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4헌마104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5년 6월 27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4헌마1042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김○○
대리인 법무법인 시우담당변호사 최재원, 손서영
피 청 구 인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직무대리
선 고 일 2025. 6. 27.
【주 문】
피청구인이 2024. 8. 27.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2024년 형제13984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4. 8. 27. 피청구인으로부터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2024년 형제13984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4. 8. 7. 00:19경 부산 ○○구 (주소 생략) ○○ 상가 ‘○○ 마켓’(이하 ‘이 사건 점포’라 한다)에서 오레오 아이스크림 1개 2,500원, 빵빠레 소프트바 1개 600원, 모구모구리치 1개 1,400원 총 4,500원 상당을 결제하지 않는 방법으로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4. 11. 18.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이 사건 당시 술에 취하여 인지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실수로 일부 품목의 결제를 누락하고 취식했을 뿐이다. 청구인은 일부 품목을 카드로 결제하였고 당시 회사 작업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신상정보가 밝혀지기 쉬웠으며, 폐쇄회로 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이하 ‘CCTV’라 한다)이 설치되어 있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사실관계를 충분히 수사하거나 엄격하게 법리검토를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자의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이 사건 점포는 청구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해 있다.
(2) 청구인은 2024. 8. 7. 00:04경 이 사건 점포에 방문하여 아이스크림 1개를 결제한 후 이 사건 점포를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3) 청구인은 같은 날 00:10경부터 00:19경까지 이 사건 점포에 머물면서 시가 합계 3,100원 상당의 아이스크림 2개를 결제하지 않은 채 취식하였고, 냉장고에서 음료 2개를 꺼내어 그 중 1개만 결제하고 나머지 시가 1,400원 상당의 음료 1개는 결제하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 매장 밖으로 나갔다.
(4) 피해자는 같은 날 CCTV 영상을 확인하여 경찰에 피해신고를 하였다.
(5) 경찰은 2024. 8. 23. 기소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고, 피청구인은 사건 송치 후 별도의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의 절도 혐의를 인정하여 2024. 8. 27.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6) 이 사건 당시 청구인은 선박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고, 청구인의 계좌에 약 540만 원의 잔액이 있었다.
나. 절취의 고의 유무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나타난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청구인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청구인은 회식이 끝난 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 사건 점포에 방문하였고, 아침에 결제가 된 카드 문자내역이 있었기 때문에 물품 일부를 실수로 결제하지 않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다. CCTV 영상에 따르면 청구인은 이 사건 점포 내에서 몸을 비틀거리면서 걸었고, 계산대에서 바코드가 아닌 아이스크림 자체를 스캔하려고 하거나 휴대폰 결제 어플(삼성페이)의 지문인식을 수차례 실패한 후 카메라 어플을 켜서 자신의 얼굴을 보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 이러한 CCTV 영상과 청구인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서 함께 제출한 카드 결제내역 및 이 사건 발생 전 회식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의 위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
(2) 이 사건 점포는 불특정 다수가 빈번히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일 뿐만 아니라, 무인판매점으로서 내부에 CCTV가 설치되어 녹화된다는 사정을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점포는 청구인의 주거지인 아파트 단지 내의 상가에 위치해 있어 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점포 인근을 자주 왕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구인이 아이스크림 등을 절취할 경우 쉽게 발각될 수 있는 곳인데, 청구인의 직업과 자산 및 경미한 피해품의 가액 등을 고려하였을 때 청구인이 그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스크림 등을 절취할 별다른 동기나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3) 청구인이 제출한 카드 결제내역에 의하면 청구인은 이 사건 발생 전에도 이 사건 점포에 수십 회 방문하여 아이스크림 등의 물품을 정상적으로 계산하였고, 이 사건에서 한 것처럼 약 10분 간격으로 2차례에 나누어 계산을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청구인이 유독 이 사건 당일에만 고의로 피해품을 계산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
(4) CCTV 영상에 따르면 청구인은 마스크 등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지 않았고 회사 작업복을 입고 있었으며, 수차례 고른 상품을 계산대로 가지고 가서 바코드를 스캔하거나 계산을 시도했을 뿐 아니라 일부 상품은 신용카드로 결제하였다. 만약 청구인이 처음부터 계산하지 않을 의사였다면 신원이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위와 같은 행동을 할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5) 청구인은 이 사건 점포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약 10분간 머무르면서 아이스크림 2개를 취식하였고, 계산하지 않은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냉장고 유리 위나 계산대 위에 그대로 방치하는 등 물건을 절취하려는 기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6) 청구인에게는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절도의 습벽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자료도 없다.
다. 소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