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3헌바40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등 위헌소원
결정일: 2025년 12월 18일
결정요지
일반적으로 뇌물을 약속한 액수가 많을수록 약속한 당사자들의 공무와 업무 사이의 연관성이나 잠재된 이권의 실현가능성 등이 커지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와 피해가 심화될 수 있으므로, 약속한 뇌물의 액수가 형벌의 범위를 정하는 데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1억 원 이상의 뇌물약속 행위의 위법성과 비난가능성에 비추어 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법정형이 입법재량을 일탈할 정도로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입법자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법관의 양형재량의 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하였다고 볼 수 없다.
한편, 공무원 등이 뇌물을 실제로 수수하지 않고 뇌물의 약속에 그친 경우에도 ‘공무원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라는 뇌물범죄의 보호법익은 이미 침해되었으며, 뇌물을 약속한 경위나 방식에 있어 뇌물약속행위의 불법성이 뇌물수수행위의 불법성보다 큰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뇌물약속행위의 유형 및 뇌물의 수수·부정처사의 유무를 묻지 않고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은 1억 원 이상을 뇌물로 약속하였다면 직무의 공정성과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에 대한 침해가 이미 심각하게 이루어졌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므로 이러한 판단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거나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관 정계선, 재판관 마은혁의 반대의견
심판대상조항은 공직의 청렴성을 보호하기 위해 뇌물을 실제로 수수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뇌물의 약속에 그친 경우도 약속한 뇌물 액수에 따라 가중처벌함으로써 일반예방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하는데, 이러한 일반예방의 목적을 달성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오히려 1억 원의 뇌물 약속에 그친 경우 작량감경이 일상화되어 10년 이상 징역이라는 법정형은 실제 재판에서 선고되지 않는 실효성이 없는 법정형으로, 규범과 현실의 괴리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의 연혁·개정시기·경제규모 확대 및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1억 원이라는 가중처벌 기준은 재검토될 시점이 되었다고 보인다.
심판대상조항은 뇌물약속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범행의 동기, 실제 수수가능성 등 죄질과 상관없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관으로 하여금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법정형이 과중한 나머지 선고형이 사실상 법정형의 하한에서 1회 감경한 수준의 형량으로 수렴되고 있어 형벌개별화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뇌물을 현실적으로 수수한 경우와 단지 뇌물을 약속하는 것에 그친 경우는 그 불법의 내용과 책임의 크기에 있어 현저한 차이가 있음에도 뇌물약속에 그친 경우도 일률적으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것에 비추어보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은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지 않는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나아가 입법자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법관의 양형재량의 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하였다고 볼 수 없다.
한편, 공무원 등이 뇌물을 실제로 수수하지 않고 뇌물의 약속에 그친 경우에도 ‘공무원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라는 뇌물범죄의 보호법익은 이미 침해되었으며, 뇌물을 약속한 경위나 방식에 있어 뇌물약속행위의 불법성이 뇌물수수행위의 불법성보다 큰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이 뇌물약속행위의 유형 및 뇌물의 수수·부정처사의 유무를 묻지 않고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은 1억 원 이상을 뇌물로 약속하였다면 직무의 공정성과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에 대한 침해가 이미 심각하게 이루어졌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므로 이러한 판단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거나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관 정계선, 재판관 마은혁의 반대의견
심판대상조항은 공직의 청렴성을 보호하기 위해 뇌물을 실제로 수수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뇌물의 약속에 그친 경우도 약속한 뇌물 액수에 따라 가중처벌함으로써 일반예방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하는데, 이러한 일반예방의 목적을 달성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오히려 1억 원의 뇌물 약속에 그친 경우 작량감경이 일상화되어 10년 이상 징역이라는 법정형은 실제 재판에서 선고되지 않는 실효성이 없는 법정형으로, 규범과 현실의 괴리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의 연혁·개정시기·경제규모 확대 및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1억 원이라는 가중처벌 기준은 재검토될 시점이 되었다고 보인다.
심판대상조항은 뇌물약속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범행의 동기, 실제 수수가능성 등 죄질과 상관없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관으로 하여금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법정형이 과중한 나머지 선고형이 사실상 법정형의 하한에서 1회 감경한 수준의 형량으로 수렴되고 있어 형벌개별화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뇌물을 현실적으로 수수한 경우와 단지 뇌물을 약속하는 것에 그친 경우는 그 불법의 내용과 책임의 크기에 있어 현저한 차이가 있음에도 뇌물약속에 그친 경우도 일률적으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것에 비추어보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은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지 않는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37조 제2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 제1호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129조 제1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 제1호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129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신○○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담당변호사 이상근 외 7인
당해사건 대법원 2022도14756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주 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 제1호 중 형법 제129조 제1항의 ‘약속’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부산 ○○구 (주소 생략)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하여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였던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서 조합 사무를 총괄하는 조합장이었던 사람으로서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주택재건축조합 임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기로 약속하였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의 범죄사실로, 2021. 11. 26. 제1심에서 징역 5년 및 벌금 1억 원을 선고받고(부산지방법원 2020고합375),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도 위 범죄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자(부산고등법원 2021노489), 상고하였다(대법원 2022도14756).
