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2헌마1459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5년 6월 27일

결정요지

청구인이 피해자를 도발하는 말을 하기는 하였으나 그 내용에 비추어 이를 공격할 의사의 표명으로 보기 부족하고, 위 말에 이어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피해자에게 다가가 공격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청구인이 피해자를 향해 팔을 휘두르는 등의 유형력을 행사하기는 하였지만 이는 청구인에게 다가와 청구인을 폭행하는 피해자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그 이외에 새로운 적극적인 공격행위를 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싸움으로 인해 청구인과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와 이 사건 싸움에 나타난 청구인과 피해자의 폭행의 정도에 아주 큰 차이가 있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위법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으로서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 제260조 제1항, 제262조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맥담당변호사 박강회 외 1인
피청구인광주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2. 9. 23. 광주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2587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2. 9. 23. 청구인에 대하여 폭행치상 혐의로 기소유예처분(광주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25877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2. 5. 23. 11:00경 광주 ○○구 (주소 생략)에 있는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같은 반 친구인 피해자 □□(남, ○○세)와 1:1 농구를 하던 중, 피해자가 “병신새끼, 센터가 가드한테 발리냐. 이 초고도 비만 새끼야. 체지방 많은 새끼. 니 애미.”라고 욕설을 하자 청구인도 “□□ 좆밥이네. 농구도 못하네. 니가 먼저 쳐봐. 싸울 거면 안경을 벗어.”라고 말하며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에 피해자는 오른손으로 청구인의 울대를 3회 때리고, 머리로 청구인의 이마를 들이받은 후 주먹과 무릎으로 청구인의 얼굴과 어깨 부위를 수회 때리고, 청구인은 이에 대항하여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 부위를 수회 때려 피해자에게 약 14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눈꺼풀, 눈 주위 타박상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2. 10. 18.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피해자가 제출한 진단서상의 각 부상은 오로지 피해자가 청구인을 때리는 과정 내지 친구들이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일 뿐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전혀 없고,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일방적인 공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행사한 것으로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이 사건 수사는 청구인이 피해자를 상해로 고소하면서 시작되었고, 경찰 수사과정에서 청구인은 ‘피해자와 농구를 하다가 서로 욕설을 하며 언쟁을 하게 되었고, 피해자가 먼저 손으로 울대를 3회 가격하였다. 이에 피해자에게 “싸울 것이면 안경 벗고 네가 먼저 때려라.”라고 하였더니 피해자가 주먹으로 나의 안면부를 때리고, 무릎으로 얼굴 등을 20회 이상 때렸다. 같은 반 친구들이 2회에 걸쳐 나와 피해자를 뜯어 말렸지만 그때마다 내가 피해자에게 “주먹이 약하다.”라는 등의 말을 하자 피해자가 나에게 달려와 주먹과 무릎으로 얼굴 등을 때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피해자는 ‘청구인과 농구를 하다가 서로 욕설을 하며 언쟁을 하게 되었고, 청구인이 “싸울 것이면 먼저 때려라.”라고 하여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3회 밀치고, 주먹으로 청구인의 얼굴을 때렸다. 이후 청구인도 주먹으로 나의 얼굴을 때렸고, 주변의 친구들이 2회에 걸쳐 나와 청구인을 뜯어말렸으나 그때마다 청구인이 “△△보다 약하네.”라는 등의 말을 하여 화가 나 친구들을 뿌리치고 청구인에게 다가가 주먹과 무릎으로 얼굴 등을 때렸다. 청구인이 손으로 3~4회 나의 목을 잡아당기려고 하여 목 부위에 찰과상을 입었고, 멱살을 잡은 청구인의 손을 뿌리치려다가 옷이 찢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이 사건 싸움을 목격한 ▽▽는 ‘청구인이 “때려봐. 때려봐.”라고 하자 피해자가 진짜 청구인의 얼굴 쪽을 때렸다. 그 후 서로 때리며 싸웠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주먹으로 때렸고, 청구인은 싸우기보다는 가드를 올리고 막았다(청구인도 때렸을 수도 있음). 나는 청구인을 계속 잡고 있었고, 피해자가 다시 와서 청구인을 때리자 청구인과 피해자가 또 싸웠다.’는 취지의 학생 확인서를 제출하였다.
또한 △△은 ‘피해자가 청구인의 머리를 향해 팔을 휘둘렀고, 청구인도 2~3회 더 맞은 후 팔을 휘둘렀고 둘은 머리채를 잡고 싸웠다. 피해자는 간간히 니킥도 날렸다. 친구들과 함께 청구인과 피해자 사이를 떼어놓았지만 둘은 계속 서로를 향해 욕을 했고, 곧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는 취지의 학생 확인서를 제출하였다.
