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헌마920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4년 7월 18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1헌마920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박○○
대리인 변호사 서성민
피 청 구 인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
선 고 일 2024. 7. 18.
【주 문】
피청구인이 2021. 5. 28.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2021년 형제10520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1. 5. 28. 청구인에 대하여 폭행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2021년 형제10520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1. 2. 23. 22:00경부터 다음날 05:00경까지 전남 진도군 (주소 생략)에 있는 ○○ 리조트 비취사동 내에서 피해자 장○○(이하 ‘피해자’라 한다)와 말다툼을 하던 중, 객실 밖으로 나가려는 피해자를 계속하여 막는 과정에서 서로 몸싸움을 하다 손톱으로 피해자의 팔과 목 부위를 수 회 긁어 폭행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2021. 7. 30.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피해자를 폭행하지 않았고, 폭행의 고의도 없었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1) 청구인과 피해자는 2021. 2. 20. 결혼식을 올리고 그 무렵 신혼여행을 떠났다. 청구인과 피해자는 2021. 2. 23. 전남 진도군 (주소 생략)에 있는 ○○ 리조트에 투숙하게 되었는데, 피해자가 같은 날 17:00경 무렵 청구인과 말다툼을 하다가 객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청구인이 ‘가지 말고 이야기를 하자.’라고 말하며 피해자를 붙잡았고, 그 과정에서 더욱 심하게 말싸움을 하게 되었다(이하 ‘제1상황’이라 한다).
(2) 이후 청구인과 피해자는 따로 있다가, 피해자가 먼저 객실로 돌아온 상황에서 22:00경 무렵 청구인이 객실로 돌아와 짐을 챙겨 객실 밖 복도로 나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이에 피해자가 엘리베이터 앞에 있던 청구인을 객실 안으로 끌고 들어온 후 자신의 손목시계를 손가락에 차고 주먹을 쥔 상태로 청구인의 허벅지를 수 회 때리고, 신발로 청구인의 머리를 수 회 때리고, 청구인이 ‘헤어지자’고 말하자 컵에 물을 따라 수 회 청구인의 얼굴에 뿌렸다. 그 후 피해자는 청구인이 객실 내 테라스로 나가자 테라스 문을 잠갔고, 청구인이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하자 테라스 문을 다시 열어 청구인의 입을 막고 머리채를 잡아당겨 청구인을 객실 안으로 끌고 들어온 후 수 회 밀쳐 넘어지게 하였다(이하 ‘제2상황’이라 한다).
(3) 청구인은 2021. 4. 10. 제2상황과 관련하여 피해자를 고소하고 같은 날 경찰조사를 받았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2021. 4. 18. 피의자로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자신도 청구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제1상황과 관련하여 ‘객실에서 청구인과 말다툼을 하다가 객실 밖으로 나가려 하자 청구인이 나가지 말라고 하면서 손톱으로 긁거나 잡아 뜯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제2상황과 관련해서는 ‘손목시계를 손가락에 차고 청구인의 허벅지를 내리치기 직전에 청구인이 피해자의 뺨을 때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도 2021. 4. 26. 피의자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4) 위 사건은 2021. 5. 5.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으로 송치되었고, 피청구인은 2021. 5. 28. 피해자에 대하여는 제2상황에 관한 폭행의 공소사실로 약식명령을 청구(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1고약4274)하고, 청구인에 대하여는 앞서 본 폭행의 피의사실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피의사실 및 범행일시 특정
불기소결정서에는 청구인의 피의사실의 범행일시가 제2상황 당시인 2021. 2. 23. 22:00경부터 다음날 05:00경까지로 되어 있다.
그런데 청구인의 피의사실은 ‘청구인이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던 중 객실 밖으로 나가려는 피해자를 계속하여 막는 과정에서 서로 몸싸움을 하다 손톱으로 피해자의 팔과 목 부위를 수 회 긁어 폭행하였다’는 것으로, 이는 앞서 본 피해자의 진술 중 제1상황에 관한 진술에 부합하므로, 청구인의 피의사실은 제1상황 당시인 ‘2021. 2. 23. 17:00경 무렵’ 발생한 폭행으로 특정함이 타당하다.
다. 피해자가 주장하는 청구인의 폭행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1) 기소유예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비록 사안 자체가 가볍다고 하더라도 피의사실의 인정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현출된 증거가 유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면 단순히 재량적, 심정적 판단으로 혐의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 및 형사 증거법의 원칙에 따라 피의사실 인정 여부를 판단하거나 추가적인 조사를 통하여 사실을 규명하는 것이 헌법상 원칙에 부합한다(헌재 2010. 6. 24. 2009헌마712 참조).
