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3헌마80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5년 11월 27일
결정요지
참조조문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건2023헌마80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송○○
대리인 변호사 서아람
피청구인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선고일2025. 11. 27.
【주 문】
피청구인이 2022. 11. 21. 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39471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2. 11. 21. 피청구인으로부터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바(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39471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해당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2. 7. 29. 00:06경 서울 강서구 (주소 생략)에 있는 ○○ 앞 노상(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에서 피해자 김○○이 바닥에 벗어놓은 시가 30만 원 상당의 ○○ 프로 1개, 시가 3만 원 상당의 □□ 보조배터리, 시가 5만 원 상당의 외국어책 1권이 들어있는 시가 80만 원 상당의 △△ 백팩을 가져가 시가 합계 118만 원 상당의 재물(이하 ‘이 사건 재물’이라 한다)을 절취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이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합의금을 지급하여 피해자와 합의하는 등 정상참작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2022. 11. 21. 청구인에 대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청구인은 2023. 1. 17.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재물은 밤 12시경 길바닥에 놓여 있던 것이므로 피해자의 점유하에 있는 ‘타인의 재물’이 아니라 점유이탈물에 해당하므로, 절도죄가 아닌 점유이탈물횡령죄의 성부가 문제된다.
청구인은 이 사건 재물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하여 가져갔다가, 밤 늦은 시각이었고 경찰서가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되찾아주는 것을 포기하고 이 사건 재물이 원래 있던 장소에 돌려놓았던 것이므로, 절도죄의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22. 7. 29. 00:06경 이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가 바닥에 벗어놓은 이 사건 재물을 주워들었다. 청구인은 같은 날 00:08경 이 사건 재물을 들고 서울 강서구 (주소 생략) ○○ 고기전문 음식점(이하 ‘이 사건 음식점’이라 한다) 앞을 지나, 서울 강서구 (주소 생략) ○○공원으로 걸어갔다.
(2) 피해자는 2022. 7. 29. 00:10경 이 사건 재물이 있던 곳에서 약 27m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3) 청구인은 2022. 7. 29. 00:50경 빈손으로 이 사건 음식점 앞을 지나갔고, 같은 날 01:02경 서울 강서구 (주소 생략)에 있는 청구인의 주거지 건물에 도착하였다.
(4) 피해자는 2022. 8. 3. 경찰에 피해사실을 신고하였다. 이후 경찰은 사건 당일 이 사건 현장을 촬영한 방범용 폐쇄회로 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이하 ‘CCTV’라 한다) 영상을 통해 위 (1) 내지 (3)의 사실을 확인한 뒤, 청구인이 주거지 건물 1층에 소재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편의점 결제 내역, 청구인의 주거지 건물 입주자 명부 등을 토대로 청구인을 절도 혐의의 피의자로 특정하고 입건하였다.
(5) 피해자는 2022. 11. 8. 청구인으로부터 합의금 100만 원을 지급받고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였고, 피청구인은 송치된 위 사건에 대하여 2022. 11. 21.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쟁점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해자는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가져간 직후에도 이 사건 현장 인근에 있었고, 사회통념상 이 사건 재물에 대한 피해자의 사실상의 지배가 유지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대법원 1962. 11. 15. 선고 62도149 판결 참조) 이 사건 재물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청구인이 주인을 찾아주기 위하여 이 사건 재물을 가져간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즉 절도죄의 불법영득의사 인정 여부가 문제된다.
다. 청구인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1) 기소유예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비록 사안 자체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피의사실의 인정에 있어 신중하여야 하며 현출된 증거가 유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면 단순히 재량적, 심정적 판단으로 혐의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 및 형사 증거법의 원칙에 따라 혐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거나 추가적인 조사를 통하여 사실을 규명하는 것이 헌법상의 제 원칙에 부합한다(헌재 2023. 3. 23. 2020헌마1628 등 참조).
