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8헌마1113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4년 6월 27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18헌마1113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손○○
대리인 법무법인 소명
담당변호사 전재중, 김민정, 신수경, 박민정, 김수경, 임남구
피 청 구 인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 검사
선 고 일 2024. 6. 27.
【주 문】
피청구인이 2018. 8. 31.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 2018년 형제5621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8. 8. 31. 피청구인으로부터 "청구인은 병원을 개설ㆍ운영하고 있음에도 2017. 12. 14. 의료법인 ○○재단(이하 ‘이 사건 법인’이라 한다)에 이사로 취임하였다."라는 의료법위반의 피의사실에 관하여 ‘초범이고, 이 사건 법인으로부터 급여를 받거나 이 사건 법인 소속 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고발된 이후 이 사건 법인 이사직에서 사임하였고 이사 재직 기간도 비교적 길지 않은 점’이 참작되어 기소유예처분(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 2018년 형제5621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8. 11. 16.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보건복지부장관은 2019. 6. 4.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과 동일한 사실에 대하여 ‘청구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하였음’을 처분사유로 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1개월 15일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하였다.
라. 청구인은 2019. 9. 3.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위 자격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서울행정법원 2019구합79121)를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은 2024. 4. 15. ‘청구인이 이 사건 법인이 개설ㆍ운영하는 병원에서 의료행위에 관여하거나 이 사건 법인의 경영사항에 관한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 또는 처리하도록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므로, 청구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2024. 5. 8.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의원’을 개설ㆍ운영하던 중인 2017. 12. 14. 의료법인인 이 사건 법인의 이사로 취임하였으나, 이 사건 법인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이 사건 법인은 이사장인 이○○와 전(前) 이사장인 이□□ 사이의 내부 갈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2017. 12.경 명예원장인 황○○가 청구인에게 종교인으로서 이사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하여 이를 수락한 것일 뿐이다.
청구인은 1년에 2~3회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여 행정적 사항을 의결하였지만, 실제 경영 판단을 하거나 실무자에 대한 지휘ㆍ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운영성과 분배 등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청구인이 이 사건 법인 소속 의료기관들을 운영하였다고 볼 수 없음에도 청구인에 대한 의료법위반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자의적인 처분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관련 조항
의료법(2010. 1. 18. 법률 제9932호로 개정된 것)
제2조(의료인) ① 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의료법(2012. 2. 1. 법률 제11252호로 개정된 것)
제33조(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고, 2019. 4. 23. 법률 제163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7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12조 제2항 및 제3항, 제18조 제3항, 제21조의2 제5항ㆍ제8항, 제23조 제3항, 제27조 제1항, 제33조 제2항ㆍ제8항(제82조 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ㆍ제10항을 위반한 자. 다만, 제12조 제3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4. 판단
가. 인정사실
(1) 청구인은 2012. 5. 31.경부터 경주시에 있는 ‘○○의원’을 개설ㆍ운영한 의사이다. 청구인은 2017. 12. 14. 안양시에 주사무소를 두고 3개의 병원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던 이 사건 법인의 이사로 취임하였다.
(2) 청구인이 위와 같이 이사로 취임하여 활동할 당시 이 사건 법인의 이사는 청구인을 포함하여 총 5명이었다.
(3) 청구인은 2017. 12.경부터 2018. 7.경까지 이 사건 법인의 이사로서 대표자(이사장) 선임, 정관 변경, 리스 장비 허가 등에 관한 이사회 의결 과정에 여러 차례 참여하면서 이사회에 참석할 때마다 교통비 명목의 비용을 받았다. 청구인은 의료기관 중복 운영 문제가 불거지자 2018. 8. 19. 이 사건 법인 이사직을 사임하였다.
(4) 이 사건 법인의 정관 중 임원 및 이사회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임원의 종류와 정수는 이사장 1인, 이사(이사장 포함) 5인 이상 15인 이내, 감사 1인이고, 법인의 대표인 이사장을 보좌하기 위하여 필요에 따라 상임 이사 1인을 둘 수 있다(제11조). 이사장은 이사 중에서 호선하되 이사회에서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선출하고, 상임 이사는 이사장이 임명하되 그 임기는 이사로서의 재임기간으로 한다(제14조). 이사장이 법인의 대표권을 갖고, 법인의 모든 업무를 통리하며 이사회의 의장이 된다(제15조). 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사회를 구성하며 법인의 유지ㆍ운영과 관리 등에 대한 중요업무를 심의ㆍ결정하고, 이사회 또는 이사장으로부터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수임된 직무를 수행한다(제17조 제1항). 법인의 이사장을 제외하고는 법인을 대표할 수 없다(제18조). 법인의 최고의결기관으로서 이사회를 두며, 이사회는 정관 제12조의 규정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로서 구성한다. 이사회는 정기이사회와 임시이사회로 구분하며, 정기이사회는 매년 2회 개최하되 그 개최시기는 3월과 11월로 하고, 임시이사회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개최할 수 있다(제19조). 이사회는 사업계획, 사업실적, 예산, 결산에 관한 사항, 기본재산 취득과 처분 및 그 유지ㆍ관리에 관한 사항, 임원 선임과 해임에 관한 사항, 정관 변경에 관한 사항, 법인 해산에 관한 사항, 법인 유지ㆍ운영에 필요한 제 규정의 제정과 그 개폐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ㆍ의결한다(제21조). 이사회는 해당 정관에 따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적이사 과반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제22조).
