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헌마327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4년 8월 29일
결정요지
참조조문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건2021헌마327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장○○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대희
피청구인광주지방검찰청 검사
선고일2024. 8. 29.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10. 23. 광주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19553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0. 10. 23. 청구인에 대하여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유예처분(광주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19553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이 사건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가발 판매자인 고소인으로부터 가발을 구매한 뒤 환불받고자 하였던 사람으로, 2020. 2. 19. 고소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판매 사이트 내 리뷰 게시판에 ‘가발에 동봉된 그물망을 착용 후 가발을 써보았으나 가발이 고정되지 않는다. 그물망 없이 가발을 써보았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 클립 상태가 불량으로 판단되어 고정이 되지 않았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그물망 상태 불량, 클립 상태 불량 등으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는 취지의 글(이하 ‘이 사건 게시글’이라 한다)을 작성함으로써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고소인의 업무를 방해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구매한 가발에 동봉된 그물망이 가발을 보관하기 위한 것임을 알지 못했고, 다만 가발 착용 시 사용하는 가발망인데 가발이 견고하게 고정되지 않는 하자가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이 사건 게시글 작성에 있어 청구인에게는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인식이 없었다. 또한 이 사건 게시글은 단순한 의견 또는 가치판단을 밝힌 것에 불과하므로 허위사실의 유포에 해당하지 않으며, 다른 소비자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한 것이어서 고소인의 업무를 방해할 고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피의사실을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20. 1. 16. 인터넷상 ○○스토어에서 ‘ ○○’라는 상호로 가발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고소인으로부터 가발을 구매하였다.
(2) 청구인은 2020. 1. 29. ‘가발을 써보려고 하니 가발의 내부망이 끊어질 듯 부실하고 가발이 고정조차 안 되는 불량상품인 것 같다’는 이유로 고소인에게 환불을 신청했고, 이에 대해 고소인은 ‘제품의 문제가 없다면 검수 후 환불해주겠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그런데 이후 청구인으로부터 가발을 반품 받은 고소인은 청구인이 가발의 상표 태그를 뜯은 상태여서 환불할 수 없다고 답변하였다.
(3) 이와 같이 고소인이 환불을 거부하자 청구인은 2020. 2. 12.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절차를 신청하였다. 해당 절차에서도 고소인은 청구인이 구매한 제품의 품질에 하자가 없고 상표 태그가 제거된 상태여서 환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2020. 2. 17. 한국소비자원에 청구인이 구매한 가발에 동봉된 그물망은 가발을 보관하기 위한 것이고 가발 착용 시 머리에 쓰는 용도가 아니라는 것을 밝혔고, 한국소비자원은 이러한 내용을 2020. 2. 20. 청구인에게 전달하였다.
(4) 청구인은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절차가 진행 중이던 2020. 2. 19. 고소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판매 사이트 내 리뷰 게시판에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였다.
나. 쟁점
청구인의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 쟁점은 청구인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다는 인식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로써 고소인의 업무를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이다.
다.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검사에게 증명책임이 있으므로, 형법 제314조 제1항의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려면 유포된 사실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허위라는 점 및 피고인이 그 유포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모두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도11215 판결 등 참조).
