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취급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한약사는 한약학과를 졸업하고 한약학사 학위를 받아 한약사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한약사 면허를 부여받은 자로서, 한약 및 한약제제에 관련된 제조·조제·감정·보관·수입·판매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이고(약사법 제2조 제2호, 제4조 제2항), 한의사는 한방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의학사의 학위를 받아 한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한의사 면허를 부여받은 자로서 한방 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하는 의료인으로서(의료법 제2조 제2항 제3호) 환자의 진단 및 처방 등 의료행위를 주된 업무로 한다. 이와 같이 한약사와 한의사는 그 자격 및 주된 업무의 내용, 진단 및 처방 등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서 전혀 다르다 할 것이므로 한약사와 한의사를 ‘본질적으로 동일한 두 개의 비교집단’으로 보기 어렵다(헌재 2008. 7. 31. 2005헌마667등 참조).
(4) 그 밖의 주장에 관한 검토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약국에 방문하여 의약품을 대신 구매해 주는 제3자에 비해 의약품을 전달해 주는 택배기사를 차별취급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약국개설자를 수범자로 하는 조항이고, 전자는 약국개설자가 약국에서 의약품을 판매한 경우인 반면 후자는 그렇지 아니한 경우이므로 평등권 침해 문제를 논의할 여지가 없다.
(5) 소결론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평등원칙 위배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
나는 헌재 2021. 12. 23. 2019헌바87등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의견을 밝혔고,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일체를 무조건 약국 내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의 경우 오남용 우려가 적고, 의사·치과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으며, 약사의 복약지도 역시 필수적이지 않으므로(약사법 제50조 제4항), 전문의약품과 달리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예외를 인정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의약품은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실온보관하면 충분하고, 냉장보관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저온유통 물류 서비스를 통하여 의약품을 배달하면 배달 과정에서 의약품의 오염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
택배서비스나 종업원을 통한 의약품의 배송을 허용하더라도 전화나 화상통화 등 통신수단을 통한 복약지도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약국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노약자나 어린이에 대한 의약품 판매의 경우 관련 복약지도는 그 보호자에 대하여 이루어지고, 현재 약국이 판매하는 의약품에는 복약지도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일반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므로, 대면 복약지도의 필요성만을 이유로 의약품 일체에 관하여 약국 외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다. 택배서비스 또는 종업원을 통한 배송과정에서 배달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리·감독의무가 있는 택배회사 또는 약국개설자의 책임으로 보아, 관련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의 주기적 유행뿐만 아니라 1인 가구의 증가와 인구의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의약품 배달서비스 제도의 도입은 향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한다면 오히려 소비자의 약국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되어 국민보건의 향상을 가로막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의약품 일체에 대하여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을 낮추어 국민 건강의 증진이라는 공익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는 반면, 약국개설자의 다른 수단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하여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반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살피건대, 청구인 유○○은 판매한 다이어트 한약을 약국제제 품목인 ‘갈근탕’으로 신고하였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상 약국제제 품목 중 ‘갈근탕’은 생약제제로 ‘의약품 분류 기준에 관한 규정’ 제2조 제6항에 따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의약품 중 한약사가 한의사의 처방전 없이 조제할 수 있는 ‘한약’의 경우, 주문 후 조제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무게가 무거우므로 택배서비스를 허용할 필요성이 크고, 청구인 박○○와 같이 1차 방문 상담·주문 후 근접한 기간 내에 동일한 한약을 재주문하는 경우 전화 등의 방법으로 복약지도를 허용하고 택배로 배송하더라도 입법목적을 저해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약국개설자의 약국 외 판매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 하에 예외를 인정하여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앞으로 새로운 감염병의 발생 및 그에 따른 격리로 소비자가 증상에 맞는 의약품을 필요한 시기에 대면해서 구매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지역 간 불균형으로 병원뿐만 아니라 약국 또는 한약국이 많지 않은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고령인 사람이 약국 등을 방문하여 의약품을 구매하기 어려우므로, 약국개설자가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하여 예외적 허용 없이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도 위 견해를 그대로 유지하여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며,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장,유남석,이선애,이석태,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
사 건 2021헌바400 약사법 제50조 제1항 위헌소원
청 구 인 1. 유○○
2. 박○○
청구인들의 대리인 변호사 이선진, 이병철
당 해 사 건 1. 수원지방법원 2020노6943 약사법위반
2. 서울동부지방법원 2021고정550 약사법위반
선 고 일 2023. 3. 23.