나. 관련 법리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 또는 의료법인 등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법의 규정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에서 금지하는 행위 중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등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주관 아래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를, 그와 구분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그 존폐ㆍ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자금 조달, 인력ㆍ시설ㆍ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ㆍ배분 등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뜻한다.
나아가 구체적인 사안에서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에서 금지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운영자로서의 지위 유무, 즉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 과정,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목된 다른 의료인과의 관계, 자금 조달 방식,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 구조, 실무자에 대한 지휘ㆍ감독권 행사 주체, 운영성과의 분배 형태, 다른 의료인이 운영하는 경영지원 업체가 있을 경우 그 경영지원 업체에 지출되는 비용 규모 및 거래 내용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ㆍ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도3672 판결; 헌재 2019. 8. 29. 2014헌바212등 참조).
다. 구체적 판단
(1) 이□□, 황○○는 1998. 7. 1. 안양시에 주사무소를 둔 이 사건 법인을 설립하였고, 이 사건 법인 소속 의료기관들도 이□□, 황○○가 주도적으로 이 사건 법인 명의로 개설하거나 인수하여 운영하기 시작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사기록상 청구인이 이 사건 법인의 설립 내지 그 소속 의료기관의 개설ㆍ인수 과정에 관여하였다거나, 이 사건 법인의 이사로 취임한 후에 이 사건 법인이나 그 소속 의료기관의 실무자들에 대해 지휘ㆍ감독권을 행사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청구인이 이 사건 법인에 재산을 출연하거나 이 사건 법인의 운영성과를 분배받았음을 인정할 자료도 없다.
(2) 이 사건 법인의 정관과 등기사항증명서를 보더라도, 이 사건 법인의 대표권은 이사장에게만 있고, 청구인은 이 사건 법인의 상임 이사도 아니었다.
(3) 청구인이 이 사건 법인의 이사로 활동할 당시 이 사건 법인의 이사회는 5인의 이사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사회 의결은 정관에서 정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여야만 가능하므로 5인의 이사 중 1인에 불과한 청구인이 단독으로 이 사건 법인이나 그 소속 의료기관의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를 결정할 권한은 없었고, 청구인에게는 이 사건 법인의 이사회에 출석하여 개별 안건에 관한 찬성ㆍ반대의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이사회 심의ㆍ의결 과정에 참여할 권한만 있었을 뿐이다. 이와 달리 수사기록상 청구인이 실질적으로 이 사건 법인의 이사회 운영을 지배ㆍ장악하고 있었다거나, 그와 같이 지배ㆍ장악하고 있는 제3자와 공모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 자료는 없다.
나아가 청구인이 이 사건 법인이나 그 소속 의료기관의 존폐ㆍ이전, 의료행위 시행, 자금 조달, 인력ㆍ시설ㆍ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ㆍ배분 등의 업무를 직접 처리하거나 직원들로 하여금 관련 업무를 처리하도록 지휘ㆍ감독권을 행사하였음을 인정할 자료도 없다.
(4) 의료법 제33조 제8항이 의료인에 대하여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도록 한 취지는 의료인으로 하여금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책임 있는 의료행위를 하게 하여 의료행위의 질을 유지하고, 지나친 영리추구로 인한 의료의 공공성 훼손 및 의료서비스 수급의 불균형을 방지하며, 소수의 의료인에 의한 의료시장의 독과점 및 의료시장의 양극화를 방지하려는 데에 있다(헌재 2019. 8. 29. 2014헌바212등 참조).
그런데 청구인은 이 사건 법인 소속 의료기관들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실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록에 나타난 사정만으로는 청구인이 운영하던 ‘○○의원’에서의 책임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데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이 사건 법인 이사회에 자주 참석하거나 이 사건 법인의 운영에 관여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청구인이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이 사건 법인의 이사로 취임하였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청구인이 이 사건 법인의 이사로 취임하는 것이 소수의 의료인에 의한 의료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심화시킬 여지도 없어 보인다.
(5) 이상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이 사건 법인의 이사로 취임하여 이사회의 심의ㆍ의결 과정에 참여한 것만으로는 이 사건 법인이나 그 소속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지배ㆍ관리함으로써 이 사건 법인 소속 의료기관을 운영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라. 소결
이상과 같이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이 ‘○○의원’을 운영하면서 이 사건 법인 소속 의료기관까지 운영하였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음에도, 피청구인은 중복 운영을 인정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또는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