나. 청구인은 상고심 계속 중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중 형법 제129조 제1항의 ‘약속’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대법원 2022초기866), 2023. 2. 2. 위 상고와 동시에 기각되자, 2023. 2. 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1호 중 형법 제129조 제1항의 ‘약속’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형법」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그 수수(收受)·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價額)(이하 이 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 각 호와 같이 가중처벌한다.
1.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관련조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그 수수(收受)·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價額)(이하 이 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 각 호와 같이 가중처벌한다.
2. 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수뢰액이 3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1)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 근거 없이 단지 수뢰액만을 기준으로 징역 10년 이상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법관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다. 더욱이 수뢰죄의 연도별 통계 추이에 의하면,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형이 도입된 전후로 수뢰죄 범행 발생 비율에는 변화가 없어 엄한 형벌의 도입으로 인한 기대효과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위 조항은 정당성을 상실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조항에서 정한 법정형은 법원의 실제 양형과도 괴리가 있다.
(2) 또한 뇌물약속은 뇌물수수의 예비·음모 또는 미수행위에 해당하여 뇌물을 수수한 경우와 그 불법의 내용과 책임의 크기에 현저한 차이가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뇌물약속죄를 뇌물수수죄와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고 있어 형법상 미수의 임의적 또는 필요적 감면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그 책임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형벌개별화의 원칙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3)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
나. 평등원칙 위반
(1) 특정범죄가중법의 기본법인 형법은 제129조 내지 제132조에서 수뢰죄의 행위 유형에 따라 형벌을 세분화하고 있는데 심판대상조항은 ‘뇌물수수 및 부정처사’를 실제로 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위 각 형법 조항 위반행위에 대하여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뇌물약속죄는 뇌물수수죄의 예비·음모죄에 해당하는데,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은 뇌물수수보다 죄질 및 위험성이 훨씬 중한 내란죄 및 내란목적살인죄 등의 예비죄보다도 훨씬 더 높은 법정형을 정하고 있다.
(2) 또한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포괄일죄로 의율되는지 또는 경합범으로 의율되는지에 따라 형벌에 현저한 차이가 발생한다.
(3)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형법 제129조 제1항에서 정한 뇌물약속죄에 따른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가중처벌하는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나.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1) 심사기준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므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비례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1995. 4. 20. 93헌바40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공무원 내지 그 직무의 성격상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사람들(이하 ‘공무원 등’이라 한다)의 청렴성이 확보되지 아니하고 공직사회가 부패하면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하고 원활한 수행이 어렵게 되고 이는 나아가 사회전체의 질서와 기강에도 곧바로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공무원 등의 청렴성과 공직의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은 형사입법으로 이를 깨뜨리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형벌을 가하고 있다. 우리 형법도 제129조 내지 제134조에서 그와 같은 규정들을 두고 있고, 각 개별법에서 직무의 성격상 공무원에 버금가는 고도의 청렴성과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구되어 형법상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자를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의 직무상 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수뢰액이 고액화되어 왔으며, 기본법인 형법의 규정만으로는 이러한 공무원의 직무상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상의 고려에 따라 1966. 2. 23. 법률 제1744호로 특정범죄가중법을 제정하면서 제2조에 공무원의 수뢰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었다.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10년 이상 징역형의 가중처벌을 받는 수뢰액의 기준은 위 법률 제정 당시에는 500만 원이었다가, 경제규모의 확대 및 물가상승에 맞춰 2,000만 원, 5,000만 원으로 변경되었고, 2005. 12. 29. 법률 제7767호 개정으로 1억 원으로 변경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또한 1990. 12. 31. 법률 제4291호 개정으로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법정형에서 ‘사형’이 삭제된 것 외에는 현재까지 법정형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편, 위와 같이 형법 및 특정범죄가중법이 공직자의 뇌물죄를 처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의 부패·비리사건이 끊이지 않아,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고 공직에 대한 신뢰 및 공직자의 청렴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015. 3. 27. 법률 제13278호로 제정되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오늘날 공무원 등의 직무상 부정행위가 근절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이 오늘날까지 유지되는 공직사회 부정부패 근절의 필요성, 형법규정의 법정형만으로는 뇌물죄를 예방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적 고려에 따라 제정된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의 입법배경을 종합하면, 공무원 등의 직무상 부정행위를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내지 입법자의 결단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공무원 등의 뇌물약속 행위는 일반적인 형사범죄와 비교할 때 범행의 동기나 행위의 태양 등이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고, 일반적으로 약속한 수뢰액이 많을수록 약속한 당사자들의 공무와 업무 사이의 연관성이나 잠재된 이권의 실현가능성 등이 커지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와 피해가 심화될 수 있으므로, 약속한 수뢰액이 형벌의 범위를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약속한 수뢰액에 따라 단계적으로 가중처벌하겠다는 입법자의 결정이 법정형의 범위에 관한 폭넓은 입법재량을 일탈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헌재 2013. 8. 29. 2011헌바364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에 달하는 고액의 부정한 금품이 약속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바, 이와 같은 고액의 뇌물약속은 공직사회의 신뢰와 직무의 공정성을 현저히 훼손하고 그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사회적 병폐 또한 매우 크다. 공무원 직무행위의 공정성이라는 보호법익 및 사회 전반에 이러한 중대한 해악을 초래하는 1억 원 이상의 뇌물약속 행위의 위법성과 비난가능성의 정도에 비추어 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법정형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거나 입법재량을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 입법자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 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헌재 2001. 5. 31. 2000헌바91 참조).