【주 문】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0조 제1항 본문 중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유○○은 한약사이다. 위 청구인은 2019. 2. 12.경 및 2019. 2. 19.경 각각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고객과 상담한 후 다이어트 한약을 택배로 배송하여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였다는 약사법위반 공소사실이 인정되어, 2020. 11. 19.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0고정25). 청구인은 위 다이어트 한약을 약국제제 제조품목인 갈근탕으로 신고하였는데, 갈근탕은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인 ‘약국제제지정’에서 약국제제 품목으로 지정되고 생약제제로 표기되었고, 생약제제는 ‘의약품 분류 기준에 관한 규정’ 제2조 제6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위 청구인은 제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수원지방법원 2020노6943), 항소심 계속 중 "약사법 제50조 제1항 중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에 관한 부분은 ‘의약품을 전화상담 후 택배판매’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수원지방법원 2020초기3144), 2021. 12. 1. 항소 및 제청신청이 기각되었다. 위 청구인은 2021. 12. 18. 위 조항을 위와 같이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청구인 박○○는 한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약사이다. 위 청구인은 2019. 9. 26. 약국을 방문한 손님에게 상담 후 다이어트 한약을 주문받아 위 한약을 택배로 배송하였고, ‘2019. 11. 15.경 같은 손님에게 전화로 상담을 한 후 다이어트 한약을 택배로 배송하여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였다’는 취지의 약사법위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1고정550).
위 청구인은 제1심 계속 중 "약사법 제50조 제1항 중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에 관한 부분은 ‘의약품을 전화상담 후 택배판매’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동부지방법원 2021초기1143), 위 법원은 2021. 11. 17. 위 청구인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하면서, 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위 청구인은 2021. 11. 19. 위 신청의 기각결정을 송달받은 후, 2021. 12. 18. 위 조항을 위와 같이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각 당해 사건에서 처벌의 대상이 된 행위는 약국개설자인 청구인들이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한 행위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0조 제1항 본문 중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0조(의약품 판매) ①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관련조항]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약사(藥師)"란 한약에 관한 사항 외의 약사(藥事)에 관한 업무(한약제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다)를 담당하는 자로서, "한약사"란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藥事)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서 각각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자를 말한다.
제50조(의약품 판매) ③ 약국개설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이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④ 약국개설자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때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
구 약사법(2012. 5. 14. 법률 제11421호로 개정되고, 2020. 4. 7. 법률 제172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4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제87조 제1항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8. 제50조 제1항(제44조의5 제1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한 자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의약품에 대하여 전화주문을 받은 후 택배로 배달하는 경우 복용방법 및 주의사항 등을 문서로 첨부하게 하고, 의약품 전용 택배이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방법이 가능함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약국개설자에게 일률적으로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특히 한약의 경우 조제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무게가 무거운 특성이 있어 구매자가 바로 한약을 수령할 수 없음에도 한약국에 방문하게 하는 것은 큰 불편을 초래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의약품 도매상 등 의약품판매업자는 의약품을 전화로 주문받고 택배로 배달하여도 약사법 제50조 제1항 위반이 아닌데, 약국개설자는 의약품을 전화로 주문받아 택배로 배달하여 판매하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처벌을 받는다. 약국개설자와 의약품판매업자를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약국개설자를 자의적으로 차별하고 있다.
한의사는 약국개설자나 의약품판매업자가 아니어서 약사법 제50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건강원 등 식품제조업소 또는 식품즉석판매제조가공업소를 운영하는 자는 판매하는 한약이 의약품이 아니라 식품이라는 이유로 약사법 제50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약을 전화로 주문받고 택배로 판매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한의사, 식품제조업소 또는 식품즉석판매제조가공업소를 운영하는 자와 약국개설자를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약국개설자를 자의적으로 차별하고 있다.
