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헌바285

구 특허법 제53조 제2항 등 위헌소원

결정일: 2023년 12월 21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건2021헌바285 구 특허법 제53조 제2항 등 위헌소원
청구인○○ 주식회사
대표이사 안○○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권동주, 김근호, 장세호
당해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11134 특허권침해금지 등 청구의 소
선고일2023. 12. 21.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노○○(외국인, 이하 ‘이 사건 특허권자’라 한다)는 1996. 4. 30. 페닐 카르바메이트의 경피투여용 약학적 조성물에 관한 특허(이하 ‘이 사건 특허’라 한다)를 출원하였고, 이 사건 특허는 1997. 4. 21. 출원공고된 후 1997. 8. 29. 특허등록되었다. 이 사건 특허권자는 이 사건 특허를 실시하여 ‘엑셀론패취5(리바스티그민)’(이하 ‘이 사건 의약품’이라 한다)를 제조하였다. 이 사건 특허가 등록될 무렵의 존속기간(예정) 만료일은 출원공고일로부터 15년이 경과한 2012. 4. 21.이었으나 특허청장은 2019. 8. 5. 이 사건 특허의 존속기간을 2014. 9. 11.로 873일 연장하는 내용의 연장신청을 승인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이라 한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특허의 원래의 존속기간 만료일과 연장된 존속기간 만료일 사이의 기간 중에 이 사건 의약품의 복제 의약품인 ‘○○’를 생산·수출하였는데, 이 사건 특허권자는 청구인이 이 사건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청구인을 상대로 손해배상금의 지급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11134). 청구인은 소송 계속 중 구 특허법 제53조 제2항 및 제3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1. 8. 20. 이 사건 특허권자의 청구가 일부 인용되고, 제청신청이 기각되자(서울중앙지방법원 2020카기50132 결정) 2021. 9. 2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한편, 청구인은 2019. 8. 26. 특허청장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의 무효확인을, 예비적으로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21. 2. 9. 모두 기각되었다(서울행정법원 2019구합78098 판결). 청구인은 항소하였으나 2021. 10. 14. 기각되었고(서울고등법원 2021누37252 판결) 상고하지 아니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 사건 특허권자는 위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피고 특허청장의 보조참가인으로 참가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특허법(1986. 12. 31. 법률 제3891호로 개정되고, 1990. 1. 13. 법률 제4207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특허법’이라 한다) 제53조 제2항 및 제3항(이를 합하여 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특허법(1986. 12. 31. 법률 제3891호로 개정되고, 1990. 1. 13. 법률 제4207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특허권의 존속기간) ② 특허청장은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특허발명을 실시하기 위하여 다른 법령에 의하여 허가를 받거나 등록을 하여야 하고 그 허가 또는 등록을 위하여 필요한 활성·안전성 등의 시험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5년의 기간내에서 당해 특허권의 존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③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존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특허발명의 대상·요건 기타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관련조항]
구 특허법(1986. 12. 31. 법률 제3891호로 개정되고, 1990. 1. 13. 법률 제4207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특허권의 존속기간) ① 특허권의 존속기간은 출원공고가 있은 경우에는 그 공고가 있은 날로부터, 출원공고가 없는 경우에는 특허권설정의 등록이 있은 날로부터 15년으로 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구 약사법(1991. 12. 31. 법률 제44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의약품등의 제조업의 허가(제26조)와 수출입업의 허가(제34조)를 구분하고 있었으므로, 구 특허법 시행령(1987. 7. 1. 대통령령 제12199호로 개정되고, 1990. 8. 28. 대통령령 제13078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의2는 구 약사법 제26조 제1항에 의하여 ‘제조업’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약품의 발명에 해당하는 특허권의 경우에만 존속기간 연장승인의 대상으로 삼고 제34조 제1항에 의하여 ‘수출입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연장승인의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관련사건에서 대법원 역시 모법인 심판대상조항을 구 약사법 제34조 제1항에 의하여 ‘수출입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도 존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으로 해석하면서도, 행정입법의 미비 사실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4두37702 판결). 즉 행정청으로서도 모법의 위임범위를 명확히 알 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나.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대상은 특허권 효력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이므로 국회가 스스로 결정하여야 하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아니하여 심판대상조항은 법률유보원칙 특히 의회유보원칙에 어긋난다.
