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3헌마53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3년 12월 21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3헌마532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정○○
대리인 법무법인 온강
담당변호사 배한진, 이고은
피 청 구 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선 고 일 2023. 12. 21.
【주 문】
피청구인이 2023. 1. 10.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23년 형제2563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3. 1. 10. 청구인에 대하여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23년 형제2563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2. 12. 29. 15:00~15:15경 청구인의 주거지에서, 친동생인 피해자와 대화 중 시비가 되어 몸싸움을 하다가 식칼(총 길이 33cm, 날 길이 20cm)을 손에 들고 ‘죽이겠다’라고 말하면서 위해를 가할 듯한 언동을 함으로써 흉기를 휴대하여 피해자를 협박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3. 4. 10.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죽이겠다’라는 말을 하거나 식칼로 피해자를 협박한 사실이 없다. 청구인은 피해자와 언쟁을 하는 중 위협이 될까 두려워 식탁 위에 있는 식칼을 치우려고 손을 뻗었는데, 피해자가 오해하고 112에 신고하였을 뿐이다. 또한 사법경찰관은 피해자가 임의로 제출하는 식칼을 영장 없이 압수하였으나, 피해자는 식칼의 소지자나 보관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는 위법한 증거수집이다.
이와 같이 청구인은 협박을 하지 않았고 협박을 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음에도, 청구인의 특수협박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
3. 관련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83조(협박, 존속협박) ①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제284조(특수협박)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전조 제1항, 제2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218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
4.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과 피해자는 형제지간으로, 청구인은 서울 강남구 (주소 생략) (이하 ‘이 사건 주거지’라 한다)에서 거주하고, 피해자는 여수시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던 중 청구인을 방문하여 2022. 12. 23.부터 2022. 12. 31.까지 이 사건 주거지에 머물렀다.
(2) 청구인과 피해자는 2022. 12. 29. 이 사건 주거지에서 점심 식사 후 언쟁을 하게 되었다. 이에 피해자는 이 사건 주거지에서 나와 같은 날 15:12경 ‘형이 흉기를 들고 있다’고 112에 신고하였고, 이 사건 주거지가 있는 건물 로비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을 만나 ‘금일 형과 과거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시비가 되어 몸싸움을 하였고, 형이 갑자기 식칼을 들고 죽이겠다고 하여 무서워 112에 신고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후 경찰관들은 피해자와 함께 이 사건 주거지 안으로 들어갔는데, 당시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경찰관들은 소파 위에 있던 식칼 1개를 발견하였고, 그 식칼을 피해자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받아 압수하였다.
경찰관들은 약 40분 동안 이 사건 주거지에서 머물다가 피해자와 함께 파출소로 가기 위해 1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청구인을 마주쳤고, 청구인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은 ‘피해자와 언쟁을 하였을 뿐이고 칼로 위협한 적이 없다. 식탁에 있던 식칼을 일부러 다른 곳으로 치워놓았다’면서 동행을 거부하였다.
경찰관들과 함께 파출소로 간 피해자는 청구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진술서 작성을 거부하였다. 피해자는 파출소를 나와 경찰관에게 ‘형이랑 화해해서 형 집에 왔다’, ‘협박을 한 적이 없어서 신변보호는 필요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
(3) 피해자는 2022. 12. 31. 경찰관과 통화하면서 ‘형이 칼을 들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밖으로 나왔고, 직접 칼을 손에 쥐어 드는 모습은 보지 못하였다. 죽이겠다는 말을 듣지는 못했다’고 하는 등 진술을 번복하였다. 청구인은 같은 날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계란말이를 자르려고 식탁 위에 칼을 올려놓았고, 언쟁을 하다가 칼이 위협이 될까봐 치우려고 했는데, 피해자가 집 밖으로 나갔다. 피해자가 나간 후 우울감이 와서 칼을 들고 순간 자해를 하려다가 나가서 지하철역으로 피해자를 찾으러 갔다가 돌아왔다’면서 범행을 부인하였다.
나. 관련 법리
(1) 형법 제284조, 제283조 제1항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협박한 자를 특수협박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는 범행현장에서 사용하려는 의도 아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거나 몸에 지니는 경우를 가리키고, ‘협박’은 일반적으로 그 상대방이 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7도771 판결 참조).
(2)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사법경찰관은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을 위반하여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아닌 자로부터 제출받은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한 경우 그 압수물 및 압수물을 찍은 사진은 이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고,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선언한 영장주의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0092 판결 참조).
다. 청구인이 식칼을 휴대하여 피해자를 협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기소유예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비록 사안 자체가 가볍다고 하더라도 피의사실을 인정함에 있어 신중을 기하여야 하며 현출된 증거가 유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면 단순히 재량적, 심정적 판단으로 혐의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 및 형사 증거법의 원칙에 따라 피의사실 인정 여부를 판단하거나 추가적인 조사를 통하여 사실을 규명하는 것이 헌법상 원칙에 부합한다(헌재 2010. 6. 24. 2009헌마712; 헌재 2019. 6. 28. 2017헌마882 참조).
그런데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식칼을 휴대하여 피해자를 협박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청구인은 일관되게 자신은 칼을 치우려고 했을 뿐 피해자를 칼로 협박한 사실이 없고 협박할 의사도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반면, 피해자는 ‘형이 흉기를 들고 있다’고 112에 신고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형과 몸싸움을 하다가 형이 갑자기 식칼을 들고 죽이겠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신고한 당일 파출소에서 피해 진술서 작성을 거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찰관에게 ‘협박을 한 적이 없어서 신변보호는 필요 없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으며, 2022. 12. 31. 경찰관에게 ‘형이 칼을 손에 쥐어 드는 모습은 보지 못하였다. 죽이겠다는 말을 듣지는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등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 그 신빙성이 의심된다.
(2) 영장 없이 압수된 식칼의 소유자는 청구인이고 피해자는 일시적으로 청구인의 주거지에 머물렀을 뿐이며, 사건 발생 당시에도 청구인이 사용하려고 식탁 위에 칼을 올려두었다가 소파 위로 치운 것이므로 피해자가 자기를 위하여 식칼을 점유하는 소지자라거나 보관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찰관들은 이 사건 주거지에서 청구인이 소파 위에 올려놓은 식칼을 발견한 것이므로, 식칼을 ‘피의자가 유류한 물건’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영장 없이 압수된 식칼과 이를 촬영한 사진 또한 피의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라. 소결
이상과 같이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이 식칼을 휴대하여 피해자를 협박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하여 특수협박 혐의를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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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