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1헌마527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2년 5월 31일

결정요지

청구인은 군대 선배이자 현재 군납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안○호로부터 금 100만 원의 자기앞수표(이하 ‘이 사건 수표’라 한다)를 뇌물로 수수하였다는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바, 이 사건 수표와 청구인의 직무 사이에 구체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두 사람은 수년 전부터 구체적인 교분관계가 존재하였고 청구인이 최근 부인상을 당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수표는 대가성이 부인되는 사교적 의례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점, 공여자인 안○호의 진술이 최근 번복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뇌물의 직무관련성에 대한 법리오해 및 증거가치의 판단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 제129조 제1항

결정 전문

[당사자]
청 구 인 강○태
대리인 법무법인 누리
담당변호사 주진영 외 1인
피청구인 국방부 보통검찰부 검찰관

[주문]
피청구인이 2011. 6. 17. 국방부 보통검찰부 2010년 형제75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11. 6. 17. 국방부 보통검찰부 검찰관으로부터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바(국방부 보통검찰부 2010년 형제75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고 한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해군 대령으로 2005. 11. 21.부터 2007. 4. 15.까지 기무사령부 ○○사업(○○ 부대이전사업)단장, 2007. 4. 16.부터 2008.말까지 ○○ 소재 □□기무부대장, 2008. 12. 1.부터 2010. 3. 19.까지 기무사령부 ○○처 ○○감사단장, 2010. 3. 20.부터 현재까지 ○○기무부대장으로 근무하는 자인바, 2008. 8.경 △△ 제2함대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2006. 1. 5.부터 2008. 11. 30.까지 ○○ 부대이전사업의 책임감리를 맡았던 (주)○○건축사사무소의 상무 안○호로부터 ‘앞으로 사업상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위 회사 명의로 발행된 10만 원권 수표 10장(이하 ‘이 사건 수표’라 한다.)을 교부받아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은 위 사건에 대하여 수사한 후,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그 수수액이 비교적 소액인 점 등을 감안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1. 9. 9.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과 안○호는 해군사관학교 선후배로서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인바, 특히 청구인은 안○호가 암으로 투병할 당시 병원비 조로 50만 원을 준 사실이 있고, 이번에 안○호가 지급한 이 사건 수표 역시 청구인의 처가 폐암으로 투병하다가 2007. 7. 30. 사망하였는데 안○호가 아직도 암 투병 중인 줄로 알고 병원비 조로 지급한 것이지 뇌물은 아니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청구인의 지위, 권한에 비추어 볼 때 수수한 금전의 직무대가성이 인정되고 그 금액 역시 두 사람의 친분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사교적 의례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3. 판단
가. 증거관계
수사기록상 청구인의 피의사실에 대한 가장 유력한 증거로서 공여자인 안○호의 진술이 존재하는바, 안○호는 2010. 6. 16.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 조사시 "강 대령(청구인)이 앞으로 진급도 할 것 같고 나중에 회사가 군관련 공사에 참여할 경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고 건네준 것입니다.", "이를테면 보험을 들어 논 셈입니다."라고 진술하여(수사기록 923면 참조) 이 사건 수표의 직무대가성을 일응 인정할 수 있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으나, 청구인 대리인을 통하여 제출한 2011. 8. 30.자 및 9. 22.자 사실확인서에는 위 진술은 본인의 진의와 다르게 진술된 것이고 자신은 단지 과거 암 투병 시 청구인으로부터 50만 원을 전달받은 것에 대해 청구인의 처 역시 암 투병 중이라는 소문을 전해듣고 과거 신세를 갚고자 병원비 조로 100만 원을 주었다고 진술하여 당초 진술을 번복하였다.

나. 이 사건 수표의 수수시기와 관련하여
(1)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과 안○호는 해군사관학교 선후배 사이인바(안○호가 청구인 7년 선배), 청구인은 2005. 11. 21.부터 2007. 4. 15.까지 ○○사령부 부대이전사업(○○사업) 단장을 맡고 있었고, (주)○○건축사사무소(이하 ‘○○건축’이라 한다.)는 2006. 1. 5.부터 2008. 11. 30.까지 ○○ 이전공사의 책임감리를 맡고 있었으며, 안○호는 2004. 4. 중령으로 전역한 후 2005. 12. 7. ○○건축에 상무로 입사하였다.

