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헌마160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3년 9월 26일

결정요지

청구인이 출입한 주거는 청구인이 피해자와 함께 거주하던 집이었다는 점, 피해자가 청구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고 일방적으로 청구인의 출입을 금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청구인이 공동거주자의 지위에서 이탈하거나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 청구인은 공동거주자로서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누르는 방법으로 출입하여 출입 당시의 객관적·외형적 행위태양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것도 아니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타인의 주거에 침입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9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건2021헌마1602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김○○
대리인 변호사 김형태
피청구인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
선고일2023. 9. 26.
【주 문】
피청구인이 2021. 11. 29.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2021년 형제31080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1. 11. 29. 피청구인으로부터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2021년 형제31080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다. 피의사실은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1. 9. 2.경 별거 중인 피해자가 거주하는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주거침입을 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1. 12. 29.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피해자가 청구인과 공동으로 거주하던 안산시 단원구 (주소 생략) (이하 ‘이 사건 주택’이라 한다)에 청구인의 출입을 막는 것은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청구인이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이 사건 주택에 들어갔다고 하여 이를 주거침입 행위로 볼 수 없다. 또한, 청구인은 자신의 짐을 가지러 들어갔을 뿐이고 당시 피해자가 이 사건 주택에 있지도 않았으므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이 침해되지도 않았다. 설령 주거침입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청구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3. 판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의 공동거
주자 지위에 있는지 여부, 그리고 청구인이 피해자가 이 사건 주택에서 누리는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이 사건 주택에 침입하였는지 여부이다.
나. 관련 법리
(1) 형법은 제319조 제1항에서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주거침입죄는 주거에 거주하는 거주자, 건조물이나 선박, 항공기의 관리자, 방실의 점유자(이하 ‘거주자 등’이라 한다) 이외의 사람이 위 주거,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방실(이하 ‘주거 등’이라 한다)에 침입한 경우에 성립한다. 따라서 주거침입죄의 객체는 행위자 이외의 사람, 즉 ‘타인’이 거주하는 주거 등이라고 할 것이므로, 행위자 자신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거주하거나 관리 또는 점유하는 주거 등에 임의로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주거에 거주하거나 건조물을 관리하던 사람이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거나 주거 등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관리를 상실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을 뿐이다.
한편, 주거침입죄가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이상, 공동주거에서 생활하는 공동거주자 개개인은 각자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누릴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공동거주자 각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주거관계의 취지 및 특성에 맞추어 공동주거 중 공동생활의 장소로 설정한 부분에 출입하여 공동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유로, 다른 공동거주자가 이에 출입하여 이용하는 것을 용인할 수인의무도 있다. 그것이 공동거주자가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보편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이처럼 공동거주자 각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서 누리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은 공동거주자 상호 간의 관계로 인하여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고, 공동거주자는 이러한 사정에 대한 상호 용인하에 공동주거관계를 형성하기로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동거주자 상호 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자유로이 출입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한 경우, 다른 공동거주자가 이에 대항하여 공동생활의 장소에 들어갔더라도 이는 사전 양해된 공동주거의 취지 및 특성에 맞추어 공동생활의 장소를 이용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뿐, 그의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지만 주된 평가 요소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의 공동거주자인지 여부
기록에서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당시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의 공동거주자 지위에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이 있기 전 피해자가 청구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였다거나 청구인을 이 사건 주택에 일방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청구인과 피해자 사이에 부부관계를 청산하고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에 더 이상 살지 않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의 공동거주자 지위에서 이탈하였다거나 배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
(1) 청구인은 연인관계이던 피해자와 2007. 12. 안산시에 있는 청구인 모친의 주거에서 동거하기 시작하였고, 2010. 1.경 영주권을 취득한 후 2010. 3. 22. 주한중국대사관에서 결혼등록을 하여 피해자와 법적 부부가 되었다. 청구인은 이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10년 넘게 피해자와 혼인생활을 유지하여 왔다.
(2) 청구인과 피해자는 이후 강릉시, 충청남도 홍성군 등지의 목욕탕에서 세신 및 안마 일을 하며 함께
살았다. 그러다가 피해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그만두고 안산시로 돌아간 2013. 5.경부터는 청구인이 자신의 근무일에는 직장 근처에서, 매주 또는 격주의 휴무일에는 피해자가 있는 안산시로 가서 지내는 주말부부 생활을 하였고, 피해자가 2019. 3. 28. 소유권을 취득한 이 사건 주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청구인은 이 무렵 직장이 있는 천안시에서 지내고 있었으나, 피해자가 이 사건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다음 날인 2019. 3. 29. 이 사건 주택으로 주소변경신고를 하였다.
(3) 청구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얻은 자녀인 김□□ 역시 이 사건 주택에서 피해자와 함께 생활하였고, 다만 피해자가 2021. 8. 17.경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라 한다) 진단을 받은 것을 계기로 김□□가 집에서 나가게 되었다.
(4) 비록 피해자가 이 사건 주택을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기는 하나, 청구인은 2013년부터 별다른 수입이 없던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송금하거나 현금을 교부하는 등으로 이 사건 주택의 매매대금을 마련하는 데 상당히 기여하였다.
(5) 피해자는 2021. 6. 30. 청구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였는데, 청구인은 2021. 7. 16. 소장부본을 송달받은 다음에도 2021. 8. 초경의 휴가 중 얼마간을 이 사건 주택에서 보냈다. 청구인은 2021. 8. 18.에도 이 사건 주택을 찾았으나, 피해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가 격리 등을 이유로 더 이상 청구인을 이 사건 주택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당시 피해자가 청구인과 실랑이를 하던 중 112에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하였고, 경찰은 청구인에게 피해자가 코로나19로 자가 격리 중임을 설명하며 귀가하도록 조치하였다. 이 사건은 이처럼 피해자가 청구인의 이 사건 주택 출입을 일방적으로 막은 지 불과 약 2주 만에 일어났다.
(6) 이 사건 당시에도 청구인의 옷가지와 일할 때 사용하는 공구 등이 이 사건 주택에 남아 있었다.
(7) 청구인은 2021. 8. 24. 법원에 피해자의 이혼 청구를 기각하여 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였다.
라. 청구인의 행위가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바탕이 된 피의사실은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위 비밀번호는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의 공동거주자로서 자연스럽게 알고 있던 것일 뿐, 불법적이거나 은밀한 방법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다. 또한, 청구인은 피해자가 이전에 자가 격리를 이유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기 때문에 2주간의 격리 기간이 종료되었을 무렵인 2021. 9. 2. 이 사건 주택에 들어가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청구인은 이 사건 주택에 들어가 한동안 머무르다가 피해자가 퇴근 후 경찰을 대동하고 오자 안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청구인의 이 사건 주택 출입 전후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이와 같은 행위태양을 두고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한편, 거주자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지와 관련하여,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이 사건이 있기 약 2주 전 더 이상 이 사건 주택에 찾아오지 말라고 하였던 사실은 있다. 그러나 당시 주된 이유는 피해자가 코로나19로 자가 격리 중이라는 것이었다. 피해자와 청구인의 관계, 청구인은 자신의 짐을 챙겨 나오기 위하여 이 사건 주택에 출입하고자 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와 같은 특별한 사유가 없었다면 피해자가 청구인의 이 사건 주택 출입을 무작정 거부하였으리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피해자가 경찰로부터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에 들어갔다는 연락을 받은 후 청구인을 제지하여 달라는 등 경찰에 특별한 대응을 요청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
이상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에 들어간 행위가 사실상 주거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침입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마. 소결
결국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행위가 주거침입죄를 구성한다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이나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