다.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는 특허권자의 입장에서는 시혜적인 것이나, 특허발명 이용자의 이용권을 제한하는 것이며 특히 연장승인된 특허권에 대한 특허권 침해죄와 같은 처벌법규의 구정요건이 되므로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구가 강화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위임입법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않고 위임하여 포괄위임금지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도 위반된다.
4. 판단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의 경우 법원에 계속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하고, 이 경우 재판의 전제라 함은 문제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2020. 12. 23. 2019헌바484 등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특허 존속기간 연장승인 처분의 근거 법률로서, 구체적인 존속기간 연장 여부 및 연장 기간은 특허청장의 연장승인이라는 행정처분에 따라 정하여진다. 특허청장은 2018. 12. 18. 이 사건 특허에 대한 연장신청 승인공고를 하였고, 2019. 8. 5. 위 연장신청을 승인하는 통지를 하였다(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
당해 사건은 이 사건 특허의 존속기간이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에 따라 2014. 9. 11.까지 연장되었고, 청구인이 이 사건 특허의 원래의 존속기간 만료일과 연장된 존속기간 만료일 사이의 기간(2012. 4. 21. - 2014. 9. 11.) 중에 이 사건 의약품의 복제 의약품을 생산·수출함으로써 이 사건 특허를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특허권자가 청구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따라서 당해 사건은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이 유효하고, 그에 따라 청구인이 복제 의약품을 생산·수출한 기간 동안 이 사건 특허가 존속하고 있었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결국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의 효력 여부는 당해 사건에 있어서의 선결문제라고 할 것이다.
이 경우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의 근거 법률인 심판대상조항이 당해 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지 문제된다.
나. 행정행위의 효력이 민사소송에서 선결문제가 되는 경우, 행정행위의 하자가 단지 취소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항고소송절차에 의하여 위 처분이 취소되거나 행정청이 위 처분을 스스로 취소하지 않는 이상, 민사법원은 선결문제가 된 행정처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대법원 2001. 1. 16. 선고 98다58511 판결; 헌재 2010. 11. 25. 2006헌바103 참조). 또한 행정처분의 근거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하자는 행정처분의 취소사유에 해당할 뿐 당연무효사유는 아니다. 따라서 행정처분의 효력이 민사소송에서 선결문제가 되는 경우 위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더라도 당해 민사법원은 위 행정처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으므로, 위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민사소송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헌재 2016. 11. 24. 2015헌바207 등 참조).
그런데 당해 사건의 선결문제인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은 취소된 바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오히려 그에 대한 무효확인 및 취소소송의 청구기각판결이 확정되었으며, 설령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의 근거 법률인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하자는 행정처분의 취소사유일 뿐 당연무효사유는 아니어서 당해 법원은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미선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미선의 별개의견
나는 이 사건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는 점에 대하여 법정의견과 견해를 같이하나 그 이유를 달리 하므로, 다음과 같이 별개의견을 밝힌다.
당해 사건에서 이 사건 특허권자는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에 따라 연장된 존속기간 동안 청구인이 이 사건 특허를 실시하여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의 효력 여부는 당해 사건에 있어서의 선결문제에 해당한다.
그런데 청구인은 이미 특허청장을 상대로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의 무효확인 내지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기각되었고, 그 항소 역시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특허권자는 위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피고 특허청장의 보조참가인으로 참가하였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이 적법하다는 점이 판결로써 확정되었고, 이 판결의 효력은 당사자인 청구인과 참가인인 이 사건 특허권자에게도 미치므로, 당해 법원은 당해 사건에서 선결문제가 되는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의 효력 여부에 관하여 위 확정판결과 어긋나는 판단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의 근거조항인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라고 하더라도 당해 법원은 이 사건 연장승인 처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는데, 결국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