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0헌마9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2년 7월 26일

결정요지

청구인이 자신의 남편을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한 경찰관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상해를 가하고, 동시에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행위를 방해하고자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행위의 계기가 된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행위가 경험칙에 비추어 적법한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살펴보고, 나아가 청구인이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러한 수사를 진행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에게 상해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형법 제136조 제1항, 제25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213조의2

결정 전문

[당사자]
청 구 인 권○옥
대리인 변호사 최광태
피청구인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2009. 10. 9. 의정부지방검찰청 2009형제40704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09. 6. 28. 남편인 노○민을 모욕죄로 현행범체포하던 구리경찰서 수택지구대 소속 경찰관인 피해자 서○균(남, 31세)을 때려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함과 동시에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혐의로 2009. 10. 9. 피청구인으로부터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의정부지방검찰청 2009형제40704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나. 이에 청구인은, 위와 같은 상해 및 공무집행방해의 사실이 없는데도 피청구인이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은 피의사실을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자신의 평등권 등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2010. 1. 6.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과 피청구인의 답변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에 기재된 일자에 피해자 서○균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서○균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사실이 전혀 없고, 가사 위와 같은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서○균의 공무집행은 현저히 부당한 것으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아니하고, 상해행위도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이와 같은 자의적인 피의사실 인정에 의하여 청구인은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하였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이 사건 피의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의 진술 등이 확보되어 있고, 이에 따라 청구인의 상해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심판기록 및 수사기록에 따라 이 사건 피의사실에 관하여 인정되는 사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청구인은 청구인의 남편인 노○민 등과 함께 2009. 6. 28. 22:50경 구리시 수택동에 있는 ‘기꾸참치’에서 술을 마신 후 술값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세 지급 문제로 위 ‘기꾸참치’ 주인과 시비가 붙었다(수사기록 194면).
② 노○민은 위 ‘기꾸참치’ 주인이 부당하게 술값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112에 ‘내가 술을 먹고 돈이 없어 무전취식으로 가려고 하니, 경찰관을 출동시켜 달라’라는 내용의 신고를 하여, 구리경찰서 수택지구대 소속 경장 조○복, 순경 서○균(피해자)이 위 ‘기꾸참치’에 도착하였다(수사기록 53면, 194면).
③ 경찰관인 조○복과 서○균이 신고경위를 청취하던 중, 조○복이 부가세가 별도라고 적혀 있는 메뉴판을 보고 "부가세는 별도네"라고 말하자, 청구인이 "카드라면 부가세를 내겠는데, 현금으로 내는데 왜 부가세를 내느냐"고 말하고, 이에 서○균이 "카드나 현금이나 부가세는 똑같다"라고 말하자, 노○민은 경찰관들이 자신들의 진술을 무시하고 위 ‘기꾸참치’ 측의 진술만 믿는다고 생각하여 위 ‘기꾸참치’ 앞길에서 조○복과 시비가 붙었고, 청구인은 ‘기꾸참치’ 안에서 조○복에게 ‘술을 마신 것 아니냐’며 시비를 하면서 112에 ‘출동한 경찰이 못 미더우니 다른 경찰관들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신고를 하였다(수사기록 54면, 195면, 201면).
④ 청구인은 음주측정기를 가지러 가던 서○균과 시비를 하던 중 ‘기꾸참치’ 안에서 쓰러지자, 노○민은 이에 화가 나 위 ‘기꾸참치’ 종업원인 강○호 등 4-5명의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서 조○복과 서○균에게 "씨발새끼들아, 부가세 규정을 국세청에 알아봤냐. 다 똑같은 새끼들이다. 개새끼, 씹새끼. 내가 청문, 감찰에 통보해서 너 모가지 잘라버릴거야"라고 말하여 공연히 조○복과 서○균을 모욕하였다(노○민은 위와 같은 혐의로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이 청구되었다)(수사기록 206면, 208면, 239면, 261면, 293면 이하).
⑤ 이에 조○복과 서○균이 노○민을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하자, 이를 본 청구인은 쓰러져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밖으로 뛰어나와 "우리 남편을 왜 데려가느냐"고 하며 남편인 노○민의 몸을 잡아 당기고 서○균의 멱살을 잡아 흔드는 등 노○민에 대한 현행범 체포행위를 방해하였다. 결국 청구인은 처음에 왔던 순찰차량에 태워져 연행되었고, 노○민은 나중의 112 신고로 출동한 순찰차량에 태워져 연행되었다(수사기록 198면, 215면, 239면, 245면, 250면, 261면).
⑥ 그 후 서○균은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염좌, 좌측전와부찰과상의 상해를 입었음을 증명하는 의사 김○수 작성의 진단서를 제출하였다(수사기록 47면).

나. 쟁점 및 검토
(1) 쟁점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남편인 노○민이 자신의 112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하였는데 경찰관들이 노○민을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려고 하자 청구인이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경찰관 서○균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상해를 가하였다는 이유로 청구인에게 상해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인정하였는바, 이 사건의 쟁점은 경찰관들이 청구인의 남편인 노○민을 현행범체포하기 위하여 한 일련의 행위들이 적법한 직무행위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 및 이에 대한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라고 할 것이다.

