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바552

민법 제103조 위헌소원

결정일: 2023년 9월 26일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은 사회적ㆍ문화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실정법에 의하여 미처 구체화되지 못한 사회의 질서를 수용하여 법질서를 보충ㆍ구체화하며, 법률행위의 당사자들이 공동체의 전체질서 내에서 사적자치를 발현하도록 하고자 한다. 심판대상조항의 ‘선량한 풍속’은 사회의 일반적 도덕관념 또는 건전한 도덕관념으로 모든 국민에게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의 도덕률로 해석할 수 있고, ‘사회질서’란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와 집단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법률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내용의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일일이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법률에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내용으로서 그 효력을 부인해야 하는 법률행위를 빠짐없이 규율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매우 어렵고,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과 기능에 비추어 적절하지도 않다.
또한, 문제되는 법률행위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인지는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 그 법질서가 추구하는 가치 및 이미 구체화된 개별입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하고, 개별 사례들에 관한 학설과 판례 등의 집적을 통해 그 판단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로써 문제되는 법률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법관의 주관적ㆍ자의적 신념이 아닌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 공동체의 객관적 관점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건2020헌바552 민법 제103조 위헌소원
청구인최○○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이상근, 신승기, 강호정, 임방조, 김법윤, 진재인, 김범준, 백지예, 오세원
당해사건부산고등법원 2019나58257 약정금
선고일2023. 9. 26.
【주 문】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3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정○○, □□ 주식회사(이하 ‘□□’라고만 한다)는 2016. 3. 24.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관세) 등의 공소사실로 부산지방법원에 공소제기되었다(2016고합173). 위 법원은 2016. 9. 23. 정○○의 일부 범죄사실에 대하여 징역 3년 및 벌금 190억 원, 나머지 범죄사실에 대하여 징역 2년 6월 및 벌금 10억 원을, □□에 대하여 벌금 1,757,889,541원을 선고하였다.
나. 정○○ 및 □□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부산고등법원 2016노636), 정○○의 배우자인 조○○은 2016. 11.경 변호사인 청구인에게 정○○, □□에 대한 위 판결의 항소심 재판(이하 ‘이 사건 형사재판’이라 한다)의 변호를 위임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위임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위임계약은 정○○, □□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전부 무죄가 선고될 경우 조○○이 청구인에게 보수로 착수금 외에 5억 원(부가가치세 별도)을 지급하도록 약정되어 있었다.
다. 청구인은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라 이 사건 형사재판의 변호를 수행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2017. 9. 27. 정○○, □□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가 위 항소심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대법원 2017도17424), 대법원이 2018. 12. 27.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위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라. 청구인은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정○○, □□에 대하여 각 무죄가 선고되었으므로, 정○○, □□ 및 조○○은 연대하여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라 이미 지급된 착수금을 제외한 나머지 5억 5,00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청구인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2019. 5. 23. 위 금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9가합44886). 부산지방법원은 2019. 11. 6. 청구인이 주장하는 보수지급에 관한 약정은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에 해당하여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하였다. 청구인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부산고등법원 2019나58257), 항소심 계속 중 민법 제103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신청하였다(부산고등법원 2020카기5002).
마. 당해 사건 법원은 2020. 10. 8. 청구인의 항소를 기각함과 아울러, 같은 날 청구인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2020. 11. 12. 민법 제103조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3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이라는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용어를 제시할 뿐이고,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의 의미나 판단기준, 방법이나 효과 등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지 아니하여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나.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이 무효라고 본 법원의 판결은 사실상의 입법작용을 한 것으로 헌정질서의 근간을 허무는 것이다. 민법 제103조 중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 부분은 청구인의 계약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법률행위가 무효가 되는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인정되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주장하나 심판대상조항은 부당이득에 관한 법률조항이 아니므로, 이 부분에 관해서는 따로 살펴보지 않는다.
(2) 한편, 청구인은 형사성공보수약정이 민법 제103조에 위반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은 실질적으로 법원이 입법권을 행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거나, 이로 인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청구인의 이러한 주장은 심판대상조항의 불명확성을 강조하는 것에 불과하거나,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의 법률조항의 단순한 포섭·적용에 관한 당해 사건 법원의 재판결과 혹은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판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에 대하여도 따로 살펴보지 않는다.
나. 심판대상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1) 헌법상 명확성원칙은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으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고,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그 근거로 한다(헌재 2002. 1. 31. 2000헌가8 참조). 그런데 명확성의 정도는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개개의 법률이나 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각 법률이 제정되게 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통상적으로 법률규정은 일반성ㆍ추상성을 가지는 것으로서 입법기술상 어느 정도의 보편적 내지 일반적 개념의 용어사용은 부득이하므로,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다른 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지고, 당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와 전체적 체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법관의 법 보충작용으로서의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가 분명해질 수 있다면 이 경우까지 명확성을 결여하였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10. 6. 24. 2007헌바101등; 헌재 2012. 12. 27. 2011헌바225; 헌재 2016. 12. 29. 2016헌바263; 헌재 2020. 12. 23. 2019헌바25 참조). 그리고 민사법규는 사회현실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흠결 없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하므로, 형벌법규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헌재 2019. 2. 28. 2017헌바106 참조).
(2) 사적자치의 원칙은 인간의 자기결정 및 자기책임의 원칙에서 유래된 기본원칙으로서, 법률관계의 형성은 고권적인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인격자 자신들의 의사나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사적자치의 원칙도 공동체의 전체질서와의 관계에서 제약을 받는다(헌재 2001. 5. 31. 99헌가18등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사회적ㆍ문화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실정법에 의하여 미처 구체화되지 못한 사회의 질서를 수용하여 법질서를 보충ㆍ구체화하며, 법률행위의 당사자들이 공동체의 전체질서 내에서 사적자치를 발현하도록 하고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의 효력을 무효로 하고 있다.
(3) 심판대상조항의 ‘선량한 풍속’은 사회의 일반적 도덕관념 또는 건전한 도덕관념으로 모든 국민에게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의 도덕률로 해석할 수 있고, ‘사회질서’란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와 집단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이처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것으로 보이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법률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를 일일이 규정하고 있지 않다. 법률행위는 그 당사자가 기본적으로 상대방, 내용, 방식 등을 자신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여 행할 수 있는 것이므로, 법률에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내용으로서 그 효력을 부인해야 하는 법률행위를 빠짐없이 규율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매우 어렵고,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과 기능에 비추어 적절하지도 않다.
한편, 문제되는 법률행위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 그 법질서가 추구하는 가치 및 이에 관하여 입법자가 이미 구체화해 놓은 개별입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개별 사례들에 관한 학설과 판례 등의 집적을 통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가 어느 정도 유형화됨으로써 그 판단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로써 문제되는 법률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법관의 주관적ㆍ자의적 신념이 아닌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 공동체의 객관적 관점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4) 이상과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