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2헌마1598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3년 3월 23일
결정요지
참조조문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2헌마1598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박○○
대리인 법무법인 대한중앙
담당변호사 조기현, 이동규, 신예원, 이종준, 박은진, 이규희
피 청 구 인 경기지역보통검찰부(24검찰대) 군검사
선 고 일 2023. 3. 23.
【주 문】
피청구인이 2022. 9. 29. 경기지역보통검찰부(24검찰대) 2022년 형제20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2. 9. 29.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경기지역보통검찰부(24검찰대) 2022년 형제209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1. 11. 7. 00:45경 ○○시에 있는 ○○ 주점(이하 ‘이 사건 주점’이라 한다)에서 그곳 테이블 위에 있는 피해자 소유인 휴대폰 1대를 가지고 가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2. 11. 22.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이 사건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휴대폰의 배터리가 없어 그곳 종업원인 피해자로부터 휴대폰을 빌려 전화를 하기 위해 나갔다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피해자의 휴대폰을 분실한 것이므로, 청구인에게는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가 없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육군 상사인 사람으로 2021. 11. 6. 23:00경 일행 2명과 함께 이 사건 주점에 들어가 술을 마시다가, 2021. 11. 7. 00:45경 자신의 자동차 열쇠, 외투, 모자를 그곳에 둔 채 그곳 종업원인 피해자의 휴대폰을 들고 주점 밖으로 나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 청구인의 일행들은 2021. 11. 7. 01:06경 주대를 결제하고 이 사건 주점을 나왔다.
(2) 피해자는 2021. 11. 7.경 경찰에 절도 피해를 신고하였고, 2022. 1. 4. 경찰 조사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주점 종업원인 저는 청구인이 앉아 있던 탁자 위에 제 휴대폰을 놓은 채 청구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리로 옮겨 다니며 다른 손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후 2021. 11. 7. 01:30경 주점 마감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제 휴대폰이 없어진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였다. 그날 제 휴대폰이 있던 자리에 앉았던 사람은 청구인밖에 없었기 때문에 청구인이 의심스럽다. 당시 청구인이 자동차 열쇠, 외투, 모자를 주점에 두고 갔는데, 아직도 찾아가지 않았다.」
한편 피해자는 2022. 2. 7. 청구인과 함께 경찰에 출석하여 합의서를 제출하면서 ‘청구인이 피해자의 휴대폰을 빌려 사용한 후 술에 취해 분실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합의서에도 같은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3) 청구인은 2022. 3. 23. 군사법경찰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제 휴대폰 배터리가 얼마 없어 전원을 끄고 이 사건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휴대폰을 빌려 주점 밖 화장실로 갔는데 이후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2021. 11. 7. 05:00-06:00경이었고, 제가 공용주차장 대리운전 천막에 앉아 있었다. 자동차 열쇠, 외투 등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귀가하였다. 이후 피해자로부터 휴대폰을 빌렸던 것도 잊고 생활하고 있었는데, 2022. 1. 31.경 경찰의 연락을 받고 경찰서에서 당시 폐쇄회로티브이 영상을 본 후 피해자로부터 휴대폰을 빌렸던 것이 기억났다. 사건 당시 제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주머니에 제 휴대폰밖에 없었고, 피해자의 휴대폰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 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이용·처분할 의사를 말하고, 영구적으로 물건의 경제적 이익을 보유할 의사임은 요하지 않으며, 일시 사용의 목적으로 타인의 점유를 침탈한 경우에도 사용으로 인하여 물건 자체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상당한 정도로 소모되거나 또는 상당한 장시간 점유하고 있거나 본래의 장소와 다른 곳에 유기하는 경우에는 이를 일시 사용하는 경우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영득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도113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단순히 타인의 점유만을 침해하였다고 하여 그로써 곧 절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하는 의사, 즉 목적물의 물질을 영득할 의사이거나 또는 그 물질의 가치만을 영득할 의사이든 적어도 그 재물에 대한 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2. 9. 8. 선고 91도3149 판결 참조).
그리고 이러한 불법영득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해당하므로, 행위자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으나(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는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도1962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도12619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가) 청구인은 피해자로부터 휴대폰을 빌려 전화하기 위해 잠시 나갔다가 분실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피청구인은 피해자가 합의서 제출 전까지는 청구인에게 휴대폰을 빌려주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사실이 없는 점, 청구인이 자신의 휴대폰과 피해자의 휴대폰을 갖고 나갔다가 피해자의 휴대폰만 분실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는 경험칙에 반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청구인의 피의사실을 인정하였다.
(나)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고, 수사기록에 나타난 사정만으로는 청구인이 당시 피해자로부터 휴대폰을 빌려 주점 밖으로 나갔다가 술에 취해 이를 분실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직업 군인이라는 청구인의 신분이나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피해자의 휴대폰을 타인에게 판매하려 하였다는 등의 휴대폰을 절취할 만한 특별한 범행 동기를 발견하기 어렵다.
