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바318

형법 제3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결정일: 2025년 6월 27일

결정요지

가. 헌법재판소는 2019. 7. 25. 2018헌바355 결정에서 형법 조항은 구체적 의미와 적용기준이 명확하고, 구체적 사정에 따라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며, 이미 판결로 확정된 죄에 대하여 다시 심판하는 것이 아니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및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선례의 판단은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므로 형법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나. 인도조약조항은 체약국 사이의 외교적 절차를 규정한 것인 점, 범죄인의 인도와 관련하여 인도된 범죄인에 대한 절차 진행 고지, 의견 및 자료 등의 제출 기회 부여, 이의신청절차 및 동의요청기한 등을 규정한다면 오히려 청구국의 형사사법 운용의 효율성과 사법정의를 크게 저해할 수 있는 점, 인도된 범죄인은 청구국의 관련법에 따라서 절차적·실체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인도조약조항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참조조문

형법(2020. 12. 8. 법률 제17571호로 개정된 것) 제37조, 제38조 제1항
대한민국과 타일랜드왕국간의 범죄인인도조약(2001. 2. 13. 조약 제1550호) 제8조, 제16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최○○
국선대리인 변호사 배보윤
당해사건대법원 2020도3930 강도살인등
【주 문】
형법(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개정된 것) 제39조 제1항 후문 및 대한민국과 타일랜드왕국간의 범죄인인도조약(2001. 2. 13. 조약 제1550호) 제16조 제1항 전단 다호 제1, 2문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주 문】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후 국외로 도피하여 생활하다가 타일랜드왕국에서 위조여권을 사용하였다는 등 범죄사실로 교정시설에 수용되어 있던 중 ‘대한민국과 타일랜드왕국간의 범죄인인도조약’에 근거하여 2013. 10. 16.부터 2016. 10. 15.까지 3년 동안 국내로 임시인도 되었다. 청구인은 2017. 5. 10. 강도치상 등으로 무기징역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받았고[부산고등법원 2015노660, 2016노736(병합), 2016노795(병합)], 위 판결이 2017. 9. 7. 확정되었다(대법원 2017도8104). 청구인은 2018. 8. 24. 강도상해 등으로 징역 8년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받았고(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8고합60), 위 판결이 2019. 8. 23. 확정되었다(대법원 2019도7903).
나. 한편 대한민국 정부는 청구인이 2013. 10. 16. 국내로 인도될 당시 대한민국과 타일랜드왕국 사이에 인도가 허용된 범죄 이외에 인도 이전에 행해진 범죄인 강도살인 등으로 청구인을 추가 기소하기 위하여 2017년경 타일랜드왕국 정부에 특정성 원칙을 배제하기 위한 동의요청서를 송부하였다. 타일랜드왕국 정부는 2017. 10. 16. 대한민국 정부의 요청에 동의하면서 청구인의 임시인도를 최종인도로 전환하였다.
다. 청구인은 2018. 10. 26. 강도살인 등으로 기소된 후 2019. 8. 23. 특수강도 등으로 징역 12년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받았고(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8고합298), 항소하였으나 2020. 2. 20. 기각되었으며(수원고등법원 2019노389), 상고하였으나 2020. 5. 28. 기각되어 확정되었다(대법원 2020도3930).
라. 청구인은 위 상고심 계속 중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 ‘대한민국과 타일랜드왕국간의 범죄인인도조약’ 제16조 제1항 전단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0. 5. 28. 위 신청이 기각되자(대법원 2020초기367), 2020. 6.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대한민국과 타일랜드왕국간의 범죄인인도조약’ 제16조 제1항 전단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은 대한민국의 동의요청에 대하여 타일랜드왕국이 동의하였다는 이유로 인도가 허용된 범죄 이외의 인도 이전에 행해진 다른 범죄를 이유로 구금, 기소 또는 심리되었고, 아울러 동의요청절차의 진행과 관련하여 자신에게 고지하고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이의신청을 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청구국의 동의요청 기한을 정하지 않은 것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므로, 심판대상을 ‘대한민국과 타일랜드왕국간의 범죄인인도조약’ 제16조 제1항 전단 다호 제1, 2문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개정된 것) 제39조 제1항 후문(이하 ‘형법조항’이라 한다), ‘대한민국과 타일랜드왕국간의 범죄인인도조약’(2001. 2. 13. 조약 제1550호, 이하 ‘인도조약’이라 한다) 제16조 제1항 전단 다호 제1, 2문(이하 ‘인도조약조항’이라 하고, 이를 형법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개정된 것)
제39조(판결을 받지 아니한 경합범, 수개의 판결과 경합범, 형의 집행과 경합범) ①경합범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이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대한민국과 타일랜드왕국간의 범죄인인도조약(2001. 2. 13. 조약 제1550호)
제16조 특정성의 원칙
1. 이 조약에 따라 인도된 자는 다음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도가 허용된 범죄 이외에 인도이전에 행해진 다른 범죄를 이유로 구금, 기소 또는 심리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범죄로 인하여 제3국에 인도되지 아니한다.