(2) 두 사람이 만나서 수표를 주고받은 시기는 2008. 8.경인바, 이는 청구인이 기무사령부 ○○사업단장을 그만두고 △△에 있는 □□기무부대장으로 전직한지 약 16개월이 경과한 시점으로서 그 당시 청구인이 담당하던 직무와 안○호가 속한 ○○건축의 업무 사이에 특별한 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물론 과거에 담당한 직무와 관련하여서도 뇌물수수가 가능하지만(대법원 1995. 9. 5. 선고 95도1269 판결 참조), 청구인이 ○○사업단장을 그만둔 지 16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수수한 이 사건 수표와 ○○사업단장 사이에 직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시 ○○건축이 청구인을 통해 충성사업 및 그 감리업무에 대하여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였거나 적어도 그러한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사정이 기록상 어느 정도라도 나타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안○호 본인의 앞서 진술에 의하더라도 ‘청구인이 나중에 진급도 할 것 같고 해서 보험 차원에서 돈을 준 것이다.’라는 취지에 불과하여 이 사건 수표와 청구인의 ○○사업단장으로서의 직무 사이에 특별한 연관성이 있다고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이 사건 수표의 수수동기와 관련하여
(1) 한편,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 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되는 것이 원칙이나, 그것이 그 사람이 종전에 공무원으로부터 접대 또는 수수받은 것을 갚는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면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도2836 판결; 2000. 1. 21. 선고 99도4940 판결; 2001. 10. 12. 선고 2001도3579 판결 등 참조).

(2) 그런데 기록상 나타난 안○호의 이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도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이하 2011. 9. 22.자 사실확인서 참조).
(가) 안○호는 1997. 9.부터 국방부 감사관실에 근무하게 되었는바, 그 무렵 해군사관학교 동기생 김○태 대령의 소개를 통해 청구인을 알게 되었고 둘 다 축구를 좋아하는 공통점(특히 청구인이 해사 축구선수였다고 함)이 있어 두 사람은 금방 친해져 안○호가 청구인 근무부대로 감사를 나갈 때면 청구인이 저녁식사를 사곤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나) 특히, 2001. 1. 25. 안○호의 결혼 20주년을 맞아 청구인이 당일 이벤트에 대해 조언하면서 친히 식사비와 밴드비까지 결제해 주었고, 안○호가 2003. 위암이 발병하여 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을 때 청구인이 직접 문병을 와서 병원비에 보태라며 50만 원을 주고 갔다고 진술하고 있다.

(다) 안○호는 2004. 4. 전역 후에도 계속 암 치료를 받다가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자 2005. 12. ○○건축에 입사하였으며, 그간 청구인과는 연락이 뜸하던 차에 청구인 처가 암 투병 중이라는 소문을 듣고(다만 실제로 안○호가 청구인을 만났을 때는 청구인 처는 이미 폐암으로 사망한 상태였으나 안○호는 이를 몰랐다고 함) 그동안 여러 차례 신세 진 것도 있고 또 사관학교 선배로서의 체면도 있고 해서 (자신이 병원비로 받은 50만 원보다 더 큰) 100만 원을 주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라)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수표금액(100만 원)이 비록 사회통념상 상당히 큰 액수임은 사실이나, 청구인과 안○호의 그간 교분관계 및 안○호가 청구인으로부터 수령한 경제적 이익(식사접대 및 문병비), 이 사건 수표의 수수동기 및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결국 위 수표는 대가성이 부정되는 사교적 의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아니하다.

라. 안○호의 진술번복
앞서 본 바와 같이 안○호는 국방부 조사본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였는데, 특히 안○호가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조사를 받았을 때는 위와 같이 자신과 청구인 간에 구체적인 교분(문병사실 등)이 있었다는 부분은 빼고 그냥 ‘장래를 위해 보험조로 돈을 주었다’는 진술만 행하였고(수사기록 923면 참조), 군검찰 단계에서는 안○호에 대한 별도의 조사가 더 이상 이루어진 바 없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뇌물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공여자의 진술이 중요한 증거가 될 경우에 그 진술내용이 번복되었다면, 번복 전후의 진술 중 어느 것이 객관적 진실에 맞는 것인지를 보강수사 등에 의해 가려낼 필요성이 크다 할 것이다.

마. 기타 정황적 사정
기록에 의하면, 안○호는 ○○건축으로부터 개인비용(출장비 등) 정산조로 ○○건축이 발행한 수표를 지급받고 소지하고 있다가 이를 청구인에게 병원비조로 지급하였고, 청구인은 이를 수령한 후 상당한 시차는 있으나 2011. 8. 11. 자신의 은행계좌에 그대로 입금한 사실이 인정된다(수사기록 1055면 참조). 그런데 사회통념상 뇌물을 수수할 때는 현금거래에 의함이 경험칙에 부합하는바, 안○호가 자기 회사 명의의 수표를 건네고 또 청구인이 이를 그대로 은행계좌에 입금하였다는 것은, 적어도 두 사람은 위 수표를 전혀 뇌물로서 인식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방증하는 대목이다(또한 청구인은 이 사건 피의사실과 관련하여 국군 기무사령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는바, 2011. 8. 1. 징계위원회 위원 전원의 의견으로 ‘무혐의’ 결정되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바. 소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에는 뇌물의 직무관련성에 대한 법리오해 또는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거나 증거가치의 판단을 그르친 위법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