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3헌마349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5년 3월 27일
결정요지
참조조문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3헌마349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원○○
대리인 법무법인 대한중앙담당변호사 조기현, 이동규, 신예원, 박은진, 이규희
피 청 구 인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 검사
선 고 일 2025. 3. 27.
【주 문】
피청구인이 2022. 12. 16.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 2022년 형제7570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2. 12. 16.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 2022년 형제7570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2. 10. 15. 10:07경 청구인의 주거지인 ○○시 (주소 생략) ○○ 아파트 ○○동 ○○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 현관 앞에 배달된 피해자 소유의 시가 2만 원 상당의 도마가 들어있는 택배봉투를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3. 3. 9.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청구인이 거주하는 이 사건 아파트 현관 앞에 피해자가 잘못 배송시킨 택배봉투가 한 달 가까이 방치되어 있어 피해자가 그 소유권을 포기하였다고 오인하였고, 미관상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이를 분리수거장에 가지고 가서 버린 것이므로, 청구인에게는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그럼에도 청구인의 절도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였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해자는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2022년 3월경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나갔고, 청구인은 2022년 4월경 이 사건 아파트에 입주하였다.
(2) 피해자는 이 사건 아파트에서 이사를 나간 후 보험사로부터 사은품을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시가 2만 원 상당의 스테인리스 도마를 선택하였다. 피해자는 2022. 9. 20. 택배사로부터 위 도마의 배송이 완료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으나 이를 곧바로 찾으러 가지 아니하였고, 위 도마가 들어있는 택배봉투(이하 통틀어 ‘이 사건 택배’라 한다)가 이 사건 아파트 현관 앞에 그대로 있는 것을 본 택배기사가 2022. 10. 6. 피해자에게 다시 연락하였음에도 여전히 찾아가지 아니하였다.
(3) 이 사건 아파트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 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이하 ‘CCTV’라 한다) 영상에 따르면, 청구인은 2022. 10. 15. 10:07경 이 사건 택배를 뜯지 않은 상태로 가지고 외출하였다가 같은 날 14:49경 빈손으로 귀가하였다.
또한 이 사건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설치된 CCTV 영상에 따르면, 이 사건 택배의 포장재로 보이는 노란색 비닐이 ‘비닐류’ 수거함에 놓여있고, 분리수거장 바깥쪽 형광등 및 건전지 수거함 앞에서 청구인이 이 사건 택배의 내용물인 도마로 추정되는 직사각형 형태의 물건을 들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다만 CCTV 영상의 녹화상태가 좋지 아니하여 위와 같은 장면 이외에 청구인이 위 도마를 버리거나 다른 곳으로 가지고 가는 모습은 확인되지 아니한다.
(4) 피해자는 2022. 11. 12. 11:00경 이 사건 아파트에 방문하였으나 이 사건 택배를 찾을 수 없자 경찰에 신고하였다. 청구인은 신고 당일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내가 주문한 택배물품 외에 다른 택배물품이 장기간 놓여있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자신의 집 안에 있는 도마를 보여주며 피해자가 도난당하였다고 주장하는 도마가 있는지 수색해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하였다.
(5) 이후 경찰은 이 사건 아파트 복도 CCTV 영상을 통해 청구인이 이 사건 택배를 가지고 외출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청구인을 절도 혐의로 입건하였다. 청구인은 2022. 12. 7.자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택배를 훔쳐간 것이 아니라, 집 앞에 보름 이상 방치되어 있어서 외관상 좋지 않아 버린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청구인은 이 사건 택배가 타인의 물건임을 알았음에도 왜 주인을 찾아주지 않았느냐고 경찰관이 묻자 ‘요즘은 택배가 배송되면 본인에게 연락이 가는데도 이를 찾아가지 않고 오랜 기간 방치하였기에 비싼 물건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우편물이면 반송함에 넣어두었을 텐데, 이 사건 택배는 부피가 커서 그러지 않고 버렸다.’라는 취지로 답변하였고, 이 사건 택배의 행방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건 택배는 신고일로부터 두 달 전에 배송된 것이어서 기억이 나지 않아 그런 택배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 것이다.’라고 해명하였다.
