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헌마897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4년 1월 25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1헌마897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조○○
국선대리인 변호사 홍기종
피 청 구 인 육군본부 보통검찰부 군검사
선 고 일 2024. 1. 25.
【주 문】
피청구인이 2021. 6. 17. 육군본부 보통검찰부 2021년 형제1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1. 6. 17. 청구인에 대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육군본부 보통검찰부 2021년 형제19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1. 2. 11. 군인인 교통사고 상대방이 통화에 응하지 않자 화가 나 그 이유를 따져 묻기 위해 상대방 소속부대에 인권 및 법률상담을 이유로 방문한 뒤, 당직사관 상사 정○○으로 하여금 ‘인권상담, 법률상담을 하고 싶은 병사들은 본부중대장실로 올 것’을 소속대 병사들에게 전달하게 하여 직권을 남용하여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1. 7. 25.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처음에는 교통사고 상대방인 이○○ 하사의 태도에 화가 나 따지기 위해 이○○ 하사의 소속부대에 방문한 것이었지만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어 도중에 마음을 바꾸었고, 이왕에 부대에 들어왔으니 병사들의 인권 및 법률상담을 하기로 한 것이었으므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고의가 인정될 수 없다.
청구인은 사건 당일 당직사령인 이□□ 대위에게만 인권 및 법률상담을 해주겠다고 말하였을 뿐 정○○ 상사와는 어떤 대화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정○○ 상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하였다고 볼 수 없고, 정○○ 상사가 병사들의 상담의사를 취합해 준 것은 단순한 사실행위로 청구인의 직무집행에 협조해 주기 위해 스스로의 판단으로 보조한 것에 불과하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19. 8. 1. 단기복무 법무사관으로 임관하여 2020. 4.경부터 2021. 3. 29.까지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에 있는 제15사단 법무부 군검사이자 인권담당 군법무관(중위)으로서 근무하였고, 그중 2020. 9.부터 2021. 3.까지는 ‘제2군단 통합 보통검찰부 시범운영’에 따라 제2군단 법무부에 파견되었다.
(2) 군인사법 제59조의2 제1항에서는 군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법적인 조력을 받게 하기 위하여 인권담당 군법무관을 두도록 하고 있고, ‘육군 178 인권업무규정’ 제6조 제1항 제4호에서는 인권담당 군법무관의 직무에 관하여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여성고충상담관 등 인권관련 업무 종사자에 대한 법적 조언 및 장병 등에 대한 인권상담’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청구인은 제2군단 소속 장병에 대한 인권 및 법률상담에 대한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3) 청구인은 2021. 2. 10. 17:40경 춘천시 (주소 생략)에 있는 ○○아파트 옆 도로변 ○○ 주유소 앞 도로에서 자신의 차량을 운행하던 중 차선을 변경하다가 이○○ 하사가 운행하는 차량을 충격하였다.
(4) 청구인은 교통사고 상대방인 이○○ 하사가 제2군단의 직할 항공지원부대인 제12항공단의 예하부대 제504항공대대(이하 ‘이 사건 부대’라 한다) 소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21. 2. 11. 15:07경 이○○ 하사에게 ‘통화 한번 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 하사는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고, 하실 말씀 있으면 보험사 통해서 해주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청구인은 ‘504항공대대 이○○ 하사 아닌가요’, ‘좋게 해결하려고 전화한 건데 대화하기 싫으면 절차대로 진행할까요. 나 2군단 군검사인데’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 하사는 ‘네, 절차대로 하시죠’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5) 청구인은 이○○ 하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1시간 후 제2군단 법무부 소속 군법무관이자 국선변호장교인 이△△ 중위에게 인근 부대에 인권 및 법률상담을 가자는 이야기를 하였다.
(6) 청구인은 2021. 2. 11. 16:28경 이△△ 중위와 함께 이○○ 하사가 소속된 이 사건 부대에 방문하였다. 이 사건 부대는 당일이 설 연휴 날이어서 당직근무로 편성되었고, 이 사건 부대 위병조장인 정□□ 하사가 당직사령 이□□ 대위에게 청구인 일행이 왔다고 보고하였고, 이□□ 대위는 항공단에도 보고하고 항공단에서도 출입을 허가하면 출입을 하게 하라고 말하였다.