한편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사란 타인의 물건을 그 권리자를 배제하고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ㆍ처분하고자 하는 의사로서, 단순한 점유의 침해만으로는 절도죄를 구성할 수 없고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하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413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불법영득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해당하므로, 행위자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5 판결 등 참조).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는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도1962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도12619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사실에 의하면, 청구인은 2022. 7. 29. 00:08경 이 사건 재물을 들고 ○○공원으로 걸어갔고 약 40분 동안 위 공원에 있다가 이 사건 현장에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구인은 일관되게 주인을 찾아주기 위하여 이 사건 재물을 ○○공원으로 들고 가서 그 내용물을 확인하였을 뿐 이 사건 재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져간 적은 없으며, 이 사건 재물을 원래 있던 장소에 돌려놓기 위해 현장에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3) 먼저 청구인이 ○○공원에서 이 사건 재물의 내용물을 확인한 것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2022. 8. 3. 피해사실을 신고하면서 2022. 7. 28. 23:44부터 00:20까지, 2022. 7. 29. 00:10부터 00:48까지 촬영된 ○○공원의 CCTV 영상들을 증거로 적시하였으나, 경찰은 이 사건 현장의 CCTV만을 확인하였을 뿐 ○○공원의 CCTV 영상들은 증거로 확보하지 아니하였다. 이후 피해자는 2022. 10. 21. 피청구인과의 전화통화에서 ‘강서통합관제센터에서 CCTV를 확인할 때, 관제센터 직원으로부터 청구인이 피해자의 가방에서 물건들을 빼서 청구인의 가방으로 옮기는 것을 보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피해사실 신고 시 언급하지 않았던 사실을 새로이 주장하였으나, 피청구인은 관제센터 직원의 진술을 확인하는 등의 보완 수사를 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수사기록상 ○○공원에서 이 사건 재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져가지 않았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확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는지 여부는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자신의 소유물과 같이 이용ㆍ처분할 의사로 습득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이 될 것이다.
살피건대, 청구인은 2022. 7. 29. 00:50경 빈손으로 이 사건 음식점 앞을 지나갔는데, 청구인이 CCTV에 촬영된 이 사건 음식점 앞은 ○○공원에서 청구인의 주거지로 이동하는 동선상에 위치하고 있지 아니하여 청구인이 일부러 위 장소를 거쳐 지나가야 하므로, 이 사건 재물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돌아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서울강서경찰서 사법경찰관은 이 사건 현장을 촬영한 방범용 CCTV 영상에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돌려놓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지 않고, 청구인이 이 사건 음식점 앞을 지나간 전후의 영상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현장에 되돌려놓은 이 사건 재물의 모습이 보이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제자리에 두었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피청구인도 위와 같은 판단을 토대로 피의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현장을 비추는 방범용 CCTV는 공중에 설치되어 일정 시간 간격으로 회전하며 사방을 촬영하는 CCTV에 해당하는바,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돌려놓는 순간에 위 CCTV는 다른 곳을 비추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사건 현장 인근에는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구분하는 관목이 일렬로 식재되어 있어 청구인이 내려놓은 이 사건 재물이 관목에 가려져 CCTV에 촬영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청구인이 CCTV에 포착된 시점의 직전ㆍ직후인 2022. 7. 29. 00:48, 00:50, 00:51경의 CCTV 영상에 이 사건 재물이 포착되지 아니한 사정, 그 후 이 사건 재물이 습득 신고되거나 피해자에게 회수된 사실이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돌려두었으나 그 후 제3자가 이를 습득하여 가져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구인은 경찰 조사 당시 이 사건 재물을 처음 습득한 자리와 거의 비슷한 곳에 있는 주변 관목 아래에 두었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현장을 촬영한 CCTV는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습득한 인도와 그 가장자리의 관목을 모두 비추고 있으므로, 수사기관은 청구인이 이 사건 음식점을 지난 시점부터 상당 시간이 지나기까지 이 사건 재물이 제3자에 의하여 발견ㆍ습득된 경위가 있는지 조사하여 청구인 주장의 진위를 보다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수사를 보강하지 아니하고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5) 결국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져간 사실이 있는지 여부 및 이 사건 재물을 현장에 돌려놓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보완수사를 한 후 청구인의 혐의 여부를 결정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점에 관하여 충분히 수사를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라. 소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절도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에 의한 것으로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사건2023헌마80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송○○
대리인 변호사 서아람
피청구인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선고일2025. 11. 27.
