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3헌마351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4년 8월 29일
결정요지
참조조문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3헌마351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정○○
대리인 법무법인 대한중앙담당변호사 정민, 고강희, 김성돈, 이운영, 조정민,정선영, 박수경, 정소용
피 청 구 인 울산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선 고 일 2024. 8. 29.
【주 문】
피청구인이 2023. 2. 8. 울산지방검찰청 2023년 형제295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3. 2. 8.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울산지방검찰청 2023년 형제2959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2. 11. 12. 23:30경 울산 북구 (주소 생략) 소재 ○○ 편의점에서 시가 1,400원 상당 예식장갑 1개(이하 ‘이 사건 피해품’이라 한다)를 절취하여 절도하였다(이하 ‘이 사건 피의사실’이라 한다).』
나. 청구인은 2023. 3. 9.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몰래 끌고 나온 외할머니의 자동차가 파손되자, 이를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접착제와 목장갑을 구매하여 파손 부위를 직접 고치려고 하였다. 편의점에 목장갑이 없어 대신 이 사건 피해품을 골랐는데,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게 되면서 이 사건 피해품을 휴대폰을 든 손 쪽 겨드랑이에 끼워 넣고, 나머지 손으로 다용도접착제 2개를 마저 골라 계산하려 하였다. 당시 외할머니의 차량을 파손시킨 사실에 당황하였던 데다가 술을 한 잔 마셨고, 휴대폰으로 통화까지 하고 있어서 정신없이 계산을 하다 보니 휴대폰을 든 손 쪽 겨드랑이에 끼워놓은 이 사건 피해품을 잊어버리고 계산을 마쳤다. 청구인은 이 사건 피해품 역시 계산된 것이라고 오신하였으므로,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피청구인은 그럼에도 절도에 대한 사실오인, 수사미진 등으로 청구인에게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장래 군인을 희망하여, 군 가산복무 지원금 지급 대상자를 지원한 상태인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탈락할 위험에 처해있다.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판청구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22. 11. 당시 대학교 ○학년생으로, 2022. 10. 26. ‘2022년도 학군사관 ○○기’에 최종 선발되었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2023. 3.경에는 ‘군 가산복무 지원금 지급 대상자’에 지원한 상태였다. 이 사건 당시 범죄전력은 없었다.
(2) 청구인은 2022. 11. 12. 23:33~34경 울산 북구 (주소 생략) 에 위치한 피해자 진○○ 운영의 ○○ 편의점 ○○점(이하 ‘이 사건 편의점’이라 한다)에 들어가 시가 1,400원 상당의 이 사건 피해품을 먼저 고른 후, 이를 한쪽 겨드랑이에 껴둔 채 휴대폰으로 통화를 시작하였다. 청구인은 통화를 하면서 시가 3,100원 상당의 다용도접착제(이하 ‘접착제’라고만 한다) 2개를 마저 집어 들고는 계산대로 다가가 접착제 2개만 체크카드로 계산하고, 이 사건 피해품은 계산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가지고 나왔다.
(3) 피해자 측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 사건 편의점 내에 설치되어 있던 폐쇄회로텔레비전(이하 ‘CCTV’라고 한다)의 녹화영상과 영수증에 기재된 체크카드 결제내역 등을 통해 청구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하였다.
(4) 청구인은 경찰 조사에서 "편의점에서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가져간 사실이 있는가요."라는 질문에는 "네, 있습니다."라고 답하였지만,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고 순간적으로 무의식적으로 피해를 입히게 되었는데, 정말 죄송하게 생각을 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청구인은 같은 날 피해자와 합의하였다.
(5) 울산북부경찰서는 2023. 2. 2. 청구인의 절도죄 사건에 대하여 범죄사실이 인정된다며 송치하였다. 피청구인은 경찰의 사건 송치 후 별도의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에 대해 절도 혐의를 인정하고 2023. 2. 8.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 존부에 관한 판단
(1) 청구인이 계산을 마치지 않은 이 사건 피해품을 이 사건 편의점에서 가지고 나간 사실은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쟁점은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증명되었는지 여부이다.
불법영득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해당하므로, 행위자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5 판결 등 참조).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는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도1962 판결; 대법원2015. 9. 10. 선고 2014도12619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 및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수사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을 종합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피의사실에 관한 청구인의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이틀 뒤인 2022. 11. 14. 어머니에게 흰색 ○○ 차량의 앞부분이 파손된 사진을 2장 보내면서, ‘숨길 생각은 없었는데 내가 박았다. 엄마, 아빠가 무서웠고 외할머니에게 미안해서 차일피일 미루고, 내가 고쳐서 보낼까 생각까지 했다. 내일 외할머니에게 가서 죄송하다고 말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었고, 위 ○○ 차량은 2022. 11. 15. 폐차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보면, 몰래 가져나온 외할머니의 차량을 파손하여 이 사건 편의점에 갔을 때 당황한 상태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
(3)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수사기관에서 자백을 하였다고 주장하나, 청구인은 경찰 조사에서 계산을 하지 않고 이 사건 피해품을 가져간 점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피해를 입힌 것’이라고 하고,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등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 따라서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에 대한 청구인의 자백은 없었다.
