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3헌바209
구 의료법 제88조 제1호 위헌소원
결정일: 2025년 12월 18일
결정요지
참조조문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3헌바209, 2024헌바133(병합) 구 의료법 제88조 제1호 위헌소원
청 구 인 신○○
대리인 법무법인 해동
담당변호사 정용진
당 해 사 건 1. 대법원 2022도15709 업무상과실치상(인정된 죄명: 업무상과실치사) 등(2023헌바209)
2. 대법원 2024도973 의료법위반(2024헌바133)
선 고 일 2025. 12. 18.
【주 문】
구 의료법(2011. 4. 7. 법률 제10565호로 개정되고, 2015. 12. 22. 법률 제135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중 제22조 제3항 가운데‘의사는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여서는 아니 된다’부분,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개정되고, 2020. 3. 4. 법률 제17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제88조 제1호 중 제22조 제3항 가운데‘의사는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여서는 아니 된다’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의사로서 ○○시 (주소 생략) 소재 ○○의원(이하 ‘이 사건 의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대표 원장이다.
가. 2023헌바209
(1) 청구인은 2021. 7. 9. ‘청구인은 2014. 6. 16.경 이 사건 의원의 소속 의사인 최○○과 공모하여 진료기록부에 사실은 피해자에 대하여 2회에 걸쳐 대장내시경을 시행하였음에도 마치 1회만 시행한 것처럼 기재하고, 피해자의 전원을 위해 서울 ○○구 (주소 생략)에 있는 ○○병원으로 출발한 시각이 2014. 6. 16. 15:00경임에도 마치 같은 날 14:30경인 것처럼 기재하여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였으며, 같은 날 최○○, ○○병원 소속 의사인 양○○과 공동하여 업무상과실로 피해자를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에 따른 사지마비(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하였다’는 의료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상의 범죄사실로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9고단798).
(2)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항소심 계속 중 피해자가 사망하여 검사가 공소사실을 ‘업무상과실치사’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22. 5. 17. 위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허가하였고, 2022. 11. 8. 위와 같이 공소장변경이 허가됨으로써 공소장변경 전의 공소사실을 전제로 하는 업무상과실치상죄 부분의 원심판결은 그 심판의 대상이 변경됨에 따라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심이 청구인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와 의료법위반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이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항소심법원의 판단대상이 된다고 하며, 청구인이 추가 대장내시경을 시행한 사실의 기재를 누락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구 의료법 제90조, 제22조 제1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진료기록부 미기재행위’에 해당할 수 있을지언정, 같은 법 제88조, 제22조 제3항의 ‘진료기록부 거짓작성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청구인에게 징역 10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1노934).
(3) 청구인은 위 항소심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는 한편, 그 소송계속 중 구 의료법 제88조 중 ‘제22조 제3항’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대법원은 2023. 6. 15.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2022도15709)함과 동시에 위 신청을 기각(2023초기181)하였고, 항소심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 결정을 2023. 6. 19. 송달받았고, 2023. 7. 17. 위 조항에 대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24헌바133
(1) 청구인은 2023. 1. 12. ‘청구인은 2018. 12. 1. 이 사건 의원에서 환자가 전날 청구인으로부터 문신 제거시술 후 시술부위에 화상이 발병하여 내원하였음에도 병력지(Clinical Chart)의 C.C(Chief Complaint) 부분에 "어제 끓는 물을 쏟아 좌측 발등 대부분 화상 입음-2도심재성"이라고 기재함으로써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였다’는 의료법위반의 범죄사실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고(의정부지방법원 2022고정39),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었다(의정부지방법원 2023노176).
