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5헌가8

구 대외무역법 제19조 제3항 등 위헌제청

결정일: 2025년 9월 25일

결정요지

상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국가 간의 관계, 국내외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상황은 물론 군사적·과학적 기술의 발전 정도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는 고도의 전문적·기술적 능력과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으로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나 관련 조항, 상황허가 제도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쉽게 대량파괴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및 재래식무기로 바꾸어 사용되거나 그 제조·개발 등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의 수출로서, 거래 상대방의 정치적·경제적 상황, 기술수준과 거래 전력, 거래방식 등을 종합할 때 그 수출이 국제평화 및 국가안보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하위법령에 상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규정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 제75조, 제95조
구 대외무역법(2020. 3. 18. 법률 제17072호로 개정되고, 2024. 2. 20. 법률 제203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3항
구 대외무역법(2013. 7. 30. 법률 제11958호로 개정되고, 2024. 2. 20. 법률 제203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 제2항 제4호

결정 전문

【당 사 자】
제청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당해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고단4000 관세법위반등
【주 문】
구 대외무역법(2020. 3. 18. 법률 제17072호로 개정되고, 2024. 2. 20. 법률 제203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3항 제13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당해 사건의 피고인들은 대외무역법과 관세법 위반의 공소사실로 2024. 8. 13. 각 기소되었는데, 그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정○○은 피고인 주식회사 ○○(이하 ‘○○’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 그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고, 피고인 성○○은 피고인 주식회사 □□(이하 ‘□□’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 러시아 관련 기업경영 컨설팅, 수출입대행업 등을 하는 사람이며, 피고인 박○○은 ○○의 지배회사인 주식회사 △△의 대표이사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피고인 ○○는 항공기 부품 등 제조·판매 및 수출입 업무 등을 하는 회사이고, 피고인 □□은 기업경영 컨설팅, 수출입대행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피고인 정○○, 성○○, 박○○은 공모하여 상황허가 대상품목으로 고시되어 러시아로 수출하려면 상황허가를 받아야 하는 항공기 도어시스템 부품을 2022. 6. 24.부터 2022. 8. 30.까지 총 4회에 걸쳐 상황허가를 받지 않고 카자흐스탄을 경유하여 러시아로 수출하고, 피고인 정○○, 성○○은 공모하여 위와 같은 항공기 도어시스템 부품을 2022. 10. 29.부터 2023. 3. 23.까지 총 8회에 걸쳐 상황허가를 받지 않고 튀르키예를 경유하여 러시아로 수출하여 각 대외무역법과 관세법을 위반하였다. 또한, 피고인 ○○는 대표이사 피고인 정○○이, 피고인 □□은 대표이사 피고인 성○○이 위와 같이 각 대외무역법과 관세법을 위반하였다.』
나. 제청법원은 당해 사건 계속 중인 2025. 2. 13. 일정한 물품이나 기술(이하 ‘물품등’이라 한다)을 수출하려고 하는 자로 하여금 상황허가를 받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도록 한 구 대외무역법(2020. 3. 18. 법률 제17072호로 개정되고, 2024. 2. 20. 법률 제203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3항 및 구 대외무역법(2013. 7. 30. 법률 제11958호로 개정되고, 2024. 2. 20. 법률 제203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 제2항 제4호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대상
제청법원은 상황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을 형사처벌하도록 한 구 대외무역법 제53조 제2항 제4호에 대하여도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으나, 위 조항에서 정한 법정형이 체계정당성에 어긋난다거나 과다하다는 등 형벌조항 자체의 고유한 위헌성에 대하여는 주장하지 않으므로, 위 조항은 심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제청법원은 구 대외무역법 제19조 제3항 전부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고 있으나, 당해 사건은 구 대외무역법 제19조 제3항 제13호의 위임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상황허가를 받도록 정하여 고시한 경우에 관한 사건이므로,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대외무역법(2020. 3. 18. 법률 제17072호로 개정되고, 2024. 2. 20. 법률 제203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대외무역법’이라 한다) 제19조 제3항 제13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대외무역법(2020. 3. 18. 법률 제17072호로 개정되고, 2024. 2. 20. 법률 제203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전략물자의 고시 및 수출허가 등) ③ 전략물자에는 해당되지 아니하나 대량파괴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및 재래식무기(이하 “대량파괴무기등”이라 한다)의 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등의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물품등을 수출하려는 자는 그 물품등의 수입자나 최종 사용자가 그 물품등을 대량파괴무기등의 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등의 용도로 전용할 의도가 있음을 알았거나 그 수출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어 그러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나 관계 행정기관의 장의 허가(이하 “상황허가”라 한다)를 받아야 한다.
