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2헌마1120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4년 6월 27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2헌마1120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박○○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용혁
피 청 구 인 제주지방검찰청 검사
선 고 일 2024. 6. 27.
【주 문】
피청구인이 2022. 5. 11. 제주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5315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2. 5. 11. 청구인에 대하여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제주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5315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차량번호 생략) 스타렉스 승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청구인은 2022. 2. 9. 17:00경 위 승합차를 운전하여 제주시 (주소 생략) 앞 이면도로를 ○○파출소 쪽에서 ○○어린이집 쪽으로 불상의 속도로 진행하던 중, 반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진행하던 피해자 신○○(여, 8세)를 발견하고 멈췄다. 그러나 피해자는 브레이크 고장으로 멈추지 못하고 그곳에 있는 주택 출입문을 들이받아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열린 두개내상처가 없는 진탕’ 등의 상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은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거나 인적 사항을 제공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현장을 이탈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2. 8. 1.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사고는 피해자가 운전한 자전거의 브레이크 고장 및 피해자의 운전미숙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단독으로 일으킨 사고라고 생각하였고, 청구인과 충돌한 적이 없어 청구인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설령 이 사건 사고가 청구인으로부터 비롯된 비접촉 사고라고 할지라도 사고 직후 피해자는 부상이 없었고 청구인이 창문 밖으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였으나 피해자가 "괜찮다."라고 하여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3. 관련조항
도로교통법(2016. 12. 2. 법률 제14356호로 개정된 것)
제148조(벌칙) 제54조 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제5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은 제외한다)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도로교통법(2018. 3. 27. 법률 제15530호로 개정된 것)
제54조(사고발생 시의 조치) 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이하 "교통사고"라 한다)한 경우에는 그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이하 "운전자등"이라 한다)은 즉시 정차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2.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성명·전화번호·주소 등을 말한다. 이하 제148조 및 제156조 제10호에서 같다) 제공
4.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어린이집 통학버스 운전기사로, 2022. 2. 9. 17:00경 (차량번호 생략) 그랜드스타렉스 승합차를 운전하여 제주시 (주소 생략) 앞 도로를 ○○파출소 쪽에서 ○○어린이집 쪽으로 진행하였고, 같은 시각 피해자는 자전거를 운전하여 ○○어린이집 쪽에서 ○○파출소 쪽으로 진행하였다.
(2) 사고 장소는 청구인의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우로 굽은 오르막의 이면도로로, 청구인은 반대방향에서 내리막을 내려오는 피해자 운전의 자전거를 발견하고 즉시 정차하였으나, 피해자는 자전거 브레이크의 고장으로 청구인의 차량을 피하지 못하고 정면에 있는 주택 출입문을 들이받았다.
(3) 위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는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열린 두개내상처가 없는 진탕’ 등의 상해를 입었다.
(4) 사고 현장 CCTV 영상에 의하면, 청구인이 운전하는 차량이 ○○파출소 방면에서 ○○어린이집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반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상당한 속력으로 내려오던 피해자가 정면에 있는 주택 출입문을 들이받음과 동시에 청구인이 즉시 정차하는 장면, 피해자가 죄송하다는 듯이 차량을 향해 머리를 숙이는 장면, 청구인이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약 20초 후 ○○어린이집 방면으로 진행하는 장면이 확인된다.
(5) 청구인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아래와 같이 진술하였다.
- ○○어린이집 원아들을 하원시킨 후 ○○어린이집으로 복귀하던 길이었다.
- 우로 굽은 도로에 진입하기 직전 전방에 자전거가 보여 즉시 정차하였고, 차량이 완전히 정지한 후 자전거를 탄 피해자 쪽을 살피니 피해자가 제동을 하지 못하고 정면 건물에 충돌하였다.
-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피해자에게 "○○야 다친 곳 없니?", "아픈 곳 없니?"라고 물었으나 피해자가 "다친 곳 없어요.", "아픈 곳 없어요."라고 대답하였고, 육안으로도 피가 나거나 상처가 없어 크게 다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 청구인이 운전한 승합차가 자전거와 직접 접촉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통사고라고 생각하지 못하였고, 이 사건 사고는 자전거 브레이크의 고장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당시 차량의 속도는 시속 약 10~15km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 피해자의 부모가 사고 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평소 피해자의 부모를 알고 있었다.
