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3헌마79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4년 8월 29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3헌마79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전○○
대리인 법무법인 대오
담당변호사 강경구, 이영주
피 청 구 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선 고 일 2024. 8. 29.
【주 문】
피청구인이 2022. 10. 28.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58680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2. 10. 28.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58680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2. 8. 9. 13:02경 서울 강남구 (주소 생략) , ○○ □□점(이하 ‘이 사건 식당’이라 한다) 내에서 피해자가 우산꽂이에 꽂아둔 시가 20만 원 상당의 검정색 벤츠 장우산 1개를 꺼내 몰래 가져감으로써 이를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3. 1. 16.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피해자의 우산을 자신의 우산이라고 착오하여 들고 간 것이므로, 청구인에게는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청구인의 절도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였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22. 8. 9. 12:11경 일행 2명과 함께 청구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바로 건너편에 있는 이 사건 식당에 방문하였고, 2개의 우산꽂이 중 식당 출입문에 좀 더 가까이 놓여 있던 우산꽂이에 자신이 쓰고 온 검정색 장우산을 꽂아두었다.
(2) 피해자는 그로부터 약 30여 분 뒤인 12:44경 이 사건 식당에 들어왔고, 청구인과는 다른 우산꽂이에 자신이 쓰고 온 검정색 장우산을 꽂아두었다.
(3) 청구인 일행은 이 사건 식당에 입장한지 약 50여 분 뒤인 13:01경 식사를 마쳤고, 청구인의 일행 중 1명이 신용카드로 식사대금을 결제하였다. 청구인은 식당 출입문 앞에서 자신의 우산을 우산꽂이에서 꺼내들어 잠시 살펴보았다가 다시 꽂아두고, 다른 우산꽂이에서 피해자의 우산을 꺼내들어 마찬가지로 잠시 살펴본 뒤 식당 밖으로 나가면서 피해자의 우산을 펼쳐서 쓰고 곧바로 일행들과 함께 청구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커뮤니티센터로 걸어 들어갔다.
(4) 피해자는 13:31경 우산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식당에 설치된 폐쇄회로 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이하 ‘CCTV’라 한다) 영상에서 청구인이 자신의 우산을 가져가는 모습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하였다.
(5) 경찰은 카드사로부터 식당에서 결제한 청구인 일행의 신상을 파악하였고, 위 일행을 통해 2022. 10. 17.경 청구인에게 연락하였다. 청구인은 경찰관과의 통화에서 ‘오래 전이라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잘못 가져갔다면 아마 실수인 것 같다’고 진술하였고, 같은 날 경찰서에 출석하여 피해자의 우산을 반환하고 조사를 받았다.
청구인은 위 2022. 10. 17.자 경찰 조사에서 ‘식당을 나가면서 피해자의 우산을 내 우산으로 착각하고 잘못 가지고 간 것이고, 오늘 연락을 받을 때까지 우산을 잘못 가지고 간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진술하며 절도의 고의를 부인하였고, 자신의 우산을 제대로 꺼내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피해자의 우산을 들고 간 이유에 대하여 경찰관이 묻자 ‘아마 내가 들고 갔던 우산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아서 내 우산을 집어 들고도 이게 내 우산이 맞는지 의심스러워 다른 우산을 들고 간 것 같다’고 답변하였으며, 피해자의 우산 손잡이에는 비닐포장이 뜯어지지 않은 채 씌워져 있고 ‘벤츠’ 브랜드 마크가 붙어 있으므로 청구인의 우산과 혼동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추궁에는 ‘집에 비슷한 우산이 많아서 착각한 것 같다. 우리 집에도 손잡이 비닐포장이 뜯어지지 않은 우산이 있고, 남편이 어디 가서 받아온 우산이 많이 있다 보니 우산에 어떤 마크가 새겨져 있는지 자세히 본 적도 없다’고 해명하였다.
(6) 피해자의 우산은 검정색 장우산으로 외제차 브랜드 ‘벤츠’ 마크가 붙어있고, 손잡이에는 비닐포장이 뜯어지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벤츠’ 마크가 부착된 정확한 위치 및 그 크기는 알 수 없으나, 피해자가 식당으로 들어올 때의 CCTV 영상에서 우산살 사이의 공간에 흰색 글씨가 적혀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7) 청구인은 이 사건 당시 62세였으며, 이 사건으로부터 약 3년 7개월 전인 2019. 1. 10.경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며 대학병원 신경과에 내원하여 인지기능에 대한 신경심리검사를 받았다. 당시 청구인은 ‘물건을 두면 기억을 못하고, 물건을 두고 그냥 오는 경우도 많으며, 예전부터 건망증은 있었으나 점점 더 기억이 짧아지는 느낌’이라고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였다. 의사는 청구인에 대한 신경심리검사 결과 모든 영역이 정상 범위 내로 유지되고 있으므로 청구인이 호소하는 기억력 장애는 ‘주관적 인지저하’(Subjective cognitive decline)에 해당한다고 진단하였다. 청구인은 이 사건 이후인 2023. 1. 2.경 다른 병원에서 ‘뇌 기능 개선제’를 처방받기도 하였다.