다. 피청구국이 동의하는 경우. 동의요청서는 제8조에 규정된 서류 및 인도된 자가 관계범죄에 관하여 행한 진술서의 기록을 첨부하여 제출되어야 한다. 동의는 요청된 범죄가 이 조약의 규정에 따라 인도 가능한 경우에 부여될 수 있다.
[관련조항]
형법(2004. 1. 20. 법률 제7077호로 개정된 것)
제37조(경합범)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한다.
형법(2020. 12. 8. 법률 제17571호로 개정된 것)
제38조(경합범과 처벌례) ①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인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대한민국과 타일랜드왕국간의 범죄인인도조약(2001. 2. 13. 조약 제1550호)
제8조 인도절차 및 필요서류
1. 인도청구는 서면으로 행한다. 인도청구와 관련하여 제출된 모든 근거서류는 제11조의 규정에 따라 인증되어야 한다.
2. 인도청구서에는 다음의 서류가 첨부되어야 한다.
가. 인도청구된 자의 신원 및 가능한 경우 그의 국적을 기재한 서류
나. 당해 범죄의 본질적 구성요건 및 죄명을 기재한 법률문서
다. 당해 범죄에 대한 처벌을 기재한 법률문서
라. 당해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또는 형의 시효에 관한 법률문서
3. 인도청구가 아직 유죄의 판결을 받지 않은 자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다음의 서류가 첨부되어야 한다.
가. 청구국의 법관, 기타 소관공무원이 발부한 구속영장 사본
나. 인도청구된 자가 구속영장에 기재된 자임을 증명하는 자료
다. 인도청구된 자가 인도 청구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 근거를 제공하는 범죄구성 혐의사실 기재서
제16조 특정성의 원칙
1. 이 조약에 따라 인도된 자는 다음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도가 허용된 범죄 이외에 인도이전에 행해진 다른 범죄를 이유로 구금, 기소 또는 심리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범죄로 인하여 제3국에 인도되지 아니한다.
가. 범죄인이 인도된 후 그 청구국의 영역을 떠났다가 자발적으로 청구국에 재입국한 경우
나. 범죄인이 자유로이 청구국을 떠날 수 있게 된 후 45일 이내에 청구국의 영역을 떠나지 아니한 경우
3. 청구인의 주장
가. 형법 제39조 제1항은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제38조 제1항은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 처벌례를 규정한다. 그런데 형법조항은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와의 형평을 고려하라고 하면서도 형의 감면 여부에 관하여 재량을 인정하는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고, 대법원도 위 조항을 임의규정으로 해석한다. 형법조항은 형의 감면에 관한 명확한 기준 없이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지 않는 형을 선고하게 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며, 양형과정에서 이미 판결이 확정된 죄를 다시 심리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반된다. 형법조항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은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른 처벌례의 범위를 넘는 선고형을 정할 수 있게 하여 유추해석금지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나. 인도조약조항은 인도된 범죄인에 대하여 청구국과 피청구국 사이에 특정성 원칙을 완화하기 위한 동의요청절차 진행에 관하여 고지하고 있으나, 범죄인에게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이의신청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 인도조약조항은 청구국이 특정성 원칙을 완화하기 위한 동의요청 절차를 이행해야 할 기한을 정하지 않아 인도된 범죄인으로 하여금 수개의 죄에 관하여 별개의 공소제기에 대응한 별개의 재판을 받게 하여 그를 불확정적인 지위에 머물게 하는바,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방어권을 침해한다. 인도조약조항은 불확정적으로 장기화될 수 있는 구금, 기소 또는 심리절차에 있어서 인도된 범죄인을 다른 범죄인에 비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 취급하고 있으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형법조항에 관한 판단
(1) 쟁점의 정리
(가) 청구인은 형법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형법조항은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 그 형을 선고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고, 형의 임의적 감면조항으로서 형벌을 완화시켜주는 규정이므로, 위 주장을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으로 보고 판단한다(헌재 2019. 7. 25. 2018헌바355 참조).