【주 문】
피청구인이 2022. 11. 21. 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39471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2. 11. 21. 피청구인으로부터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바(서울남부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39471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해당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2. 7. 29. 00:06경 서울 강서구 (주소 생략)에 있는 ○○ 앞 노상(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에서 피해자 김○○이 바닥에 벗어놓은 시가 30만 원 상당의 ○○ 프로 1개, 시가 3만 원 상당의 □□ 보조배터리, 시가 5만 원 상당의 외국어책 1권이 들어있는 시가 80만 원 상당의 △△ 백팩을 가져가 시가 합계 118만 원 상당의 재물(이하 ‘이 사건 재물’이라 한다)을 절취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이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합의금을 지급하여 피해자와 합의하는 등 정상참작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2022. 11. 21. 청구인에 대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청구인은 2023. 1. 17.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재물은 밤 12시경 길바닥에 놓여 있던 것이므로 피해자의 점유하에 있는 ‘타인의 재물’이 아니라 점유이탈물에 해당하므로, 절도죄가 아닌 점유이탈물횡령죄의 성부가 문제된다.
청구인은 이 사건 재물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하여 가져갔다가, 밤 늦은 시각이었고 경찰서가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되찾아주는 것을 포기하고 이 사건 재물이 원래 있던 장소에 돌려놓았던 것이므로, 절도죄의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22. 7. 29. 00:06경 이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가 바닥에 벗어놓은 이 사건 재물을 주워들었다. 청구인은 같은 날 00:08경 이 사건 재물을 들고 서울 강서구 (주소 생략) ○○ 고기전문 음식점(이하 ‘이 사건 음식점’이라 한다) 앞을 지나, 서울 강서구 (주소 생략) ○○공원으로 걸어갔다.
(2) 피해자는 2022. 7. 29. 00:10경 이 사건 재물이 있던 곳에서 약 27m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3) 청구인은 2022. 7. 29. 00:50경 빈손으로 이 사건 음식점 앞을 지나갔고, 같은 날 01:02경 서울 강서구 (주소 생략)에 있는 청구인의 주거지 건물에 도착하였다.
(4) 피해자는 2022. 8. 3. 경찰에 피해사실을 신고하였다. 이후 경찰은 사건 당일 이 사건 현장을 촬영한 방범용 폐쇄회로 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이하 ‘CCTV’라 한다) 영상을 통해 위 (1) 내지 (3)의 사실을 확인한 뒤, 청구인이 주거지 건물 1층에 소재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편의점 결제 내역, 청구인의 주거지 건물 입주자 명부 등을 토대로 청구인을 절도 혐의의 피의자로 특정하고 입건하였다.
(5) 피해자는 2022. 11. 8. 청구인으로부터 합의금 100만 원을 지급받고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였고, 피청구인은 송치된 위 사건에 대하여 2022. 11. 21.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쟁점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해자는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가져간 직후에도 이 사건 현장 인근에 있었고, 사회통념상 이 사건 재물에 대한 피해자의 사실상의 지배가 유지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대법원 1962. 11. 15. 선고 62도149 판결 참조) 이 사건 재물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청구인이 주인을 찾아주기 위하여 이 사건 재물을 가져간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즉 절도죄의 불법영득의사 인정 여부가 문제된다.
다. 청구인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1) 기소유예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비록 사안 자체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피의사실의 인정에 있어 신중하여야 하며 현출된 증거가 유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면 단순히 재량적, 심정적 판단으로 혐의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 및 형사 증거법의 원칙에 따라 혐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거나 추가적인 조사를 통하여 사실을 규명하는 것이 헌법상의 제 원칙에 부합한다(헌재 2023. 3. 23. 2020헌마1628 등 참조).