(라) 뇌물죄는 공무원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8도20832 판결 등 참조), 공무원 등이 금원을 현실적으로 수수하였는지 여부는 뇌물약속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뇌물의 약속에 그친 경우에도 뇌물을 실제로 수수한 경우와 같이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라는 보호법익의 침해는 이미 이루어졌다. 따라서 뇌물약속을 뇌물수수의 미수행위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공무원 등이 나서서 뇌물을 요구하여 뇌물을 약속하는 행위의 불법성이 단순히 공여자가 제공하는 뇌물을 수수하는 행위의 불법성보다 반드시 가볍다고 볼 수 없고, 뇌물을 약속한 경위나 방식에 있어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 비추어 그 불법과 책임이 더 큰 경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헌재 2011. 6. 30. 2009헌바354등 참조).
(마)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다. 평등원칙 위반 여부
(1) 심사기준
어떤 유형의 범죄에 대하여 특별히 형을 가중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가중의 정도가 통상의 형사처벌과 비교하여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법의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나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로서, 보호법익이 다르면 법정형의 내용이 다를 수 있고, 보호법익이 같다고 하더라도 죄질이 다르면 또 그에 따라 법정형의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보호법익과 죄질이 서로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범죄를 동일 선상에 놓고 그중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한 평면적인 비교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과중 여부를 판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12. 5. 31. 2010헌바401; 헌재 2016. 12. 29. 2016헌바258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이 뇌물약속행위의 유형 및 뇌물의 수수·부정처사의 유무를 묻지 않고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은 1억 원 이상을 뇌물로 약속하였다면 직무의 공정성과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에 대한 침해가 이미 심각하게 이루어졌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므로 이러한 판단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수차례의 뇌물약속행위가 형법상 뇌물약속죄의 경합범으로 처벌되는 경우에 비해 포괄일죄로 인정되어 위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무겁게 처벌되는 것은, 결국 수차례의 뇌물약속행위에 대해 서로 다른 개개의 뇌물약속행위라고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보아 하나의 뇌물약속행위라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따른 결과일 뿐 서로 다른 구성요건인 형법상 뇌물죄와 심판대상조항을 가지고 경합범과 포괄일죄의 균형을 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헌재 2011. 6. 30. 2009헌바354등 참조).
(나) 뇌물의 약속에 그친 경우에도 뇌물죄의 보호법익인 직무의 불가매수성의 침해는 이미 이루어졌다는 점을 전제로 형법 129조 내지 133조는 수뢰, 사전수뢰, 제3자 뇌물제공, 수뢰 후 부정처사, 알선수뢰 등 모든 구성요건에서 수수, 요구, 약속을 병렬적으로 규정하면서 동일한 법정형을 정하고 있고, 여러 외국 입법례에서도 뇌물 약속을 실제로 수수한 경우와 동일한 법정형에 처하고 있다. 이처럼 의도하였던 일련의 범죄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각 행위가 그 자체로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경우, 각 행위가 의도된 최종행위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입법자는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개별 행위의 위법성 및 비난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일련의 과정에 있는 각 행위에 대한 법정형의 하한을 동일하게 정하여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의 하한은 여러 가지 기준의 종합적 고려에 의하여 정해지는 것이므로 죄질이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하한을 서로 단순히 평면적으로 비교할 것은 아니고 죄질의 경중과 법정형의 하한의 높고 낮음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도 아니다(헌재 2006. 12. 28. 2006헌가12 참조).
따라서 1억 원 이상의 뇌물약속죄에 적용되는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의 하한이 살인죄, 내란죄 등의 예비죄보다 높게 규정되었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바로 심판대상조항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라. 소결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위반하였다거나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잃어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정계선, 재판관 마은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정계선, 재판관 마은혁의 반대의견
우리는 법정의견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법정형에 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
(1) 우리 헌법은 국가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법치국가의 실현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고, 법치국가의 개념은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적절한 비례 관계가 지켜질 것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이 무제한한 것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형벌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와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헌재 2016. 6. 30. 2015헌바132; 헌재 2017. 7. 27. 2015헌바417; 헌재 2019. 2. 28. 2016헌가13 등 참조).
이러한 요구는 특별형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입법취지에서 보아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전체 형벌체계상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헌법에 반한다(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헌재 2006. 4. 27. 2006헌가5; 헌재 2019. 2. 28. 2016헌가13 등 참조).
(2) 형사법상 책임원칙은 형벌은 범행의 경중과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비례성을 갖추어야 하고, 특별한 이유로 형을 가중하는 경우에도 형벌의 양은 행위자의 책임의 정도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사법상 범죄행위의 유형이 다양한 경우 그중에서 특히 죄질이 흉악한 범죄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책임주의의 원칙상 당연히 요청되지만, 다양한 행위 유형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포섭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무겁게 책정하여 죄질이 가벼운 행위까지 모두 엄히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헌재 2021. 11. 25. 2019헌바446등; 헌재 2023. 2. 23. 2021헌가9등 참조).
나.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1) 헌법재판소는 아무리 중요한 법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엄한 형벌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당초의 목적이었던 일반예방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고,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어 형벌개별화의 가능성이 극도로 제한되며, 다양한 행위 유형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포섭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무겁게 책정하여 죄질이 가벼운 행위까지 모두 엄히 처벌하는 등 문제점이 있는 경우 책임주의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06. 4. 27. 2006헌가5; 헌재 2023. 2. 23. 2021헌가9등 참조).
