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3헌마261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4년 5월 30일
결정요지
병역법 제89조의2 제1호의 처벌대상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통틀어 8일 이상의 복무이탈에 정당한 사유, 즉 복무이탈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가 없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청구인은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의 우울증 등의 증세로 인하여 복무이탈에 이르렀을 여지가 있으므로, 청구인의 복무이탈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청구인에게 병역법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청구인에게 병역법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병역법(2019. 12. 31. 법률 제16852호로 개정된 것) 제89조의2 제1호
병역법(2019. 12. 31. 법률 제16852호로 개정된 것) 제89조의2 제1호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김○○
국선대리인 변호사 박민수
피청구인전주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2. 9. 1. 전주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10193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2. 9. 1. 청구인에 대하여 병역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전주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10193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전주시 (주소 생략) 에 있는 ○○사회복지관에서 복무하는 사회복무요원으로, 2021. 8. 3. 1일간, 2022. 4. 5. 1일간, 같은 달 19. 1일간, 같은 달 29. 1일 간, 2022. 5. 3. 1일간, 같은 달 11. 1일간, 같은 달 12. 1일간, 같은 달 30. 1일간 등 통상 8일 이상 무단결근함으로써 정당한 사유 없이 복무를 이탈하였다(이하 ‘이 사건 피의사실’이라 하고, 통산 8일간 무단이탈한 사실만 가리키는 경우 ‘이 사건 복무이탈’이라 한다).』
나. 청구인은 2023. 2. 20.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한 동안 통산 8일간 무단결근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앓아온 우울증 때문에 정상적인 복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청구인에게는 이 사건 복무이탈을 청구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가 있었으므로 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여, 양친의 집을 오가다가 결국 아버지의 집에서 자랐다. 청구인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를 잘 나가지 않았으며, 고등학교 진학 후 단체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2학년 여름방학 무렵 자퇴하였다. 자퇴한 후에는 아버지가 독립을 원해 집을 나왔고, 소집영장이 나오기 전까지 편의점, 고깃집, 택배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며 오랜 시간 혼자서 지내왔다.
(2) 청구인은 2019. 6. 13. 안과질환으로 인하여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으로 결정된 후, 2021. 1. 14.부터 2021. 2. 4.까지 기초 군사훈련을 받았고, 김제시청 ○○세상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서의 복무를 시작하였다. 청구인은 복무 중 심리적 고통을 느껴 병무청 담당자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담당자는 청구인에게 연ㆍ병가를 활용할 것과 정신과 진료를 권유하였다.
(3) 청구인은 2021. 7. 29. 거주지 이동을 이유로 전주시청 ○○보호센터로 복무기관을 옮겼고, 2022. 1. 10. ‘고충’을 이유로 전주시청 ○○사회복지관으로 다시 한 번 복무기관을 옮겼다.
(4) 청구인은 2021. 8. 3. 1일간 당시 복무 중이던 ○○보호센터에 출근하지 않았다. 담당자는 09:00경, 13:00경 두 차례 청구인에게 전화연락을 시도하였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청구인은 복무이탈 사유로, “8월 3일 당시 정신성 물질 성분약 복용으로(항불안제,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상황이 여의치 않음에 회신에 불응답함.”이라고 작성한 경위서를 제출하였다.
(5) 청구인은 2022. 4. 5. 1일간 당시 복무 중이던 ○○사회복지관에 출근하지 않았다. 위 복지관에서는 청구인에게 09:19경에 전화연락을 시도하였으나, 청구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이후 10:00경에 청구인이 위 복지관에 연락하여 늦잠을 잤다고 답변하였다. 청구인은 11:00경까지 출근하기로 하였으나, 다시 출근이 늦어지자 위 복지관 담당자는 청구인에게 11:10경 전화하였고, 출근하지 않는 경우 무단결근 처리하겠다고 말하였으나, 청구인은 14:26이 되어서야 ‘출근 못하겠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었다. 청구인이 복귀 설득에 응하지 않은 이유는 ‘출근하려고 해도 마음처럼 안 된다’는 것과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고 그 여파로 출근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6) 청구인은 2022. 4. 19. 1일간 당시 복무 중이던 ○○사회복지관에 출근하지 않았다. 담당자가 09:15경 청구인에게 전화를 걸자, 청구인은 10:30까지 출근하겠다고 하였으나, 10:03경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며 11시 안에 오겠다고 하였고, 결국 출근하지 않은 채 17:41경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내었다.