라. 구체적 판단
(1) 청구인이 고소인으로부터 구매한 가발에 동봉되어 있던 그물망(이하 ‘이 사건 그물망’이라 한다)은 가발을 보관하기 위한 것이지 가발을 쓸 때 착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청구인은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던 2020. 2. 19.에는 이 사건 그물망의 정확한 용도를 알지 못하였으므로 허위사실 유포의 의사가 없었고, 이 사건 게시글은 하자 있는 제품을 판매한 자가 환불을 거부하는 부당한 상황을 소비자들에게 공유하기 위한 것일 뿐 업무방해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반면, 피청구인은 수사기록에 편철된 반품 관련 답글과 청구인과의 연락업무를 담당한 고소인의 직원인 김○○의 진술서 등을 근거로 이 사건 피의사실을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2)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이 사건 그물망이 가발 착용 시 사용하는 가발망이 아님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고의로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우선 피청구인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로 들고 있는 반품 관련 답글 중 2020. 1. 29.자 답글은 청구인의 환불요청 및 이에 대한 고소인의 답변이다. 그 내용은 앞서 ‘가. 인정되는 사실’ 중 (2)항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데, 그 내용만 놓고 보면 오히려 청구인은 이 사건 그물망의 용도를 가발 착용 시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반품을 요청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피청구인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로 들고 있는 또 다른 반품 관련 답글은 고소인의 직원인 김○○이 발신한 이메일로 보이는데, 수사기록에 편철된 자료만으로는 위 이메일의 수신자가 누구인지, 발신 일자가 언제인지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위 이메일의 내용에 비추어볼 때 위 이메일은 청구인이 아닌 한국소비자원에 발신된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소비자원은 이 사건 게시글 작성 다음날인 2020. 2. 20. 청구인에게 고소인이 설명한 이 사건 그물망의 용도를 전달한 사실만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위 이메일 역시 청구인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할 당시 이 사건 그물망이 가발 착용 시 사용하는 가발망이 아님을 알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자료로 삼기에 부족하다.
(나) 김○○이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는 ‘청구인이 반품을 요청할 당시 청구인에게 해당 가발은 가발망이 필요 없는 제품이라고 안내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청구인은 경찰조사에서 ‘반품 요구와 관련하여 고소인 측과 전화통화를 하였는데, 고소인 측은 청구인이 상표 태그를 제거하여 반품을 할 수 없다는 말만 하였을 뿐 이 사건 그물망이나 클립 하자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와 같이 고소인이 청구인에게 이 사건 그물망의 용도를 설명하여 청구인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기 이전에 이미 이를 알고 있었는지에 관하여 김○○과 청구인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면, 피청구인으로서는 김○○으로부터 직접 관련 진술을 듣거나 김○○과 청구인의 대질조사를 통하여 김○○ 진술의 신빙성을 따졌어야 하는데도 별다른 추가조사를 하지 않았다.
(다) 고소인이 제출한 한국소비자원 담당자와 고소인 사이의 통화 녹취록에서도 이 사건 그물망의 용도가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청구인에게 설명된 것은 이 사건 게시글 작성 다음 날인 2020. 2. 20.임을 알 수 있을 뿐이고, 그 이전에 고소인이 청구인에게 이 사건 그물망의 용도를 설명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라)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게시하면서 이 사건 그물망의 사진도 첨부하였는데, 이 사건 그물망은 그 형태에서 가발 착용 시 머리에 쓰는 가발망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가발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해당 사진을 보고 이 사건 그물망이 가발 착용 시 머리에 쓰는 가발망이 아님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청구인이 이 사건 그물망이 가발망이 아니라는 점을 알면서도 하자 있는 가발망이 동봉된 것처럼 허위의 글을 작성하려는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 사건 그물망의 사진을 첨부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마) 청구인은 고소인이 운영하는 판매 사이트 내 리뷰 게시판에서 확보한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는데, 해당 자료에는 다른 소비자의 가발망에 대한 문의에 고소인이 ‘가발망이 제품을 고정해줄 정도로 견고한 게 아니다’는 취지로 답변한 내용이 들어 있다. 청구인이 이 사건 그물망을 사용해본 뒤 구매한 가발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의심을 갖고 고소인의 판매 사이트를 살펴보다 위와 같은 글을 보았다면, 자신이 구매한 제품에도 같은 하자가 있다는 생각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3) 청구인은 이 사건 게시글에서 이 사건 그물망 외에 가발의 클립 상태가 불량이라는 내용도 작성하였는데, 해당 내용은 ‘개인적인 소견으로 클립 상태가 불량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업무방해죄에서 ‘허위사실의 유포’란 객관적으로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 사실을 유포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의견이나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데(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도6634 