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헌마994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3년 8월 31일

결정요지

청구인의 폭행은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먼저 위법적인 유형력을 행사하자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 청구인은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하여 약 28일 간의 치료가 필요한 비교적 중한 상해를 입었음에도 이에 대항하여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는 비교적 경미한 점, 여성인 청구인이 남성인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발로 차이고, 잡혀 끌려가자 이에 저항하며 피해자의 손을 떼어내려고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손톱으로 피해자의 팔을 할퀸 것은 폭행을 회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의 행위는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수사미진과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0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문○○
대리인 변호사 김석진
피청구인인천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1. 5. 21. 인천지방검찰청 2021년 형제20581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1987. 4. 13. 서울특별시교육위원회의
청구인은 2021. 5. 21. 피청구인으로부터 폭행 피의사실에 관하여 기소유예처분(인천지방검찰청 2021년 형제20581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1. 1. 22. 09:06경 인천 남동구 (주소 생략)에 있는 주거지에서 남편인 피해자 방○○과 말다툼을 하다가 112신고를 하기 위해 피해자가 들고 있던 휴대폰을 빼앗는 과정에서 손톱으로 피해자의 팔 부위를 할퀴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였을 뿐이지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고, 가사 청구인이 피해자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상처가 났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피의사실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3. 판단
가. 쟁점
이 사건 쟁점은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청구인의 폭행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이를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나. 인정사실
(1) 청구인과 피해자는 2020. 5. 14.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 관계로서 2021. 1. 22. 09:00경 동거하던 집에서 서로 다투게 되었다.
피해자는 2021. 1. 22. 09:04경 ‘여자가 나가지 않고 행패 중’이라는 내용의 112신고를 하였고, 청구인은 같은 날 09:10경 ‘남편한테 폭행을 당함’이라는 내용의 119신고를 하여 경찰관이 청구인과 피해자의 집으로 출동하였는데, 출동 당시 피해자의 오른팔에 긁힌 모양의 상처가 있었다.
한편 위 다툼으로 청구인은 약 28일 간의 치료가 필요한 요추 골절상 등을 입었다.
(2) 피해자는 2021. 3. 24. 경찰 조사에서 “청구인이 밤새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고 있어서 집을 나가라고 하며 술을 빼앗았더니, 청구인이 유리로 된 그릇으로 저를 내려찍으려고 하여 침대에 누워 발로 방어하면서 신고를 하였다. 신고하려던 휴대폰을 청구인이 빼앗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제 손에 상처를 입혔고, 청구인이 계속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하여 제가 발로 밀쳤더니 뒤로 넘어졌다. 아니 제가 밀치지 않았고 청구인이 자기 혼자 넘어졌다. 저는 방어만 하였을 뿐이다.”라고 진술하였다.
(3) 청구인은 2021. 2. 8. 경찰 조사에서 “아침에 피해자가 게임을 하고 있어서 피해자에게 장난을 쳤는데, 피해자가 저 때문에 게임에 졌다며 욕을 하며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제가 방을 나가자 피해자가 방문을 잠가버렸고, 제가 문을 열려고 하는 과정에서 잠금장치가 고장 났다. 그러자 피해자가 화를 내며 저를 양손을 잡고 끌어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였다. 끌려가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잡은 손을 떼어 내려고 하였는데 그때 피해자의 팔에 상처가 난 것 같다. 제가 나가지 않자 피해자는 발로 제 발과 배 부위를 걷어찼다. 제가 넘어지자 무릎 부위를 수차례 밟았다. 그 와중에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겠다면서 저의 휴대폰을 빼앗아 방으로 갔다. 제가 휴대폰을 달라고 하면서 따라 들어갔는데 피해자가 저의 배를 발로 찼고 그 과정에서 제 허리가 책상에 부딪쳐 골절되었다.”라고 진술하였다.
(4) 청구인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며 제출한 사건 당시 음성녹취 파일에는, 청구인이 집을 나가는 것과 관련하여 청구인과 피해자가 말다툼을 하다가 피해자가 청구인을 잡고 끌거나 배를 차고, 불상의 철제 물건을 던지는 등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녹음되어 있으며(피해자는 계속 ‘나가’라고 소리치고, 청구인은 ‘내 몸에 손대지 마요’, ‘발로 차지 말라고’, ‘오지 마’라고 하며 비명을 지름), 피해자의 폭행 도중 피해자의 ‘아!’하는 한차례 비명 소리가 녹음되어 있다. 또한 피해자의 112신고 도중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내 핸드폰 내놔’라고 하면서 수차례 소리치자 피해자가 신고를 방해하지 말라면서 다시 청구인을 폭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청구인이 ‘발로 차지 마’라고 하며 비명을 지름)도 녹음되어 있다.
(5) 피청구인은 2021. 5. 21. 청구인의 피해자에 대한 폭행 피의사실에 관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고, 같은 날 피해자의 청구인에 대한 상해 피의사실에 관하여도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청구인의 폭행사실 인정 여부
사건 직후 촬영된 피해 부위 사진에 의하면 피해자의 오른팔에 손톱 등에 긁힌 것으로 보이는 경미한 상처가 있는 점, 청구인은 ‘피해자에게 끌려가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잡은 손을 떼어 내려고 하였는데 그때 피해자의 팔에 상처가 난 것 같다’라고 진술하는 점, 위 음성녹취 파일에 피해자의 비명 소리가 녹음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폭행을 행사한 사실은 인정된다.
라.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싸움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헌재 2013. 8. 29. 2011헌마743; 헌재 2017. 4. 27. 2017헌마26; 헌재 2020. 5. 27. 2019헌마1419 참조).
(2) 우선, 피해자의 팔에 상처가 발생한 경위에 대하여 피해자와 청구인의 진술이 상반되지만, ① 피해자는 청구인이 그릇으로 피해자를 내려찍으려고 하여 발로 방어만 하였을 뿐이고 청구인을 발로 차지 않았다고 진술하나, 위 음성녹취 파일에 의하면 청구인이 그릇으로 피해자를 폭행하려는 정황이 전혀 없고, 피해자가 청구인을 발로 차는 등 거의 일방적으로 폭행한 정황만 확인되는 것에 비추어 전체적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높지 않은 점, ② 반면에 수사기관에서의 청구인의 진술은 객관적인 증거인 위 음성녹취 파일의 내용에 대체로 부합하는 점, ③ 위 음성녹취 파일에 의하면 피해자의 비명 소리는 피해자가 청구인을 끌고 가는 과정에서 한차례 확인될 뿐이고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휴대폰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상처는 청구인의 주장처럼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끌려가는 도중에 피해자의 손을 떼어 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3) 그렇다면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에게 상처를 입힌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청구인의 폭행은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먼저 위법적인 유형력을 행사하자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 ② 청구인은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하여 약 28일 간의 치료가 필요한 비교적 중한 상해를 입었음에도 이에 대항하여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는 비교적 경미한 점, ③ 여성인 청구인이 남성인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발로 차이고, 잡혀 끌려가자 이에 저항하며 피해자의 손을 떼어내려고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손톱으로 피해자의 팔을 할퀸 것은 폭행을 회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선제적이고 일방적인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이를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인 유형력 행사로서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
(4)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당시의 상황을 보다 면밀히 살펴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행위나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혀보았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별다른 고려 없이 바로 청구인에게 폭행 혐의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
마.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과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