(2) 심판대상조항은 공직의 청렴성과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기 위해 뇌물을 실제로 수수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수뢰액의 약속에 그친 경우도 약속한 수뢰액의 액수에 따라 가중처벌함으로써 잠재적인 범죄자에 대한 위하를 통하여 일반예방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강한 엄벌주의를 통하여 달성하려고 했던 일반예방의 목적을 달성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고, 오히려 형법 및 특정범죄가중법이 공직자의 뇌물죄를 처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의 부패·비리사건이 끊이지 않아,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고 공직에 대한 신뢰 및 공직자의 청렴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015. 3. 27. 법률 제13278호로 제정되어 현재 시행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양형실무상으로도 작량감경이 일상화되어 있어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는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로 감경된 형인 징역 5년으로 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감경 없이 선고되는 사례가 극히 이례적이다. 결국 약속액이 1억 원일 경우 심판대상조항의 10년 이상 징역이라는 중한 법정형은 실제 재판에서 선고되지 않는 실효성이 없는 법정형으로, 규범과 현실의 괴리를 야기하여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위하적 효력으로서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다.
(3) 심판대상조항은 약속한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범인의 성행, 전과 유무, 범행의 동기, 실제 뇌물수수의 가능성, 범행 후의 정황 등 죄질과 상관없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관으로 하여금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물론, 입법자가 약속한 수뢰액에 따라 단계적으로 가중처벌하겠다고 결정하고,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면, 이러한 가치판단은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법정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10년 이상 징역형의 가중처벌을 받는 수뢰액의 기준은 위 법률 제정 당시에는 500만 원이었다가, 경제규모의 확대 및 물가상승에 맞춰 2,000만 원, 5,000만 원, 1억 원으로 변경되어 왔다. 5,000만 원으로 변경된 시점은 1990. 12. 31.이고, 1억 원으로 변경된 시점은 2005. 12. 29.이며, 현재는 위 2005. 12. 29.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그 동안의 경제규모의 확대 및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20년 전 입법자의 결단을 재검토할 시점이 되었다고 보인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징역 10년 이상으로 하한을 제한하여 집행유예를 배제할 뿐만 아니라 징역 5년 미만의 자유형으로 처단될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실무상 법관으로 하여금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하고 일상적으로 작량감경을 한 후 약속한 수뢰액수에만 의존하여 최하한의 형을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형벌개별화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법정형이 과중한 나머지 선고형이 사실상 법정형의 하한에서 1회 감경한 수준의 형량으로 수렴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형벌이 구체적인 책임에 맞게 개별화되는 것이 아니라 획일화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관의 양형을 전제로 하는 법정형의 기능이 상실될 수도 있다(헌재 2023. 2. 23. 2021헌가9등 참조).
법정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징역형과 자격정지형의 상한만을 두고 있는 형법의 규정만으로는 공무원의 직무상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상의 고려에 따라 심판대상조항을 포함한 특별형법이 도입되었다. 이는 일반예방적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일 뿐 아니라, 죄질이 중한 경우 형법상 뇌물죄의 법정형으로는 법관이 그 책임에 상응하는 충분히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형벌개별화 원칙은 책임이 중한 경우 행위자의 책임에 걸맞게 충분히 중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법정형의 상한이 설정되어야 한다는 요청뿐 아니라, 죄질이 가장 가벼운 경우 법관이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 행위자의 책임 정도에 상응하는 선고형을 정할 수 있을 정도로 법정형의 하한이 설정되어야 한다는 요청도 함께 내포한다. 더욱이 심판대상조항이 포함된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가중처벌하는 수뢰액 기준이 2005. 12. 29. 최종적으로 개정된 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설치되고 양형기준이 마련되어 법관이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추가적으로 도입되었으므로, 형벌개별화 원칙이 적용될 수 없을 정도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힌 하한형의 설정은 지양되어야 한다.
(4) 심판대상조항의 뇌물의 ‘약속’과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조항의 뇌물 ‘수수’와의 관계를 보면, 이러한 문제점은 더욱 심화된다.
뇌물을 약속한 후 그 약속액 상당의 뇌물을 모두 수수하였다면 그 약속은 수수에 흡수되므로(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도970 판결 참조) 뇌물약속죄로 기소되는 경우는 대부분 약속은 하였으나 장애 또는 자의로 뇌물수수에는 이르지 않은 경우일 것이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뇌물수수에까지는 이르지 않는 뇌물약속죄에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1억 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한 후 부정처사까지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약속한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이기만 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뇌물을 현실적으로 수수한 경우와 뇌물의 수수 없이 단지 뇌물을 약속하는 것에 그친 경우는 그 불법의 내용과 책임의 크기에 있어 현저한 차이가 있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양형기준이 뇌물을 요구하거나 약속한 것에 그친 경우를 감경 요소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불법과 책임의 크기 차이를 고려한 것이다.