(4) 이 사건 피해품은 시가 1,400원 상당인데, 청구인이 당시 학군사관에 선발된 상태였고, 군 가산복무 지원금 지급 대상자를 지원하는 등 군인 신분을 취득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였을 때, 그 경제적 가치가 크지 않아 범행 발각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이 사건 피해품을 절취할 동기를 찾기 어렵다. 위 가격은 청구인이 정상적으로 지불한 금액 6,200원에 비하여 현저히 낮고, 심지어 접착제 1개 가격보다 낮다.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1,400원 상당의 상품을 훔치기 위하여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5) 청구인은 1분 30초 정도 이 사건 편의점에 머물렀고, 1분만에 상품을 모두 고르고 계산대에 다가왔는데, 일련의 과정에서 전혀 머뭇거리지 않았다. 당시 청구인 외에도 이 사건 편의점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적어도 두 명 더 있었다. 이들은 언제든 청구인을 지켜볼 수 있었고, 실제로 청구인이 보이는 자리에 머물기도 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이 이들을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또한 통화하면서 휴대폰을 든 손 쪽 겨드랑이에 소지품을 끼워 두고 나머지 손으로 물품을 고르는 모습은 당시 편의점 안에 있던 다른 손님에게서도 관찰된다. 이러한 청구인의 모습은 절도의 범의가 없는 일반적인 구매자의 모습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뿐만 아니라, 얼른 물품을 구매하여 외할머니의 차량을 고쳐보려 했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부합하기도 한다.
(6) 일반적으로 주변의 시선이 많아지면 겨드랑이에 일부 상품을 숨긴 채 나머지 상품만 구매하는 절취행위는 발각될 위험이 커진다. 그런데 청구인이 계산을 하려던 때 마침 계산대 주변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다. 또한 이 사건 편의점에는 CCTV가 7대 있었다. 그러나 청구인이 CCTV의 위치나 계산 당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청구인의 행동은 위 CCTV 중 총 네 대의 CCTV 영상에 찍히기도 하였다.
(7) 절도를 할 의도였다면, 추적이 쉽지 않은 현금을 사용하는 편이 나은데도 청구인은 본인 명의 체크카드를 사용하였다. 실제로 청구인은 위 체크카드 결제내역으로 인하여 피의자로 특정되었다.
(8)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얇은 재질의 상의를 입고 있었기에 겨드랑이에 끼워 둔 이 사건 피해품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고, 이 사건 피해품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겨드랑이를 몸에 붙인 불편한 자세로 지갑을 꺼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통화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휴대폰을 든 팔을 굳이 내리지 않는다. 통화 중일 때 다른 한손으로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내는 것이나, 통화에 집중하면서 겨드랑이에 끼워 둔 이 사건 피해품의 존재를 금세 잊어버리는 일 역시 불가능하지 않다.
청구인이 애초에 계산과정에 주의하지 않았다면, 계산을 마친 후 소지품을 정리하면서도 계산 누락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청구인이 이 사건 편의점을 나간 직후 이 사건 피해품을 겨드랑이에서 꺼내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피해품이 계산되지 않은 사실을 계산 당시부터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구매 직후 이 사건 피해품이 계산되지 않은 사실을 알 수밖에 없음에도 재결제하지 않았으므로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청구인에게 결제 직후 이 사건 피해품의 계산 누락 사실을 곧바로 확인할 방법이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
(9) 이외에 청구인이 단지 통화하는 시늉만 하였다는 점 또는 당시 청구인의 계좌잔액이 구매하고자 한 상품 총액 미만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거나, 청구인에게 구매의 기회를 틈타 숨기기 좋은 일부 상품은 계산을 일부러 누락하는 방식 또는 기타 형태의 절도 습벽이 있다고 볼 자료 등 ‘물품 구매 과정에서 정신이 팔려 한쪽 겨드랑이에 껴둔 이 사건 피해품을 깜빡하고 나머지 물품만 계산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배제되어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달리 찾을 수 없다.
