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마1146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3년 5월 25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0헌마1146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최○○
대리인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담당변호사 신재연
피 청 구 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선 고 일 2023. 5. 25.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6. 10.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1300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0. 6. 10. 피청구인으로부터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유예처분(2020년 형제13007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서울 강남구 (주소 생략)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주민으로서 반상회 대표이고, 피해자 정○○(이하 ‘피해자’라 한다)는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다.
(1) 폭행
청구인은 2019. 9. 10. 15:20경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사무실(이하 ‘이 사건 관리사무실’이라 한다)에서 게시물을 아파트 게시판에 부착하게 해달라고 소란을 피우면서 오른손에 들고 있던 서류뭉치로 피해자의 안면부를 수회 때리는 등 폭행하였다.
(2) 업무방해
이 사건 관리사무실은 주민을 위한 행정 업무를 보는 장소로 주민들에 대한 거주사실 확인서, 관리사무소 직원의 근무 관련 자료,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4대보험 관련 자료 등 관리사무소 업무와 관련된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청구인은 2019. 9. 20. 불상경 이 사건 아파트의 수도배관 교체 공사와 관련하여 주민동의서 취합 업무를 관리사무소 직원만 수행하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관리사무실에 있는 업무서류 보관 캐비닛(이하 ‘이 사건 캐비닛’이라 한다)에 임의로 개인용 자물쇠를 설치하였다.
청구인은 2019. 9. 29. 불상경부터 2019. 9. 30. 불상경까지 이 사건 캐비닛에 자물쇠를 설치하여 이를 열어주지 않는 수법으로 피해자의 입주자 대표회의 운영업무를 방해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0. 8. 27.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가. 폭행의 점
청구인은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 피해자,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 홍○○ 및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부장 손○○의 각 진술은 믿기 어렵고, 청구인이 제출한 녹음파일 및 녹취록에 의하면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나. 업무방해의 점
청구인은 피해자 및 관리사무소와 이 사건 아파트의 수도배관 교체 공사에 관한 주민동의서 취합 업무를 함께 진행하기로 합의하였고, 그 합의에 따라 이 사건 캐비닛에 자물쇠를 설치하였다. 관리사무소 측은 청구인이 자물쇠를 설치하기 전 이 사건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던 서류들을 모두 빼내어 옮겨두었고, 관리사무소 측이 2019. 9. 29.부터 2019. 9. 30.까지 주민동의서 취합 업무를 진행하지 못한 것은 관리사무소 측이 위 합의를 위반하였기 때문이지, 청구인의 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청구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 내지 관리사무소 업무가 방해되었다거나 청구인에게 이를 방해할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청구인의 행위는 합의에 따른 것이므로 피해자가 승낙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1) 청구인은 2019. 9. 10. 15:20경 이 사건 아파트의 수도배관 교체와 관련한 서류를 가지고 이 사건 관리사무실에 방문하였다. 청구인과 피해자는 위 서류를 이 사건 아파트 내 게시판에 부착할 것인지에 관하여 이야기하다 다투게 되었다.
(2) 청구인과 피해자의 다툼이 고조되면서 피해자가 위 서류로 내리치자, 청구인은 그 즉시 피해자에게 위 서류로 자신을 폭행하였다며 항의하였고, 피해자가 자신의 신체를 밀은 것에 대해서도 강제추행이라는 취지로 항의하였다.
(3) 피해자는 청구인과의 다툼 직후 이 사건 관리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청구인이 이 사건 관리사무실에 남아있던 홍○○에게 피해자가 자신을 추행하였다고 말하자, 홍○○는 자신이 그 상황을 직접 보지는 못하였다고 답하였다.
(4) 이 사건 관리사무실에 설치된 폐쇄회로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이하 ‘CCTV’라 한다) 영상에는 이 사건 캐비닛을 열고 그 안에 있던 것들을 꺼내는 사람과 그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촬영되었다.