또한 뇌물을 약속한 후 공무원이 뇌물을 수수하고 부정처사까지 하려고 했던 경우 이러한 뇌물의 약속, 수수 및 부정처사는 모두 일련의 절차로서 연속선상에 있는 행위이므로 위와 같은 경우 행위자가 뇌물을 수수하지 않고 뇌물을 약속하는 단계까지만 이르렀다면 뇌물의 약속은 뇌물수수 및 부정처사의 ‘미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뇌물약속죄를 별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공무원 등이 금원을 현실적으로 수수하였는지 여부는 뇌물약속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뇌물의 약속에 그친 경우에도 뇌물을 실제로 수수한 경우와 같이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라는 보호법익의 침해는 이미 이루어졌음은 법리상 당연하지만, 일련의 행위의 연속선상에서 보면 실제로 뇌물의 약속이 뇌물수수 등의 ‘미수’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뇌물수수와는 그 죄질에 있어 현저하게 차이가 있음은 부인될 수 없다.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은 뇌물을 약속만 하고 자의로 뇌물수수에까지 이르지 않은 경우와 같이 죄질이 가벼운 뇌물약속행위에 대하여도 10년 이상 징역형이라는 높은 법정형의 하한을 적용하여 책임에 부합하는 형벌이 선고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뇌물을 약속한 경위나 방식에 있어 뇌물을 수수한 경우보다 그 불법과 책임이 더 큰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법정형의 ‘하한’이 아니라 ‘상한’의 문제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상한’을 무기징역으로 높게 규정함으로써 불법과 책임이 중대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형법도 뇌물수수와 뇌물약속에 대하여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정형의 상한만 정하고 있을 뿐 하한은 정하고 있지 않아 미수죄의 성격을 가진 뇌물약속죄를 달리 취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러한 형법의 조항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을 포함한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 제1항 제1호와 같이 약속, 요구, 수수라는 다양한 행위 유형을 한 조문에 규정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책정하는 경우라면, 그 하한은 죄질이 가장 경한 행위유형에 대하여 형벌개별화 원칙을 적용하여 적정한 양형이 가능한 정도로 책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을 포함한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 제1항 제1호가 약속, 요구, 수수라는 다양한 행위 유형을 한 조문에 규정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높게 책정하여 심판대상조항에서 비교적 죄질이 중하지 않은 뇌물약속죄까지 모두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
(5)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그 법정형이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고, 각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그 책임에 알맞은 형을 선고할 수 없을 정도로 과중하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다.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김상환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 오영준
청 구 인 신○○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담당변호사 이상근 외 7인
당해사건 대법원 2022도14756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주 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 제1호 중 형법 제129조 제1항의 ‘약속’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부산 ○○구 (주소 생략)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하여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였던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서 조합 사무를 총괄하는 조합장이었던 사람으로서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주택재건축조합 임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기로 약속하였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의 범죄사실로, 2021. 11. 26. 제1심에서 징역 5년 및 벌금 1억 원을 선고받고(부산지방법원 2020고합375),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도 위 범죄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자(부산고등법원 2021노489), 상고하였다(대법원 2022도14756).
나. 청구인은 상고심 계속 중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중 형법 제129조 제1항의 ‘약속’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대법원 2022초기866), 2023. 2. 2. 위 상고와 동시에 기각되자, 2023. 2. 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1호 중 형법 제129조 제1항의 ‘약속’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형법」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그 수수(收受)·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價額)(이하 이 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 각 호와 같이 가중처벌한다.
1.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관련조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그 수수(收受)·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價額)(이하 이 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 각 호와 같이 가중처벌한다.
2. 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수뢰액이 3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1)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 근거 없이 단지 수뢰액만을 기준으로 징역 10년 이상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법관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다. 더욱이 수뢰죄의 연도별 통계 추이에 의하면,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형이 도입된 전후로 수뢰죄 범행 발생 비율에는 변화가 없어 엄한 형벌의 도입으로 인한 기대효과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위 조항은 정당성을 상실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조항에서 정한 법정형은 법원의 실제 양형과도 괴리가 있다.
(2) 또한 뇌물약속은 뇌물수수의 예비·음모 또는 미수행위에 해당하여 뇌물을 수수한 경우와 그 불법의 내용과 책임의 크기에 현저한 차이가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뇌물약속죄를 뇌물수수죄와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고 있어 형법상 미수의 임의적 또는 필요적 감면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그 책임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형벌개별화의 원칙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3)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
나. 평등원칙 위반
(1) 특정범죄가중법의 기본법인 형법은 제129조 내지 제132조에서 수뢰죄의 행위 유형에 따라 형벌을 세분화하고 있는데 심판대상조항은 ‘뇌물수수 및 부정처사’를 실제로 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위 각 형법 조항 위반행위에 대하여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뇌물약속죄는 뇌물수수죄의 예비·음모죄에 해당하는데,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은 뇌물수수보다 죄질 및 위험성이 훨씬 중한 내란죄 및 내란목적살인죄 등의 예비죄보다도 훨씬 더 높은 법정형을 정하고 있다.
(2) 또한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포괄일죄로 의율되는지 또는 경합범으로 의율되는지에 따라 형벌에 현저한 차이가 발생한다.
