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마113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3년 5월 25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0헌마1132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장○○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수정
피 청 구 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선 고 일 2023. 5. 25.
【주 문】
피청구인이 2019. 9. 11.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45158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9. 9. 11. 청구인에 대하여 사기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45158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5. 1. 10. 등산 중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여 그 무렵 서울 관악구에 있는 ○○병원, 안산시에 있는 □□병원 등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입원 당시 알게 된 브로커 김○○과 보험금의 20%를 수수료로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김○○을 통해 허위의 장해진단을 받아 보험금을 지급받아 편취할 것을 마음먹고, 2015. 8. 19. 서울 동작구 (주소 생략)의 ○○정형외과의원(이하 ‘○○정형외과’라 한다)에서 후유장해진단서(이하 ‘이 사건 진단서’라 한다)를 발급받은 후, 2016. 4. 12.경부터 2016. 8. 2.경까지 ○○보험 주식회사, □□보험 주식회사, △△보험 주식회사, ▽▽보험 주식회사, ◇◇보험 주식회사, ◎◎보험 주식회사, ▷▷보험 주식회사 등(이하 ‘피해자 보험사들’이라 한다)으로부터 7회에 걸쳐 합계 7,732만 원을 교부받았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20. 8. 24.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이 발급받은 이 사건 진단서는 실제 후유장해의 내용에 부합하여 허위가 아니므로, 청구인은 피해자 보험사들을 기망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에 대한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청구인의 사기혐의를 인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현저히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보험설계사로서 사고일자인 2015. 1. 10.경 피해자 보험사들의 보험상품에 가입되어 있었다.
(2) 청구인은 2015. 1. 10. 등산 중 넘어지면서 발생한 사고로, 2015. 1. 10.부터 2015. 2. 2.까지 24일간 서울 관악구 소재 ○○병원에서 ‘우측 견관절 상부 관절와순 파열’ 등의 진단명으로 입원치료하였고, 2015. 3. 20.부터 2015. 3. 24.까지 5일간 용인시 소재 △△병원에서 입원치료하였으며, 2015. 4. 10.부터 2015. 5. 6.까지 27일간 위 ○○병원에서 입원치료하였고, 2015. 5. 7.부터 2015. 5. 26.까지 20일간 안산시 소재 □□병원에서 입원치료하면서 우측 견관절 견봉 쇄골 관절 성형술을 받았다. 청구인은 그 외에도 2015. 6. 11.부터 2015. 6. 29.까지 시흥시 소재 ▽▽병원에서 ‘어깨의 근육둘레띠의 근육 및 힘줄의 손상, 열상’ 등의 증상으로 6차례 통원치료를 받았다
청구인은 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근무하는 김○○으로부터 후유장해진단 및 보험금 청구와 관련한 사무처리를 맡겨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3) 청구인은 2015. 8. 19. 김○○과 함께 ○○정형외과에 방문하여 엑스선 촬영을 하고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다음,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방식에 따라 ‘견관절부 굴곡(150/60), 신전(40/15), 외전(150/50), 내전(30/10), 외회전(90/40), 내회전(40/10)’이 기록된 이 사건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청구인은 피해자 보험사들에 이 사건 진단서를 제출하고 보험금을 청구하여 약 7,732만 원의 후유장해진단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4) 청구인이 보험금을 청구한 뒤 피해자 보험사들의 의뢰로 손해사정보고서가 작성되었는데, ○○보험 주식회사의 의뢰로 작성된 ○○손해사정 주식회사의 2016. 4. 26.자 보고서에는 "후유장해 진단병원(○○정형외과) 의사 소견 상 우측 견갑부에 1/2 이하의 운동제한이 남아있다는 것이고, 청구인이 수술한 병원(□□병원) 의사 소견 역시 1/2 이하의 운동제한 영구장해라는 회신임. 의료자문 시행한바 약간의 장해(지급률 5%, 영구)가 적절한 것으로 사료되나 정확한 판단을 위해 1년 후 재판정을 권유한다는 회신임. 상기 내용을 토대로 후유장해 적정성 관련하여 귀사의 약관규정에 따라 의료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됨."이라는 의견이 기재되어 있고, ▷▷보험 주식회사의 의뢰로 작성된 □□손해사정 주식회사의 2016. 4. 21.자 보고서에는 "청구인은 2015. 5. 8. □□병원에서 수술 시행 후 적극적인 치료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의료자문 등에 동의하지 않아 후유장해 적정성 및 적정 기여도 산정 등을 할 수 없는바, 후유장해보험금 청구에 대한 최종검토는 귀사에서 하여 주시기 바람."이라는 의견이 기재되어 있다.