나. 폭행의 점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을 종합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청구인의 폭행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가) 피해자는 ‘청구인이 위 서류를 피해자의 눈 앞에서 흔들다가 피해자의 얼굴을 수회 때렸다’는 취지로 청구인을 고소하였고, 홍○○, 손○○도 이를 목격하였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하였으며, 피해자, 홍○○, 손○○은 서울수서경찰서에 출석하여 같은 취지로 각 진술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이 제출한 녹음파일 및 녹취서는 청구인과 피해자가 다투던 상황을 녹음하거나 대화를 기록한 녹취서로서, 피해자, 홍○○, 손○○의 각 진술보다 그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증거이다. 위 증거들에는 청구인이 2019. 9. 10. 15:20경 이 사건 관리사무실에 도착한 때부터 피해자가 이 사건 관리사무실에서 바깥으로 나간 때까지의 상황이 녹음되어 있는데, 청구인과 피해자가 서로 다툰 내용은 포함되어 있으나,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거나 이에 대해 피해자가 항의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 오히려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자신을 서류로 때린 것에 대해 항의하고, 피해자는 청구인을 종이로 때린 것에 불과하다며 이 사건 관리사무실 밖으로 나가 그 자리를 피하려는 듯 하는 상황이 녹음되어 있을 뿐이다. 피해자의 주장은 위 녹음파일 및 녹취서에 나타난 실제 대화 내용과 부합하지 않으므로 믿기 어렵다.
(나) 청구인의 폭행을 목격하였다는 홍○○와 손○○의 진술들 역시 믿기 어렵다. 위 녹음파일에서 홍○○는 피해자가 청구인의 신체를 만지는 것을 자신이 직접 보지는 못하였다고 말하고 있어, 홍○○가 그 당시 상황을 제대로 목격한 사실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위 녹음파일은 약 16분으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녹음된 것임에도 손○○의 목소리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손○○이 목격하였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청구인이 서류 뭉치를 흔들면서 피해자의 얼굴을 여러 번 치는 상황’이나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서류뭉치를 치우라고 말하는 상황’은 녹음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홍○○와 손○○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직원으로서 피해자로부터 업무상 영향을 받는 지위에 있으므로 수사기관에서 객관적인 지위의 제3자로서 진술하였다고 단언할 수 없다.
(2) 청구인은 경찰 수사단계에서부터 녹음파일 및 녹취서를 제출하였다. 피청구인은 위 증거들의 진위를 확인하고, 녹음된 상황에 대한 피해자의 설명 내지 반박을 수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청구인의 혐의사실 인정여부를 명백히 하였어야 한다. 피청구인이 위와 같이 필요한 수사를 다하지 않은 채 피해자, 홍○○, 손○○의 진술만을 만연히 신뢰하여 청구인에 대한 폭행죄 성립을 인정한 것은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
다. 업무방해의 점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을 종합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청구인의 업무방해죄 성립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가) 청구인은 자물쇠 설치 경위에 대해 관리사무소 측과 2019. 9. 20. 오전 10시경 이 사건 아파트의 수도배관 교체에 관한 주민동의서 취합 업무를 함께 진행하기로 합의하였고, 이 사건 캐비닛 안에 보관하고 있던 다른 서류들을 모두 옮겨 그 안을 비운 다음 주민동의서만을 넣어두었으며, 관리사무소 측이 임의로 이 사건 캐비닛을 열 수 없도록 하는 기존의 방식은 번거로운 면이 있어 청구인이 이 사건 캐비닛에 자물쇠를 설치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청구인의 주장은 객관적인 증거인 CCTV 영상과 부합한다. 청구인이 제출한 CCTV 영상에는 관리사무소의 직원으로 보이는 여러 사람들이 이 사건 캐비닛의 문을 열어 그 안에 보관되어 있던 것들을 꺼내고, 캐비닛의 문을 여닫으며 자물쇠를 설치하는 듯한 장면이 촬영되어 있다. 이는 청구인의 주장 중 이 사건 캐비닛에 처음 자물쇠를 설치할 때의 상황과 부합한다. 위 영상에서 이 사건 캐비닛의 내부를 정리하고 자물쇠를 설치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점과 그 장소가 이 사건 관리사무실 내부이고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있었던 점, 관리사무소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 사건 캐비닛 앞에서 양손을 크게 흔들면서 CCTV가 촬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듯한 장면도 녹화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 내지 관리사무소는 청구인이 이 사건 캐비닛에 자물쇠를 설치할 것을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합의하였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청구인은 자물쇠 설치에 관한 합의를 주장하면서, 위 CCTV 영상 이외에 합의서도 제출하였다. 그 합의서에는 피해자와 홍○○의 자필 서명이 있고, ‘주민동의서를 취합하는 업무는 피해자 내지 관리사무소가 임의로 진행하지 않고 주민들의 입회하에 진행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자물쇠 설치에 관한 내용이 직접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은 아니나, 관리사무소가 위 업무를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없도록 하고, 주민들과 함께 진행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 사건 캐비닛에 자물쇠를 설치하는 것이 이례적이라 보이지는 않는다.