(나) 청구인은 형법조항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른 처벌례의 범위를 벗어나 선고형을 정할 수 있게 하여 유추해석금지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위 주장은, 형법조항이 형의 감면 여부에 관하여 재량을 인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선고형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른 처벌례의 범위를 넘는 경우도 발생하게 하는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아니하므로, 위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 결국 형법조항에 관한 쟁점은 형법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및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2) 헌법재판소 선례
헌재 2019. 7. 25. 2018헌바355 결정은 형법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및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형법조항은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 중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는 형법 제37조 후단에서 규정하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가 있는 경우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 중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의 의미는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를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시적 경합범으로 판결하였다면 선고하였을 형을 기준으로 하여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선고형을 균형에 맞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법원은 ‘형평의 고려’를 필요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209 판결 참조).
형법조항의 ‘할 수 있다’라는 문언과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형의 감면 여부는 임의적이다. 대법원도 형법 제37조 후단의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그 죄에 대하여 심판하는 법원이 재량에 따라 판단할 수 있고, 판결이 확정된 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사후적 경합범의 죄에 대한 선고형의 총합이 두 죄에 대하여 형법 제38조를 적용하여 산출한 처단형의 범위 내에 속하도록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형을 정하여야 하는 제한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도8376 판결 참조). 대법원은 형법조항의 ‘감경’ 또는 ‘면제’는 판결이 확정된 죄의 선고형에 비추어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처단형을 낮추거나 형을 추가로 선고하지 않는 것이 형평을 실현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형평에 맞는 정당한 것인지는 판결이 확정된 죄의 선고형과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선고할 형의 각 본형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등 다른 처분을 부과할 경우에는 그 처분을 비롯한 관련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전체적,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도9109 판결 참조).
이와 같이 형법조항과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의 문언이 가진 통상적인 의미와 사용례,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관련 법규범의 체계 및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 등을 통하여 형법조항의 구체적 의미와 적용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떠한 경우에 형법조항이 적용되는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므로, 형법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나)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형법조항이 규정하는 사후적 경합범에 관한 처벌은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형을 선고하는 경우 필요적 내지 임의적 감면의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다(헌재 2013. 10. 24. 2012헌바278 참조).
형법조항이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형을 선고할 경우 그 형을 임의적으로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판결이 확정된 죄와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의 관계와 태양이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형을 필요적으로 감면하도록 규정하게 되면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도8376 판결 참조). 각 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사후적 경합범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고 그 경우에 형의 감면을 규정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양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형의 임의적 감면의 불가피성, 이와 관련한 법원의 실무, 각 국의 입법례 등을 종합하면, 형법조항이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형을 임의적으로 감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는 과잉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일사부재리원칙 위반 여부
일사부재리원칙은 형벌권이 ‘동일한 행위’를 대상으로 행해질 때 적용될 수 있는데, 형법조항은 이미 판결로 확정된 죄에 대하여 다시 심판하는 것이 아니고, 사후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판결을 받지 아니한 다른 죄에 대하여 그 형만을 다시 정하는 것이므로 일사부재리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3) 선례 변경의 필요성 여부
위 선례의 판단을 변경할 만한 사정 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위 선례의 취지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 따라서 형법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및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인도조약조항에 관한 판단
