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4헌바71

형법 제298조 위헌소원

결정일: 2024년 7월 18일

결정요지

헌법재판소는 2020. 6. 25. 2019헌바121 결정 등에서, 심판대상조항의 문언, 입법목적이나 취지 및 관련 법규범의 체계 등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죄는 그 죄질이 나쁘고 피해를 돌이키기 어려우며 가해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 또한 상당히 높은 점에 비춰볼 때,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후 대법원은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한 종전 견해를 일부 변경하였으나(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이는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나 입법취지, 법질서 전체 및 다른 조항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선례를 변경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12조 제1항, 제37조 제2항
구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고, 2012. 12. 18. 법률 제115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6조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0조 제1항, 제3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조○○
국선대리인 변호사 손용근
당해사건대법원 2023도18473 강제추행
【주 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성착취 영상물 제작 및 배포를 목적으로 하는 텔레그램 ‘○○’ 조직의 총괄 책임자로, 2021. 6. 1. 범죄단체조직죄 등으로 징역 42년을 선고받고[서울고등법원 2020노2178, 2021노236(병합)], 2021. 10. 14.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21도7444).
나. 그 후 청구인은 2022. 11. 24. 강제추행죄로 징역 4월을 추가로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단2584). 그 범죄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과 강○○은 피해자들을 협박하여 전신이 노출되는 등의 촬영물을 전송받아 이를 ○○에 반포하기로 공모하였다. 위와 같은 공모에 따라, 청구인은 인터넷 SNS를 통하여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조건만남’을 해주겠다고 속인 후 면접을 빙자하여 피해자로부터 신분증과 얼굴 사진을 전송받고, 이를 기화로 피해자에게 나체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피해자가 조건만남을 하려고 한 사실을 피해자의 지인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로 하여금 나체사진 등을 촬영하게 한 후 이를 전송받고, 강○○은 ○○을 관리 및 홍보하고, 피해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SNS에 스폰서 아르바이트 광고 등을 게시하고, 유료방 가입비로 받은 금원을 청구인에게 전달하였다. 이로써 청구인과 강○○은 공모하여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이에 청구인과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2023. 12. 7. 모두 기각되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2노3132), 청구인이 상고하였으나 2024. 2. 13. 기각되었다(당해사건).
다. 청구인은 당해사건 계속 중 형법 제298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4. 2. 13. 기각되자(대법원 2024초기25), 2024. 3.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요지
심판대상조항은 ‘폭행 또는 협박’, ‘추행’이라는 불확정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친고죄 혹은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지 아니하여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고,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된 폭행죄와의 균형에 비춰보면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
4. 판단
가. 헌법재판소의 선례
헌법재판소는 2011. 9. 29. 2010헌바66 결정, 2017. 11. 30. 2015헌바300 결정 및 2020. 6. 25. 2019헌바121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가) 심판대상조항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자를 강제추행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폭행이라 함은 거칠고 사나운 행동으로서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고, 협박은 타인에게 겁을 주는 등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러한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와 더불어 강제추행죄는 형법상 대표적인 성범죄의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행은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그 사람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 일체를 뜻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나) 대법원은 상대방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추행하는 경우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을 요한다고 하는 한편, 폭행 또는 협박으로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강제추행죄에 포함되며 이때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필요로 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에서 말하는 폭행 또는 협박의 형태와 정도를 추행의 유형에 따라 구체화하고 있다. 또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데,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고 하는 등, 강제추행죄와 관련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고 있다.
(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의 문언이 가진 뜻, 입법목적이나 취지, 성범죄와 관련한 법규범의 체계 등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작용으로써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개인의 인격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강제추행의 피해자는 심각한 정신적ㆍ정서적 장애를 경험하거나 그 후유증으로 말미암아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추행행위는 다양한 장소에서 언제든 예상치 못하게 일어날 수 있어 이를 방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일상생활 영역 내에서 발생할 수도 있어 그 피해가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이처럼 강제추행죄는 그 죄질이 나쁘고 피해를 돌이키기 어려우며 가해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 또한 상당히 높다. 심판대상조항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강제추행행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그와 같은 목적 달성에 이바지하는 적합한 수단이 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이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에 해당하는 경우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임을 전제로 하는 이상, 단지 이를 가지고 곧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다고 할 수는 없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상한을 비교적 높게 설정하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행위 태양이나 불법의 정도, 행위자의 죄질 등에 비추어 무거운 처벌이 필요할 수 있고, 더구나 그 형의 하한에는 제한을 두지 아니하고 있어 행위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에 의해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사람의 불이익이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선례 변경의 필요성 여부
(1) 앞서 살펴본 헌재 2020. 6. 25. 2019헌바121 결정 이후 대법원은, 『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유형(이른바 폭행ㆍ협박 선행형)의 강제추행죄에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한 종전 견해를 일부 변경하였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대법원 판결은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과 보호법익, 종래의 판례 법리의 문제점, 성폭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따라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서(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해석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나 입법취지, 법질서 전체 및 다른 조항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따라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2)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친고죄 혹은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지 아니하여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범죄를 친고죄로 정하고 어떤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할 것인지는 공동체의 역사ㆍ문화와 시대적 상황, 특정한 범죄에 대한 국민 일반의 가치관과 법감정, 그 범죄 피해의 중대성과 사회적 해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할 수 있는 문제로서 입법부에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이다(헌재 2021. 4. 29. 2018헌바113 참조).
형법은 제정 당시 강제추행죄를 친고죄로 규정하였으나(제306조), 성폭력범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합의의 종용ㆍ강요로 피해자의 2차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입법자는 2012. 12. 18. 형법을 개정하여 위 친고죄 규정을 삭제하였다. 위와 같은 입법연혁과 개정취지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강제추행죄를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로 정하지 아니한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한편, 청구인은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된 폭행죄(형법 제260조 제1항, 제3항)와의 균형에 비추어보면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주장은 결국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였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위 헌법재판소 선례를 변경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