(7) 청구인은 2022. 4. 29. 1일간 당시 복무 중이던 ○○사회복지관에 출근하지 않았다. 담당자는 16:07 전화를 걸었으나, 청구인이 받지 않아 청구인에게 ‘연락도 없고 출근 안했으니 무단결근 처리하고 6일 연장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었다.
(8) 청구인은 2022. 5. 3. 1일간 출근하지 않았고, 담당자는 전화연락, 문자연락을 취했다.
(9) 청구인은 2022. 5. 11.~12. 2일간 출근하지 않았다.
담당자는 2022. 5. 11.자 복무이탈 경위서에 ‘현재 3주째 출근하지 않고 있고, 이 사실을 병무청에 통보함. 병무청 담당자도 계속 전화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함. 5월 9일, 10일에 연락을 시도했을 때는 내일 설명하겠다거나, 죄송하다고 함. 앞으로 어떤 사유든 출근하지 않으면 무단결근 처리하겠다고 문자 보냄.’이라고 작성하였다.
담당자는 2022. 5. 12.자 복무이탈 경위서에 ‘오늘도 출근하지 않아 무단결근 6일 연장, 오늘 포함 두 번 누적되면 고발 조치할 수 있다고 통보하였는데 답장 없음. 아버지와 통화하여 보니, 청구인 혼자 전주에서 생활 중이고, 청구인이 요즘 불면증으로 잠을 못 자서 자고 있는 것 같은데, 자고 있으면 연락이 안 된다고 함. 아버지에게도 고발 조치 가능성 알려 드림. 아버지께서 한 번 연락해보겠다고 함.’이라고 작성하였다.
(10) 청구인은 2022. 5. 30. 1일간 출근하지 않았다. ○○사회복지관 담당자와 병무청 담당자가 모두 청구인에게 전화연락을 시도하였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11) 청구인은 2021. 2. 4. 군사훈련을 마쳤고, ○○세상에서 복무하던 2021. 3. 23.부터 ○○보호센터에서 복무하던 2021. 9. 9.까지 7회 정도 부정기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가, 이 사건 피의사실로 고발된 이후인 2022. 6. 23.부터 다시 진료받기 시작하였다.
의사는 2021. 8. 6. 청구인이 공황장애라고 진단하면서, “현재 증상이 많이 악화된 상태로 대인관계 및 근무 등에 어려움이 있어 1개월 이상의 안정가료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합니다.”라는 치료의견을 제시하였다.
청구인은 2022. 6. 23.에는 공황장애, 중등도 우울에피소드로 진단받았고, 의사는 “불안수준이 매우 높고, 무기력감이 현저해 일상생활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 상태입니다.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경과관찰을 요합니다.”라는 치료의견을 제시하였다.
청구인은 2022. 7. 18. 공황장애(우발적 발작성 불안), 활동성 및 주의력장애, 중등도 우울에피소드를 진단받았고, 의사는 “약물치료에 반응이 적고, 증상이 통상적인 우울이나 불안보다 상당히 현저한 편입니다. 광장공포증을 동반할 경우 외출이나 대인관계가 심하게 제한될 수 있는 상태입니다.”라고 치료의견을 작성하였다.
청구인의 진료기록부에 따르면, 청구인은 2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멍한 느낌, 불안과 무기력감, 불면증, 과다수면에 시달리며, 집밖에 나갈 생각을 하면 부담감, 압박감, 불안감, 짜증을 느낀다고 하면서, 집밖으로 나가는 것이 힘들다’고 호소하였다.
(12) 청구인은 2022. 4. 11. 당시 복무기관에서 개인면담, 2022. 5. 13. 병무청 담당자와 대면면담을 거치며, 개선의 의지를 밝혔으나 계속하여 복무이탈이 일어났다. 청구인은 이 사건 피의사실에 관한 수사가 진행되던 때에도 복무기관에 출근하지 않았는데, 병무청 및 복무기관 담당자는 협의하에 청구인이 병무청에서 지원하는 심리상담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게 이를 한동안 연가로 처리하기로 하였다.
나. 정당한 이유 존부에 관한 판단
(1) 청구인이 사회복무요원으로서, 통틀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한 사실은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쟁점은 이 사건 복무이탈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는지 여부이다.