13. 그 밖에 국제정세의 변화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해치는 사유의 발생 등으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나 관계 행정기관의 장이 상황허가를 받도록 정하여 고시하는 경우
[관련조항]
구 대외무역법(2020. 3. 18. 법률 제17072호로 개정되고, 2024. 2. 20. 법률 제203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전략물자의 고시 및 수출허가 등) ③ 전략물자에는 해당되지 아니하나 대량파괴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및 재래식무기(이하 “대량파괴무기등”이라 한다)의 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등의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물품등을 수출하려는 자는 그 물품등의 수입자나 최종 사용자가 그 물품등을 대량파괴무기등의 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등의 용도로 전용할 의도가 있음을 알았거나 그 수출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어 그러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나 관계 행정기관의 장의 허가(이하 “상황허가”라 한다)를 받아야 한다.
1. 수입자가 해당 물품등의 최종 용도에 관하여 필요한 정보 제공을 기피하는 경우
2. 수출하려는 물품등이 최종 사용자의 사업 분야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경우
3. 수출하려는 물품등이 수입국가의 기술수준과 현저한 격차가 있는 경우
4. 최종 사용자가 해당 물품등이 활용될 분야의 사업경력이 없는 경우
5. 최종 사용자가 해당 물품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으면서도 그 물품등의 수출을 요구하는 경우
6. 최종 사용자가 해당 물품등에 대한 설치·보수 또는 교육훈련 서비스를 거부하는 경우
7. 해당 물품등의 최종 수하인(受荷人)이 운송업자인 경우
8. 해당 물품등에 대한 가격 조건이나 지불 조건이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9. 특별한 이유 없이 해당 물품등의 납기일이 통상적인 기간을 벗어난 경우
10. 해당 물품등의 수송경로가 통상적인 경로를 벗어난 경우
11. 해당 물품등의 수입국 내 사용 또는 재수출 여부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12. 해당 물품등에 대한 정보나 목적지 등에 대하여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보안을 요구하는 경우
구 대외무역법(2013. 7. 30. 법률 제11958호로 개정되고, 2024. 2. 20. 법률 제203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벌칙)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출·수입·경유·환적·중개하는 물품등의 가격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4. 제19조 제3항에 따른 상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상황허가 대상인 물품등을 수출한 자
3.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대외무역법은 심판대상조항의 ‘전략물자’, ‘대량파괴무기’, ‘운반수단인 미사일’, ‘재래식무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관한 정의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대량파괴무기 등의 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등의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물품등’이나, ‘국제정세 변화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해치는 사유’와 같은 요건들은 매우 추상적이고 불확정적이다. 그래서 상황허가 대상품목이나 상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를 예측하기 어려워 자의적인 법 집행이 가능하다. 비록 심판대상조항이 상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를 고시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나, 관련 고시만으로는 수범자인 일반국민에게 자신의 행위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그 구성요건이 불명확하거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전략물자 수출허가 제도와 상황허가 제도
구 대외무역법은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와 국가안보를 위하여 수출 제한이 필요한 물품등을 전략물자로 지정·고시하여 이를 수출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나 관계 행정기관의 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전략물자 수출허가 제도를 두었다(구 대외무역법 제19조 제1항, 제2항). 그러나 전략물자 수출허가만으로는 대량파괴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및 재래식무기(이하 대량파괴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및 재래식무기를 모두 합하여 ‘대량파괴무기등’이라 한다)의 확산을 방지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전략물자에는 해당되지 않더라도 대량파괴무기등의 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등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품등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에 구 대외무역법 제19조 제3항은 전략물자에는 해당되지 아니하나 대량파괴무기등의 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등의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물품등을 수출하려는 자는 수입자나 최종 사용자에게 그와 같은 전용의도가 있음을 알았거나 그러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나 관계 행정기관의 장으로부터 상황허가를 받도록 규정함으로써 상황허가 제도를 도입하였다.