또한 가족이나 이웃이 약국에 방문하여 의약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것은 위법이 아닌데, 택배기사가 의약품을 전달해 주는 행위만을 불허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여부
(1) 제한되는 기본권
심판대상조항은 약국개설자로 하여금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여 청구인들과 같은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검토한다.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을 ‘의약품 중 한약을 전화상담 후 택배판매’하는 것에 적용된다고 확장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도 반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주장은 심판대상조항의 문언의 불명확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적용범위의 광범위성을 다투는 것이어서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여부를 판단하면서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2) 헌법재판소의 선례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8. 4. 24. 2005헌마373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구 약사법(2000. 1. 12. 법률 제6153호로 개정되고, 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1항 본문 중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이 약국개설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헌재 2021. 12. 23. 2019헌바87등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과 이에 따른 처벌조항인 구 약사법(2015. 1. 28. 법률 제13114호로 개정되고, 2020. 4. 7. 법률 제172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4조 제1항 제8호 중 제50조 제1항 본문 가운데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이하 위 각 선례의 조항들을 합하여 ‘선례조항’이라 한다)이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선례조항은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하고,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며, 중간 과정 없는 의약품의 직접 전달을 통하여 약화사고시의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증진시키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는 절대적 금지사항이 아니므로,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의약품을 판매·전달한다면 선례조항의 취지에 반하지 않아 허용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편배달은 이미 그 자체로 의약품의 오염가능성이 있는 점, 약사가 직접 환자의 상태와 처방전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약품을 제조·판매하고 전화 등을 통한 복약지도를 할 수밖에 없는 점, 배달사고가 생긴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게 되는 점 등 선례조항이 규제하고자 하는 문제점을 그대로 내포할 수밖에 없다.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게 되면 약사 아닌 자에 의한 의약품의 조제 및 판매행위를 규제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되므로, 의약품의 판매장소 제한은 선례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2012년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제도가 시행되었지만, 안전성이 확보되고 부작용 우려가 적은 극히 예외적인 안전상비의약품의 편의점 판매가 허용되는 것이고, 최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사태로 인하여 보건복지부 고시로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약사가 환자에게 의약품을 교부함에 있어 그 교부방식을 환자와 약사가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한시적 예외가 인정되었지만, 의약품 판매는 국민의 건강과 직접 관련된 보건의료 분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선례조항이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선례조항으로 인해 달성되는 국민보건의 향상이라는 공익은 약국개설자가 약국 외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됨에 따른 영업상의 불이익보다 크다.
따라서 선례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 선례 변경의 필요성 여부
살피건대, 선례에서 판단한 내용은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 업무를 담당하는 한약사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의약품에 속하는 한약도 한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필요가 있고,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한약이 변질·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여야 하며, 약화사고시의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의약품인 한약의 판매장소를 한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청구인들은 한약의 경우 조제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무게가 무거워서 바로 한약을 수령할 수 없는 특성이 있으므로, 전화 등으로 복약지도 후 택배로 판매하는 것을 불허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전화 등으로 복약지도를 허용해 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선례에서 판단이 이루어졌고, 심판대상조항은 의약품의 주문, 조제, 인도, 복약지도 등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이 약국 내에서 이루어지거나 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므로(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3423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4두39357 판결 등 참조), 한약 판매를 구성하는 주요 부분이 한약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한약의 무게 및 조제기간의 특수성으로 인도 과정에서의 예외를 모두 금지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선례의 취지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나. 평등원칙 위배 여부
(1) 의약품판매업자와의 비교
청구인들은 의약품판매업자는 의약품에 대하여 전화주문을 받고 택배판매를 할 수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이 한약사의 택배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취급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의약품판매업자도 약사법 제50조 제1항에 따라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되고, 의약품판매업자인 의약품 도매상은 약사법 시행규칙 제36조 제1항 제1호 바목, 사목 및 제2호 다목에 따라 허가를 받으면서 운반용 차량 등 장비보유현황 서류 및 유통관리업무를 위탁하는 경우 위탁계약서를 제출하여야 하므로, 보유한 운반용 차량 또는 유통관리업무 위탁업체를 통해 의약품 배송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의약품판매업자가 약사법 제50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예외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의약품을 택배로 판매할 수 있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식품제조업소 등을 운영하는 자와의 비교
청구인들은 건강원 등 식품제조업소 또는 식품즉석판매제조가공업소를 운영하는 자는 한약에 관하여 전화주문을 받고 택배판매를 할 수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이 한약사의 택배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취급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식품제조업소 또는 식품즉석판매제조가공업소를 운영하는 자는 의약품이 아니라 식품을 판매하는 것이므로, 의약품을 판매하는 한약사인 청구인들에 대하여 의약품 판매장소를 제한하는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차별취급을 논할 비교집단이 되지 않는다.