병역법 제89조의2 제1호는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정당한 사유 없이 통틀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하거나 해당 분야에 복무하지 아니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라 함은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복무 이탈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를 의미한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도2514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도5132 판결 등 참조). 또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6도6445 판결;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9도17322 판결 등 참조).
(2)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 및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다음과 같은 점에서 청구인이 이 사건 복무이탈 당시 앓고 있던 우울증, 공황장애, 활동성 및 주의력장애(이하 ‘우울증 등’이라고만 한다)와 같은 정신장애가 이 사건 복무이탈을 청구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가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복무이탈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이 사건 복무이탈 전후로 청구인을 진료한 의사의 일관적인 의견은 청구인이 자의로 복무를 성실히 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었다. 청구인이 진단 받은 공황장애 또한 갑자기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면서 심장이 터지도록 빨리 뛰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땀이 나는 등 신체증상이 동반된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극도의 불안증상인 공황발작이 특징인 점에 비추어, 여러 사람과 계속 접촉해야 하는 복무상황이 청구인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나) 부모님의 이혼 후 양친에게서 성실한 부양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청구인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지 않고 자퇴한 점, 이른 독립 후 부모의 지원 없이 혼자서 생계를 꾸려나갈 수밖에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이 성장과정에서 오랫동안 우울감에 시달린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이고, 타인과의 접촉이 강제되는 복무를 시작하면서 그러한 우울감이 병적인 상태의 우울증 등에 이른 것일 여지가 있다.
(다) 청구인은 이 사건 복무이탈 이전에 의사의 진료를 받기 시작하였고, 연ㆍ병가를 사용하였으며, 이 사건 복무이탈 사이에도 면담을 통해 수차례 개선의 의지를 스스로 밝히기도 하고, 군에서 지원하는 상담치료를 받는 등 이 사건 복무이탈 전후로 자신의 우울증 등을 통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복무이탈이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수사 이후에도 복무이탈이 이어진 점에 비추어 청구인의 우울증 등은 청구인이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수준으로 보인다.
(라) 복무기관과 병무청 담당자가 이 사건 복무이탈 이후 계속된 결근에 대하여 이를 연가로 처리해 청구인이 상담치료를 계속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을 보더라도, 복무기관과 병무청 담당자 역시 청구인의 우울증 등이 청구인이 개인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마) 청구인이 의사에게 집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다고 지속적으로 호소한 점, 이 사건 복무이탈 당시 청구인이 복무기관 담당자의 연락에도 출근이 어렵다고 말한 점 등을 미루어 보아, 청구인은 이 사건 복무이탈 당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만 보낸 것으로 보이고, 이는 무기력감과 불안감으로 인하여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우울증 등의 증상에 부합한다.
(3)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① ‘중등도’ 우울증이었던 점, ② 이 사건 복무이탈이 집중된 시기에는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점, ③ 청구인이 연달아 복무이탈을 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출근하다 일부 날짜에만 복무이탈을 하였다는 점, ④ 청구인이 당시 복무기관에 밝힌 복무이탈 이유가 늦잠을 잤다거나 택시를 잡지 못하였다는 것이므로, 청구인의 복무이탈은 우울증 등 정신장애 때문이 아니라 불성실함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점, ⑤ 수사과정에서 청구인은 ‘남은 기간 열심히 복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이 되겠다’고 하거나, ‘담당의사 진료를 받아 소통에 문제 없게 성실히 복무하겠다’ 등 기소유예 처분을 요청하는 반성문, 서약서 등을 제출하여 자신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복무이탈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으므로, 청구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21. 1. 1.부터 시행된 8차 한국표준질병ㆍ사인분류(통계청 고시 제2020-175호)에 따르면, 경도 우울에피소드는 보통 2개~3개의 증상이 존재하고, 환자가 보통 이러한 증상에 의하여 고통 받으나 최상의 활동을 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하고, 중등도 우울에피소드는 보통 4개 이상의 증상이 존재하고, 보통의 생활을 계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등도 우울에피소드를 진단받은 청구인의 경우, 우울 증상으로 인해 복무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청구인의 복무이탈이 집중된 기간에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복무이탈 당시 청구인의 우울증 등이 스스로 통제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적어도 2021. 