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3헌마1036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4년 8월 29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3헌마1036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용○○
대리인 변호사 박도민
피 청 구 인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선 고 일 2024. 8. 29.
【주 문】
피청구인이 2023. 8. 2. 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23년 형제24548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3. 8. 2.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23년 형제24548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3. 5. 18. 23:23경 피해자가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무인판매점인 ‘○○’(이하 ‘이 사건 점포’라 한다)에서 시가 합계 5,300원 상당의 아이스크림 5개(이하 ‘이 사건 아이스크림’이라 한다)를 결제하지 않고 가지고 가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3. 8. 30.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대학원 수업을 듣고 밤늦게 귀가하던 중 이 사건 점포에 들려 이 사건 아이스크림을 구입하려고 바코드까지 찍었으나 순간적으로 계산하는 것을 잊고 그대로 가져갔을 뿐 절취의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청구인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23. 5. 18. 23:23경 아이스크림 무인판매점인 이 사건 점포에서 이 사건 아이스크림을 계산대에 가져가 바코드를 찍은 뒤 결제를 하지 않은 채 자신의 가방에 넣고 매장 밖으로 나갔다.
(2) 피해자는 이 사건 점포 폐쇄회로 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이하 ‘CCTV’라 한다)을 통해 누군가 아이스크림을 바코드로 찍은 뒤 결제하지 않고 가져간 것을 확인하고 이를 경찰에 신고하였다.
(3) CCTV 영상 및 교통카드 사용내역 등의 추적을 통해 피의자로 지목된 청구인은 2023. 7. 2. 자신의 주거지에 찾아 온 경찰관에게 ‘아닐 텐데, 계산 하였을 텐데…. 사진에 나와 있는 사람은 내가 맞다’고 답변하였고, 이후 2023. 7. 12.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는데 결제하는 것을 잊은 것 같다. 전에 자주 가던 가게인데 매번 결제를 했다. 그 날만 잊은 것 같다. 수업이 너무 늦게 끝나서 빨리 귀가하고 싶은 생각에 잊은 것 같다. 결제화면에 제 얼굴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라는 취지로 말하며 절취의 고의를 부인하였다.
(4) 청구인은 경찰 조사 당일인 2023. 7. 12. 피해자에게 105,300원을 변상하였고, 피해자는 청구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5) 이 사건 점포는 청구인의 주거지에서 8분 거리로 청구인의 주거지에서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해 있고, 사건 당시 청구인은 대학원생으로 소득이 없었으나 청구인의 계좌에 약 1,000만 원의 잔액이 있었으며, 청구인의 체크카드 사용내역에는 이 사건을 전후하여 이 사건 매장과 주거지 인근 다른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에서 결제한 내역이 수십 회 확인된다.
나. 절취의 고의 유무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절취의 고의로 아이스크림을 계산하지 않은 채 가지고 갔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청구인은 이 사건 아이스크림을 계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학원 수업이 늦게 끝나서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계산하는 것을 잊은 것 같다’며 고의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실제로 청구인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서 함께 제출한 대학원 재학증명서, 교통카드 이용내역, 역에서 집으로 가는 동선 등을 종합해 보면, 청구인의 주장은 일응 신빙성이 있다.
(2) 청구인이 제출한 체크카드 결제내역에 의하면 청구인은 이 사건 발생 전후에 주거지 인근에 있는 이 사건 점포와 인근 다른 아이스크림 무인판매점에 수십 회 방문하여 아이스크림을 정상적으로 계산하였는데, 청구인이 굳이 이 사건 당일에만 절취의 의사로 아이스크림을 계산하지 않을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3) 청구인은 아이스크림을 계산대에 가지고 가 바코드를 찍었고, 바코드를 찍을 때 계산대에 설치된 카메라가 계산하는 사람의 얼굴 정면을 찍어 그 영상을 결제화면에 보여주므로 청구인은 자신의 얼굴이 카메라로 찍힌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는데, 만약 청구인이 처음부터 아이스크림을 절취할 의사였다면 아이스크림의 바코드를 찍을 이유가 없다.
(4) 이 사건 점포는 불특정 다수가 빈번히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일 뿐만 아니라 무인판매점으로서 내부에 CCTV가 설치되어 녹화된다는 사정을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어 보인다. 또한 이 사건 점포는 청구인의 주거지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점포 인근을 자주 왕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구인이 아이스크림을 절취할 경우 쉽게 발각될 수 있는 곳인데, 청구인의 상황과 이 사건 아이스크림의 가액 등을 고려하였을 때 청구인이 그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스크림을 절취할 별다른 동기나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5) 청구인에게 절도의 습벽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자료도 없다.
다. 소결론
위와 같이 수사가 이루어진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이는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증거판단의 잘못으로 인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고 봄이 타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