(2) 청구인은 항소심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는 한편, 그 소송계속 중 구 의료법 제88조 제1호 중 ‘제22조 제3항’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대법원은 2024. 4. 16.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2024도973)함과 동시에 위 신청을 기각(2024초기109)하였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2024. 4. 24. 위 조항에 대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구 의료법(2011. 4. 7. 법률 제10565호로 개정되고, 2015. 12. 22. 법률 제135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중 ‘제22조 제3항’에 관한 부분 및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고, 2020. 3. 4. 법률 제17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호 중 ‘제22조 제3항’에 관한 부분에 대해 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런데 청구인은 의사로서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였다는 이유로 각 유죄판결을 받았으므로, 심판대상을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의료법(2011. 4. 7. 법률 제10565호로 개정되고, 2015. 12. 22. 법률 제135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중 제22조 제3항 가운데 ‘의사는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여서는 아니 된다’ 부분,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고, 2020. 3. 4. 법률 제17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호 중 제22조 제3항 가운데 ‘의사는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여서는 아니 된다’ 부분(이하 위 두 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의료법(2011. 4. 7. 법률 제10565호로 개정되고, 2015. 12. 22. 법률 제135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벌칙) 제19조, 제21조 제1항, 제22조 제3항, 제27조 제3항·제4항, 제27조의2 제1항·제2항, 제33조 제4항, 제35조 제1항 단서, 제59조 제3항, 제64조 제2항(제82조 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69조 제3항을 위반한 자 또는 제82조 제1항에 따른 안마사의 자격인정을 받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안마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제19조, 제21조 제1항 또는 제69조 제3항을 위반한 자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고, 2020. 3. 4. 법률 제17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9조, 제21조 제2항, 제22조 제3항, 제27조 제3항·제4항, 제33조 제4항, 제35조 제1항 단서, 제38조 제3항, 제59조 제3항, 제64조 제2항(제82조 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69조 제3항을 위반한 자. 다만, 제19조, 제21조 제2항 또는 제69조 제3항을 위반한 자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
[관련조항]
의료법(2024. 9. 20. 법률 제20445호로 개정된 것)
제2조(의료인) ① 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법"에 따른 간호사(이하 "간호사"라 한다)를 말한다.
의료법(2013. 4. 5. 법률 제11748호로 개정된 것)
제22조(진료기록부 등) ① 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이하 "진료기록부등"이라 한다)을 갖추어 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한다.
의료법(2011. 4. 7. 법률 제10565호로 개정된 것)
제22조(진료기록부 등) ③ 의료인은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허위작성 시 처벌 대상이 되는 진료기록부의 범위나 작성 방법, 작성 시기에 관한 내용을 구체화하지 아니하여, 의사가 어떤 진료기록부에 어떠한 내용을 허위로 기재한 경우에 처벌되는지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사문서인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자’를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인 ‘다른 사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자’와 다르게 취급하고,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인 ‘공문서인 진료기록부 및 진단서, 검안서 또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한 자’와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허위의 진료기록부가 작성될 경우 후행 의료행위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고, 선행 의료행위의 적정성 평가를 방해하고 의사가 의료과실을 은폐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위와 같은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이러한 목적은 관련 법령에 진료기록부 작성 가이드라인을 규정하고, 실무상 진료기록부 작성 방식과 내용을 통일하는 방법으로 사전적으로 달성할 수 있으며,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허위작성할 경우 의사의 업무상과실을 추정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행정상의 제재를 적용하거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사기죄 등으로 처벌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다른 수단이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하여 의사는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고, 자기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인멸행위로 불이익을 받는다.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라. 심판대상조항은 진료기록부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형사상 소추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의사로 하여금 진료기록부에 사실에 부합하는 내용만을 기재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의사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심판대상조항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의사를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의사로 하여금 진료기록부에 사실에 부합하는 내용만을 작성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2)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의사가 어떠한 진료기록부에 어떠한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되는지 예측할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주장의 실질은 진료기록부 기재 사항과 무관한 ‘전원 출발 시각’이나 ‘발병 경위’를 기억의 오류나 환자의 진술 번복으로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게 된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이러한 주장은 심판대상조항의 고유한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의 법률조항의 단순한 포섭·적용에 관한 문제나 법원의 특정한 법률해석을 다투는 것에 불과하므로(헌재 2021. 10. 28. 2019헌바414; 헌재 2024. 8. 29. 2022헌가7등 참조) 별도로 살펴보지 아니한다.