(2) 공무집행방해의 요건 및 상해의 정당방위 성립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으로서는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현행범인 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영장 없는 체포로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029 판결 참조). 또한, 경찰관이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한 채 실력으로 현행범인을 연행하려고 하였다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고,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을 벗어나 불법하게 체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 현행범이 그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 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2732 판결).
대법원은, 피고인이 경찰관의 불심검문을 받아 운전면허증을 교부한 후 경찰관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하였는데, 경찰관이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고지한 후 피고인의 오른쪽 어깨를 붙잡자 반항하면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사건에서, 피고인은 경찰관의 불심검문에 응하여 이미 운전면허증을 교부한 상태이고, 경찰관뿐 아니라 인근 주민도 욕설을 직접 들었으므로,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의 모욕 범행은 불심검문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일시적, 우발적인 행위로서 사안 자체가 경미할 뿐 아니라, 피해자인 경찰관이 범행현장에서 즉시 범인을 체포할 급박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경찰관이 피고인을 체포한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어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 바 있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3682 판결 참조).
한편, 형법이 정하는 정당방위는 자기의 법익뿐 아니라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행위인 경우에도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1984. 10. 5. 선고 84도1544 판결 참조).

(3) 이 사건에서의 구체적 검토
(가) 공무집행방해의 요건 충족 여부 및 상해의 정당방위 성립 여부
피청구인은 경찰관들이 청구인의 남편인 노○민을 현행범체포하기 위하여 한 일련의 행위가 적법한 직무행위임을 전제로 청구인에게 공무집행방해죄 및 상해죄의 성립을 인정한 것인바, 수사기록에 나타난 다음의 여러 점들에 비추어 보면 그 타당성이 의심스럽다.
① 노○민과 그 아내인 청구인은 직접 112에 수차 신고를 하여 그들의 전화번호가 기록되어 있는바, 추후에 이를 토대로 노○민의 신원 확인이 가능한 상황이었고, 위 ‘기꾸참치’에 노○민의 처와 자, 처형 및 질녀까지 동행한 상태이었는바, 노○민이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여 모욕의 범행을 저지른 이후에 도망을 염려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수사기록 53-55면, 71면).
② 경찰관들뿐 아니라 위 ‘기꾸참치’ 종업원들 및 인근의 사람들도 노○민의 욕설 등 모욕행위를 직접 목격하였는바, 노○민의 모욕 범행에 관하여 증거인멸이 염려되는 상황으로 보기도 어렵다(수사기록 24-26면, 36-39면, 103-110면, 115-119면).
③ 노○민이 경찰관들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하여 모욕 범행을 실행 중이거나 실행행위를 종료한 직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모욕죄는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한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해당하므로(형법 제311조), 이를 이유로 섣불리 인신구속의 일종인 현행범 체포를 행하는 것은 수사절차를 지배하는 비례성의 원칙에 비추어 과잉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④ 노○민의 모욕 범행은 위 ‘기꾸참치’에서 부가가치세를 내는 것과 관련하여 감정이 격앙되면서 저지른 일시적, 우발적인 행위로서 사안 자체가 경미할 뿐 아니라, 고소를 통하여 검사 등 수사 주체의 객관적 판단을 받지도 아니한 채 피해자인 경찰관이 범행현장에서 즉시 범인을 체포할 급박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⑤ 한편, 노○민을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던 경찰관 조○복과 서○균은 모두 노○민에게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노○민은 현행범체포 후 미란다원칙을 고지받았음을 확인한다는 확인서에 날인을 거부하였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미란다원칙을 고지받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이처럼 피해자측과 청구인측의 진술이 충돌하여 피해자측의 진술만으로 피의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함이 있다면, 이해관계인이 아닌 제3자인 목격자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이 부분을 확실히 수사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목격한 이○종, 황○진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은 조사하지 아니하였다(수사기록 14면, 37면 이하, 104면 이하, 206면, 212면, 217면, 259면 이하).
이상의 여러 점들에 비추어 볼 때, 경찰관 서○균의 노○민에 대한 현행범 체포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고, 나아가 청구인이 남편인 노○민으로 하여금 체포를 면하게 하기 위하여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서○균에게 유형력을 행사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타인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상당히 있다 할 것이므로, 청구인에게 상해 및 공무집행방해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이 서○균의 현행범 체포행위를 방해하고자 하고 그 과정에서 서○균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여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행위의 계기가 된 서○균의 노○민에 대한 현행범 체포가 경험칙에 비추어 적법한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살펴보았어야 함에도, 피청구인이 위와 같은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아니한 채, 오로지 청구인이 현행범 체포행위를 방해하고 서○균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여 상해를 가하였다는 사실만을 이유로 곧바로 상해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다. 소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이 청구인에게 상해죄 및 공무집행방해죄의 인정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 할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