(3)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형법 제129조 제1항에서 정한 뇌물약속죄에 따른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가중처벌하는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나.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1) 심사기준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므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비례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1995. 4. 20. 93헌바40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공무원 내지 그 직무의 성격상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사람들(이하 ‘공무원 등’이라 한다)의 청렴성이 확보되지 아니하고 공직사회가 부패하면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하고 원활한 수행이 어렵게 되고 이는 나아가 사회전체의 질서와 기강에도 곧바로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공무원 등의 청렴성과 공직의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은 형사입법으로 이를 깨뜨리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형벌을 가하고 있다. 우리 형법도 제129조 내지 제134조에서 그와 같은 규정들을 두고 있고, 각 개별법에서 직무의 성격상 공무원에 버금가는 고도의 청렴성과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구되어 형법상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자를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의 직무상 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수뢰액이 고액화되어 왔으며, 기본법인 형법의 규정만으로는 이러한 공무원의 직무상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상의 고려에 따라 1966. 2. 23. 법률 제1744호로 특정범죄가중법을 제정하면서 제2조에 공무원의 수뢰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었다.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10년 이상 징역형의 가중처벌을 받는 수뢰액의 기준은 위 법률 제정 당시에는 500만 원이었다가, 경제규모의 확대 및 물가상승에 맞춰 2,000만 원, 5,000만 원으로 변경되었고, 2005. 12. 29. 법률 제7767호 개정으로 1억 원으로 변경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또한 1990. 12. 31. 법률 제4291호 개정으로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법정형에서 ‘사형’이 삭제된 것 외에는 현재까지 법정형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편, 위와 같이 형법 및 특정범죄가중법이 공직자의 뇌물죄를 처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의 부패·비리사건이 끊이지 않아,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고 공직에 대한 신뢰 및 공직자의 청렴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015. 3. 27. 법률 제13278호로 제정되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오늘날 공무원 등의 직무상 부정행위가 근절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이 오늘날까지 유지되는 공직사회 부정부패 근절의 필요성, 형법규정의 법정형만으로는 뇌물죄를 예방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적 고려에 따라 제정된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의 입법배경을 종합하면, 공무원 등의 직무상 부정행위를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내지 입법자의 결단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공무원 등의 뇌물약속 행위는 일반적인 형사범죄와 비교할 때 범행의 동기나 행위의 태양 등이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고, 일반적으로 약속한 수뢰액이 많을수록 약속한 당사자들의 공무와 업무 사이의 연관성이나 잠재된 이권의 실현가능성 등이 커지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와 피해가 심화될 수 있으므로, 약속한 수뢰액이 형벌의 범위를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약속한 수뢰액에 따라 단계적으로 가중처벌하겠다는 입법자의 결정이 법정형의 범위에 관한 폭넓은 입법재량을 일탈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헌재 2013. 8. 29. 2011헌바364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에 달하는 고액의 부정한 금품이 약속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바, 이와 같은 고액의 뇌물약속은 공직사회의 신뢰와 직무의 공정성을 현저히 훼손하고 그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사회적 병폐 또한 매우 크다. 공무원 직무행위의 공정성이라는 보호법익 및 사회 전반에 이러한 중대한 해악을 초래하는 1억 원 이상의 뇌물약속 행위의 위법성과 비난가능성의 정도에 비추어 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법정형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거나 입법재량을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 입법자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 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헌재 2001. 5. 31. 2000헌바91 참조).
(라) 뇌물죄는 공무원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8도20832 판결 등 참조), 공무원 등이 금원을 현실적으로 수수하였는지 여부는 뇌물약속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뇌물의 약속에 그친 경우에도 뇌물을 실제로 수수한 경우와 같이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라는 보호법익의 침해는 이미 이루어졌다. 따라서 뇌물약속을 뇌물수수의 미수행위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공무원 등이 나서서 뇌물을 요구하여 뇌물을 약속하는 행위의 불법성이 단순히 공여자가 제공하는 뇌물을 수수하는 행위의 불법성보다 반드시 가볍다고 볼 수 없고, 뇌물을 약속한 경위나 방식에 있어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 비추어 그 불법과 책임이 더 큰 경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헌재 2011. 6. 30. 2009헌바354등 참조).
(마)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다. 평등원칙 위반 여부
(1) 심사기준
어떤 유형의 범죄에 대하여 특별히 형을 가중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가중의 정도가 통상의 형사처벌과 비교하여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법의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나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로서, 보호법익이 다르면 법정형의 내용이 다를 수 있고, 보호법익이 같다고 하더라도 죄질이 다르면 또 그에 따라 법정형의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보호법익과 죄질이 서로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범죄를 동일 선상에 놓고 그중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한 평면적인 비교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과중 여부를 판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12. 5. 31. 2010헌바401; 헌재 2016. 12. 29. 2016헌바258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이 뇌물약속행위의 유형 및 뇌물의 수수·부정처사의 유무를 묻지 않고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은 1억 원 이상을 뇌물로 약속하였다면 직무의 공정성과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에 대한 침해가 이미 심각하게 이루어졌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므로 이러한 판단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수차례의 뇌물약속행위가 형법상 뇌물약속죄의 경합범으로 처벌되는 경우에 비해 포괄일죄로 인정되어 위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무겁게 처벌되는 것은, 결국 수차례의 뇌물약속행위에 대해 서로 다른 개개의 뇌물약속행위라고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보아 하나의 뇌물약속행위라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따른 결과일 뿐 서로 다른 구성요건인 형법상 뇌물죄와 심판대상조항을 가지고 경합범과 포괄일죄의 균형을 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헌재 2011. 6. 30. 2009헌바354등 참조).