8. 3.자 복무이탈 직후 청구인의 상태에 관하여 ‘증상 악화로 근무 등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사의 진단서가 있어, 2021. 8. 3.자 복무이탈에 관하여는 우울증 등이 원인임을 배제할 수 없고, 앞서 본 진료기록부, 진단서의 내용 및 청구인의 진술, 청구인의 복무에 관한 복무기관과 병무청의 대응 등을 고려하면, 진료가 끊긴 기간은 우울증 등의 증세가 심해져 병원진료를 받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수 있다. 그 즈음 청구인이 복무기관 변경에 따른 스트레스 역시 겪은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우울증 증상의 수준은 날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복무이탈이 매일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구인이 우울증 등에도 불구하고 통산 8일 이상의 복무이탈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우울증을 앓는 경우 무기력감에 시달리며, 과업을 수행할 에너지나 의욕을 상실하는 점, 과다수면, 불면증도 겪을 수 있는 점, 이러한 증상이 아침에 특히 심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청구인이 이 사건 복무이탈 당시 ‘늦잠을 잤다’, ‘택시를 잡지 못하였다’고 이야기한 사실로 이 사건 복무이탈의 원인이 우울증 등이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
청구인이 반성문과 서약서에서 ‘향후 정신장애 등을 잘 관리하여 성실복무를 하겠다’고 다짐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청구인이 이 사건 복무이탈이 일어난 시점에 정상복무가 가능하였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청구인은 우편과 서약서에서, ‘무단결근을 할 당시에도 약 복용 중에 너무 힘들어 복무시간 외에 알리게 되었다고 말씀 드려도 시간이 지났으니 반영되지 않는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중략) (복무기관 이동 후) 저는 당시에 집밖을 나가는 일을 힘들어해 진료도 못 보는 상태였고 시선이 무서운 상태였지만 새 마음과 새 출발을 한다는 다짐으로 한 달 가량을 복무에 임하였습니다. 그러고 난 후 우울의 감정은 다시 스며들었고 집밖이 아닌 현실을 버티는 것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충동이 아니 든 적이 없고 희망은 보이지 않으며 (중략) 제 마음은 늘 우울함에 찌들어 수렁 같습니다. 진료 볼 힘조차 없이 하루 종일 침대에 웅크려 말라가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거나, “질병이 더욱 심해지거나 완만히 조절이 안 될 경우 병무청 조기 소집해제 심사 필수 요건인 6개월 이상의 진료기록 병무용진단서를 구비해 복무수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보았을 때, 청구인은 우울증 등으로 인하여 지속적으로 복무가 어려웠음을 호소하였고, 향후 복무에 관하여도 정상적인 복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었던 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복무이탈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결국 수사기록에 나타난 내용만으로는 이 사건 복무이탈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병역법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청 구 인김○○
국선대리인 변호사 박민수
피청구인전주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2. 9. 1. 전주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10193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2. 9. 1. 청구인에 대하여 병역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전주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10193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전주시 (주소 생략) 에 있는 ○○사회복지관에서 복무하는 사회복무요원으로, 2021. 8. 3. 1일간, 2022. 4. 5. 1일간, 같은 달 19. 1일간, 같은 달 29. 1일 간, 2022. 5. 3. 1일간, 같은 달 11. 1일간, 같은 달 12. 1일간, 같은 달 30. 1일간 등 통상 8일 이상 무단결근함으로써 정당한 사유 없이 복무를 이탈하였다(이하 ‘이 사건 피의사실’이라 하고, 통산 8일간 무단이탈한 사실만 가리키는 경우 ‘이 사건 복무이탈’이라 한다).』
나. 청구인은 2023. 2. 20.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한 동안 통산 8일간 무단결근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앓아온 우울증 때문에 정상적인 복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청구인에게는 이 사건 복무이탈을 청구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가 있었으므로 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여, 양친의 집을 오가다가 결국 아버지의 집에서 자랐다. 청구인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를 잘 나가지 않았으며, 고등학교 진학 후 단체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2학년 여름방학 무렵 자퇴하였다. 자퇴한 후에는 아버지가 독립을 원해 집을 나왔고, 소집영장이 나오기 전까지 편의점, 고깃집, 택배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며 오랜 시간 혼자서 지내왔다.
(2) 청구인은 2019. 6. 13. 안과질환으로 인하여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으로 결정된 후, 2021. 1. 14.부터 2021. 2. 4.까지 기초 군사훈련을 받았고, 김제시청 ○○세상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서의 복무를 시작하였다. 청구인은 복무 중 심리적 고통을 느껴 병무청 담당자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담당자는 청구인에게 연ㆍ병가를 활용할 것과 정신과 진료를 권유하였다.