(1) 범죄인 인도청구 개관
(가) 인도조약상 규정
대한민국과 타일랜드왕국 사이의 범죄인 상호인도를 위하여 1999. 4. 26. 체결되고, 1999. 12. 2.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서 2001. 2. 15. 발효된 인도조약은, 구체적으로 범죄인의 인도를 요청하는 청구국과 해당 범죄인을 인도하는 피청구국 사이의 인도의무, 인도대상범죄, 절대적 인도거절과 임의적 인도거절, 인도절차 및 필요서류, 긴급인도구속, 인도청구의 경합, 특정성의 원칙, 비용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인도조약 제16조 제1항은 “이 조약에 따라 인도된 자는 원칙적으로 인도가 허용된 범죄 이외에 인도 이전에 행해진 다른 범죄를 이유로 구금, 기소 또는 심리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범죄로 인하여 제3국에 인도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특정성의 원칙을 명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특정성의 원칙의 예외사유로 “① 범죄인이 인도된 후 그 청구국의 영역을 떠났다가 자발적으로 청구국에 재입국한 경우(가호) ② 범죄인이 자유로이 청구국을 떠날 수 있게 된 후 45일 이내에 청구국의 영역을 떠나지 아니한 경우(나호) ③ 피청구국이 동의하는 경우. 동의요청서는 제8조에 규정된 서류 및 인도된 자가 관계범죄에 관하여 행한 진술서의 기록을 첨부하여 제출되어야 한다. 동의는 요청된 범죄가 이 조약의 규정에 따라 인도 가능한 경우에 부여될 수 있다. (다호)”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성의 원칙의 각 예외사유를 충족하는 경우에는 인도된 범죄인이 인도가 허용된 범죄 이외에 인도 이전에 행해진 다른 범죄를 이유로 처벌되거나, 제3국에 인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 ‘범죄인 인도법’상 규정
외국과의 범죄인 인도에 관한 범위와 절차 등을 정함으로써 범죄 진압 과정에서의 국제적인 협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범죄인 인도법’이 1988. 8. 5.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범죄인 인도법’은 ‘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제5조부터 제41조)’와 ‘외국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제42조부터 제44조)’를 모두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외국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와 관련하여 제42조는 ‘법무부 장관의 인도 또는 긴급인도구속청구’, 제42조의2는 ‘검사장·지청장·공수처장 등의 필요한 조치’, 제42조의3은 ‘검사 또는 공수처장의 범죄인 인도청구 또는 긴급인도구속청구의 건의’, 제42조의4는 ‘외국에 대한 인도허용 범죄 외의 범죄에 대한 처벌 동의요청’, 제43조는 ‘인도청구서 등과 관계 자료의 송부’, 제44조는 ‘외교부장관의 조치’ 등에 대하여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한편 ‘범죄인 인도법’ 제3조의2는 범죄인 인도에 관하여 대한민국과 외국 간에 체결된 조약에 ‘범죄인 인도법’과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쟁점의 정리
(가) 인도조약조항이 특정성의 원칙의 예외사유로 ‘피청구국의 동의’와 ‘청구국의 동의요청서 등의 제출의무’를 규정하면서, 청구인과 같은 인도된 범죄인에 대하여 동의요청절차 진행에 관하여 고지하고 그로 하여금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이의신청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청구국의 동의요청 기한을 정하지 않은 것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나) 청구인은 인도조약조항이 동의요청 절차를 이행해야 할 기한을 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인도된 범죄인으로 하여금 수개의 죄에 관하여 별개의 공소제기에 대응한 별개의 재판을 받게 하여 그를 불확정적 지위에 머물게 하는바, 이는 인도된 범죄인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도된 범죄인이 피의자 혹은 피고인으로서 가지는 지위는 수사기관의 수사나 공소제기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동의요청 기한을 정하지 않은 인도조약조항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주장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 청구인은 인도조약조항이 그 절차나 기한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하여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청구인의 주장 취지는 그와 같은 미비한 입법이 부당하다는 것에 불과하다. 인도조약조항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명확성원칙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라) 청구인은 인도조약조항이 불확정적으로 장기화될 수 있는 구금, 기소 또는 심리절차에 있어 인도된 범죄인을 다른 범죄인에 비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 취급하고 있어 평등권을 침해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인이 주장하는 차별 취급은 당해 구금, 기소 또는 심리절차 자체에서 유래한 것이지 인도조약조항에서 유래한 것은 아니므로, 위 주장에 대해서도 판단하지 아니한다.
(3) 적법절차원칙 위반 여부
(가) 적법절차원칙의 적용범위 및 판단기준
헌법 제12조 제1항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적법절차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적법절차원칙은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 대하여 적용된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참조).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절차적 요청 중의 하나로,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행할 것, 당사자에게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할 것 등을 들 수 있겠으나, 이 원칙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절차를 어느 정도로 요구하는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규율되는 사항의 성질, 관련 당사자의 사익, 절차의 이행으로 제고될 가치, 국가작용의 효율성,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 불복의 기회 등 다양한 요소들을 형량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참조).