(2)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제1상황에서 피해자의 팔과 목 부위를 손톱으로 수 회 긁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피해자는 2021. 4. 18. 피의자로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제1상황과 관련하여 "청구인이 몸을 밀치더니 ‘너 이따위로 하면 나중에 내 얼굴을 어떻게 보려고 하냐’면서 손톱으로 제 몸에 상처를 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벽으로 저를 밀쳤어요. 그래서 저는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나가려고 했죠.", "저는 그 자리를 피하려고 나가려고 했죠. 근데 나가지 말라고 막는 과정에서 손톱으로 긁거나 꽉 잡아 뜯어서 생채기가 났었어요. 그래서 아프다고 하지 말라고 했더니 강압적으로 밀치게 된 거예요. ‘지금 나 목 조르는 거야? 하지 마. 놔’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벽 쪽으로 밀쳐서 목을 조르는 상황이 이어졌어요."라고 진술하였고, "나가려고 하는 저를 막고 손톱으로 저의 상체에 상처를 냈고, 계속 나가려고 하니 벽으로 밀쳐서 목을 졸랐고, 그러고 나서도 수 십초 간 계속 목을 조르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들은 모두 같은 조사 과정에서 이루어졌는데, 피해 상황에 관한 묘사가 조금씩 변경되거나 과장되는 모습이 보인다. 청구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피해자가 자신도 폭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경감하거나 청구인도 처벌받게 하고자 하는 의도로 자신을 막아서는 청구인의 행위를 과장되게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들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나) 피해자는 2021. 4. 21. ‘청구인이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손톱으로 몸에 상처를 내서 생긴 손톱자국을 촬영한 사진’이라며 경찰에 사진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해당 사진의 촬영 일시나 장소를 확인할 자료가 없어 피해자가 제출한 사진 속의 멍이나 흔적이 청구인의 폭행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 청구인이 2021. 4. 10.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제가 ‘가지 말고 이야기를 하자’고 붙잡는 과정에서 자신의 몸에 손톱으로 생채기가 났다라고 하면서 더 싸움이 심해졌어요."라고 진술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그 진술의 취지는 당시 상황에서 피해자가 한 말을 인용하면서 말싸움이 격해진 이유를 설명한 것일 뿐이지, 청구인이 손톱으로 피해자를 할퀸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
또한 청구인이 2021. 4. 26. 피의자로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몸싸움 과정에서 손톱으로 생채기가 났었던 것 같나요?"라는 질문에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 때 당시에 손톱이 조금 긴 상태긴 했었어요."라고 진술하기는 하였으나, 이 역시 청구인이 피의자를 할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설령 청구인의 손톱에 피해자가 상처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로 봄이 타당하다.
(라) 피해자는 경찰조사에서 제1상황 당시 청구인이 자신의 목을 수십 초간 조르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청구인의 피의사실에는 이에 관한 내용이 없다. 이는 수사기관이 이 부분에 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데, 피해자의 진술 중 이 부분만을 분리하여 신빙성을 부정할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마) 한편 청구인은 제2상황 직후 피해자에게 ‘내가 방어랍시고 잡다가 손톱으로 그은 게 니가 시계 주먹에 차고 때리고 물 컵에 담아서 계속 뿌리고 신발로 머리 내려치고 가둬놓고 이거랑 뭐가 다르냐며? 한 번 똑같이 이야기 해봐’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자, 피해자는 ‘잘못 말했어. 실수야’라고 답하기도 하였다.
이는 청구인이 제1상황 당시 피해자를 막아서면서 실제로는 손톱으로 피해자를 할퀴지 않았거나 의도치 않게 청구인의 손톱에 피해자의 팔이 긁혔던 것에 불과한데도,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너도 손톱으로 나를 할퀴어 폭행하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거짓되거나 과장되게 말했던 것을 인정하는 취지로 볼 여지가 있다.
라. 청구인의 유형력 행사가 폭행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한편, 청구인이 제1상황 당시 피해자를 막아서다가 피해자의 팔을 붙잡은 사실이 인정되는데, 그와 같은 행위가 폭행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폭행죄의 폭행은 단순히 인간의 신체에 향하여진 유형력의 행사이기만 하면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해 결과가 생길 위험성을 가지거나 혹은 적어도 신체적·생리적 고통이나 불쾌감을 야기할 만한 성질의 것이어야 성립하는 등의 제한을 요한다. 우리 법원의 판례도 폭행의 개념에 대해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공격"(대법원 1986. 10. 14. 선고 86도1796 판결) 혹은 "피해자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대법원 1990. 2. 13. 선고 89도1406 판결)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상대방의 시비를 만류하면서 조용히 얘기나 하자며 팔을 2, 3회 끌은 행위’나 ‘뺨을 꼬집고 주먹으로 쥐어박으며 덤벼드는 상대방을 부둥켜안은 행위’를 폭행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이 때 불법한 공격인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15. 6. 25. 2014헌마818 참조).
(3)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이 피해자를 막아서다가 피해자의 팔을 붙잡은 행위가 ‘피해자에 대한 불법적인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거나 청구인에게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청구인은 경찰조사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피해자가 나가려 하자 계속 이야기를 하자는 취지로 피해자의 팔을 붙잡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당시 피해자와 신혼여행 중이었던 청구인으로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청구인과의 대화를 거절하고 나가려 하자 피해자의 팔을 붙잡은 것으로 보이는데, 행위 당시의 상황이나 행위의 의도 및 태양 등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신체 접촉을 불법한 공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 설령 청구인이 피해자의 팔을 붙잡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팔이 청구인의 손톱에 긁혔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것과 같이 청구인이 의도적으로 손톱으로 피해자의 팔을 긁은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청구인이 피해자의 팔을 붙잡은 행위가 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그 동기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1997. 11. 14. 선고 97도2118 판결 참조).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ㆍ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6. 10. 선고 2001도5380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6243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이 신혼여행 중에 말다툼을 하고 객실 밖으로 나가려는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고자 한 것은 그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다. 또한 청구인이 피해자를 막아서며 팔을 붙잡은 행위가 수단의 상당성을 벗어난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청구인의 유형력 행사로 피해자가 입은 피해도 경미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법익균형성에 위배된다고 보기도 어려운데,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바. 소결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사정만으로는 청구인의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운데도 피청구인은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폭행죄에 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