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헌마160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3년 7월 20일

결정요지

청구인은 이 사건 이전부터 자폐성장애인 제1급으로 등록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이후 청구인이 발급받은 장애인증명서와 진단서에도 청구인의 자폐성장애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점, 경찰도 청구인에 대한 조사 당시 청구인과의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추단할 수 있는 청구인의 자폐성장애의 내용 및 정도에 비추어 보면, 비록 청구인이 피해자 소유의 주차된 차량 보닛 위로 올라가 발로 보닛을 내리찍어 이를 손괴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행위 당시 타인의 소유물인 위 차량의 효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침해되리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고, 나아가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 제366조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이○○
국선대리인 변호사 신미용
피청구인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8. 26. 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41318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0. 8. 26. 피청구인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피의사실에 관하여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41318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다.
「청구인은 2020. 7. 3. 15:48경 서울 (주소 생략) ○○ 아파트 ○○동 앞 주차장에 피해자 김○○(여, 39세)이 주차해 놓은 아반떼 차량(차량번호 생략) 보닛 위에 올라가 뛰는 방법으로 피해자 소유의 차량 보닛을 찌그러트려 시가 미상의 재물을 손괴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1. 2. 1.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피해자 소유의 주차된 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의 보닛 위에 올라가 한쪽 발로 구르는 행위를 하였을 뿐, 뛰지는 아니하였고, 청구인의 행위로 인하여 위 차량이 손괴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아니하다.
또한 청구인은 자폐성장애인 제1급으로서 지적수준이 3세 미만에 불과하여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이므로, 설령 청구인이 피의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 청구인에게 재물손괴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하여 재물손괴의 혐의를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1996년생, 남)은 2001. 8. 13. 자폐성장애인 제1급으로 등록된 사람으로서 현재 자폐성장애로 인해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다.
(2) 피해자는 2020. 7. 3. 13:00경 서울 (주소 생략)에 있는 ○○아파트 앞 주차장에 이 사건 차량을 주차하였다.
(3) 청구인은 2020. 7. 3. 15:48경 이 사건 차량 앞 도로를 천천히 걸어가다가 이 사건 차량 보닛 위로 올라가 두 발로 선 다음 왼발로 균형을 잡은 상태에서 오른발 발끝으로 보닛의 중앙 부분을 강하게 두 차례 내리찍었다(이하 ‘이 사건 행위’라 한다).
(4) 청구인은 이 사건 차량 보닛에서 도로로 뛰어내린 후 곧바로 도로를 뛰어서 횡단하였고, 도로 반대편에 있는 ○○치안센터 옆길까지 계속 뛰어갔다.
(5) 피해자의 남편 임○○는 그 다음날인 2020. 7. 4. 오전경 이 사건 차량 보닛의 중앙 부분이 움푹 파여 찌그러진 것을 발견하였고, 청구인의 이 사건 행위가 녹화되어 있는 이 사건 차량의 블랙박스 촬영영상을 확인한 후 경찰에 신고하였다. 그 후 피해자는 이 사건 차량의 보닛 등에 관한 수리비를 1,269,598원으로 산정한 정비사업자 명의의 2020. 7. 24.자 견적서를 경찰에 제출하였다.
(6) 경찰은 청구인이 다니던 ○○장애인종합복지관에 대한 탐문 수사 등을 통해 청구인이 이 사건 행위를 하였음을 확인하였고, 2020. 8. 17. 청구인의 어머니가 입회한 가운데 청구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당시 청구인은 경찰관과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였고, 청구인의 어머니가 청구인이 자폐성장애인 제1급이고, 최근 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하였는데, 계속 반복되는 말을 해서 언어치료를 받고 있으며, 갑자기 돌변하여 도전적ㆍ폭력적인 행동을 심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 청구인이 특수학교에 다님으로써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현재는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는 점, 청구인이 평소 자동차에 관심이 있기는 하나, 이 사건 행위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은 처음이고, 그 이유도 전혀 모르겠다는 점 등에 관하여 청구인 대신 진술하였다.
나. 손괴 행위 및 인과관계 인정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들에다가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청구인이 이 사건 행위로 이 사건 차량의 보닛을 손괴한 사실은 인정된다.
(1) 청구인과 같이 상당히 큰 체격의 성인 남성이 보닛 위에 서서 한쪽 발로 보닛의 중앙 부분을 강하게 밟는 행동을 반복할 경우 보닛의 중앙 부분이 찌그러지리라는 것은 경험칙상 쉽게 예상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이 사건 행위가 녹화된 블랙박스 촬영영상과 청구인의 이 사건 행위 후 이 사건 차량의 보닛을 촬영한 사진들을 비교하여 살펴보면, 청구인이 발로 밟은 부위와 움푹 파여 찌그러진 부위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청구인의 이 사건 행위가 녹화된 블랙박스 촬영영상을 살펴보면, 보닛의 중앙 부분의 음영이 청구인이 발로 밟기 전후로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다.
다. 고의 및 책임능력 인정 여부
(1) 청구인에게 재물손괴죄가 인정되려면, 이 사건 행위 당시 청구인이 타인의 소유물인 이 사건 차량의 효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침해하겠다는 인식을 미필적으로나마 가지고 있었고, 그와 더불어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도 갖추고 있었어야만 한다.
(2) 그러나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추단할 수 있는 청구인의 자폐성장애의 내용 및 정도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이 사건 행위 당시 타인의 소유물인 이 사건 차량의 효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침해되리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고, 나아가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가) 청구인의 복지카드 기재내용에 의하면, 청구인은 자폐성장애인을 제1 내지 3등급으로 분류하였던 구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2019. 6. 4. 보건복지부령 제6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별표 1 시행 당시 자폐성장애인 제1급으로 등록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당시 자폐성장애인 제1급이란 “ICD-10(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10th Version)의 진단기준에 따른 전반성발달장애(자폐증)로 정상발달의 단계가 나타나지 아니하고, 지능지수가 70 이하이며,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인하여 주위의 전적인 도움이 없이는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사람”을 의미하였다.
(나) 이 사건으로부터 약 4개월 후 청구인이 2020. 11. 18.자로 발급받은 장애인증명서에는 청구인의 주장애 및 장애 정도에 관하여 “자폐성장애,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명의의 2020. 11. 18.자 진단서에도 청구인의 주상병이 “소아기 자폐증”, 부상병이 “행동의 장애에 대한 언급이 없는 최중증 정신저하”이고, “청구인의 지적 수준이 3세 미만으로 의사소통이 불가한 상태임. 이에 최소 1년 이상 장기간 약물치료 및 정신과적 전문치료가 필요한 상태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다) 경찰은 2020. 8. 17. 청구인에 대한 조사 당시, 청구인과는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조사에 동석한 청구인의 어머니를 상대로 문답을 하여 간단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고, 조사 시작 후 13분 만에 조사를 마무리하였다.
라. 소결론
결국 이 사건 수사기록의 증거들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재물손괴의 고의와 책임능력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 사건 행위 당시 청구인의 자폐성장애의 내용 및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수사도 없이 청구인의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