(7) 이□□ 대위는 대대장인 박○○ 중령에게 청구인 일행이 방문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청구인은 이 사건 부대에 들어선 후 박○○ 중령과 통화를 하였고, 박○○ 중령은 감찰 조사의 일종으로 왔냐는 질문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그런 것은 아니고 인권 및 법률상담을 온 것이고, 통상적인 업무 프로세스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이에 박○○ 중령은 이□□ 대위에게 희망자만 조사 받아서 상담을 받게 하라고 지시하였다.
(8) 이□□ 대위는 청구인과 이△△ 중위를 이 사건 부대 2층 행정반으로 안내한 후 당직사관인 정○○ 상사에게 병사들을 상대로 인권 및 법률상담 희망자가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지시하였다. 정○○ 상사는 청구인과 이△△ 중위를 본부중대장실로 안내하였고, 소속대 병사들에게 ‘인권상담, 법률상담을 하고 싶은 병사들은 본부중대장실로 올 것’이라고 전달하였다.
(9) 그러나 상담을 원하는 병사들이 없어서 청구인의 인권 및 법률상담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청구인은 30분 정도 있다가 상담하러 온 병사들이 없자, 2021. 2. 11. 17:03경 부대 밖으로 퇴영하였다.
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1) 청구인은 군검사이자 인권담당 군법무관의 직책을 수행 중이었으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부대에서 하고자 한 인권 및 법률상담은 청구인의 직무권한에 속한다.
(2)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실무 담당자에게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는지 여부 및 공무원의 직권남용행위로 인하여 실무 담당자가 한 일이 그러한 기준이나 절차를 위반하여 한 것으로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련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도11698 판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에는 청구인이 당직사관 정○○ 상사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정○○ 상사가 인권 및 법률상담과 관련하여 그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거나 청구인이 정○○ 상사로 하여금 이러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정○○ 상사는 청구인이 행하는 인권 및 법률상담과 관련하여 소속 부대원들에게 인권 및 법률상담이 있음을 알리는 행위를 하였을 뿐이므로, 이는 청구인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이 인권 및 법률상담을 함에 있어서 정○○ 상사는 단순히 이를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한 것에 지나지 않아서, 이는 청구인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고, 청구인이 정○○ 상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한편, 정○○ 상사는 박○○ 중령 및 이□□ 대위의 지시에 따라 병사들에게 인권 및 법률상담에 대하여 안내를 하였는데, 그렇다면 청구인이 박○○ 중령 및 이□□ 대위에 대하여 인권 및 법률상담을 하는 것에 협조하도록 한 것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도 살펴본다.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 집행은 다양한 준비과정과 검토 및 다른 공무원, 부서 또는 유관기관 등과의 협조를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이고, 이러한 협조 또는 의견교환 등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하고, 동등한 지위 사이뿐만 아니라 상하기관 사이,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 사이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관계에서 일방이 상대방의 요청을 청취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협조하는 등 요청에 응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결국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게 한 때에 상대방이 공무원 또는 유관기관의 임직원인 경우에는, 그가 한 일이 형식과 내용 등에 있어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국가는 군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여야 하고, 이를 위한 시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하는바(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조 제1항), 이에 따라 군 인권교육, 군 인권상담, 군 인권실태에 대한 조사 등이 이루어지고 있고(군 인권업무 훈령), 군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법적인 조력을 받게 하기 위하여 인권담당 군법무관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군인사법 제59조의2). 그런데 청구인은 이 사건 부대에 출입하면서 박○○ 중령 및 이□□ 대위에게 인권담당 군법무관으로서 인권 및 법률상담을 하러 왔다고 말하였고, 대대장인 박○○ 중령과 당직사령인 이□□ 대위의 지시에 따라 당직사관인 정○○ 상사가 인권 및 법률상담을 하고 싶은 병사들을 모집하게 된 것이다. 박○○ 중령과 이□□ 대위는 청구인의 인권 및 법률상담에 협조한 것으로, 이러한 협조 행위는 그 방식과 내용 등에 있어 이들의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으로 볼 수 있고,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따라서 청구인이 인권 및 법률상담 업무를 함에 있어서 박○○ 중령과 이□□ 대위가 협조한 것 역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4)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구인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음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