(3) 한의사와의 비교
청구인들은 한의사는 한약에 관하여 전화주문을 받고 택배판매를 할 수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이 한약사의 택배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취급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한약사는 한약학과를 졸업하고 한약학사 학위를 받아 한약사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한약사 면허를 부여받은 자로서, 한약 및 한약제제에 관련된 제조·조제·감정·보관·수입·판매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이고(약사법 제2조 제2호, 제4조 제2항), 한의사는 한방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의학사의 학위를 받아 한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한의사 면허를 부여받은 자로서 한방 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하는 의료인으로서(의료법 제2조 제2항 제3호) 환자의 진단 및 처방 등 의료행위를 주된 업무로 한다. 이와 같이 한약사와 한의사는 그 자격 및 주된 업무의 내용, 진단 및 처방 등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서 전혀 다르다 할 것이므로 한약사와 한의사를 ‘본질적으로 동일한 두 개의 비교집단’으로 보기 어렵다(헌재 2008. 7. 31. 2005헌마667등 참조).
(4) 그 밖의 주장에 관한 검토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약국에 방문하여 의약품을 대신 구매해 주는 제3자에 비해 의약품을 전달해 주는 택배기사를 차별취급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약국개설자를 수범자로 하는 조항이고, 전자는 약국개설자가 약국에서 의약품을 판매한 경우인 반면 후자는 그렇지 아니한 경우이므로 평등권 침해 문제를 논의할 여지가 없다.
(5) 소결론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평등원칙 위배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
나는 헌재 2021. 12. 23. 2019헌바87등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의견을 밝혔고,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일체를 무조건 약국 내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의 경우 오남용 우려가 적고, 의사·치과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으며, 약사의 복약지도 역시 필수적이지 않으므로(약사법 제50조 제4항), 전문의약품과 달리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예외를 인정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의약품은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실온보관하면 충분하고, 냉장보관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저온유통 물류 서비스를 통하여 의약품을 배달하면 배달 과정에서 의약품의 오염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
택배서비스나 종업원을 통한 의약품의 배송을 허용하더라도 전화나 화상통화 등 통신수단을 통한 복약지도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약국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노약자나 어린이에 대한 의약품 판매의 경우 관련 복약지도는 그 보호자에 대하여 이루어지고, 현재 약국이 판매하는 의약품에는 복약지도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일반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므로, 대면 복약지도의 필요성만을 이유로 의약품 일체에 관하여 약국 외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다. 택배서비스 또는 종업원을 통한 배송과정에서 배달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리·감독의무가 있는 택배회사 또는 약국개설자의 책임으로 보아, 관련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의 주기적 유행뿐만 아니라 1인 가구의 증가와 인구의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의약품 배달서비스 제도의 도입은 향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한다면 오히려 소비자의 약국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되어 국민보건의 향상을 가로막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의약품 일체에 대하여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을 낮추어 국민 건강의 증진이라는 공익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는 반면, 약국개설자의 다른 수단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하여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반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살피건대, 청구인 유○○은 판매한 다이어트 한약을 약국제제 품목인 ‘갈근탕’으로 신고하였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상 약국제제 품목 중 ‘갈근탕’은 생약제제로 ‘의약품 분류 기준에 관한 규정’ 제2조 제6항에 따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의약품 중 한약사가 한의사의 처방전 없이 조제할 수 있는 ‘한약’의 경우, 주문 후 조제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무게가 무거우므로 택배서비스를 허용할 필요성이 크고, 청구인 박○○와 같이 1차 방문 상담·주문 후 근접한 기간 내에 동일한 한약을 재주문하는 경우 전화 등의 방법으로 복약지도를 허용하고 택배로 배송하더라도 입법목적을 저해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약국개설자의 약국 외 판매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 하에 예외를 인정하여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앞으로 새로운 감염병의 발생 및 그에 따른 격리로 소비자가 증상에 맞는 의약품을 필요한 시기에 대면해서 구매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지역 간 불균형으로 병원뿐만 아니라 약국 또는 한약국이 많지 않은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고령인 사람이 약국 등을 방문하여 의약품을 구매하기 어려우므로, 약국개설자가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하여 예외적 허용 없이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도 위 견해를 그대로 유지하여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며,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장,유남석,이선애,이석태,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