(8) 청구인은 이 사건 이외에 수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나. 절도의 고의 유무
(1) 관련 법리
절도죄에 있어서 절도의 범의는 타인의 점유 하에 있는 타인소유물을 그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 하에 이전하는 데에 대한 인식을 말하므로(대법원 1989. 1. 17. 선고 88도971 판결 참조), 재물의 타인성을 오신하여 그 재물이 자기에게 취득할 것이 허용된 동일한 물건으로 오인하고 가져온 경우에는 범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범의가 조각되어 절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83. 9. 13. 선고 83도1762, 83감도315 판결 참조).
(2) 판단
(가)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절도의 고의로 피해자의 우산을 몰래 가져감으로써 이를 절취하였다는 피의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외관이 유사한 타인의 우산을 자신의 우산으로 착오하는 일은 일상생활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CCTV 영상에 따르면, 청구인과 피해자의 우산은 모두 검정색 장우산으로 그 색상과 크기가 비슷하며, 손잡이 형태 또한 일자형으로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당시 62세였으며, 이 사건으로부터 약 3년 7개월 이전인 2019. 1. 10.경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며 대학병원 신경과에 내원하여 인지기능에 대한 신경심리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는 아니하였으나 그 이후인 2023. 1. 2.경에도 ‘뇌 기능 개선제’를 처방받는 등 계속해서 인지기능과 관련하여 병원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청구인의 연령과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자신의 우산과 외관이 유사한 피해자의 우산을 자신의 것으로 착오하였다는 청구인의 주장이 그 자체로 비합리적이라거나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 피해자의 우산은 청구인의 우산과 달리 손잡이에 비닐포장이 씌워져 있기는 하였다. 그러나 손잡이의 비닐포장 여부는 우산의 전체적인 색상과 형태 등의 외관에 비하면 사소한 부분이어서 충분히 착오할 수 있고,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 이후 제출된 청구인 배우자의 진술서에 따르면 청구인의 집에는 청구인 배우자가 골프대회 등에서 받아온 검정색 장우산이 많이 있고 그중에는 손잡이 비닐포장을 벗기지 않은 새 우산도 다수 있다는 것인바, 청구인이 피해자의 우산을 자신의 집에 있는 것과 같은 새 우산으로 착오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피해자의 우산에는 ‘벤츠’라는 고가의 외제차 브랜드 마크가 부착되어 있었다. 그런데 CCTV 영상에 따르면 우산살 사이의 공간에 흰색으로 글씨가 적혀있는 것만이 확인되므로, 우산이 접혀져 우산꽂이에 꽂혀있는 상태에서는 해당 마크를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구인은 피해자보다 먼저 식당에 들어와 자신의 우산을 우산꽂이에 꽂아두었으며, 식당에서 나갈 때에도 자신의 우산을 먼저 꺼내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피해자의 우산을 꺼내든 것이므로, 청구인이 ‘벤츠’ 마크를 보고 피해자의 우산을 꺼낸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이후 청구인이 피해자의 우산을 꺼내들고 잠시 살펴보았다가 들고 나가는 모습이 확인되기는 하나, 이때 ‘벤츠’ 마크를 발견할 수 있었는지 여부 역시 알 수 없다.
3) 사건 당시 청구인은 일행 2명과 함께 자신의 주거지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 방문한 것이었고, 청구인이 우산을 찾을 때에는 이미 청구인의 일행이 신용카드로 결제를 마친 상황이었는바, 이처럼 일행과 함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적사항이나 연락처가 용이하게 파악될 수 있는 상황에서 청구인이 우산을 절취하였다고 보기에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4) 청구인은 절도죄뿐만 아니라 어떠한 범죄로도 처벌받거나 수사 받은 전력이 없고, 신용카드를 사용한 일행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즉시 경찰서에 출석하여 피해자의 우산을 반환하였으며, 그밖에 청구인에게 절도의 습벽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자료도 없다. 또한 청구인은 피해자의 우산을 자신의 우산으로 착오하여 가져갔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절도의 고의를 부인하였다.
(나) 앞서 살펴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피해자의 우산을 자신의 우산이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우산과 피해자의 우산이 외관상 유사하여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지, 청구인의 집에 피해자의 우산처럼 손잡이 비닐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의 새 우산이 많이 있다는 청구인의 변소에 신빙성이 있는지 등에 관하여 면밀히 수사하지 않은 채 청구인이 피해자의 우산에 부착된 ‘벤츠’ 마크만을 보고 우발적·충동적으로 범행을 일으켰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이처럼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
다. 소결론
청구인은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절도의 고의를 부인하였고, 수사가 이루어진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이는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고 봄이 타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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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