2) 당시 청구인은 자동차 열쇠, 외투 등 자신의 소지품을 이 사건 주점에 그대로 두고 밖으로 나갔는데 이러한 청구인의 행위는 절도범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인 점에 비추어, 피해자로부터 휴대폰을 빌려 잠시 나갔다가 분실한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
또한 청구인이 휴대폰을 절취한 후 주점을 이탈하였더라도 그곳에 여전히 일행이 있는 상황이라면 쉽게 범인의 인적사항이 특정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청구인이 일행을 두고 혼자 나온 사정도 절도범이 취할 통상적인 행동이 아니다(더욱이 청구인은 일행이 이 사건 주점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겼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청구인은 일행의 주대 결제내역을 통하여 인적사항이 확인되어 피의자로 특정되었다.
3) 피해자는 수사 초기에는 청구인에게 휴대폰을 빌려주었다는 진술을 하지 않았으나, 이후 합의서 제출 단계에서는 청구인에게 휴대폰을 빌려주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피청구인은 단순히 피해자의 당초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여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였으나, 청구인의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 역시 사건 당시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이는바, 피해자가 휴대폰을 빌려준 사실을 잊고 잘못 진술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피해자의 진술이 번복된 구체적인 경위에 대하여 확인하여 전후 진술의 각 신빙성을 따졌어야 할 것이다.
4) 주점을 나간 후 새벽까지 주변에서 정신을 잃고 있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구인이 단순히 술에 취해 피해자의 휴대폰을 분실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휴대폰 통신 내역, 통신 위치 확인 등으로 위와 같은 청구인 주장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다) 물론 모든 절도죄가 ‘적발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합리적·이성적인 판단에 의하여 저질러지는 것도 아니기는 하나, 위와 같은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청구인이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를 부인하고 있다면, 수사기관으로서는 당연히 청구인이 휴대폰 취득 전후에 한 행동들을 수사하여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를 증명하였어야 한다(헌재 2019. 7. 25. 2018헌마698; 헌재 2022. 9. 29. 2022헌마819 참조).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피해자의 휴대폰을 가지고 나간 시점 전후에 한 청구인의 행동에 관하여 면밀하게 수사하지 않은 채 청구인의 변소를 배척하고 피의사실을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라) 이상과 같이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
재판장,유남석,이선애,이석태,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
사 건 2022헌마1598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박○○
대리인 법무법인 대한중앙
담당변호사 조기현, 이동규, 신예원, 이종준, 박은진, 이규희
피 청 구 인 경기지역보통검찰부(24검찰대) 군검사
선 고 일 2023. 3. 23.
【주 문】
피청구인이 2022. 9. 29. 경기지역보통검찰부(24검찰대) 2022년 형제20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2. 9. 29.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경기지역보통검찰부(24검찰대) 2022년 형제209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1. 11. 7. 00:45경 ○○시에 있는 ○○ 주점(이하 ‘이 사건 주점’이라 한다)에서 그곳 테이블 위에 있는 피해자 소유인 휴대폰 1대를 가지고 가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2. 11. 22.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이 사건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휴대폰의 배터리가 없어 그곳 종업원인 피해자로부터 휴대폰을 빌려 전화를 하기 위해 나갔다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피해자의 휴대폰을 분실한 것이므로, 청구인에게는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가 없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육군 상사인 사람으로 2021. 11. 6. 23:00경 일행 2명과 함께 이 사건 주점에 들어가 술을 마시다가, 2021. 11. 7. 00:45경 자신의 자동차 열쇠, 외투, 모자를 그곳에 둔 채 그곳 종업원인 피해자의 휴대폰을 들고 주점 밖으로 나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 청구인의 일행들은 2021. 11. 7. 01:06경 주대를 결제하고 이 사건 주점을 나왔다.