(나) 판단
1) 인도조약에 따른 범죄인의 인도와 관련하여, 인도조약조항은 “인도된 범죄인은 인도가 허용된 범죄 이외에 인도 이전에 행해진 다른 범죄(이하 ‘추가적 범죄’라 한다)를 이유로 구금, 기소 또는 심리되지 아니한다”라는 특정성의 원칙을 규정하면서, 그 예외사유 중 하나로 피청구국의 동의와 청구국의 동의요청서 등이 제출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범죄인 인도법’은 외국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시 법무부장관이 검사 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의 건의 또는 요청을 받거나 혹은 직권으로 해당 외국에 대하여 처벌에 대한 동의요청을 할 때 외교부장관을 통한 인도청구서 등과 관계자료 송부 절차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제42조의4, 제43조, 제44조 참조).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인도조약조항에서 규정한 청구국의 피청구국에 대한 동의요청은 청구국이 인도된 범죄인을 추가적 범죄로 형사처벌을 하기 이전에 이루어지는 외교적 단계에서의 중간 조치라고 할 수 있고, 피청구국은 청구국의 동의요청을 받은 경우 그 요청에 대하여 심사한 후 동의를 부여하며, 피청구국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도 인도된 범죄인에 대한 구금, 기소 또는 심리는 청구국 내 관련 법률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아울러 인도조약조항이 피청구국의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청구국이 인도된 범죄인의 추가적 범죄에 대하여 형사처벌로 나아가기 전에 해당 범죄인을 인도한 피청구국의 주권(主權)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사전에 양해를 얻으라는 취지로 보인다.
그렇다면 인도조약에 따른 범죄인의 인도와 관련하여 특정성의 원칙의 예외사유로 인도조약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피청구국의 동의 및 청구국의 동의요청서 등 제출의무’는 청구국이 인도된 범죄인의 추가적 범죄에 대하여 처벌하기 이전에 체약국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잠정적·중간적 성격의 외교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도조약조항에 따른 인도조약 체약국 사이의 외교적 절차에 있어서는, 범죄인에 대한 형사절차 등에서 요구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절차적 보장이 요청된다고는 보기 어렵다.
2) 수사의 진행상황에 따라 형사사법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는 청구국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인도조약조항에 따라서 청구국이 피청구국에게 추가적 범죄 처벌에 관한 동의를 요청하는데 있어 신속성이 요구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청구인의 주장처럼 청구국이 피청구국에게 동의요청을 할 때마다 인도된 범죄인에게 고지를 하고,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 등을 부여하여야 한다면, 자칫 피청구국의 동의를 확보할 때까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그 사이에 추가적 범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 청구국이 형사사법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사법정의의 실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커다란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3) 만약 청구인의 주장처럼 인도조약조항에서 기한을 정하고 청구국이 그 기한 내에서만 피청구국에 대하여 동의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예측하기 어려운 수사의 진행상황에 따라서 해당 기한 내에 동의요청을 할 수 없는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인도조약상의 특정성의 원칙에 따라서 인도된 범죄인의 추가적 범죄에 대하여는 영원히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인도조약조항이 특정성의 원칙의 예외사유로 청구국으로 하여금 기한의 정함이 없이 추가적 범죄의 처벌에 대하여 피청구국의 동의를 요청하도록 하는 것은 형사사법의 정의구현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하여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4) 인도된 범죄인은 청구국의 피청구국에 대한 동의요청 자체에 대해서는 이의신청 등의 형태로 불복하지 못하지만, 청구국이 피청구국의 동의를 얻어 해당 범죄인을 추가적 범죄로 구금, 기소 또는 심리할 때 해당 범죄인은 형사재판에서 피청구국의 동의에 중대한 위법 사유가 존재한다는 등의 이유로 특정성의 원칙 위반을 주장하면서 이를 다툴 수 있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822 판결 참조). 아울러 인도된 범죄인은 청구국의 법률에 따른 구금, 기소 또는 심리절차에서 관련 법률에서 정한 절차적·실체적 권리의 보장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다) 소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① 인도조약조항은 인도조약 체약국 사이의 외교적 절차를 규정한 것이므로 형사절차 등에서 요구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절차적 보장이 요청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만약 인도조약조항에서 인도된 범죄인에 대한 고지 및 의견ㆍ자료 등의 제출기회 부여, 동의요청 기한 등을 규정한다면, 추가적 범죄를 처벌하려는 청구국의 형사사법 운용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사법적 정의구현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점, ③ 인도된 범죄인은 청구국에 의한 구금, 기소 또는 심리절차에서 사후적 불복 기회와 절차적ㆍ실체적 권리의 보장을 확보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인도조약조항이 인도조약에 따른 범죄인의 인도 시 특정성의 원칙을 배제하는 예외사유로 ‘피청구국의 동의’와 ‘청구국의 동의요청서 등의 제출의무’를 규정하면서도, 해당 범죄인에 대한 동의요청절차 진행 고지 및 의견ㆍ자료 등의 제출 기회 부여, 이의신청 절차 등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고, 청구국의 동의요청 기한을 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 제12조 제1항에 따른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