나. 쟁점의 정리
심판대상조항은 상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로서, ‘국제정세의 변화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해치는 사유의 발생 등으로 수입자나 최종 사용자가 수입 물품등을 대량파괴무기등의 제조·개발·보관·사용 등의 용도로 전용할 의도가 의심되는 경우’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나 관계 행정기관의 장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제청법원은 심판대상조항이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용어나 개념을 사용하여 상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를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불명확성은 상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고시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심판대상조항이 처벌법규에 관한 위임의 한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를 심사함으로써 그 위헌성을 판단할 수 있다(헌재 2022. 9. 29. 2018헌바356; 헌재 2023. 3. 23. 2020헌바507 참조). 따라서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다.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1) 처벌법규의 위임
헌법은 제12조 제1항 후단과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죄형법정주의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국가의 사회적 기능이 증대되고 사회현상이 복잡해짐에 따라 형벌법규를 모두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정할 수는 없으므로 이를 행정부에 위임하는 것도 허용된다(헌재 2022. 9. 29. 2018헌바356 참조).
다만 범죄와 형벌에 관한 사항에 있어서도 위임입법의 근거와 한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헌법 제75조와 제95조가 적용된다. 이러한 위임의 한계로서 헌법상 제시되고 있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 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구정도는 그 규율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형사처벌을 동반하는 처벌법규의 위임은 중대한 기본권의 침해를 가져오므로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며, 이러한 경우일지라도 법률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은 처벌대상행위가 어떠한 것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여야 하고,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한다(헌재 2022. 2. 24. 2017헌바438등; 헌재 2023. 8. 31. 2021헌바180 참조).
(2) 위임의 필요성
어떠한 물품등의 수출이 국제정세의 변화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제한될 필요가 있는지는 국가 간의 관계, 국내외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상황은 물론 군사적·과학적 기술의 발전 정도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는 고도의 전문적·기술적 능력과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대량파괴무기등의 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등의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품등의 종류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지속적으로 변화하므로, 현재의 상황에서 상황허가 대상품목을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하더라도 장래에 이와 같은 규범의 적절성이 유지되리라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상황허가가 필요한 경우에 대한 판단은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으므로 상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을 미리 법률로 정하지 않고 하위법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3) 예측가능성
(가) 심판대상조항은 ‘전략물자에는 해당되지 아니하나 대량파괴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재래식무기의 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등의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물품등을 수출하려는 자’를 상황허가를 받아야 하는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상황허가를 받아야 하는 주체를 예측할 수 있는지 여부는 심판대상조항의 ‘전략물자’, ‘대량파괴무기’,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및 그 ‘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등의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의 문언상 의미를 기초로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우선 ‘전략물자’란 사전적으로 전쟁에 필요한 주요 물자를 의미하고, ‘대량파괴무기’란 사전적으로 일시에 수많은 인명을 해칠 수 있는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무기 등을 이른다.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이란 대량파괴무기를 옮겨 나르는 데 이용하는 미사일로서, ‘미사일’의 사전적 의미는 무선, 레이다, 적외선 따위의 유도에 따라 목표물에 닿아서 폭발하도록 만든 포탄이나 폭탄으로, 대개 핵탄두 따위를 장비하고 로켓이나 제트 엔진에 의하여 발사·추진되는 무인 수단을 말한다. ‘재래식무기’란 사전적으로 칼, 총, 대포 따위와 같이 예전부터 사용하던 무기로,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 탄도 미사일 따위를 제외한 나머지 무기를 의미한다. 한편,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대량살상무기확산’을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무기 및 위 각 무기의 운반수단을 제조, 취득, 보유, 개발, 운송, 이전 또는 사용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2호).