판결 참조), 이 사건 게시글 중 가발의 클립 상태에 관한 것은 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가발의 고정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게 느껴진다는 청구인의 평가 내지 판단에 불과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 사건 게시글 중 그 밖의 내용은 고소인에게 환불 요청을 하는 과정에서 실제 있었던 사실을 기술한 것이거나 청구인의 의견 내지 판단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4)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면,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여 게시한 행위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업무를 방해하려는 고의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이 사건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
사건2021헌마327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장○○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대희
피청구인광주지방검찰청 검사
선고일2024. 8. 29.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10. 23. 광주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19553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0. 10. 23. 청구인에 대하여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유예처분(광주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19553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이 사건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가발 판매자인 고소인으로부터 가발을 구매한 뒤 환불받고자 하였던 사람으로, 2020. 2. 19. 고소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판매 사이트 내 리뷰 게시판에 ‘가발에 동봉된 그물망을 착용 후 가발을 써보았으나 가발이 고정되지 않는다. 그물망 없이 가발을 써보았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 클립 상태가 불량으로 판단되어 고정이 되지 않았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그물망 상태 불량, 클립 상태 불량 등으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는 취지의 글(이하 ‘이 사건 게시글’이라 한다)을 작성함으로써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고소인의 업무를 방해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구매한 가발에 동봉된 그물망이 가발을 보관하기 위한 것임을 알지 못했고, 다만 가발 착용 시 사용하는 가발망인데 가발이 견고하게 고정되지 않는 하자가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이 사건 게시글 작성에 있어 청구인에게는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인식이 없었다. 또한 이 사건 게시글은 단순한 의견 또는 가치판단을 밝힌 것에 불과하므로 허위사실의 유포에 해당하지 않으며, 다른 소비자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한 것이어서 고소인의 업무를 방해할 고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피의사실을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20. 1. 16. 인터넷상 ○○스토어에서 ‘ ○○’라는 상호로 가발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고소인으로부터 가발을 구매하였다.
(2) 청구인은 2020. 1. 29. ‘가발을 써보려고 하니 가발의 내부망이 끊어질 듯 부실하고 가발이 고정조차 안 되는 불량상품인 것 같다’는 이유로 고소인에게 환불을 신청했고, 이에 대해 고소인은 ‘제품의 문제가 없다면 검수 후 환불해주겠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그런데 이후 청구인으로부터 가발을 반품 받은 고소인은 청구인이 가발의 상표 태그를 뜯은 상태여서 환불할 수 없다고 답변하였다.
(3) 이와 같이 고소인이 환불을 거부하자 청구인은 2020. 2. 12.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절차를 신청하였다. 해당 절차에서도 고소인은 청구인이 구매한 제품의 품질에 하자가 없고 상표 태그가 제거된 상태여서 환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2020. 2. 17. 한국소비자원에 청구인이 구매한 가발에 동봉된 그물망은 가발을 보관하기 위한 것이고 가발 착용 시 머리에 쓰는 용도가 아니라는 것을 밝혔고, 한국소비자원은 이러한 내용을 2020. 2. 20. 청구인에게 전달하였다.
(4) 청구인은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절차가 진행 중이던 2020. 2. 19. 고소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판매 사이트 내 리뷰 게시판에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였다.
나. 쟁점
청구인의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 쟁점은 청구인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다는 인식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로써 고소인의 업무를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이다.
다.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검사에게 증명책임이 있으므로, 형법 제314조 제1항의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려면 유포된 사실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허위라는 점 및 피고인이 그 유포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모두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도11215 판결 등 참조).