(6) 피해자는 청구인으로부터 합의금 3만 원을 지급받고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였다. 또한 청구인은 이 사건 이외에 수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나. 관련 법리
절도의 범의는 타인의 점유 하에 있는 타인소유물을 그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 하에 이전하는 데에 대한 인식을 말하므로, 타인이 그 소유권을 포기하고 버린 물건으로 오인하여 이를 취득하였다면 이와 같이 오인하는 데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한 절도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89. 1. 17. 선고 88도971 판결 참조). 나아가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사는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그 경제적인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2000. 10. 13. 선고 2000도3655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청구인에게 절도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1) 이 사건 택배가 놓여있던 장소는 청구인이 거주하는 이 사건 아파트의 현관문 바로 앞 복도인바, 특정 호실 현관문 앞 공간에 놓인 물건은 통상 그 호실에 거주하는 사람이 배타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물건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고, 달리 피해자가 이 사건 택배를 지배·관리하고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는 없다. 따라서 청구인이 이 사건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이 사건 택배를 가져갈 당시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재물을 자신의 점유로 이전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이 사건 택배는 2022. 9. 20. 배송되었다. 피해자는 위 날짜에 배송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로부터 16일이 지난 2022. 10. 6. 택배기사로부터 이 사건 택배가 이 사건 아파트 현관 앞에 있다는 연락을 재차 받았음에도 배송일로부터 25일이 지난 2022. 10. 15.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택배가 배송된 경우 주문자에게 연락이 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청구인으로서는 그 아파트 현관 앞에 잘못 배송된 이 사건 택배가 25일 동안 방치된 상황에 비추어 소유자가 소유권을 포기하고 버린 물건으로 오인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3) 청구인은 이 사건 택배를 가지고 외출하였다가 빈손으로 귀가하였고, 분리수거장 CCTV 영상에 의하면 청구인은 이 사건 택배의 포장재를 뜯어서 분리수거장 ‘비닐류’ 수거함에 버렸고 형광등 및 건전지 수거함 앞에서 도마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있었다. 청구인은 2022. 12. 7.자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택배를 훔쳐간 것이 아니라, 집 앞에 보름 이상 방치되어 있어서 외관상 좋지 않아 버린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비록 청구인이 도마를 분리수거장에 버리는 장면이 직접 촬영되지는 아니하였으나, 위 포장재 분리수거 영상 및 청구인이 이 사건 택배를 현관 앞에서 미리 개봉하지 않았고 위 도마의 경제적 가치도 크지 않다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이 사건 택배를 버렸다는 취지의 청구인의 위 경찰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4) 청구인은 ‘집 앞에 보름 이상 방치되어 있어서 외관상 좋지 않아 버린 것’이라고 진술하였는바, 청구인이 이 사건 택배를 버린 것은 자신의 아파트 현관 앞을 청소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불법영득의 의사 즉,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그 경제적인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구인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당초 이 사건 택배에 대해 모른다고 하였다가 CCTV 영상을 확인한 후에야 이 사건 택배를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경과한 일이므로 실제로 기억이 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이 이 사건 택배를 버린 사실 자체는 CCTV 영상과 청구인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으므로, 청구인의 진술이 번복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이 사건 택배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소결론
결국 현재까지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의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피청구인은 별다른 보강수사 없이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단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조한창,정계선
사 건 2023헌마349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원○○
대리인 법무법인 대한중앙담당변호사 조기현, 이동규, 신예원, 박은진, 이규희
피 청 구 인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 검사
선 고 일 2025. 3. 27.
【주 문】
피청구인이 2022. 12. 16.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 2022년 형제7570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2. 12. 16.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 2022년 형제7570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2. 10. 15. 10:07경 청구인의 주거지인 ○○시 (주소 생략) ○○ 아파트 ○○동 ○○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 현관 앞에 배달된 피해자 소유의 시가 2만 원 상당의 도마가 들어있는 택배봉투를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3. 3. 9.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청구인이 거주하는 이 사건 아파트 현관 앞에 피해자가 잘못 배송시킨 택배봉투가 한 달 가까이 방치되어 있어 피해자가 그 소유권을 포기하였다고 오인하였고, 미관상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이를 분리수거장에 가지고 가서 버린 것이므로, 청구인에게는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그럼에도 청구인의 절도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였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해자는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2022년 3월경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나갔고, 청구인은 2022년 4월경 이 사건 아파트에 입주하였다.
(2) 피해자는 이 사건 아파트에서 이사를 나간 후 보험사로부터 사은품을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시가 2만 원 상당의 스테인리스 도마를 선택하였다. 피해자는 2022. 9. 20. 택배사로부터 위 도마의 배송이 완료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으나 이를 곧바로 찾으러 가지 아니하였고, 위 도마가 들어있는 택배봉투(이하 통틀어 ‘이 사건 택배’라 한다)가 이 사건 아파트 현관 앞에 그대로 있는 것을 본 택배기사가 2022. 10. 6. 피해자에게 다시 연락하였음에도 여전히 찾아가지 아니하였다.
(3) 이 사건 아파트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 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이하 ‘CCTV’라 한다) 영상에 따르면, 청구인은 2022. 10. 15. 10:07경 이 사건 택배를 뜯지 않은 상태로 가지고 외출하였다가 같은 날 14:49경 빈손으로 귀가하였다.
또한 이 사건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설치된 CCTV 영상에 따르면, 이 사건 택배의 포장재로 보이는 노란색 비닐이 ‘비닐류’ 수거함에 놓여있고, 분리수거장 바깥쪽 형광등 및 건전지 수거함 앞에서 청구인이 이 사건 택배의 내용물인 도마로 추정되는 직사각형 형태의 물건을 들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다만 CCTV 영상의 녹화상태가 좋지 아니하여 위와 같은 장면 이외에 청구인이 위 도마를 버리거나 다른 곳으로 가지고 가는 모습은 확인되지 아니한다.
