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헌마513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3년 6월 29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1헌마513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석○○
대리인 변호사 권용덕
피 청 구 인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선 고 일 2023. 6. 29.
【주 문】
피청구인이 2021. 2. 19. 대구지방검찰청 2021년 형제3870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1. 2. 19. 피청구인으로부터 점유이탈물횡령 피의사실에 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바(대구지방검찰청 2021년 형제3870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0. 12. 9. 12:12경 경산시 (주소 생략), ○○호(이하 ‘이 사건 주택’이라 한다) 앞 복도에서 피해자 김○○가 가전 구매 사은품으로 배송 받아야 할 시가 30만 원 상당 포트기 및 토스트기 각 1대(이하 ‘피해물품’이라 한다)가 들어있는 택배를 습득한 후 피해자에게 반환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횡령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1. 5. 9.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청구인이 거주하는 이 사건 주택 앞 복도에서 ○○ 주식회사(이하 ‘○○’라고 한다)와 가전제품 렌탈계약을 체결하고 받기로 한 사은품이라고 생각하고 피해물품을 습득한 것이다. 피해물품이 포장된 상자에는 토스트기 이외에 커피포트가 들어 있었으나, 토스트기와 커피포트가 함께 배송되어 왔고 두 기계의 색깔도 일치하여 ‘○○ 직원이 계약을 많이 해서 커피포트를 추가로 선물하였다’고 생각하고 피해물품을 습득하였다. 피해물품이 포장된 상자의 택배 송장에는 다른 사람이 수취인으로 기재되어 있었으나, 청구인은 ○○ 직원이 온라인에서 선물을 주문하며 본인의 이름을 수취인 난에 기재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피해물품이 잘못 배송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였고, 당시 택배로 수령하는 물건이 월 평균 100건을 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택배 송장의 수취인명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볼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또한 청구인은 2021. 1. 6. 택배기사로부터 피해물품이 오배송된 사실을 알게 된 후 피해자에게 피해물품을 반환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따라서 청구인에게는 피해자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하려는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20. 11. 20.경 약혼녀 이○○과 함께 이 사건 주택에 입주한 사람이고, 피해자는 이 사건 주택에 입주할 예정이었다가 입주를 취소한 사람이다.
(2) 청구인은 가전제품 렌탈업체 ○○에서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를 렌탈하여 2020. 11. 25. 이○○과의 신혼집인 이 사건 주택에 설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 직원 박○○는 토스트기를 선물로 주기로 하였다.
(3) 피해자는 경산 ○○전자에서 가전제품을 사고 사은품으로 포트기와 토스트기를 받기로 하였는데, 사은품 수령처를 이 사건 주택으로 알려주었다.
(4) 청구인은 2020. 12. 9. 12:12경 이 사건 주택 앞으로 택배 배송된 피해물품을 습득하였다.
(5) 청구인은 2021. 1. 6. 택배기사로부터 택배가 잘못 배송된 사실이 없냐는 연락을 받고 2021. 1. 7. 택배기사에게 피해물품을 회수하여 피해자에게 전달할 것을 부탁하였으나, 피해자는 택배기사에게 피해물품을 회수하지 말라고 요청하였다.
(6) 청구인은 2021. 1. 8. 16:22경 경북경산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고, 이때 피해물품을 경찰에 임의제출하였다. 피해자는 2021. 2. 10. 피해물품을 가환부받았다.
나. 점유이탈물횡령의 고의 유무
(1)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피해물품 습득 당시 수취인이 다른 사람으로 기재된 택배송장을 확인한 점, 청구인이 2020년 12월경에 ○○ 직원 박○○에게 전화하여 사은품을 보내준 것에 대하여 감사 인사를 한 점 등을 종합하여 청구인의 피의사실을 인정하였다.
(2)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청구인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고, 청구인이 피해물품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습득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 청구인은 가전제품 렌탈업체 ○○와 가전제품 렌탈계약을 체결하고 ○○ 직원 박○○로부터 토스트기를 선물받기로 약속하였고, 위 계약에 따라 가전제품이 설치된 2020. 11. 25.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20. 12. 9. 토스트기가 포함된 피해물품이 청구인이 거주하는 이 사건 주택에 배송되었다.
(나) 피해물품에는 토스트기뿐 아니라 포트기도 포함되어 있으나, 피해물품의 토스트기와 포트기의 색상이 일치하여 청구인으로서는 다수의 렌탈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박○○가 추가로 사은품을 제공하였다고 착각하였을 수 있다.
한편, 택배송장에 청구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수취인으로 기재되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청구인이 토스트기를 직접 주문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박○○의 이름을 몰랐던 청구인으로서는 박○○가 온라인으로 토스트기를 구입하여 청구인의 주소지로 배송하는 과정에서 청구인의 이름이 수취인으로 기재되지 않은 것일 뿐, 위 물건들 모두 박○○가 제공하는 사은품이라고 착각하였을 수 있다. 더욱이 이 사건 주택이 소재한 건물의 3층에는 청구인이 거주하는 이 사건 주택 이외에 다른 호실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설령 수취인 이름이 다르더라도 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주택 앞으로 배송된 피해물품을 자신의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피해물품에 토스트기뿐 아니라 포트기도 포함되어 있었고 청구인이 택배송장을 확인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청구인이 피해물품이 타인의 재물임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청구인은 2021. 1. 6. 피해물품이 오배송된 사실을 안 이후 적극적으로 피해자와 연락을 시도하며 피해물품의 반환을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하여 피해물품을 반환하지 못하였다. 한편, 청구인은 과거에도 잘못 배송된 택배 물품을 반환하기 위하여 인터넷 쇼핑업체 고객센터에 전화하여 물품 회수를 요청하여 잘못 배송된 물품을 반환한 사실이 있다. 이러한 사정은 청구인이 피해물품을 착오로 습득하였고 만약 피해물품이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임을 알았다면 이를 돌려주기 위하여 노력했을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라) 청구인은 경찰에서부터 줄곧 자신은 2021. 1. 6. 택배기사의 연락을 받은 후 박○○에게 연락을 하여 토스트기를 보낸 사실이 있는지 확인을 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피청구인은 2021. 1. 11. 박○○가 ‘청구인이 2020. 12.경 박○○에게 전화하여 토스트기를 보내줘서 고맙다고 말하였다’는 진술을 하였다는 수사보고를 토대로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이 제출한 통화내역에 의하면, 청구인과 박○○는 2020. 12. 7.과 2021. 1. 6.에 휴대전화로 서로 통화를 한 사실은 있으나, 청구인이 피해물품을 습득한 2020. 12. 9.부터 청구인이 오배송 사실을 확인한 2021. 1. 6. 전까지는 서로 통화를 한 사실이 없다. 박○○의 위 진술은 청구인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고, 청구인이 박○○와 통화한 시점은 객관적 증거를 통하여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에게도 박○○ 진술의 진위를 확인함과 아울러 청구인과 박○○가 서로 연락을 한 시점에 대하여 객관적인 자료로 이를 확인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그러한 추가 조사 없이 위 수사보고만을 근거로 만연히 청구인이 오배송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였다.
(3) 이상과 같이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점유이탈물횡령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유남석,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