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3헌마1084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5년 4월 10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3헌마1084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이○○
대리인 법무법인 로운
담당변호사 박해생, 김규범, 정가온, 이시헌, 류남렬,
김성훈
피 청 구 인 대구지방검찰청 상주지청 검사
선 고 일 2025. 4. 10.
【주 문】
피청구인이 2023. 6. 26. 대구지방검찰청 상주지청 2023년 형제135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3. 6. 26. 피청구인으로부터 폭행 혐의로 기소유예처분(대구지방검찰청 상주지청 2023년 형제1357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2. 10. 16. 03:13경 상주시 (주소 생략) ‘○○’ 앞 노상(이하 ‘이 사건 사거리’라 한다)에서 피해자와 다투면서 양손으로 피해자의 양손을 잡아당기는 등 폭행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3. 9. 14.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고, 설령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더라도 피해자의 폭행에 대한 방어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신빙성이 낮은 피해자의 진술에 근거하여 청구인에게 폭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것이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과 피해자는 2022. 10. 16. 상주시 (주소 생략)에 위치한 ‘□□’(이하 ‘이 사건 술집’이라 한다)에 각자의 일행과 함께 온 손님으로,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이다. 청구인은 같은 날 02:55경 이 사건 술집 화장실 앞에서 피해자와 다투다가 청구인과 피해자의 일행이 제지하여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아니하고 이 사건 술집 앞 큰길로 이동하였다.
(2) 피해자는 같은 날 03:13경 청구인을 따라갔고, 청구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사거리에 이르러 다시 다투기 시작하였다. 피해자가 욕설을 하고 청구인에게 손을 뻗으며 다가오자 청구인과 피해자는 말리는 일행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몸을 수회 손으로 밀쳤다. 이어서 피해자는 오른손으로 청구인의 왼손을 잡아 꺾었고, 청구인이 피해자의 오른손을 당기다가 밀어내듯이 뿌리쳤다. 청구인과 피해자는 각자의 일행에 의해 분리되었다.
(3) 청구인은 피의사실 발생 직후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2022. 11. 17. ‘약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왼손 손가락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하였다. 피해자도 피의사실 발생 당일 위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으나, 피해자의 상해 발생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피해자는 청구인을 상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400만 원 등을 선고받았고, 그 형이 확정되었다.
나.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는지 여부
형법 제260조 제1항의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한다(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도3186 판결 등 참조).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 방법에는 제한이 없어 직접적, 간접적 수단이나 작위, 부작위에 의해서도 모두 가능하다고 할 것이나,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공격이라고 볼 정도이어야 하며(대법원 1986. 10. 14. 선고 86도1796 판결 등 참조), 그 불법성은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상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도9302 판결 참조).
살피건대, 청구인은 피해자가 자신과 말다툼을 하던 도중 갑자기 자신의 왼손을 잡아 꺾자 아픈 손을 빼내기 위해 피해자의 손을 뿌리친 것으로,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가할 이유나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피해자는 청구인의 행위로 한두 걸음 밀려난 정도에 불과하므로 청구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는 경미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그와 같은 정도의 유형력 행사만으로 피해자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불법적 공격, 즉 폭행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맞붙어 싸움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공격행위와 방어행위가 연달아 행하여지고 방어행위가 동시에 공격행위인 양면적 성격을 띠어서 어느 한쪽 당사자의 행위만을 가려내어 방어를 위한 ‘정당행위’라거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58 판결).
(2)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과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욕설을 하며 먼저 공격을 시도한 것을 발단으로 다툼이 격해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청구인은 피해자가 공격을 시도하자 피해자를 밀어 내기 위해 피해자의 어깨와 팔을 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오른손으로 청구인의 왼손을 강하게 움켜잡으며 꺾자 자신의 손을 빼내려다가 피해자의 손을 뿌리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청구인은 이로 인해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지만, 피해자는 청구인의 행위로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어 청구인이 피해자의 행위에 대항하여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점 등을 종합하면, 설령 청구인의 행위가 폭행죄의 폭행에 해당하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일방적인 위법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
라. 소결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유형력의 정도, 유형력 행사의 동기나 경위 등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하여 청구인의 행위가 폭행죄의 폭행에 해당하는지, 소극적인 저항행위로서 정당방위로 인정될 여지가 없는지 등을 검토하고 그 혐의 유무를 결정하였어야 한다. 따라서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의 폭행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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