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0헌마534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2년 6월 27일

결정 전문

사 건 2010헌마534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안○화
국선대리인 변호사 허영범
피청구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0. 4. 28.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0년 형제37660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0. 4. 28. 청구인에게 폭행 혐의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0년 형제37660호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청구인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 아파트 101동 ○○호 세입자이고, 피해자 김○례(84세)는 위 아파트 건물주다. 청구인은 2009. 7. 9. 14:00경 위 아파트 내에서 피해자가 청구인의 방안을 들여다본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왜 들여다 보냐’고 하면서 피해자의 오른쪽 팔뚝을 손바닥으로 2회 때리는 등 폭행하였다."는 것이고, 기소유예 처분에 이른 사유는 "피해자의 팔 부위를 2회 툭툭 친 사실은 인정되나, 피해자가 청구인의 주거지를 들여다보자 이에 항의하다가 본건에 이른 것으로 그 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고, 사안 경미하다."는 것이었다.

나. 청구인은 2010. 8. 25.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청구인이 폭행 혐의를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과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⑴ 청구인은 피해자 김○례를 폭행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당일 피해자가 청구인의 방으로 들어와 부채로 청구인의 팔 맨살 부분을 수 차례 때렸다. 만약 폭행 사실이 인정된다고 가정해 보더라도, 청구인이 잠자고 있는 방에 허락도 없이 들어왔고 이에 청구인이 퇴거를 요구하면서 팔뚝을 밀치게 되었다면 이는 긴급피난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⑵ 주소지에서 우편물을 수령하는 데 문제가 있어서 청구인은 경찰에 이메일과 문자를 통한 재소환을 부탁하였음에도 그 후 청구인에 대하여 경찰, 검찰에서의 아무런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청구인은 피해자의 진술과 의사 소견서만으로 혐의를 인정하였다. 청구인은 2010. 4. 26. 검찰수사관과 형식적인 통화만을 하였을 뿐인데 그 후 통화나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같은 달 28. 기소유예 처분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청구인은 아무런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었고, 이 사건 수사과정은 전형적인 수사미진의 경우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사법경찰관 작성의 상해사건 발생보고, 피해자의 진술, 피해자에 대한 소견서 및 치료비 영수증 등의 증거에 의하여 피의사실이 인정되고,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참작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이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정당하다.

3. 판단
가. 수사 경과 및 증거관계
⑴ 이 사건 아파트는 방 3칸 짜리인데 청구인은 그 중 방 1칸을 임차하였으며, 아파트 소유자는 피의사실 기재와는 달리 최○순이고, 피해자 김○례는 그의 올케 또는 그 유사한 인척관계에 있는 자로서 위 아파트에 수시로 출입하는 관계다. 최○순은 이 사건 피의사실 발생일인 2009. 7. 9.에 앞선 2009. 4. 1. 청구인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택명도 소송을 제기하였고(2009가단118370), 위 소송은 2010. 5. 26. 임대차계약의 합의 해지, 명도, 임차보증금 등 반환 등의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 위 피의사실 발생일은 위 민사 소송으로 인하여 최○순, 김○례와 청구인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던 때였다.

⑵ 서울강남경찰서 2009. 10. 7.자 범죄인지보고서에는 "2009. 7. 11. 20:10경 피해자가 당경찰서 형사과 형사당직실에 직접 출석하여 피해사실을 신고하여 인지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위 경찰서 경사 작성 2009. 8. 20.자 수사보고서에는 청구인이 "2009. 7. 9. 21:30경 강남경찰서 경사의 전화출석요구를 받고 출석하였으나 ‘정신적으로 괴로운 상태로 조사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추후에 다시 출석하겠다고 말하였으나 그 후 2009. 8. 20. 핸드폰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같은 날 위 경찰서는 청구인에 대하여 2009. 9. 5.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출석요구서를 발송하였으나, 위 요구서를 청구인이 수령하였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고, 위 경찰서 경사 작성 2009. 9. 10.자 수사보고서(출석불응)에는 청구인이 9. 5. 출석에 불응하고 있어 핸드폰으로 수 회 전화하였으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⑶ 위 경찰서 경사 작성 2009. 10. 7.자 수사보고서(죄명정정 등)에는 "현재까지 청구인이 아무런 연락 없이 출석치 않으면서 핸드폰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소재가 불명"인 점과 "고소인은 청구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면서 의사 소견을 제출하였으나 위 소견서에는 오른쪽 윗팔의 타박상으로 향후 증상 악화나 미발견증에 대해 재검 및 추적 관찰 필요할 것이라는 소견으로 피해자의 진단일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단순 타박상을 상해로 보기 어려워, 청구인의 죄명을 상해죄에서 폭행죄로 정정 의율하고자 하고, 청구인의 소재 발견시까지 기소중지(지명통보) 의견으로 송치"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피청구인은 2009. 10. 14.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중지 처분을 했다(2009년 형제127337).

