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마162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3년 10월 26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0헌마1622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이○○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백상
담당변호사 강석민
피 청 구 인 인천지방검찰청 검사
선 고 일 2023. 10. 26.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10. 19. 인천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77808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0. 10. 19. 청구인에 대하여 군형법 제92조의6에 규정된 추행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인천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77808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6. 11.경 중사 박○○의 성기를 잡고 사정시키는 방법으로 유사성행위를 하여 추행하였다(이하 ‘제1피의사실’이라 한다).
청구인은 2018. 8. 21. 중사 박○○의 성기를 잡고 사정시키는 방법으로 유사성행위를 하여 추행하였다(이하 ‘제2피의사실’이라 한다).』
나. 청구인은 2020. 12. 8.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군형법 제92조의6은 ‘그 밖의 추행’의 의미가 불분명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고,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며, 행위태양을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처벌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이와 같이 위헌적인 법률규정인 군형법 제92조의6을 적용하여 이루어진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관련조항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된 것)
제92조의6(추행)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된 것)
제1조(적용대상자) ① 이 법은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대한민국 군인에게 적용한다.
② 제1항에서 "군인"이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兵)을 말한다. 다만, 전환복무(轉換服務) 중인 병은 제외한다.
4. 판단
가. 관련 법리
군형법 제92조의6의 문언, 개정 연혁, 보호법익과 헌법 규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규정은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제1피의사실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닌 박○○와 동성애자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났다. 제1피의사실은 청구인과 박○○의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발생하였고, 그 과정에 폭행·협박, 위계·위력은 없었으며 의사에 반하는 행위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정이 전혀 없다. 위 피의사실은 19:00경 영내 주차장에 주차된 박○○의 차량 뒷좌석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만으로는 제1피의사실이 군 공동체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위한 추가적인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제1피의사실 발생 당시(19:00) 위 영내 주차장이 군인의 공적 임무에 활용되고 있었는지 여부, 제1피의사실 발생 당시 청구인에게 구체적으로 부과된 업무 또는 훈련이 있었는지 여부, 제1피의사실이 발생한 당시 영내 주차장의 이용 실태, 청구인이 영내에 있었던 경위 등에 관한 추가조사를 통하여 제1피의사실이 군이라는 공동체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록만으로는 제1피의사실이 군형법 제92조의6에서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제2피의사실에 대한 판단
이 사건의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근무시간 외에 박○○의 영외 개인숙소에서 박○○와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제2피의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 폭행·협박, 위계·위력은 없었으며 의사에 반하는 행위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정도 전혀 없다. 청구인의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체 내의 공적, 업무적 영역 또는 이에 준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져 군이라는 공동체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정은 증명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살펴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청구인의 행위는 군형법 제92조의6에서 처벌대상으로 정한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 소결론
따라서 청구인이 군형법 제92조의6을 각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에 해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중 제1피의사실 부분에 관한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중 제1피의사실 부분에 관한 별개의견
우리는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제1피의사실 부분에 대하여는 법정의견과 그 이유를 달리 한다.
가. 제1피의사실에 적용되는 형벌조항인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된 것) 제92조의6 중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형벌조항’이라 한다)은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가 사적 공간 이외의 장소에서 이루어짐으로써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해석할 경우에는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헌법재판소 2023. 10. 26. 2017헌가16등 결정 중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이 사건 형벌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에 그 상세한 이유를 밝혔는바, 그 요지는 아래와 같다.
(1) 자유로운 의사의 합치에 따라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성적 행위가 사적 공간 이외의 장소에서 행하여진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군이라는 공동체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가 사적 공간 이외의 장소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동성 간의 성적 행위가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그 자체로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2) 사적 공간 이외의 장소에서 이루어진 동성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이 사건 형벌조항을 적용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이 사건 형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가) 근무시간 중이나 공적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군인 간 합의된 성적 행위로 인해 군기가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징계절차에 따른 제재를 통하여 내밀한 사생활 영역에 대한 국가 형벌권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군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확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 형벌조항은 전시·사변 등과 같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운 급박한 상황으로 한정하지도 아니한 채, 동성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면 이를 제한 없이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징계를 통해 이 사건 형벌조항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도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는 자발적 성적 행위에 대해서까지 형벌을 통해 규제하는 것으로, 형벌의 보충성 및 최후수단성에 반하는 형벌권의 과잉규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나) 동성 군인 사이에 자발적 합의에 기반하여 이루어지는 성적 행위는 상대방에 대하여 아무런 법익 침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동성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행위자를 ‘범죄자’로 낙인찍음으로써 오히려 군 조직의 단결과 조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병역제도가 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와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동성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징집되어 입대한 군인에 대하여 병역의무를 이유로 수인의 한계를 넘는 가혹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 된다. 결국 군기라는 추상적인 공익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어떠한 강제력도 수반하지 않는 성적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개인의 내밀한 성적 지향에 심대한 제약을 가하는 것으로서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다) 이상과 같이 이 사건 형벌조항이 동성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에 대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
(3) 이 사건 형벌조항은 동성 군인 간 사적 공간 이외의 장소에서의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하여 동성 군인 간 성적 행위와 이성 군인 간 성적 행위를 차별적으로 취급한다. 이러한 차별취급의 사유로 군 병력의 절대 다수가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어 동성 군인 간 성적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으나, 동성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는 특정한 성적 지향에 기초한 것이어서 단순히 군 병력 대다수가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다거나 장기간의 폐쇄적인 단체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갑자기 발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설령 군 병력 대다수가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유 등으로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의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하더라도,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는 성적 행위에 대해서는 징계를 통하여 군기 확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 사건 형벌조항이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에 대해서만 군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한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사회적 다수인 이성애자들의 성적 행위만을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으로, 그렇지 않은 동성 간 성적 행위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입법 및 법률해석에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서 그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 형벌조항이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에 대해서만 가장 강력하고 가혹한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형벌조항은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나. 법정의견은 제1피의사실이 이 사건 형벌조항에 따른 처벌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제1피의사실이 이 사건 형벌조항에서 규정한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사건 형벌조항이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가 사적 공간 이외의 장소에서 이루어짐으로써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해석할 경우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는 이상, 제1피의사실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은 그 자체로 위헌인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이루어진 공권력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여야 한다.

재판장,유남석,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