(나) 피해자, 홍○○ 및 손○○은, 청구인이 2019. 9. 20. 이 사건 관리사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관리사무실의 업무 서류를 보관하고 있던 이 사건 캐비닛에 임의로 비밀번호로 여닫는 자물쇠를 설치하였고, 청구인이 2019. 9. 20.부터 2019. 9. 28.까지는 자물쇠를 열어주어 주민동의서 취합 업무를 진행하였으나, 2019. 9. 29.부터 2019. 9. 30.까지는 자물쇠를 열어주지 않아 주민동의서 취합 업무와 그 외 관리사무소 업무를 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앞서 본 CCTV 영상의 장면들과 부합하지 않고, CCTV 영상에 나타난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주장이 없으며, 피해자, 홍○○ 및 손○○은 평소 청구인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피해자, 홍○○ 및 손○○의 경찰 수사단계에서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다) 경찰 및 검찰 수사단계에서 ‘청구인이 이 사건 캐비닛에 임의로 자물쇠를 설치하는 장면’이 촬영된 CCTV 영상은 제출된 바 없다. CCTV는 관리사무소 내부에 설치되어 있고 관리사무소가 관리하고 있으므로, 피해자나 관리사무소는 충분히 해당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이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았다.
(라) 피해자가 청구인을 고소하면서 제출한 내용증명은 ‘청구인이 이 사건 캐비닛에 임의로 설치한 이 사건 자물쇠를 2019. 10. 2. 수요일 오후 4시까지 제거해달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위 내용증명은 2019. 9. 30. 오전 10시경에야 발송되어, 그 시기상 ‘피해자 내지 관리사무소가 2019. 9. 29. 이전에 청구인에게 이 사건 캐비닛에 설치된 자물쇠를 제거하기를 요청한 사실’이나 ‘청구인이 그러한 요청을 거절한 사실’을 직접 증명하지는 못한다.
(마) 설령 관리사무소가 2019. 9. 29.부터 2019. 9. 30.까지 주민동의서 취합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였더라도, 이에 대해 청구인에게 업무방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청구인의 주장은, 관리사무소가 주민들의 입회하에 주민동의서 취합 업무를 진행하다가, 주말인 2019. 9. 28. 및 2019. 9. 29.에는 위 업무를 하지 않았고, 청구인이 2019. 9. 30. 위 업무를 하기 위해서 이 사건 관리사무실에 방문하였을 때, 관리소장인 홍○○가 자신이 이 사건 관리사무실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으며, 이에 대해 항의하면서 관리사무소에 면담요청서를 보냈다는 것이다. 청구인은 경찰 수사단계에서 2019. 9. 30. 12시 30분경 발송한 면담요청서를 제출하였고, 관리사무소가 일요일인 2019. 9. 29.에 실제로 주민동의서 취합 업무를 진행하였는지 알기 어려우므로, 면담요청서의 내용이나 발송일자를 기초로 청구인의 주장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즉 청구인이 2019. 9. 29.부터 2019. 9. 30.까지 이 사건 캐비닛에 설치된 자물쇠를 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내지 관리사무소의 업무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2) 청구인은 경찰 수사단계에서부터 CCTV 녹화본 영상 및 합의서를 제출하였으나, 피청구인은 그 진위를 가려내거나 관련된 내용을 수사하지 않았다. 피청구인이 필요한 수사를 다하지 않은 채 청구인의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한 것은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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