(나) 뇌물의 약속에 그친 경우에도 뇌물죄의 보호법익인 직무의 불가매수성의 침해는 이미 이루어졌다는 점을 전제로 형법 129조 내지 133조는 수뢰, 사전수뢰, 제3자 뇌물제공, 수뢰 후 부정처사, 알선수뢰 등 모든 구성요건에서 수수, 요구, 약속을 병렬적으로 규정하면서 동일한 법정형을 정하고 있고, 여러 외국 입법례에서도 뇌물 약속을 실제로 수수한 경우와 동일한 법정형에 처하고 있다. 이처럼 의도하였던 일련의 범죄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각 행위가 그 자체로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경우, 각 행위가 의도된 최종행위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입법자는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개별 행위의 위법성 및 비난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일련의 과정에 있는 각 행위에 대한 법정형의 하한을 동일하게 정하여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의 하한은 여러 가지 기준의 종합적 고려에 의하여 정해지는 것이므로 죄질이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하한을 서로 단순히 평면적으로 비교할 것은 아니고 죄질의 경중과 법정형의 하한의 높고 낮음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도 아니다(헌재 2006. 12. 28. 2006헌가12 참조).
따라서 1억 원 이상의 뇌물약속죄에 적용되는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의 하한이 살인죄, 내란죄 등의 예비죄보다 높게 규정되었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바로 심판대상조항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라. 소결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위반하였다거나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잃어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정계선, 재판관 마은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정계선, 재판관 마은혁의 반대의견
우리는 법정의견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법정형에 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
(1) 우리 헌법은 국가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법치국가의 실현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고, 법치국가의 개념은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적절한 비례 관계가 지켜질 것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이 무제한한 것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형벌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와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헌재 2016. 6. 30. 2015헌바132; 헌재 2017. 7. 27. 2015헌바417; 헌재 2019. 2. 28. 2016헌가13 등 참조).
이러한 요구는 특별형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입법취지에서 보아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전체 형벌체계상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헌법에 반한다(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헌재 2006. 4. 27. 2006헌가5; 헌재 2019. 2. 28. 2016헌가13 등 참조).
(2) 형사법상 책임원칙은 형벌은 범행의 경중과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비례성을 갖추어야 하고, 특별한 이유로 형을 가중하는 경우에도 형벌의 양은 행위자의 책임의 정도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사법상 범죄행위의 유형이 다양한 경우 그중에서 특히 죄질이 흉악한 범죄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책임주의의 원칙상 당연히 요청되지만, 다양한 행위 유형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포섭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무겁게 책정하여 죄질이 가벼운 행위까지 모두 엄히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헌재 2021. 11. 25. 2019헌바446등; 헌재 2023. 2. 23. 2021헌가9등 참조).
나.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1) 헌법재판소는 아무리 중요한 법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엄한 형벌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당초의 목적이었던 일반예방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고,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어 형벌개별화의 가능성이 극도로 제한되며, 다양한 행위 유형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포섭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무겁게 책정하여 죄질이 가벼운 행위까지 모두 엄히 처벌하는 등 문제점이 있는 경우 책임주의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06. 4. 27. 2006헌가5; 헌재 2023. 2. 23. 2021헌가9등 참조).
(2) 심판대상조항은 공직의 청렴성과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기 위해 뇌물을 실제로 수수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수뢰액의 약속에 그친 경우도 약속한 수뢰액의 액수에 따라 가중처벌함으로써 잠재적인 범죄자에 대한 위하를 통하여 일반예방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강한 엄벌주의를 통하여 달성하려고 했던 일반예방의 목적을 달성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고, 오히려 형법 및 특정범죄가중법이 공직자의 뇌물죄를 처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의 부패·비리사건이 끊이지 않아,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고 공직에 대한 신뢰 및 공직자의 청렴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015. 3. 27. 법률 제13278호로 제정되어 현재 시행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양형실무상으로도 작량감경이 일상화되어 있어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는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로 감경된 형인 징역 5년으로 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감경 없이 선고되는 사례가 극히 이례적이다. 결국 약속액이 1억 원일 경우 심판대상조항의 10년 이상 징역이라는 중한 법정형은 실제 재판에서 선고되지 않는 실효성이 없는 법정형으로, 규범과 현실의 괴리를 야기하여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위하적 효력으로서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다.
(3) 심판대상조항은 약속한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범인의 성행, 전과 유무, 범행의 동기, 실제 뇌물수수의 가능성, 범행 후의 정황 등 죄질과 상관없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관으로 하여금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물론, 입법자가 약속한 수뢰액에 따라 단계적으로 가중처벌하겠다고 결정하고,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면, 이러한 가치판단은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법정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10년 이상 징역형의 가중처벌을 받는 수뢰액의 기준은 위 법률 제정 당시에는 500만 원이었다가, 경제규모의 확대 및 물가상승에 맞춰 2,000만 원, 5,000만 원, 1억 원으로 변경되어 왔다. 5,000만 원으로 변경된 시점은 1990. 12. 31.이고, 1억 원으로 변경된 시점은 2005. 12. 29.이며, 현재는 위 2005. 12. 29.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그 동안의 경제규모의 확대 및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20년 전 입법자의 결단을 재검토할 시점이 되었다고 보인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징역 10년 이상으로 하한을 제한하여 집행유예를 배제할 뿐만 아니라 징역 5년 미만의 자유형으로 처단될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실무상 법관으로 하여금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하고 일상적으로 작량감경을 한 후 약속한 수뢰액수에만 의존하여 최하한의 형을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형벌개별화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법정형이 과중한 나머지 선고형이 사실상 법정형의 하한에서 1회 감경한 수준의 형량으로 수렴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형벌이 구체적인 책임에 맞게 개별화되는 것이 아니라 획일화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관의 양형을 전제로 하는 법정형의 기능이 상실될 수도 있다(헌재 2023. 2. 23. 2021헌가9등 참조).