또한 ◇◇은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쳐봐. 쳐봐.”라고 말하자 피해자가 먼저 때렸다. 청구인과 피해자가 싸우다 청구인이 맞지 않으려고 팔목으로 얼굴을 가리며 보호했고, 피해자는 가드를 한 청구인에게 니킥을 배에 차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렸던 것 같다.’는 취지의 학생 확인서를 제출하였다.
(3) 청구인은 이 사건 싸움 발생 후 이틀째인 2022. 5. 25. 1차로 약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쇄골 몸통의 골절 / 폐쇄성’ 등의 상해 진단을 받았고, 2022. 7. 19. 2차로 같은 병명으로 약 3주간의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상해 진단을 받았으며, 피해자는 이 사건 싸움 발생 당일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눈꺼풀, 눈 주위의 타박상’ 등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
(4) 광주○○경찰서는 청구인의 폭행치상 혐의 및 피해자의 상해 혐의에 대하여 각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피해자에 대하여 소년보호사건송치처분을 각 하였다.
(5) 한편, 광주광역시○○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2022. 7. 28. 청구인을 피해학생 및 가해학생으로, 피해자를 가해학생 및 피해학생으로 보고, ① 청구인에게 가해학생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으로서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 ② 피해자에게 가해학생으로서 학교에서의 봉사 10시간,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특별교육 이수 6시간, 보호자 특별교육 이수 3시간, 피해학생으로서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을 각 의결하였다.
(6) 청구인은 2022. 8. 8. 광주광역시○○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조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광주지방법원은 2023. 5. 12. 청구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상의 ‘학교폭력’을 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광주광역시○○교육지원청이 청구인에게 한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한다.’라는 판결을 하였으며(광주지방법원 2022구합12814), 광주광역시○○교육지원청의 항소취하로 2023. 5. 31.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였는지 여부,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이 적극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폭행에 대한 소극적인 방어행위를 한 것이어서 사회관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 구체적 판단
(1) 관련 법리
형법 제260조 제1항의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한다(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도3186 판결 등 참조).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 방법에는 제한이 없어 직접적, 간접적 수단이나 작위, 부작위에 의해서도 모두 가능하다고 할 것이나,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공격이라고 볼 정도이어야 하며(대법원 1986. 10. 14. 선고 86도1796 판결 등 참조), 그 불법성은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상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도9302 판결 참조).
한편, 어떠한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려면 그 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서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이때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인지 여부는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 방위행위에 의해 침해될 법익의 종류와 정도 등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도2186 판결 참조).
맞붙어 싸움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공격행위와 방어행위가 연달아 행하여지고 방어행위가 동시에 공격행위인 양면적 성격을 띠어서 어느 한쪽 당사자의 행위만을 가려내어 방어를 위한 ‘정당행위’라거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58 판결 참조).
반면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의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경우, 그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 참조).
(2) 사안의 검토
(가) 유형력 행사 여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과 피해자가 농구를 하다가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욕설을 하자, 청구인도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며 싸움이 시작되었고, 피해자가 청구인의 울대, 머리, 얼굴과 어깨 부위를 때리자, 청구인이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팔을 휘두르는 등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위법성 조각 여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당시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싸울 것이면 안경 벗고, 네가 먼저 때려라.”라고 말하고, 주변의 친구들이 2회에 걸쳐 청구인과 피해자를 말리며 떼어놓았음에도 그때마다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주먹 약하네.”라고 말하며 계속하여 피해자를 도발하는 말을 하기는 하였으나, 그 내용에 비추어 이를 공격할 의사의 표명으로 보기 부족하고, 위 말에 이어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피해자에게 다가가 공격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청구인이 피해자를 향해 팔을 휘두르는 등의 유형력을 행사하기는 하였지만 이는 청구인에게 다가와 청구인을 폭행하는 피해자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그 이외에 새로운 적극적 공격행위를 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싸움으로 인해 청구인과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와 이 사건 싸움에 나타난 청구인과 피해자의 폭행의 정도에 아주 큰 차이가 있는 점, 청구인이 광주광역시○○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조치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은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방어행위를 넘어서서 적극적인 반격으로서의 폭행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이를 폭행으로 보더라도 그러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는 등의 이유로 광주광역시○○교육지원청이 청구인에게 한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하였고,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팔을 휘두르는 등 유형력을 행사하기는 하였지만 폭행 당시의 상황, 폭행의 정도, 폭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및 수단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는 피해자의 위법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으로서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있다.
라. 소결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의 행위가 폭행에 해당하더라도 소극적인 저항행위로서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등을 검토하고 그 혐의 유무를 결정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