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3헌마1120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4년 8월 29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3헌마1120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정○○
대리인 변호사 진성진
피 청 구 인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
선 고 일 2024. 8. 29.
【주 문】
피청구인이 2023. 9. 11.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2023년 형제7651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3. 9. 11.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2023년 형제7651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3. 7. 12. 16:20경 거제시 (주소 생략) , ○○편의점 주차장에 있는 피해자 소유의 시가 11,000원 가량의 주차금지 표지판을 주위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가지고 가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3. 9. 21.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일전에 남편이 두 동강 나 버려진 것을 주워 수리하여 사용하던 주차금지 표지판이 피해 장소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의 소유로 생각하여 가져온 것으로 절취의 고의가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이 2023. 7. 12. 16:20경 거제시 (주소 생략) , ○○아파트 ○○층 피해자의 ○○편의점 앞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주차금지 표지판(이하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이라 한다)을 자신의 주거지 쪽으로 끌고 가는 장면이 현장 폐쇄회로 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이하 ‘CCTV’라 한다)에서 확인되고, 참고인 최○○가 사라진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을 청구인의 거주지 주차장 앞에서 발견하여 112에 신고하였다.
(2)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은 동그란 머리와 몸통의 연결 부분이 하늘색 철사로 묶여 수리되어 있고, 몸통에 ‘외 주차금지’라고 검정글씨로 써진 윗부분에 검정색 래커(lacquer)칠이 되어 있는데 사진으로는 확인이 어려우나 경찰은 피의자신문 시 청구인에게 "주차금지 표지판에 ‘□□’, ‘□□아파트 입주민 외 주차금지’라고 적혀있는데 맞나요?"라고 질문하였다.
(3) 청구인은 경찰 조사 시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을 자신이 거주하는 ○○빌과 차선 없는 도로를 사이에 둔 □□빌 앞에서 습득하여 사용한 지 3개월 정도 되었는데 어느 순간 없어졌고, 이 사건 당일 ○○편의점 앞에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이 있기에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해 집 앞으로 끌고 간 것이다. 검정색으로 래커칠이 된 부분에 가려진 글씨는 보지 못했다’고 진술하였다.
(4) 청구인의 남편은 경찰조사 시 ‘2023. 4.경 자신이 소유하고 거주하는 ○○빌 앞 차선 없는 도로 맞은편 □□빌 앞쪽에 두 동강이 난 채 바닥에 방치되어 있는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을 주워 파란색 전선으로 묶어서 수리해 사용하였고,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을 주울 당시 이미 검정색으로 래커칠이 되어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5) 피해자는 2023. 4.경 이전부터 대략 5~6개의 주차금지 표지판을 분실했는데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을 언제 분실했는지는 알지 못하고, 모든 주차금지 표지판에 ‘○○’, ‘○○아파트 입주민 외 주차금지’라고 적어놨다고 진술하였다.
(6) ○○아파트 ○○층 피해자의 ○○편의점에서 청구인이 거주하는 ○○빌까지는 골목을 하나 꺾어 약 100m로 도보 1분 거리이고, 청구인의 주거지 앞에는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과 동일하게 하늘색 철사로 수리된 다른 주차금지 콘(cone)이 세워져 있으며, 청구인에게는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다.
나. 절취의 고의 유무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1도4546 판결 등),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청구인이 가져 온 물건이 타인의 재물이어야 하고, 청구인에게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다는 데 대한 인식, 즉 절취의 범의가 있어야 한다.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이 타인의 재물이라는 것을 알면서 가지고 갔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청구인과 청구인의 남편은 청구인의 남편이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이 두 동강난 채 길가에 방치되어 있어 이를 주워 와 파란색 전선으로 수리한 뒤 약 3개월간 집 앞에 두고 사용하다가 잃어버렸다고 진술하고, 이는 2023. 4. 이전부터 대략 5~6개의 주차금지 표지판을 분실했다는 피해자의 진술, 파란색 전선으로 수리된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의 상태와 일치한다.
(2)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 중 피해자가 ‘○○’,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기재한 부분에 검정색 래커칠이 되어 있는데 청구인의 남편은 처음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을 주웠을 때부터 검정색 칠이 되어있었다고 진술하고, 청구인도 위 글씨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하며, 청구인 부부가 위 글씨를 검정색 칠로 지웠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나아가 사진으로는 검정색 칠이 된 부분에 가려진 글씨가 분명히 식별되지 않고, 경찰도 청구인을 조사할 당시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에 ‘□□’, ‘□□아파트’라고 쓰여 있는 것이 맞는지 질문하였는바, 청구인이 검정색 칠이 된 부분에 ‘○○아파트’라고 쓰여 있음을 알았다거나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이 피해자의 편의점이 위치한 ‘○○아파트’ 관련 주차금지 표지판임을 알았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
(3) 청구인 부부는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을 수리한 뒤 약 3개월간 집 앞에 세워두고 사용하였는데, 청구인 부부에게 위 주차금지 표지판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없어 보이는바, 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이 망가져 버려졌다고 여기고 주워 와 수리한 것으로 이를 자신의 소유라고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4) 청구인의 주거지는 피해자의 편의점에서 약 100m 떨어진 도보 1분 거리에 있고 청구인이 이 사건 주차금지 표지판을 집 앞에 세워두었으므로 쉽게 발견될 수 있었으며 실제로 참고인이 이를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하였는데, 만일 청구인이 절취의 의사로 이를 가져간 것이라면 피해 장소와 가까워 쉽게 발각될 수 있는 자신의 집 주차장 앞에 세워둔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
다. 소결론
이와 같이 수사가 이루어진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이는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증거판단의 잘못으로 인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고 봄이 타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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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