(3) 청구인은 2021. 7. 29. 거주지 이동을 이유로 전주시청 ○○보호센터로 복무기관을 옮겼고, 2022. 1. 10. ‘고충’을 이유로 전주시청 ○○사회복지관으로 다시 한 번 복무기관을 옮겼다.
(4) 청구인은 2021. 8. 3. 1일간 당시 복무 중이던 ○○보호센터에 출근하지 않았다. 담당자는 09:00경, 13:00경 두 차례 청구인에게 전화연락을 시도하였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청구인은 복무이탈 사유로, “8월 3일 당시 정신성 물질 성분약 복용으로(항불안제,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상황이 여의치 않음에 회신에 불응답함.”이라고 작성한 경위서를 제출하였다.
(5) 청구인은 2022. 4. 5. 1일간 당시 복무 중이던 ○○사회복지관에 출근하지 않았다. 위 복지관에서는 청구인에게 09:19경에 전화연락을 시도하였으나, 청구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이후 10:00경에 청구인이 위 복지관에 연락하여 늦잠을 잤다고 답변하였다. 청구인은 11:00경까지 출근하기로 하였으나, 다시 출근이 늦어지자 위 복지관 담당자는 청구인에게 11:10경 전화하였고, 출근하지 않는 경우 무단결근 처리하겠다고 말하였으나, 청구인은 14:26이 되어서야 ‘출근 못하겠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었다. 청구인이 복귀 설득에 응하지 않은 이유는 ‘출근하려고 해도 마음처럼 안 된다’는 것과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고 그 여파로 출근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6) 청구인은 2022. 4. 19. 1일간 당시 복무 중이던 ○○사회복지관에 출근하지 않았다. 담당자가 09:15경 청구인에게 전화를 걸자, 청구인은 10:30까지 출근하겠다고 하였으나, 10:03경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며 11시 안에 오겠다고 하였고, 결국 출근하지 않은 채 17:41경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내었다.
(7) 청구인은 2022. 4. 29. 1일간 당시 복무 중이던 ○○사회복지관에 출근하지 않았다. 담당자는 16:07 전화를 걸었으나, 청구인이 받지 않아 청구인에게 ‘연락도 없고 출근 안했으니 무단결근 처리하고 6일 연장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었다.
(8) 청구인은 2022. 5. 3. 1일간 출근하지 않았고, 담당자는 전화연락, 문자연락을 취했다.
(9) 청구인은 2022. 5. 11.~12. 2일간 출근하지 않았다.
담당자는 2022. 5. 11.자 복무이탈 경위서에 ‘현재 3주째 출근하지 않고 있고, 이 사실을 병무청에 통보함. 병무청 담당자도 계속 전화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함. 5월 9일, 10일에 연락을 시도했을 때는 내일 설명하겠다거나, 죄송하다고 함. 앞으로 어떤 사유든 출근하지 않으면 무단결근 처리하겠다고 문자 보냄.’이라고 작성하였다.
담당자는 2022. 5. 12.자 복무이탈 경위서에 ‘오늘도 출근하지 않아 무단결근 6일 연장, 오늘 포함 두 번 누적되면 고발 조치할 수 있다고 통보하였는데 답장 없음. 아버지와 통화하여 보니, 청구인 혼자 전주에서 생활 중이고, 청구인이 요즘 불면증으로 잠을 못 자서 자고 있는 것 같은데, 자고 있으면 연락이 안 된다고 함. 아버지에게도 고발 조치 가능성 알려 드림. 아버지께서 한 번 연락해보겠다고 함.’이라고 작성하였다.
(10) 청구인은 2022. 5. 30. 1일간 출근하지 않았다. ○○사회복지관 담당자와 병무청 담당자가 모두 청구인에게 전화연락을 시도하였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11) 청구인은 2021. 2. 4. 군사훈련을 마쳤고, ○○세상에서 복무하던 2021. 3. 23.부터 ○○보호센터에서 복무하던 2021. 9. 9.까지 7회 정도 부정기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가, 이 사건 피의사실로 고발된 이후인 2022. 6. 23.부터 다시 진료받기 시작하였다.
의사는 2021. 8. 6. 청구인이 공황장애라고 진단하면서, “현재 증상이 많이 악화된 상태로 대인관계 및 근무 등에 어려움이 있어 1개월 이상의 안정가료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합니다.”라는 치료의견을 제시하였다.