(2) 피해자는 2021. 11. 7.경 경찰에 절도 피해를 신고하였고, 2022. 1. 4. 경찰 조사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주점 종업원인 저는 청구인이 앉아 있던 탁자 위에 제 휴대폰을 놓은 채 청구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리로 옮겨 다니며 다른 손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후 2021. 11. 7. 01:30경 주점 마감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제 휴대폰이 없어진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였다. 그날 제 휴대폰이 있던 자리에 앉았던 사람은 청구인밖에 없었기 때문에 청구인이 의심스럽다. 당시 청구인이 자동차 열쇠, 외투, 모자를 주점에 두고 갔는데, 아직도 찾아가지 않았다.」
한편 피해자는 2022. 2. 7. 청구인과 함께 경찰에 출석하여 합의서를 제출하면서 ‘청구인이 피해자의 휴대폰을 빌려 사용한 후 술에 취해 분실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합의서에도 같은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3) 청구인은 2022. 3. 23. 군사법경찰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제 휴대폰 배터리가 얼마 없어 전원을 끄고 이 사건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휴대폰을 빌려 주점 밖 화장실로 갔는데 이후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2021. 11. 7. 05:00-06:00경이었고, 제가 공용주차장 대리운전 천막에 앉아 있었다. 자동차 열쇠, 외투 등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귀가하였다. 이후 피해자로부터 휴대폰을 빌렸던 것도 잊고 생활하고 있었는데, 2022. 1. 31.경 경찰의 연락을 받고 경찰서에서 당시 폐쇄회로티브이 영상을 본 후 피해자로부터 휴대폰을 빌렸던 것이 기억났다. 사건 당시 제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주머니에 제 휴대폰밖에 없었고, 피해자의 휴대폰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 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이용·처분할 의사를 말하고, 영구적으로 물건의 경제적 이익을 보유할 의사임은 요하지 않으며, 일시 사용의 목적으로 타인의 점유를 침탈한 경우에도 사용으로 인하여 물건 자체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상당한 정도로 소모되거나 또는 상당한 장시간 점유하고 있거나 본래의 장소와 다른 곳에 유기하는 경우에는 이를 일시 사용하는 경우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영득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도113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단순히 타인의 점유만을 침해하였다고 하여 그로써 곧 절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하는 의사, 즉 목적물의 물질을 영득할 의사이거나 또는 그 물질의 가치만을 영득할 의사이든 적어도 그 재물에 대한 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2. 9. 8. 선고 91도3149 판결 참조).
그리고 이러한 불법영득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해당하므로, 행위자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으나(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는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도1962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도12619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가) 청구인은 피해자로부터 휴대폰을 빌려 전화하기 위해 잠시 나갔다가 분실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피청구인은 피해자가 합의서 제출 전까지는 청구인에게 휴대폰을 빌려주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사실이 없는 점, 청구인이 자신의 휴대폰과 피해자의 휴대폰을 갖고 나갔다가 피해자의 휴대폰만 분실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는 경험칙에 반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청구인의 피의사실을 인정하였다.
(나)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고, 수사기록에 나타난 사정만으로는 청구인이 당시 피해자로부터 휴대폰을 빌려 주점 밖으로 나갔다가 술에 취해 이를 분실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직업 군인이라는 청구인의 신분이나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피해자의 휴대폰을 타인에게 판매하려 하였다는 등의 휴대폰을 절취할 만한 특별한 범행 동기를 발견하기 어렵다.
2) 당시 청구인은 자동차 열쇠, 외투 등 자신의 소지품을 이 사건 주점에 그대로 두고 밖으로 나갔는데 이러한 청구인의 행위는 절도범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인 점에 비추어, 피해자로부터 휴대폰을 빌려 잠시 나갔다가 분실한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
또한 청구인이 휴대폰을 절취한 후 주점을 이탈하였더라도 그곳에 여전히 일행이 있는 상황이라면 쉽게 범인의 인적사항이 특정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청구인이 일행을 두고 혼자 나온 사정도 절도범이 취할 통상적인 행동이 아니다(더욱이 청구인은 일행이 이 사건 주점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겼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청구인은 일행의 주대 결제내역을 통하여 인적사항이 확인되어 피의자로 특정되었다.
3) 피해자는 수사 초기에는 청구인에게 휴대폰을 빌려주었다는 진술을 하지 않았으나, 이후 합의서 제출 단계에서는 청구인에게 휴대폰을 빌려주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피청구인은 단순히 피해자의 당초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여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였으나, 청구인의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 역시 사건 당시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이는바, 피해자가 휴대폰을 빌려준 사실을 잊고 잘못 진술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피해자의 진술이 번복된 구체적인 경위에 대하여 확인하여 전후 진술의 각 신빙성을 따졌어야 할 것이다.
4) 주점을 나간 후 새벽까지 주변에서 정신을 잃고 있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구인이 단순히 술에 취해 피해자의 휴대폰을 분실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휴대폰 통신 내역, 통신 위치 확인 등으로 위와 같은 청구인 주장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다) 물론 모든 절도죄가 ‘적발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합리적·이성적인 판단에 의하여 저질러지는 것도 아니기는 하나, 위와 같은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청구인이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를 부인하고 있다면, 수사기관으로서는 당연히 청구인이 휴대폰 취득 전후에 한 행동들을 수사하여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를 증명하였어야 한다(헌재 2019. 7. 25. 2018헌마698; 헌재 2022. 9. 29. 2022헌마819 참조).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피해자의 휴대폰을 가지고 나간 시점 전후에 한 청구인의 행동에 관하여 면밀하게 수사하지 않은 채 청구인의 변소를 배척하고 피의사실을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라) 이상과 같이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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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유남석,이선애,이석태,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