한편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사란 타인의 물건을 그 권리자를 배제하고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ㆍ처분하고자 하는 의사로서, 단순한 점유의 침해만으로는 절도죄를 구성할 수 없고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하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413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불법영득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해당하므로, 행위자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5 판결 등 참조).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는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도1962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도12619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사실에 의하면, 청구인은 2022. 7. 29. 00:08경 이 사건 재물을 들고 ○○공원으로 걸어갔고 약 40분 동안 위 공원에 있다가 이 사건 현장에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구인은 일관되게 주인을 찾아주기 위하여 이 사건 재물을 ○○공원으로 들고 가서 그 내용물을 확인하였을 뿐 이 사건 재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져간 적은 없으며, 이 사건 재물을 원래 있던 장소에 돌려놓기 위해 현장에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3) 먼저 청구인이 ○○공원에서 이 사건 재물의 내용물을 확인한 것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2022. 8. 3. 피해사실을 신고하면서 2022. 7. 28. 23:44부터 00:20까지, 2022. 7. 29. 00:10부터 00:48까지 촬영된 ○○공원의 CCTV 영상들을 증거로 적시하였으나, 경찰은 이 사건 현장의 CCTV만을 확인하였을 뿐 ○○공원의 CCTV 영상들은 증거로 확보하지 아니하였다. 이후 피해자는 2022. 10. 21. 피청구인과의 전화통화에서 ‘강서통합관제센터에서 CCTV를 확인할 때, 관제센터 직원으로부터 청구인이 피해자의 가방에서 물건들을 빼서 청구인의 가방으로 옮기는 것을 보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피해사실 신고 시 언급하지 않았던 사실을 새로이 주장하였으나, 피청구인은 관제센터 직원의 진술을 확인하는 등의 보완 수사를 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수사기록상 ○○공원에서 이 사건 재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져가지 않았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확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는지 여부는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자신의 소유물과 같이 이용ㆍ처분할 의사로 습득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이 될 것이다.
살피건대, 청구인은 2022. 7. 29. 00:50경 빈손으로 이 사건 음식점 앞을 지나갔는데, 청구인이 CCTV에 촬영된 이 사건 음식점 앞은 ○○공원에서 청구인의 주거지로 이동하는 동선상에 위치하고 있지 아니하여 청구인이 일부러 위 장소를 거쳐 지나가야 하므로, 이 사건 재물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돌아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서울강서경찰서 사법경찰관은 이 사건 현장을 촬영한 방범용 CCTV 영상에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돌려놓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지 않고, 청구인이 이 사건 음식점 앞을 지나간 전후의 영상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현장에 되돌려놓은 이 사건 재물의 모습이 보이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제자리에 두었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피청구인도 위와 같은 판단을 토대로 피의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현장을 비추는 방범용 CCTV는 공중에 설치되어 일정 시간 간격으로 회전하며 사방을 촬영하는 CCTV에 해당하는바,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돌려놓는 순간에 위 CCTV는 다른 곳을 비추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사건 현장 인근에는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구분하는 관목이 일렬로 식재되어 있어 청구인이 내려놓은 이 사건 재물이 관목에 가려져 CCTV에 촬영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청구인이 CCTV에 포착된 시점의 직전ㆍ직후인 2022. 7. 29. 00:48, 00:50, 00:51경의 CCTV 영상에 이 사건 재물이 포착되지 아니한 사정, 그 후 이 사건 재물이 습득 신고되거나 피해자에게 회수된 사실이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돌려두었으나 그 후 제3자가 이를 습득하여 가져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구인은 경찰 조사 당시 이 사건 재물을 처음 습득한 자리와 거의 비슷한 곳에 있는 주변 관목 아래에 두었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현장을 촬영한 CCTV는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을 습득한 인도와 그 가장자리의 관목을 모두 비추고 있으므로, 수사기관은 청구인이 이 사건 음식점을 지난 시점부터 상당 시간이 지나기까지 이 사건 재물이 제3자에 의하여 발견ㆍ습득된 경위가 있는지 조사하여 청구인 주장의 진위를 보다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수사를 보강하지 아니하고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5) 결국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이 사건 재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져간 사실이 있는지 여부 및 이 사건 재물을 현장에 돌려놓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보완수사를 한 후 청구인의 혐의 여부를 결정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점에 관하여 충분히 수사를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라. 소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절도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에 의한 것으로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