청구인은 2022. 6. 23.에는 공황장애, 중등도 우울에피소드로 진단받았고, 의사는 “불안수준이 매우 높고, 무기력감이 현저해 일상생활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 상태입니다.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경과관찰을 요합니다.”라는 치료의견을 제시하였다.
청구인은 2022. 7. 18. 공황장애(우발적 발작성 불안), 활동성 및 주의력장애, 중등도 우울에피소드를 진단받았고, 의사는 “약물치료에 반응이 적고, 증상이 통상적인 우울이나 불안보다 상당히 현저한 편입니다. 광장공포증을 동반할 경우 외출이나 대인관계가 심하게 제한될 수 있는 상태입니다.”라고 치료의견을 작성하였다.
청구인의 진료기록부에 따르면, 청구인은 2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멍한 느낌, 불안과 무기력감, 불면증, 과다수면에 시달리며, 집밖에 나갈 생각을 하면 부담감, 압박감, 불안감, 짜증을 느낀다고 하면서, 집밖으로 나가는 것이 힘들다’고 호소하였다.
(12) 청구인은 2022. 4. 11. 당시 복무기관에서 개인면담, 2022. 5. 13. 병무청 담당자와 대면면담을 거치며, 개선의 의지를 밝혔으나 계속하여 복무이탈이 일어났다. 청구인은 이 사건 피의사실에 관한 수사가 진행되던 때에도 복무기관에 출근하지 않았는데, 병무청 및 복무기관 담당자는 협의하에 청구인이 병무청에서 지원하는 심리상담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게 이를 한동안 연가로 처리하기로 하였다.
나. 정당한 이유 존부에 관한 판단
(1) 청구인이 사회복무요원으로서, 통틀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한 사실은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쟁점은 이 사건 복무이탈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는지 여부이다.
병역법 제89조의2 제1호는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정당한 사유 없이 통틀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하거나 해당 분야에 복무하지 아니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라 함은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복무 이탈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를 의미한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도2514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도5132 판결 등 참조). 또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6도6445 판결;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9도17322 판결 등 참조).
(2)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 및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다음과 같은 점에서 청구인이 이 사건 복무이탈 당시 앓고 있던 우울증, 공황장애, 활동성 및 주의력장애(이하 ‘우울증 등’이라고만 한다)와 같은 정신장애가 이 사건 복무이탈을 청구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가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복무이탈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이 사건 복무이탈 전후로 청구인을 진료한 의사의 일관적인 의견은 청구인이 자의로 복무를 성실히 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었다. 청구인이 진단 받은 공황장애 또한 갑자기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면서 심장이 터지도록 빨리 뛰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땀이 나는 등 신체증상이 동반된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극도의 불안증상인 공황발작이 특징인 점에 비추어, 여러 사람과 계속 접촉해야 하는 복무상황이 청구인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나) 부모님의 이혼 후 양친에게서 성실한 부양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청구인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지 않고 자퇴한 점, 이른 독립 후 부모의 지원 없이 혼자서 생계를 꾸려나갈 수밖에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이 성장과정에서 오랫동안 우울감에 시달린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이고, 타인과의 접촉이 강제되는 복무를 시작하면서 그러한 우울감이 병적인 상태의 우울증 등에 이른 것일 여지가 있다.
(다) 청구인은 이 사건 복무이탈 이전에 의사의 진료를 받기 시작하였고, 연ㆍ병가를 사용하였으며, 이 사건 복무이탈 사이에도 면담을 통해 수차례 개선의 의지를 스스로 밝히기도 하고, 군에서 지원하는 상담치료를 받는 등 이 사건 복무이탈 전후로 자신의 우울증 등을 통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복무이탈이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수사 이후에도 복무이탈이 이어진 점에 비추어 청구인의 우울증 등은 청구인이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수준으로 보인다.
(라) 복무기관과 병무청 담당자가 이 사건 복무이탈 이후 계속된 결근에 대하여 이를 연가로 처리해 청구인이 상담치료를 계속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을 보더라도, 복무기관과 병무청 담당자 역시 청구인의 우울증 등이 청구인이 개인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마) 청구인이 의사에게 집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다고 지속적으로 호소한 점, 이 사건 복무이탈 당시 청구인이 복무기관 담당자의 연락에도 출근이 어렵다고 말한 점 등을 미루어 보아, 청구인은 이 사건 복무이탈 당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만 보낸 것으로 보이고, 이는 무기력감과 불안감으로 인하여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우울증 등의 증상에 부합한다.