(6) 피해자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아래와 같이 진술하였다.
-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진행하던 중, 차량 소리가 들리지 않아 계속 내려갔는데, 갑자기 차가 들어왔다.
- 내리막길이라서 속력이 빠른 상황이었고, 청구인의 차량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고장이 나서 제동이 되지 않는 바람에 내리막길 정면에 있는 주택 출입문을 들이받았다.
- 청구인이 ○○어린이집 통학버스 운전기사라는 것을 평소 알고 있었고, 사고 직후 청구인이 "괜찮냐?"라고 물어보아 "괜찮다."라고 대답하였더니 청구인이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여 갔다.
- 청구인의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어 차량을 피하려고 하였으나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멈추지 못했고,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 이번 사고로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7) 피해자의 친부인 신□□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아래와 같이 진술하였다.
- 피해자는 부모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고 숨바꼭질을 하다가 얼굴을 다쳤다고 하였다.
- 그런데 사고 당일 저녁에 청구인의 차량에 동승하였던 어린이집 보조교사가 집으로 찾아와 이 사건 사고 사실을 알려주어 알게 되었다.
- 이에 청구인에게 연락하였으나 청구인은 사과하지 않았고, 법대로 하자며 청구인 스스로 사고 접수를 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
청구인은 이 사건 사고가 피해자가 운전한 자전거의 브레이크 고장 및 피해자의 운전미숙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단독으로 일으킨 사고라고 생각하였고, 청구인과 충돌한 적이 없어 청구인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에게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였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사상자 구호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현장을 이탈한다는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 고의 인정 여부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에는 그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을 위반하였을 때에 성립하는 같은 법 제148조 소정의 죄는 그 행위의 주체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운전자 및 그 밖의 승무원으로서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사실을 인식할 것을 필요로 하는 고의범에 해당한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14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에게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였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사상자 구호 등의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현장을 이탈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청구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자전거가 주택 출입문을 들이받은 것을 목격하기는 했으나 자전거의 단독 사고일 뿐 자신의 차량과는 충돌한 적이 없어 자신의 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변소하였다.
(2) 이 사건 사고는 청구인이 운전하는 승합차와 피해자가 운전하는 자전거가 직접 충돌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승합차를 발견하고 피하려고 하였으나 자전거의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정면에 있는 주택 출입문을 그대로 들이받게 된 것인바, 이러한 사고 경위에 비추어 청구인에게 사고 발생이 자신의 차량으로 인한 것이라거나 자신의 차량과 관련된 것이라고 인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피해자 또한 내리막길에서 자전거의 속도가 빨라졌고, 승합차를 발견하고 피하려고 하였으나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아 피하지 못하였으며,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되었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따라서 청구인이 현장을 이탈한 것은 이 사건 사고가 청구인 차량의 운전으로 인한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자신이 이 사건 사고에 기여하였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위와 같은 취지의 청구인의 변소는 경험칙에 비추어 납득할 만한 점이 있다.
(3) 이 사건 사고 당시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괜찮은지 물었으나 피해자가 괜찮다고 대답하였고, 청구인은 피해자에게 외상이 없는 것으로 보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바, 청구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청구인이 운전한 승합차는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당시 청구인은 어린이집 원아들의 하원 후 어린이집으로 복귀하는 길이었는바, 청구인이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도 없고, 사고 당시는 대낮으로 해당 승합차에 어린이집 보조교사도 동승하고 있어 청구인이 자신과 관련한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음을 인식하면서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할 동기를 찾기도 어렵다. 또한 청구인은 피해자의 친부가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항의하자 ‘법대로 하자’라고 하며 직접 경찰에 신고하기도 하였는바, 이는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음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현장을 이탈한 사람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 소결
청구인은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고의를 부인하였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사정도 있으며, 수사가 이루어진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에게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죄가 성립함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
[/]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