(10) 결국 수사기록에 나타난 내용만으로는 이 사건 피의사실에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절도 혐의를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외에 재판청구권, 공무담임권도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는 취지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한 이상,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공무담임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
사 건 2023헌마351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정○○
대리인 법무법인 대한중앙담당변호사 정민, 고강희, 김성돈, 이운영, 조정민,정선영, 박수경, 정소용
피 청 구 인 울산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선 고 일 2024. 8. 29.
【주 문】
피청구인이 2023. 2. 8. 울산지방검찰청 2023년 형제295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3. 2. 8.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울산지방검찰청 2023년 형제2959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2. 11. 12. 23:30경 울산 북구 (주소 생략) 소재 ○○ 편의점에서 시가 1,400원 상당 예식장갑 1개(이하 ‘이 사건 피해품’이라 한다)를 절취하여 절도하였다(이하 ‘이 사건 피의사실’이라 한다).』
나. 청구인은 2023. 3. 9.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몰래 끌고 나온 외할머니의 자동차가 파손되자, 이를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접착제와 목장갑을 구매하여 파손 부위를 직접 고치려고 하였다. 편의점에 목장갑이 없어 대신 이 사건 피해품을 골랐는데,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게 되면서 이 사건 피해품을 휴대폰을 든 손 쪽 겨드랑이에 끼워 넣고, 나머지 손으로 다용도접착제 2개를 마저 골라 계산하려 하였다. 당시 외할머니의 차량을 파손시킨 사실에 당황하였던 데다가 술을 한 잔 마셨고, 휴대폰으로 통화까지 하고 있어서 정신없이 계산을 하다 보니 휴대폰을 든 손 쪽 겨드랑이에 끼워놓은 이 사건 피해품을 잊어버리고 계산을 마쳤다. 청구인은 이 사건 피해품 역시 계산된 것이라고 오신하였으므로,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피청구인은 그럼에도 절도에 대한 사실오인, 수사미진 등으로 청구인에게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장래 군인을 희망하여, 군 가산복무 지원금 지급 대상자를 지원한 상태인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탈락할 위험에 처해있다.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판청구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22. 11. 당시 대학교 ○학년생으로, 2022. 10. 26. ‘2022년도 학군사관 ○○기’에 최종 선발되었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2023. 3.경에는 ‘군 가산복무 지원금 지급 대상자’에 지원한 상태였다. 이 사건 당시 범죄전력은 없었다.
(2) 청구인은 2022. 11. 12. 23:33~34경 울산 북구 (주소 생략) 에 위치한 피해자 진○○ 운영의 ○○ 편의점 ○○점(이하 ‘이 사건 편의점’이라 한다)에 들어가 시가 1,400원 상당의 이 사건 피해품을 먼저 고른 후, 이를 한쪽 겨드랑이에 껴둔 채 휴대폰으로 통화를 시작하였다. 청구인은 통화를 하면서 시가 3,100원 상당의 다용도접착제(이하 ‘접착제’라고만 한다) 2개를 마저 집어 들고는 계산대로 다가가 접착제 2개만 체크카드로 계산하고, 이 사건 피해품은 계산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가지고 나왔다.
(3) 피해자 측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 사건 편의점 내에 설치되어 있던 폐쇄회로텔레비전(이하 ‘CCTV’라고 한다)의 녹화영상과 영수증에 기재된 체크카드 결제내역 등을 통해 청구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하였다.
(4) 청구인은 경찰 조사에서 "편의점에서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가져간 사실이 있는가요."라는 질문에는 "네, 있습니다."라고 답하였지만,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고 순간적으로 무의식적으로 피해를 입히게 되었는데, 정말 죄송하게 생각을 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청구인은 같은 날 피해자와 합의하였다.
(5) 울산북부경찰서는 2023. 2. 2. 청구인의 절도죄 사건에 대하여 범죄사실이 인정된다며 송치하였다. 피청구인은 경찰의 사건 송치 후 별도의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에 대해 절도 혐의를 인정하고 2023. 2. 8.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 존부에 관한 판단
(1) 청구인이 계산을 마치지 않은 이 사건 피해품을 이 사건 편의점에서 가지고 나간 사실은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쟁점은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증명되었는지 여부이다.
불법영득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해당하므로, 행위자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5 판결 등 참조).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는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도1962 판결; 대법원2015. 9. 10. 선고 2014도12619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 및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수사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을 종합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피의사실에 관한 청구인의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이틀 뒤인 2022. 11. 14. 어머니에게 흰색 ○○ 차량의 앞부분이 파손된 사진을 2장 보내면서, ‘숨길 생각은 없었는데 내가 박았다. 엄마, 아빠가 무서웠고 외할머니에게 미안해서 차일피일 미루고, 내가 고쳐서 보낼까 생각까지 했다. 내일 외할머니에게 가서 죄송하다고 말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었고, 위 ○○ 차량은 2022. 11. 15. 폐차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보면, 몰래 가져나온 외할머니의 차량을 파손하여 이 사건 편의점에 갔을 때 당황한 상태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
(3)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수사기관에서 자백을 하였다고 주장하나, 청구인은 경찰 조사에서 계산을 하지 않고 이 사건 피해품을 가져간 점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피해를 입힌 것’이라고 하고,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등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 따라서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에 대한 청구인의 자백은 없었다.