(3)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① ‘중등도’ 우울증이었던 점, ② 이 사건 복무이탈이 집중된 시기에는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점, ③ 청구인이 연달아 복무이탈을 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출근하다 일부 날짜에만 복무이탈을 하였다는 점, ④ 청구인이 당시 복무기관에 밝힌 복무이탈 이유가 늦잠을 잤다거나 택시를 잡지 못하였다는 것이므로, 청구인의 복무이탈은 우울증 등 정신장애 때문이 아니라 불성실함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점, ⑤ 수사과정에서 청구인은 ‘남은 기간 열심히 복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이 되겠다’고 하거나, ‘담당의사 진료를 받아 소통에 문제 없게 성실히 복무하겠다’ 등 기소유예 처분을 요청하는 반성문, 서약서 등을 제출하여 자신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복무이탈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으므로, 청구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21. 1. 1.부터 시행된 8차 한국표준질병ㆍ사인분류(통계청 고시 제2020-175호)에 따르면, 경도 우울에피소드는 보통 2개~3개의 증상이 존재하고, 환자가 보통 이러한 증상에 의하여 고통 받으나 최상의 활동을 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하고, 중등도 우울에피소드는 보통 4개 이상의 증상이 존재하고, 보통의 생활을 계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등도 우울에피소드를 진단받은 청구인의 경우, 우울 증상으로 인해 복무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청구인의 복무이탈이 집중된 기간에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복무이탈 당시 청구인의 우울증 등이 스스로 통제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적어도 2021. 8. 3.자 복무이탈 직후 청구인의 상태에 관하여 ‘증상 악화로 근무 등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사의 진단서가 있어, 2021. 8. 3.자 복무이탈에 관하여는 우울증 등이 원인임을 배제할 수 없고, 앞서 본 진료기록부, 진단서의 내용 및 청구인의 진술, 청구인의 복무에 관한 복무기관과 병무청의 대응 등을 고려하면, 진료가 끊긴 기간은 우울증 등의 증세가 심해져 병원진료를 받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수 있다. 그 즈음 청구인이 복무기관 변경에 따른 스트레스 역시 겪은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우울증 증상의 수준은 날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복무이탈이 매일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구인이 우울증 등에도 불구하고 통산 8일 이상의 복무이탈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우울증을 앓는 경우 무기력감에 시달리며, 과업을 수행할 에너지나 의욕을 상실하는 점, 과다수면, 불면증도 겪을 수 있는 점, 이러한 증상이 아침에 특히 심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청구인이 이 사건 복무이탈 당시 ‘늦잠을 잤다’, ‘택시를 잡지 못하였다’고 이야기한 사실로 이 사건 복무이탈의 원인이 우울증 등이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
청구인이 반성문과 서약서에서 ‘향후 정신장애 등을 잘 관리하여 성실복무를 하겠다’고 다짐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청구인이 이 사건 복무이탈이 일어난 시점에 정상복무가 가능하였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청구인은 우편과 서약서에서, ‘무단결근을 할 당시에도 약 복용 중에 너무 힘들어 복무시간 외에 알리게 되었다고 말씀 드려도 시간이 지났으니 반영되지 않는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중략) (복무기관 이동 후) 저는 당시에 집밖을 나가는 일을 힘들어해 진료도 못 보는 상태였고 시선이 무서운 상태였지만 새 마음과 새 출발을 한다는 다짐으로 한 달 가량을 복무에 임하였습니다. 그러고 난 후 우울의 감정은 다시 스며들었고 집밖이 아닌 현실을 버티는 것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충동이 아니 든 적이 없고 희망은 보이지 않으며 (중략) 제 마음은 늘 우울함에 찌들어 수렁 같습니다. 진료 볼 힘조차 없이 하루 종일 침대에 웅크려 말라가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거나, “질병이 더욱 심해지거나 완만히 조절이 안 될 경우 병무청 조기 소집해제 심사 필수 요건인 6개월 이상의 진료기록 병무용진단서를 구비해 복무수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보았을 때, 청구인은 우울증 등으로 인하여 지속적으로 복무가 어려웠음을 호소하였고, 향후 복무에 관하여도 정상적인 복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었던 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복무이탈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결국 수사기록에 나타난 내용만으로는 이 사건 복무이탈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병역법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