(4) 피해자는 2022. 11. 12. 11:00경 이 사건 아파트에 방문하였으나 이 사건 택배를 찾을 수 없자 경찰에 신고하였다. 청구인은 신고 당일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내가 주문한 택배물품 외에 다른 택배물품이 장기간 놓여있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자신의 집 안에 있는 도마를 보여주며 피해자가 도난당하였다고 주장하는 도마가 있는지 수색해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하였다.
(5) 이후 경찰은 이 사건 아파트 복도 CCTV 영상을 통해 청구인이 이 사건 택배를 가지고 외출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청구인을 절도 혐의로 입건하였다. 청구인은 2022. 12. 7.자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택배를 훔쳐간 것이 아니라, 집 앞에 보름 이상 방치되어 있어서 외관상 좋지 않아 버린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청구인은 이 사건 택배가 타인의 물건임을 알았음에도 왜 주인을 찾아주지 않았느냐고 경찰관이 묻자 ‘요즘은 택배가 배송되면 본인에게 연락이 가는데도 이를 찾아가지 않고 오랜 기간 방치하였기에 비싼 물건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우편물이면 반송함에 넣어두었을 텐데, 이 사건 택배는 부피가 커서 그러지 않고 버렸다.’라는 취지로 답변하였고, 이 사건 택배의 행방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건 택배는 신고일로부터 두 달 전에 배송된 것이어서 기억이 나지 않아 그런 택배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 것이다.’라고 해명하였다.
(6) 피해자는 청구인으로부터 합의금 3만 원을 지급받고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였다. 또한 청구인은 이 사건 이외에 수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나. 관련 법리
절도의 범의는 타인의 점유 하에 있는 타인소유물을 그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 하에 이전하는 데에 대한 인식을 말하므로, 타인이 그 소유권을 포기하고 버린 물건으로 오인하여 이를 취득하였다면 이와 같이 오인하는 데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한 절도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89. 1. 17. 선고 88도971 판결 참조). 나아가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사는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그 경제적인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2000. 10. 13. 선고 2000도3655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청구인에게 절도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1) 이 사건 택배가 놓여있던 장소는 청구인이 거주하는 이 사건 아파트의 현관문 바로 앞 복도인바, 특정 호실 현관문 앞 공간에 놓인 물건은 통상 그 호실에 거주하는 사람이 배타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물건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고, 달리 피해자가 이 사건 택배를 지배·관리하고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는 없다. 따라서 청구인이 이 사건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이 사건 택배를 가져갈 당시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재물을 자신의 점유로 이전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이 사건 택배는 2022. 9. 20. 배송되었다. 피해자는 위 날짜에 배송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로부터 16일이 지난 2022. 10. 6. 택배기사로부터 이 사건 택배가 이 사건 아파트 현관 앞에 있다는 연락을 재차 받았음에도 배송일로부터 25일이 지난 2022. 10. 15.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택배가 배송된 경우 주문자에게 연락이 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청구인으로서는 그 아파트 현관 앞에 잘못 배송된 이 사건 택배가 25일 동안 방치된 상황에 비추어 소유자가 소유권을 포기하고 버린 물건으로 오인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3) 청구인은 이 사건 택배를 가지고 외출하였다가 빈손으로 귀가하였고, 분리수거장 CCTV 영상에 의하면 청구인은 이 사건 택배의 포장재를 뜯어서 분리수거장 ‘비닐류’ 수거함에 버렸고 형광등 및 건전지 수거함 앞에서 도마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있었다. 청구인은 2022. 12. 7.자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택배를 훔쳐간 것이 아니라, 집 앞에 보름 이상 방치되어 있어서 외관상 좋지 않아 버린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비록 청구인이 도마를 분리수거장에 버리는 장면이 직접 촬영되지는 아니하였으나, 위 포장재 분리수거 영상 및 청구인이 이 사건 택배를 현관 앞에서 미리 개봉하지 않았고 위 도마의 경제적 가치도 크지 않다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이 사건 택배를 버렸다는 취지의 청구인의 위 경찰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4) 청구인은 ‘집 앞에 보름 이상 방치되어 있어서 외관상 좋지 않아 버린 것’이라고 진술하였는바, 청구인이 이 사건 택배를 버린 것은 자신의 아파트 현관 앞을 청소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불법영득의 의사 즉,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그 경제적인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구인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당초 이 사건 택배에 대해 모른다고 하였다가 CCTV 영상을 확인한 후에야 이 사건 택배를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경과한 일이므로 실제로 기억이 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이 이 사건 택배를 버린 사실 자체는 CCTV 영상과 청구인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으므로, 청구인의 진술이 번복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이 사건 택배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소결론
결국 현재까지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의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피청구인은 별다른 보강수사 없이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단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조한창,정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