라. 구체적 판단
(1) 청구인이 고소인으로부터 구매한 가발에 동봉되어 있던 그물망(이하 ‘이 사건 그물망’이라 한다)은 가발을 보관하기 위한 것이지 가발을 쓸 때 착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청구인은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던 2020. 2. 19.에는 이 사건 그물망의 정확한 용도를 알지 못하였으므로 허위사실 유포의 의사가 없었고, 이 사건 게시글은 하자 있는 제품을 판매한 자가 환불을 거부하는 부당한 상황을 소비자들에게 공유하기 위한 것일 뿐 업무방해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반면, 피청구인은 수사기록에 편철된 반품 관련 답글과 청구인과의 연락업무를 담당한 고소인의 직원인 김○○의 진술서 등을 근거로 이 사건 피의사실을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2)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이 사건 그물망이 가발 착용 시 사용하는 가발망이 아님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고의로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우선 피청구인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로 들고 있는 반품 관련 답글 중 2020. 1. 29.자 답글은 청구인의 환불요청 및 이에 대한 고소인의 답변이다. 그 내용은 앞서 ‘가. 인정되는 사실’ 중 (2)항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데, 그 내용만 놓고 보면 오히려 청구인은 이 사건 그물망의 용도를 가발 착용 시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반품을 요청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피청구인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로 들고 있는 또 다른 반품 관련 답글은 고소인의 직원인 김○○이 발신한 이메일로 보이는데, 수사기록에 편철된 자료만으로는 위 이메일의 수신자가 누구인지, 발신 일자가 언제인지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위 이메일의 내용에 비추어볼 때 위 이메일은 청구인이 아닌 한국소비자원에 발신된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소비자원은 이 사건 게시글 작성 다음날인 2020. 2. 20. 청구인에게 고소인이 설명한 이 사건 그물망의 용도를 전달한 사실만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위 이메일 역시 청구인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할 당시 이 사건 그물망이 가발 착용 시 사용하는 가발망이 아님을 알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자료로 삼기에 부족하다.
(나) 김○○이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는 ‘청구인이 반품을 요청할 당시 청구인에게 해당 가발은 가발망이 필요 없는 제품이라고 안내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청구인은 경찰조사에서 ‘반품 요구와 관련하여 고소인 측과 전화통화를 하였는데, 고소인 측은 청구인이 상표 태그를 제거하여 반품을 할 수 없다는 말만 하였을 뿐 이 사건 그물망이나 클립 하자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와 같이 고소인이 청구인에게 이 사건 그물망의 용도를 설명하여 청구인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기 이전에 이미 이를 알고 있었는지에 관하여 김○○과 청구인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면, 피청구인으로서는 김○○으로부터 직접 관련 진술을 듣거나 김○○과 청구인의 대질조사를 통하여 김○○ 진술의 신빙성을 따졌어야 하는데도 별다른 추가조사를 하지 않았다.
(다) 고소인이 제출한 한국소비자원 담당자와 고소인 사이의 통화 녹취록에서도 이 사건 그물망의 용도가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청구인에게 설명된 것은 이 사건 게시글 작성 다음 날인 2020. 2. 20.임을 알 수 있을 뿐이고, 그 이전에 고소인이 청구인에게 이 사건 그물망의 용도를 설명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라)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게시하면서 이 사건 그물망의 사진도 첨부하였는데, 이 사건 그물망은 그 형태에서 가발 착용 시 머리에 쓰는 가발망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가발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해당 사진을 보고 이 사건 그물망이 가발 착용 시 머리에 쓰는 가발망이 아님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청구인이 이 사건 그물망이 가발망이 아니라는 점을 알면서도 하자 있는 가발망이 동봉된 것처럼 허위의 글을 작성하려는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 사건 그물망의 사진을 첨부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마) 청구인은 고소인이 운영하는 판매 사이트 내 리뷰 게시판에서 확보한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는데, 해당 자료에는 다른 소비자의 가발망에 대한 문의에 고소인이 ‘가발망이 제품을 고정해줄 정도로 견고한 게 아니다’는 취지로 답변한 내용이 들어 있다. 청구인이 이 사건 그물망을 사용해본 뒤 구매한 가발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의심을 갖고 고소인의 판매 사이트를 살펴보다 위와 같은 글을 보았다면, 자신이 구매한 제품에도 같은 하자가 있다는 생각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3) 청구인은 이 사건 게시글에서 이 사건 그물망 외에 가발의 클립 상태가 불량이라는 내용도 작성하였는데, 해당 내용은 ‘개인적인 소견으로 클립 상태가 불량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업무방해죄에서 ‘허위사실의 유포’란 객관적으로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 사실을 유포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의견이나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데(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도6634 판결 참조), 이 사건 게시글 중 가발의 클립 상태에 관한 것은 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가발의 고정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게 느껴진다는 청구인의 평가 내지 판단에 불과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 사건 게시글 중 그 밖의 내용은 고소인에게 환불 요청을 하는 과정에서 실제 있었던 사실을 기술한 것이거나 청구인의 의견 내지 판단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4)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면,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여 게시한 행위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업무를 방해하려는 고의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이 사건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