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헌마661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4년 3월 28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1헌마661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백○○
대리인 법무법인 엘플러스담당변호사 윤용근, 하병현, 정상경, 이선행
피 청 구 인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
선 고 일 2024. 3. 28.
【주 문】
피청구인이 2021. 3. 9. 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21년 형제5996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1. 3. 9. 청구인에 대하여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21년 형제5996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0. 11. 3.부터 2020. 11. 25.까지 ‘○○쇼핑’ 판매사이트에서 국내산 가자미를 사이트 상품명 부분에는 ‘국내산’으로, 사이트 하단부 및 상세정보란에는 ‘원양산’으로 혼동 표시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1. 6. 7.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구글 엘엘씨(Google LLC, 이하 ‘구글’이라 한다)의 크롬 웹브라우저 보안정책 변경에 대응하기 위하여 ‘○○쇼핑’ 판매사이트의 국내산 가자미 상품을 비롯하여 4,029건의 상품 소개 이미지의 인터넷 주소(Uniform Resource Locator, 이하 ‘URL’이라 한다)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과실로 원산지가 원양산으로 표기된 이미지가 게시되도록 하였을 뿐,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위반의 고의가 없었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주식회사 ○○홈쇼핑의 ○○팀 직원으로 식품 상품 기획 및 영업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2) 주식회사 ○○홈쇼핑은 협력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사의 상품을 주식회사 ○○홈쇼핑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쇼핑’(이하 ‘이 사건 쇼핑몰’이라 한다)을 통하여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사건 쇼핑몰은 협력사가 상품 소개 부분을 제작하여 협력사 시스템에 업로드하면 그 상품 정보가 이 사건 쇼핑몰의 시스템으로 전송되고, 이 사건 쇼핑몰의 상품 기획 담당자가 해당 상품을 최종승인하면 그 상품이 이 사건 쇼핑몰의 온라인 판매페이지에 공개되어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3)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협력사’라 한다)는 이 사건 쇼핑몰을 통하여 국내산 손질 가자미 500그램 2팩 상품(이하 ‘이 사건 상품’이라 한다)을 판매하는 협력사이다. 이 사건 협력사는 2020. 7. 31. 이 사건 쇼핑몰에 이 사건 상품을 최초로 등록하였는데, 이때에는 이 사건 상품의 원산지가 모두 국내산으로 정확히 표기되었다.
(4) 구글은 기존의 인터넷 프로토콜(이하 ‘http’라 한다)보다 보안성을 강화한 보안접속 프로토콜(이하 ‘https’라 한다)을 채택하기로 하여, 2020. 10.경 구글이 제작한 크롬 웹브라우저에서 http 방식의 이미지는 불러들일 수 없도록 보안정책을 변경하였다.
(5) 이 사건 협력사는 별도의 이미지 서버에 판매 상품에 관한 소개글을 이미지로 업로드한 후, 각 쇼핑몰 상품 페이지에 위 상품 소개 이미지 URL을 링크 걸어 상품 소개 이미지를 불러오도록 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소개하여 왔다. 이때 이 사건 협력사는 종래 http 방식으로 상품 소개 이미지를 연동하여 두었는데, 구글의 위 보안정책 변경으로 인하여 크롬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http 방식의 상품 소개 이미지를 볼 수 없게 되었다.
(6) 이에 이 사건 협력사는 2020. 10. 26.부터 2020. 11. 3.까지 이 사건 상품을 포함하여 이 사건 쇼핑몰에 등록한 4,029개 상품의 상품 소개 이미지 URL 링크를 http에서 https로 변경하는 상품 소개 부분 수정 요청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 사건 협력사의 작업자가 국내산인 이 사건 상품의 상품 소개 이미지 URL에 ‘원양산 반건조 가자미’ 이미지 URL을 잘못 포함시켜 수정 요청하였다.
(7) 이 사건 협력사의 직원 최○○은 구글 보안정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상품 소개 이미지의 URL을 http에서 https로 변경하는 취지라고 청구인에게 수정 요청의 이유를 설명하였고, 청구인은 위 4,029건의 수정 요청에 대하여 2020. 11. 3. ○○팀 직원 변○○에게 지시하여 청구인 대신 수정 요청을 승인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이 사건 상품에 관하여 원산지를 혼동할 우려가 있는 표시가 이루어진 2020. 11. 3.부터 위 원산지 표시가 단속되어 이를 바로잡은 2020. 11. 25.까지, 수정이 없었던 이 사건 쇼핑몰의 이 사건 상품 페이지의 상품명 부분에는 이 사건 상품의 원산지가 ‘국내산’이라고 표기되었으나 수정이 이루어진 상품 페이지의 상품설명 하단 부분 및 상세정보 부분에는 그 원산지가 ‘원양산’으로 표기됨으로써,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가 이루어졌다.