한편, ◇◇보험 주식회사의 2016. 8. 12.자 손해사정결과서에는 "장해적정성 확인 결과, 2016. 8. 10.자 □□병원 의사 김□□의 소견에 의하면 뚜렷한 운동장해(지급률 10%, 영구)가 확인됨."이라는 의견이 기재되어 있고, 2016. 5. 11. □□병원 의사가 발급한 청구인에 대한 진료확인서에는 ‘견관절의 운동범위 합계가 정상운동범위의 2/4이하로 제한된 영구적 장해’라고 기재되어 있다.
(5) 청구인은 지급받은 보험금의 20%를 김○○에게 주기로 약정하여 불상의 금액을 김○○에게 지급하였다.
나. 청구인이 피해자 보험사들을 기망한 사실이 인정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도1839 판결;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도17512 판결 등 참조).
보험금을 편취할 의사로 허위로 보험사고를 신고하거나 고의적으로 보험사고를 유발한 경우 보험금에 관한 사기죄가 성립하고, 나아가 설령 보험사고에 해당할 수 있는 사고로 인하여 경미한 상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기화로 보험금을 편취할 의사로 그 상해를 과장하여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고 이를 이유로 실제 피해에 비하여 과다한 보험금을 지급받는 경우에는 그 보험금 전체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도2134 판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도8726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가)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특별한 장해가 없음에도 이 사건 진단서를 허위로 발급받거나, 경미한 장해가 있음에도 더 중한 장해가 있는 것처럼 이 사건 진단서를 허위로 발급받고 제출함으로써 피해자 보험사들을 기망하였다고 보았다. 그런데 기록을 살펴보면, 청구인이 실제로 후유장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다는 허위의 진단서를 발급받아 피해자 보험사들에 제출하였다거나, 실제로 발생한 후유장해보다 더 심각한 후유장해가 발생한 것으로 과장된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고 이를 제출함으로써 피해자 보험사들이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기망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이 피해자 보험사들에 후유장해발생에 관하여 보험금을 청구하였을 당시 피해자 보험사들이 손해사정회사들에 의뢰하여 작성된 보고서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에게 후유장해가 발생하였음을 인정하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다. 청구인이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2016. 5. 11. 발급한 진료확인서에도 청구인에게 견관절의 영구적 장해가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2) 이 사건 진단서에는 청구인의 견관절에 정상운동범위의 1/2 이하로 운동범위가 제한되는 후유장해가 발생한 것으로 되어 있다. 청구인이 가입한 이 사건 각 보험상품이 판매된 무렵의 표준약관에 따르면, 이는 한 팔의 3대관절 중 관절 하나의 기능에 뚜렷한 장해를 남긴 것으로 후유장해진단금의 10%를 지급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해자 보험사들의 손해사정보고서들도 청구인에게 뚜렷한 장해에 못 미치는 약간의 장해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와 뚜렷한 장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한 경우 및 장해 유무에 대한 결론을 유보한 경우가 모두 있으므로, 청구인에게 당시 뚜렷한 장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한 이 사건 진단서의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청구인이 사고 발생 뒤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발급한 2016. 5. 11.자 진료확인서에도 청구인의 견관절 운동범위 합계가 정상운동범위의 1/2 이하라고 되어 있다.
3) 이 사건 진단서를 발급해 준 의사 김△△는 청구인을 포함한 다수의 환자들에게 허위진단서를 작성하여 주고 사기를 방조하였다는 등의 혐의로 입건되었으나, 2021. 8. 24.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 발급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나)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김○○의 소개로 ○○정형외과에서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게 된 점, 김○○에게 보험금의 일부를 지급한 점, ○○정형외과가 청구인이 애초 진료를 받은 의료기관이 아니고 청구인의 거주지에서 가깝지도 않다는 점을 들어 청구인이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 피해자 보험사들을 기망하였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후유장해로 거액의 보험금 수령이 가능할 수 있는 상황에서 관련 업무의 전문가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보험금청구 과정의 도움을 받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므로, 청구인이 김○○의 소개로 ○○정형외과에 내원하게 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진단서가 허위의 진단서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피청구인은 ○○정형외과에서 엑스선 촬영 등만 한 뒤 후유장해진단을 받게 된 경위가 통상적이지 않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피청구인도 검사받는 과정에서 특별히 기망적인 수단을 사용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 그 외 수사기록이나 관련법규를 살피더라도 ○○정형외과에서의 검사과정이 후유장해를 진단하기 위한 진료기준이나 통상적인 검사과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자료가 없다.
또한 청구인은 수사과정 중 실제로 어깨 상태가 나쁜 상황에서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하였음에도, 수사기관은 제3의 의료기관 등에서 청구인에게 실제로 후유장해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이 사건 진단서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지를 조사하지 않았다.
(다) 이상과 같이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이 보험금을 편취할 의사로 그 피해를 거짓으로 꾸미거나 피해를 실제 피해보다 과장하는 등 피해자 보험사들을 기망한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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