법정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징역형과 자격정지형의 상한만을 두고 있는 형법의 규정만으로는 공무원의 직무상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상의 고려에 따라 심판대상조항을 포함한 특별형법이 도입되었다. 이는 일반예방적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일 뿐 아니라, 죄질이 중한 경우 형법상 뇌물죄의 법정형으로는 법관이 그 책임에 상응하는 충분히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형벌개별화 원칙은 책임이 중한 경우 행위자의 책임에 걸맞게 충분히 중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법정형의 상한이 설정되어야 한다는 요청뿐 아니라, 죄질이 가장 가벼운 경우 법관이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 행위자의 책임 정도에 상응하는 선고형을 정할 수 있을 정도로 법정형의 하한이 설정되어야 한다는 요청도 함께 내포한다. 더욱이 심판대상조항이 포함된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가중처벌하는 수뢰액 기준이 2005. 12. 29. 최종적으로 개정된 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설치되고 양형기준이 마련되어 법관이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추가적으로 도입되었으므로, 형벌개별화 원칙이 적용될 수 없을 정도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힌 하한형의 설정은 지양되어야 한다.
(4) 심판대상조항의 뇌물의 ‘약속’과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조항의 뇌물 ‘수수’와의 관계를 보면, 이러한 문제점은 더욱 심화된다.
뇌물을 약속한 후 그 약속액 상당의 뇌물을 모두 수수하였다면 그 약속은 수수에 흡수되므로(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도970 판결 참조) 뇌물약속죄로 기소되는 경우는 대부분 약속은 하였으나 장애 또는 자의로 뇌물수수에는 이르지 않은 경우일 것이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뇌물수수에까지는 이르지 않는 뇌물약속죄에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1억 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한 후 부정처사까지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약속한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이기만 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뇌물을 현실적으로 수수한 경우와 뇌물의 수수 없이 단지 뇌물을 약속하는 것에 그친 경우는 그 불법의 내용과 책임의 크기에 있어 현저한 차이가 있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양형기준이 뇌물을 요구하거나 약속한 것에 그친 경우를 감경 요소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불법과 책임의 크기 차이를 고려한 것이다.
또한 뇌물을 약속한 후 공무원이 뇌물을 수수하고 부정처사까지 하려고 했던 경우 이러한 뇌물의 약속, 수수 및 부정처사는 모두 일련의 절차로서 연속선상에 있는 행위이므로 위와 같은 경우 행위자가 뇌물을 수수하지 않고 뇌물을 약속하는 단계까지만 이르렀다면 뇌물의 약속은 뇌물수수 및 부정처사의 ‘미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뇌물약속죄를 별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공무원 등이 금원을 현실적으로 수수하였는지 여부는 뇌물약속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뇌물의 약속에 그친 경우에도 뇌물을 실제로 수수한 경우와 같이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라는 보호법익의 침해는 이미 이루어졌음은 법리상 당연하지만, 일련의 행위의 연속선상에서 보면 실제로 뇌물의 약속이 뇌물수수 등의 ‘미수’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뇌물수수와는 그 죄질에 있어 현저하게 차이가 있음은 부인될 수 없다.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은 뇌물을 약속만 하고 자의로 뇌물수수에까지 이르지 않은 경우와 같이 죄질이 가벼운 뇌물약속행위에 대하여도 10년 이상 징역형이라는 높은 법정형의 하한을 적용하여 책임에 부합하는 형벌이 선고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뇌물을 약속한 경위나 방식에 있어 뇌물을 수수한 경우보다 그 불법과 책임이 더 큰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법정형의 ‘하한’이 아니라 ‘상한’의 문제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상한’을 무기징역으로 높게 규정함으로써 불법과 책임이 중대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형법도 뇌물수수와 뇌물약속에 대하여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정형의 상한만 정하고 있을 뿐 하한은 정하고 있지 않아 미수죄의 성격을 가진 뇌물약속죄를 달리 취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러한 형법의 조항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을 포함한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 제1항 제1호와 같이 약속, 요구, 수수라는 다양한 행위 유형을 한 조문에 규정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책정하는 경우라면, 그 하한은 죄질이 가장 경한 행위유형에 대하여 형벌개별화 원칙을 적용하여 적정한 양형이 가능한 정도로 책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을 포함한 특정범죄가중법 제2조 제1항 제1호가 약속, 요구, 수수라는 다양한 행위 유형을 한 조문에 규정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높게 책정하여 심판대상조항에서 비교적 죄질이 중하지 않은 뇌물약속죄까지 모두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
(5)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그 법정형이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고, 각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그 책임에 알맞은 형을 선고할 수 없을 정도로 과중하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다.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김상환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 오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