(8)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가 이루어진 위 기간 동안 이 사건 상품은 전혀 판매되지 않았다.
나. 고의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
(1) 청구인은, 자신은 이 사건 협력사의 수정 요청이 구글 보안정책 변경에 대응하기 위한 단순 URL 변경이라고 생각하고 수정 요청을 승인하였을 뿐이고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한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위반죄는 과실범을 처벌하지 않으므로, 청구인에게 적어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을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1214 판결).
(2)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 및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다음과 같은 면에서 청구인이 이 사건 상품의 원산지 표시가 ‘국내산’과 ‘원양산’으로 표기되어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거나 그러한 가능성을 내심 인식하였음에도 이를 용인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청구인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이 사건 상품은 2020. 7. 31. 이 사건 쇼핑몰에 최초 등록될 때에는 원산지 표시가 국내산으로 정확히 표시되었다. 2020. 10.경 구글의 보안정책 변경으로 인하여 크롬 웹브라우저 사용자에게 이 사건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이 사건 협력사 상품의 판매페이지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자, 이 사건 협력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2020. 10. 26.부터 2020. 11. 3.까지 이 사건 상품을 포함하여 4,029건에 이르는 상품 소개 부분의 수정 요청을 하였는데, 이때 이 사건 협력사의 직원 최○○은 청구인에게 상품 소개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 보안정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상품 소개 이미지의 URL을 http에서 https로 변경하는 수정 요청을 한다고 설명하였다. 위 수정 요청들은 이 사건 쇼핑몰의 판매페이지에서 불러들이는 이미지의 URL을 http에서 https로 바꾸는 내용이었을 뿐 직접 상품 소개 문구나 이미지를 수정하는 것이 아니어서, URL 수정으로 상품 소개 내용이 변경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수정 요청에 기재된 상품 소개 이미지 URL에 일일이 접속하여야 했으므로, 단지 구글의 보안정책 변경에 대응하기 위한 URL 수정일 뿐이라고 인식하였던 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상품의 원산지 표시가 기존의 정확한 ‘국내산’ 표시에서 ‘원양산’ 표시로 수정된다는 점을 인지할 수 없었다. 이 사건 상품에 관하여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로 수정이 이루어진 2020. 11. 3.부터 그 표시가 단속되어 이를 바로잡은 2020. 11. 25.까지의 기간은 23일로 단기간에 불과하고 위 기간 동안 이 사건 상품은 전혀 판매되지 않았으므로, 청구인이 원산지 표시가 잘못되었음을 인식할 만한 계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 청구인은 상품 기획 담당자로서 원산지 표시의 중요성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고, 4,029건에 이르는 상품 소개가 수정된 상품 중 원산지 표시가 문제된 것은 이 사건 상품 단 하나밖에 없으며, 소비자들은 원양산보다 국내산을 선호하여 청구인이 국내산인 이 사건 상품의 원산지를 원양산으로 표시할 실익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이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가 이루어지는 것을 용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농수산물 가공품을 판매하는 자는 상품에 관한 원산지 표시를 할 때 그 원산지를 정확히 표시할 책임이 있으므로, 원산지를 확인하지 않고 만연히 거짓 또는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원산지 표시를 하였다면 그러한 표시를 용인하였다고 볼 수 있겠으나, 이 사건에서는 최초에 원산지 표시가 정확히 이루어졌고 청구인은 원산지 표시의 변경 없이 상품 소개 이미지의 URL만 변경하는 것으로 인식하였으므로 청구인이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용인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이 사건 쇼핑몰의 판매페이지에 상품 소개 내용을 노출시키는 것에 대한 최종적인 승인 권한과 책임이 있으므로 잘못된 원산지 표시를 확인하지 못한 청구인에게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필적 고의의 인정 여부는 내심의 의사에 관한 판단의 문제로 원산지 표시 노출의 최종적인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와는 무관하다. 고의범만을 처벌하는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위반죄에서 고의가 인정된다면 원산지 표시 노출의 최종적인 권한이 있는 자가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나, 고의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아무리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죄형법정주의원칙상 고의범인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4) 결국 수사기록에 나타난 내용만으로는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위반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