(3)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사문서인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자를 형사처벌함으로써 합리적 이유 없이 그 밖의 사문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자와 다르게 취급하고, 공문서인 진료기록부 및 진단서, 검안서 또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자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공문서인지 사문서인지 상관없이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는 모든 의사에게 적용되고,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진료기록부의 진정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의미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차별을 의도하거나 예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결국 청구인의 위와 같은 주장은 의사가 사문서인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아니한다.
(4)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의사는 업무상과실 등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관련된 사실까지 기록해야 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의사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의사로 하여금 진료기록부를 사실대로 기재하도록 강제하는 취지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의사 간 소통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진료기록부의 투명성을 담보하고자 하는 것이지, 의사를 형사처벌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 자체에 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진료기록부에는 진료를 받은 사람의 인적사항, 주된 증상, 진단 결과 또는 진단명, 진료경과, 치료 내용, 진료 일시를 기록해야 하는바(의료법 시행규칙 제14조 제1항 제1호 참조), 이 같은 기재 사항이 그 자체로 의사의 범죄사실을 시인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 의사의 업무상과실 여부는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의학의 수준,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에서 판단되어야 하므로(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도1499 판결 참조), 진료기록부에 기재된 내용은 의사의 업무상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하나의 고려 요소가 될 뿐이다. 따라서 진료기록부 작성의무를 이행한다고 하여 곧 의사의 업무상과실을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점들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의사의 진술거부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진술거부권 침해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나. 직업의 자유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진료기록부는 의사가 작성하는 환자에 대한 종합적인 의료 기록으로 의료인 간 소통을 매개하고 의료분쟁에서 결정적인 증거자료로 활용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진료기록부는 의사가 기록, 관리하므로 의사가 그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할 경우 적정한 의료행위 제공에 장애가 초래될 수 있고, 의료분쟁이 발생할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인해 불리한 지위에 있는 환자가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진료의 투명성 및 보건의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자 하는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고 진료실이나 수술실과 같이 공개되지 않은 일정한 공간에서 실시되므로, 제3자로서는 진료기록부를 통하지 않고서는 의료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진료기록부는 전적으로 의사의 영역에서 작성, 보관되고, 의사에게는 의료분쟁이 발생할 경우 등을 대비하여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할 유인이 있으므로, 당해 의료행위를 실시한 의사에게 그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사실대로 작성할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이와 달리 의료법 관련 법령에 진료기록부 작성 지침을 상세하게 규정하거나 의사의 면허자격을 정지 또는 취소하는 등의 행정처분만으로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동일한 정도로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 청구인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의료계약에는 사적자치원칙이 적용되므로, 사문서인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행위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은 의사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의료계약에 사적자치원칙이 적용되더라도, 의료행위는 단순한 상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것으로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고, 공급자와 수요자 등 시장참여자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 수요의 불확실, 치료의 불확실, 법적 독점 등 다른 사적 계약과 구별된다(헌재 2019. 8. 29. 2014헌바212등 참조). 그리고 진료기록부는 환자에 대한 치료행위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의료인 간 소통 수단이 되며, 의료분쟁 발생 시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로 기능한다(헌재 2001. 2. 22. 2000헌마604 참조). 또한, 진료기록부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자동차보험진료수가(제12조 제3항),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의 청구 및 심사(제96조 제2항) 등의 근거 자료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진료기록부는 고도의 사회적 신용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는 문서로서 이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행위를 처벌할 필요성은 공문서인지 사문서인지를 불문하고 인정된다.