(4) 이 사건 피해품은 시가 1,400원 상당인데, 청구인이 당시 학군사관에 선발된 상태였고, 군 가산복무 지원금 지급 대상자를 지원하는 등 군인 신분을 취득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였을 때, 그 경제적 가치가 크지 않아 범행 발각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이 사건 피해품을 절취할 동기를 찾기 어렵다. 위 가격은 청구인이 정상적으로 지불한 금액 6,200원에 비하여 현저히 낮고, 심지어 접착제 1개 가격보다 낮다.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1,400원 상당의 상품을 훔치기 위하여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5) 청구인은 1분 30초 정도 이 사건 편의점에 머물렀고, 1분만에 상품을 모두 고르고 계산대에 다가왔는데, 일련의 과정에서 전혀 머뭇거리지 않았다. 당시 청구인 외에도 이 사건 편의점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적어도 두 명 더 있었다. 이들은 언제든 청구인을 지켜볼 수 있었고, 실제로 청구인이 보이는 자리에 머물기도 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이 이들을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또한 통화하면서 휴대폰을 든 손 쪽 겨드랑이에 소지품을 끼워 두고 나머지 손으로 물품을 고르는 모습은 당시 편의점 안에 있던 다른 손님에게서도 관찰된다. 이러한 청구인의 모습은 절도의 범의가 없는 일반적인 구매자의 모습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뿐만 아니라, 얼른 물품을 구매하여 외할머니의 차량을 고쳐보려 했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부합하기도 한다.
(6) 일반적으로 주변의 시선이 많아지면 겨드랑이에 일부 상품을 숨긴 채 나머지 상품만 구매하는 절취행위는 발각될 위험이 커진다. 그런데 청구인이 계산을 하려던 때 마침 계산대 주변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다. 또한 이 사건 편의점에는 CCTV가 7대 있었다. 그러나 청구인이 CCTV의 위치나 계산 당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청구인의 행동은 위 CCTV 중 총 네 대의 CCTV 영상에 찍히기도 하였다.
(7) 절도를 할 의도였다면, 추적이 쉽지 않은 현금을 사용하는 편이 나은데도 청구인은 본인 명의 체크카드를 사용하였다. 실제로 청구인은 위 체크카드 결제내역으로 인하여 피의자로 특정되었다.
(8)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얇은 재질의 상의를 입고 있었기에 겨드랑이에 끼워 둔 이 사건 피해품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고, 이 사건 피해품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겨드랑이를 몸에 붙인 불편한 자세로 지갑을 꺼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통화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휴대폰을 든 팔을 굳이 내리지 않는다. 통화 중일 때 다른 한손으로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내는 것이나, 통화에 집중하면서 겨드랑이에 끼워 둔 이 사건 피해품의 존재를 금세 잊어버리는 일 역시 불가능하지 않다.
청구인이 애초에 계산과정에 주의하지 않았다면, 계산을 마친 후 소지품을 정리하면서도 계산 누락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청구인이 이 사건 편의점을 나간 직후 이 사건 피해품을 겨드랑이에서 꺼내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피해품이 계산되지 않은 사실을 계산 당시부터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구매 직후 이 사건 피해품이 계산되지 않은 사실을 알 수밖에 없음에도 재결제하지 않았으므로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청구인에게 결제 직후 이 사건 피해품의 계산 누락 사실을 곧바로 확인할 방법이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
(9) 이외에 청구인이 단지 통화하는 시늉만 하였다는 점 또는 당시 청구인의 계좌잔액이 구매하고자 한 상품 총액 미만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거나, 청구인에게 구매의 기회를 틈타 숨기기 좋은 일부 상품은 계산을 일부러 누락하는 방식 또는 기타 형태의 절도 습벽이 있다고 볼 자료 등 ‘물품 구매 과정에서 정신이 팔려 한쪽 겨드랑이에 껴둔 이 사건 피해품을 깜빡하고 나머지 물품만 계산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배제되어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달리 찾을 수 없다.
(10) 결국 수사기록에 나타난 내용만으로는 이 사건 피의사실에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절도 혐의를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외에 재판청구권, 공무담임권도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는 취지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한 이상,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공무담임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