⑷ 청구인은 2010. 2. 25. 주거지에서 소재가 확인되었고, 당시 경찰관으로부터 "본인은 2010. 2. 25. 09:00경 주거지에서 지명통보자로 발견되어 지명통보사실과 범죄사실의 요지 등을 고지받고 2010. 3. 25.까지 서울강남경찰서로 출석하거나 사건이송 신청할 것을 약속하기에 이를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에 대해 확인서명을 해 줄 것을 요청받았으나 "자신이 강남서에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며 서명은 하지 않았다. 그 후 청구인은 2010. 4. 1. 강남경찰서에 자진출석하여 "왜 담당이 바뀌었냐. 언제 출석요구서를 보낸 적이 있느냐. 너무 일방적으로 수사하는 것이 아니냐. 경찰들을 믿지 못하겠다. 자신은 모르는 전화를 받지 않는데 왜 0112 전화번호로 전화하지 않았느냐. 피해자라는 할머니가 이상하다."는 등의 질문을 한 후 자신의 노트에 질문과 답변 내용을 적어 경찰관에게 서명을 요청하였고, 경찰관의 조사 요구에 대하여는 "경찰서에서는 조사를 받지 못하겠다, 검찰청에서 검사님에게 조사를 받겠다."며 진술을 거부하였다. 담당경찰관이 청구인에게 경찰서에 자진출석하게 된 경위 및 검찰청에 출석하여 조사받겠다는 내용으로 확인서를 써 달라고 하자, 청구인은 집에서 작성하여 2010. 4. 2. 10:00경까지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 후 청구인은 2010. 4. 2. 10:00경 경찰서에 와서 "확인서를 작성하지 못하였는데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출석하였다."고 하였고, 2010. 4. 5. 다시 방문하여 피해자와 사건관련인들의 재조사를 바라며 자신은 검찰에서 직접 조사를 받겠다는 취지의 요청서를 제출함과 아울러 재기신청을 하면서 신청서상에 "우편물 수령이 어려우니 문자 메시지 주시면 직접방문 수령, 이메일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빠른 날짜로 검찰에서 조사받고 종결하고 싶습니다."는 등의 내용을 기재하였다.

⑸ 이 사건은 2010. 4. 7. 재기되어 검찰로 송치되었다(2010년 형제37660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찰주사보는 2010. 4. 26.자로 피의자 상대 진술 청취 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청구인에게 전화를 하여 범죄사실 내용과 같이 피해 할머니 김○례의 팔뚝을 잡고 폭행한 사실이 있는지 물어본바, 청구인은 ‘말도 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나이 드신 할머니를 폭행할 수가 있겠느냐’, ‘폭행당했는지 여부를 피해 할머니에게 직접 물어봤으면 좋겠다, 저는 제 입으로 얘기하기 싫다’, ‘일하는 중이라 지금은 전화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목요일(4. 22.) 이후에 다시 연락해 주시든지, 아니면 그 때 검찰에 직접 출석하든지 하겠다고 해서, 위 날짜인 4. 22. 15:00경에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으므로 이를 보고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그 후 아무런 추가조사 없이 2010. 4. 28.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이 이루어졌다.

⑹ 혐의 인정의 근거로 제출된 증거들은 피해자의 2009. 7. 11.자 진술요지, 2009. 7. 9.자로 된 서울의료원 의사 이○윤의 소견서 및 당일자 진료비 계산서 등이다. 피해자의 진술요지는 "청구인의 방문이 열려 있어 방문을 통하여 방안을 보게 되었는데, 청구인이 거실로 나와 ‘왜 방안을 들여다 보냐’고 하여 ‘방문이 열려 있으니까 보지’라고 대답을 하자, 청구인이 다시 ‘왜 보고 그러느냐’고 하여 ‘문이 열려 있어서 보았는데 왜 못 보노’ 하였더니 청구인이 그냥 피해자의 오른 팔뚝을 손바닥으로 2대 탁탁 때렸다."는 것이었고, 의사 소견서는 병명이 ‘오른쪽 윗팔의 타박상’인데, 치료소견은 "상기 환자 옆집 사람에게 구타당해(본인 진술) 발생한 주소의 증상으로 본원 응급센터에서 X-ray 촬영하였으나 골절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음. 향후 증상 악화나 미발견증에 대해 재검 및 추적 관찰 필요할 것으로 생각됨."으로 되어 있다.

⑺ 청구인에게는 이 사건 이전에 아무런 형사 전과가 없었다.

