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헌바364

형법 제327조 위헌소원

결정일: 2024년 7월 18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1헌바364 형법 제327조 위헌소원
청 구 인 김○○
국선대리인 변호사 조영희
당 해 사 건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16고단1673 강제집행면탈
선 고 일 2024. 7. 18.
【주 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27조 중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1. 11. 30. 강제집행면탈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당해사건). 범죄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2. 12. 27.경 피해자 이○○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당하자,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사실은 청구인의 동생 김□□에게 2억 4천만 원 채무를 부담하지 않음에도 마치 이를 부담하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2014. 4. 29.경 청구인 소유의 목포시 (주소 생략) 토지에 대하여 채무자 청구인, 근저당권자 김□□으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고, 같은 해 5. 2.경 위 토지에 소재한 청구인 소유의 건물에 대하여 채무자 청구인, 근저당권자 김□□으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이○○를 해하였다.』
나. 이에 청구인이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22. 2. 15. 청구인의 양형이 과중하다는 취지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징역 1년을 선고하였고(광주지방법원 2021노3474), 청구인이 상고하였으나 2022. 6. 9. 기각되었다(대법원 2022도2867).
다. 청구인은 당해사건 계속 중 형법 제327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1. 11. 30. 기각되자(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21초기585), 2021. 12. 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형법 제327조 전체에 대하여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으나,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에 관한 부분이므로, 심판대상을 해당 부분으로 한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27조 중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27조(강제집행면탈)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관한 명시적 판단기준이나 처벌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한정문구를 마련해두고 있지 아니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이러한 심판대상조항의 불명확성은 검사의 자의적 기소로 이어져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고, 청구인 재산의 실질적 가치가 당해사건 법원의 판단에 제대로 고려되지 아니하여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이 침해되었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심판대상조항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라는 부분이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및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불명확하여 이에 근거한 검사의 기소 및 당해사건 법원의 판단으로 인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재산권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심판대상조항의 불명확성을 강조하거나 심판대상조항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과 다름없으므로, 이에 관하여는 별도로 살펴보지 아니하기로 한다.
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심사기준
명확성원칙은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고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그 근거로 하므로,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한지 여부는 수범자의 입장에서 예측가능성이 있는지 및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법집행을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참조).
따라서 처벌법규가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더라도, 당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당해 법률의 체계 및 다른 규정들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하거나 이미 확립된 판례를 통한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규정의 해석 및 적용에 대한 신뢰성 있는 원칙을 도출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그 법률조항의 취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 범위 내에서 명확성원칙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한 법문의 해석으로 처벌법규의 의미내용을 확인해낼 수 있다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21. 12. 23. 2019헌바87등).
(2) 구체적 판단
(가) 먼저 ‘허위의 채무를 부담’한다는 것의 의미에 관하여 본다.
사전적으로 ‘허위’는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것처럼 꾸민 것’이라는 의미이므로, ‘허위의 채무를 부담’한다는 것은 ‘실제는 채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채무가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을 형성하는 행위’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대법원도 ‘허위의 채무를 부담한다는 것은 채무가 없으면서도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을 말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89. 5. 23. 선고 88도343 판결 참조).
(나) 다음으로 ‘채권자를 해한 자’의 의미에 관하여 본다.
사전적으로 ‘해(害)한다’는 것은 ‘이롭지 아니하게 하거나 손상을 입히다’의 의미로, 심판대상조항에 나열된 행위태양(은닉, 손괴, 허위양도, 허위채무의 부담)은 모두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를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국가의 강제집행권이 발동될 단계에 있는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주된 입법취지가 있다(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1도2252 판결). 위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채권자를 해한 자’란 ‘강제집행 절차를 이미 진행하였거나 적어도 이러한 절차를 진행하고자 하는 채권자의 채권만족을 방해하는 행위를 한 자’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며, 여기서 채권만족을 방해한다는 것은 채권자가 채권만족을 아예 받지 못하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일부만 만족을 받게 되는 경우 또는 지체된 만족을 받게 되는 경우가 모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은 ‘강제집행면탈죄는 이른바 위태범으로서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면 바로 성립하는 것이고, 반드시 채권자를 해하는 결과가 야기되거나 이로 인하여 행위자가 어떤 이득을 취하여야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도2474 판결; 대법원 2008. 5. 8. 선고 2008도198 판결 등).
(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에 규정된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 부분은 그 문언이나 보호법익, 확립된 법원 판례 등을 통해 그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으므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1) 심사기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범죄의 설정과 법정형의 종류 및 범위의 선택 문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과 법감정 그리고 범죄 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는 등 헌법상의 비례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15. 11. 26. 2014헌바436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를 처벌함으로써, 국가의 강제집행 기능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는 강제집행이 임박한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대법원 1988. 4. 12. 선고 88도48 판결;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1도2252 판결 등 참조).
채권자가 공권력을 통해 채권의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집행권원을 얻는 단계(소송), 집행권원을 바탕으로 사법상 청구권을 강제적으로 실현시키는 단계(강제집행)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민사소송 및 민사집행의 체계에서는 채권자가 소송을 통해 집행권원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집행권원을 바탕으로 한 강제집행이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결국 채무자가 이를 악용하여 자신의 책임재산을 고의적으로 축소시킬 경우 국가의 강제집행 기능은 무력화되고 강제집행이 임박한 채권자의 권리실현은 현저히 곤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허위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형벌로써 제재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청구인은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부터 일탈된 재산은 채권자취소권(민법 제406조)을 통해 회복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형사처벌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통해 강제집행이 임박한 채권자의 권리를 ‘사전에 보호’하고자 하는 것인 반면, 민법상 채권자취소권은 채권자가 취할 수 있는 ‘사후적 구제수단’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당시에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고(민법 제406조 제1항 단서),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도 두고 있어(같은 조 제2항), 일탈된 책임재산이 이를 통해 항상 회복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청구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만을 처벌함으로써 강제집행면탈목적이 있는 채무부담 행위라도 진의에 의한 채무부담 행위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도1531 판결 등 참조).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강제집행면탈목적’이라는 행위자의 적극적인 의사에 기해 이루어진 ‘허위’의 채무부담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행위가 끼치는 해악 및 그 행위자의 책임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법원은 심판대상조항을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허위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하고 있고(대법원 1999. 2. 9. 선고 96도3141 판결), 채무자의 행위 시를 기준으로 채무자에게 채권자의 집행을 확보하기에 충분한 다른 재산이 있었다면 채권자를 해하였거나 해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도5165 판결). 이와 같이 법원은 심판대상조항의 적용범위를 상당히 한정함으로써 국가의 강제집행 기능과 강제집행이 임박한 채권자의 권리가 침해될 우려가 있는 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징역형과 더불어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규정하고 있고 징역형의 하한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법원이 구체적 사안에서 행위의 동기 및 방식,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죄질과 행위자의 책임에 따른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죄질이 경미하고 비난가능성이 작은 경우 법률상 감경이나 작량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양형단계에서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할 수 있으므로, 이 점에서도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형벌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볼 수 없다.
(라)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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