이러한 대량파괴무기등의 의미에 더하여, 예정되어 있는 곳에 쓰지 않고 다른 데로 돌려서 쓴다는 ‘전용’의 사전적 의미를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의 ‘전략물자에는 해당되지 아니하나 대량파괴무기등의 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등의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물품등’이란, 당장 대량파괴무기등으로 이용되거나 그 제조·개발 등 용도로 이용될 수 있는 물품등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쉽게 대량파괴무기등으로 바꾸어 사용되거나 그 제조·개발 등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물품등을 의미함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나) 심판대상조항에 규정된 ‘그 밖의 국제정세의 변화 또는 국가안보를 해치는 사유의 발생’이라는 요건은 그 의미가 다소 추상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 요건은 그 자체가 독립된 요건으로 기능한다기보다 ‘수입자나 최종 사용자에게 수입 물품등을 대량파괴무기등으로 전용할 의도가 있음이 의심되는 경우’를 판단하기 위한 고려사항으로 규정된 것으로서, 이미 구 대외무역법 제19조 제3항 제1호 내지 제12호에 의하면 어떠한 경우에 수입자나 최종 사용자의 전용의도가 의심되는지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즉, 구 대외무역법 제19조 제3항 제1호 내지 제12호는 수입자나 최종 사용자의 전용의도가 의심되는 사유로, 수입자가 해당 물품등의 최종 용도에 관하여 필요한 정보 제공을 기피하는 경우, 수출하려는 물품등이 최종 사용자의 사업 분야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경우, 수출하려는 물품등이 수입국가의 기술수준과 현저한 격차가 있는 경우, 최종 사용자가 해당 물품등이 활용될 분야의 사업경력이 없는 경우, 최종 사용자가 해당 물품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으면서도 그 물품등의 수출을 요구하는 경우, 최종 사용자가 해당 물품등에 대한 설치·보수 또는 교육훈련 서비스를 거부하는 경우, 해당 물품등의 최종 수하인이 운송업자인 경우, 해당 물품등에 대한 가격 조건이나 지불 조건이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특별한 이유 없이 해당 물품등의 납기일이 통상적인 기간을 벗어난 경우, 해당 물품등의 수송경로가 통상적인 경로를 벗어난 경우, 해당 물품등의 수입국 내 사용 또는 재수출 여부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해당 물품등에 대한 정보나 목적지 등에 대하여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보안을 요구하는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앞서 본 상황허가 제도의 도입 취지와 구 대외무역법 제19조 제3항 각 호의 규정 내용을 고려하면, ‘국제정세의 변화나 국가안전보장을 해치는 사유의 발생 등으로 수입자나 최종 사용자에게 전용의도가 있음이 의심되는 경우’란, 거래 상대방의 정치적·경제적 상황, 기술수준과 거래 전력, 거래방식 등을 종합할 때, 해당 수입자 또는 최종 사용자에게 대량파괴무기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물품등을 수출할 경우 국제평화 및 국가안보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정해질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다) 심판대상조항의 수범자는 대량파괴무기등의 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등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물품등을 수출하는 국내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등으로 한정된다. 구 대외무역법은 수출하려는 물품등이 상황허가 대상인지에 관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나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전문판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제20조 제2항),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고시하는 교육을 이수한 사람의 경우 자체적으로 상황허가 대상인지에 관하여 자가판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제20조 제3항), 자가판정을 위한 전략물자수출입관리정보시스템(www.yestrade.go.kr)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에 지정·고시된 상황허가 대상품목별 통계통합품목분류표(Harmonized System of Korea, 약칭 ‘HSK’, 이하 ‘HSK’라 한다) 코드를 표기한 ‘HSK연계표’를 배부하고 있어 수출 예정 물품등의 HSK코드로 상황허가 대상인지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의 수범자들은 어떠한 물품등의 수출이 상황허가 대상에 해당하는지 충분히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수범자의 입장에서 예측가능성을 결여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4) 소결
이상의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상환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 오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