나. 판단
⑴ 이 사건 인지 직후 청구인이 경찰 소환에 결과적으로 응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인 아파트 소유자 등과 함께 거주하는 상황에서 출석요구서 수령이 원활하지 않았을 것임은 쉽게 추측할 수 있고, 그 후 2010. 4. 1. 이후에는 직접 경찰서를 방문하여 빠른 시일 내 검찰에서 조사를 받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도 있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이후 검찰주사보와의 통화에서 청구인이 당시 일하는 중이라 전화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대신 그 후 다시 통화하기로 하였다는 점은 위 검찰주사보의 2010. 4. 26.자 피의자 상대 진술 청취 보고서에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그 후 위 검찰주사보와 청구인 사이에 전화 통화가 시도되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자료가 없고, 보고서 작성 이틀 후인 2010. 4. 28. 바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이 이루어졌으며, 반면 청구인은 2010. 5. 28.경 위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검찰에서 자신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는 상태였다. 즉 청구인은 범행을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수사기관 출석 등의 의사를 강력히 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경찰, 검찰에 이르기까지 청구인에 대한 조사는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피의자 신분에 처한 청구인의 방어권을 현저히 제약한 것이다. 피의자가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그에게 피의자신문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피청구인으로서는 피의자를 소환하여 피의자신문절차를 진행한 후 기소유예 처분 등에 이르렀어야 할 것이다.

⑵ 피해자는 84세의 노인인데, 특별한 사유 없이 40대의 여성이 그의 팔뚝을 때렸다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의 진술만으로 혐의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평소 관계나 당시 대면하게 된 경위, 또는 제3자의 개입 등 구체적인 정황이 조사되어야 했을 것이다. 의사의 소견서상 타박상이 병명으로 표시되기는 하였지만, 진단주수가 표시되지 않을 정도의 타박상은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일 뿐만 아니라 폭행이 개입되지 않더라도 상호 신체가 접촉하는 과정에서는 당시 가해지는 힘의 방향, 몸의 균형 상실, 다른 물체와의 또 다른 접촉 등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의사 역시 소견서에서 ‘구타당해’ 뒤에 ‘(본인 진술)’이란 기재를 부가하고 있다. 결국 타박상의 형상이 있다는 점 및 피해자가 그와 같이 진술하고 있다는 점만으로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폭행 혐의를 인정한 셈인데, 피의자가 소재불명이 된 경우라 하더라도 곧바로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상황에서 더구나 청구인이 자신에 대한 조사 또는 전반적인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위 증거들만으로 폭행 혐의를 인정하였음은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조서, 의사의 소견서만으로 범죄혐의를 인정한 피청구인의 처분은 다분히 자의적이라 할 것이다.

⑶ 수사기록 자체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수사는 해명되지 않는 모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이 사건은 2009. 7. 11. 피해자의 신고에 따라 인지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경찰서 경사 작성 2009. 8. 20.자 수사보고서에는 청구인이 2009. 7. 9. 21:30경 경찰서에 출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만약 누군가 신고를 한 것이라면 그 신고자가 어느 측인지, 신고일자가 언제인지 등의 정황은 특히 피해자의 진술만이 유력한 증거로 된 경우 그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는 주요한 자료가 됨에도 피청구인은 신고일자 또는 신고 주체에 관한 위와 같은 모순된 상황에 대하여 추가조사를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찰주사보는 2010. 4. 26.경 청구인과 통화한 후 당시 전화상으로 말할 수 없다는 청구인의 의사를 확인한 후 다시 한 번 통화하기로 하였으나 그 후 통화를 했다거나 또는 시도했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기록이 없다. 또한 기소중지 전 사건이었던 2009년 형제127337 사건에서 앞에서 본 증거들을 모두 확보한 상태에서 피의자가 소재불명임을 이유로 기소중지 처분을 했던 피청구인이 그 후 재기된 2010년 형제37660호 사건에서는 이번에는 피의자가 출석 의사를 밝혔고 연락이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추가조사 없이 그대로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는 내용의 처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는 동시에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이 사안이 매우 경미한 반면 수사 현장에서는 업무과중으로 인한 신속 처리가 요청되고 있고 또 기소유예 처분은 실제 인신이나 재산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판단에 근거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청구인은 전과 기록이 없는 40세가 넘은 여성으로서 그에게 혐의가 인정되는 대신 기소가 유예되는 기소유예 처분과 혐의없음 처분은 다른 차원의 것이며, 실제 일반인들 관념 속에서는 기소유예 처분 역시 전과로 의식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이 사건이 경미한 사안이란 점에만 기대어 기소유예를 염두에 두면서 손쉽게 혐의를 인정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청구인의 명백한 요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1회의 피의자신문조차 진행하지 않아 피의자의 방어권을 훼손한 채 경찰 제출 증거들에만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고 볼 수밖에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2.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