(다) 청구인은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할 경우 의사의 업무상과실을 추정하는 방안으로도 의사가 의료과실을 은폐하는 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의료분쟁의 발생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진료의 투명성 및 보건의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동일한 정도로 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진료기록부가 거짓으로 작성되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인해 불리한 지위에 있는 환자가 증명하여야 하므로, 위와 같은 방안이 의사의 의료과실 은폐행위를 억제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라) 청구인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의사를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사기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가 이미 충분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범죄는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심판대상조항과 보호법익을 달리하고, 위와 같은 범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할 유인이 될 수 있을지언정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처벌조항의 미비로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행위가 만연해질 경우, 증명 수단으로서의 진료기록부 기능이 훼손되어 위와 같은 형법상 범죄에 대한 의사의 책임도 묻기 곤란해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마)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진료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로서,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의사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나, 위와 같은 불이익은 진료기록부 내용의 투명성을 유지하여 환자에 대한 의료 서비스의 적정성을 유지하고 의료분쟁에서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사 건 2023헌바209, 2024헌바133(병합) 구 의료법 제88조 제1호 위헌소원
청 구 인 신○○
대리인 법무법인 해동
담당변호사 정용진
당 해 사 건 1. 대법원 2022도15709 업무상과실치상(인정된 죄명: 업무상과실치사) 등(2023헌바209)
2. 대법원 2024도973 의료법위반(2024헌바133)
선 고 일 2025. 12. 18.
【주 문】
구 의료법(2011. 4. 7. 법률 제10565호로 개정되고, 2015. 12. 22. 법률 제135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중 제22조 제3항 가운데‘의사는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여서는 아니 된다’부분,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개정되고, 2020. 3. 4. 법률 제17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제88조 제1호 중 제22조 제3항 가운데‘의사는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여서는 아니 된다’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의사로서 ○○시 (주소 생략) 소재 ○○의원(이하 ‘이 사건 의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대표 원장이다.
가. 2023헌바209
(1) 청구인은 2021. 7. 9. ‘청구인은 2014. 6. 16.경 이 사건 의원의 소속 의사인 최○○과 공모하여 진료기록부에 사실은 피해자에 대하여 2회에 걸쳐 대장내시경을 시행하였음에도 마치 1회만 시행한 것처럼 기재하고, 피해자의 전원을 위해 서울 ○○구 (주소 생략)에 있는 ○○병원으로 출발한 시각이 2014. 6. 16. 15:00경임에도 마치 같은 날 14:30경인 것처럼 기재하여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였으며, 같은 날 최○○, ○○병원 소속 의사인 양○○과 공동하여 업무상과실로 피해자를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에 따른 사지마비(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하였다’는 의료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상의 범죄사실로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9고단798).
(2)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항소심 계속 중 피해자가 사망하여 검사가 공소사실을 ‘업무상과실치사’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22. 5. 17. 위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허가하였고, 2022. 11. 8. 위와 같이 공소장변경이 허가됨으로써 공소장변경 전의 공소사실을 전제로 하는 업무상과실치상죄 부분의 원심판결은 그 심판의 대상이 변경됨에 따라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심이 청구인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와 의료법위반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이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항소심법원의 판단대상이 된다고 하며, 청구인이 추가 대장내시경을 시행한 사실의 기재를 누락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구 의료법 제90조, 제22조 제1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진료기록부 미기재행위’에 해당할 수 있을지언정, 같은 법 제88조, 제22조 제3항의 ‘진료기록부 거짓작성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청구인에게 징역 10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1노934).
(3) 청구인은 위 항소심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는 한편, 그 소송계속 중 구 의료법 제88조 중 ‘제22조 제3항’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대법원은 2023. 6. 15.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2022도15709)함과 동시에 위 신청을 기각(2023초기181)하였고, 항소심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 결정을 2023. 6. 19. 송달받았고, 2023. 7. 17. 위 조항에 대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24헌바133
(1) 청구인은 2023. 1. 12. ‘청구인은 2018. 12. 1. 이 사건 의원에서 환자가 전날 청구인으로부터 문신 제거시술 후 시술부위에 화상이 발병하여 내원하였음에도 병력지(Clinical Chart)의 C.C(Chief Complaint) 부분에 "어제 끓는 물을 쏟아 좌측 발등 대부분 화상 입음-2도심재성"이라고 기재함으로써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였다’는 의료법위반의 범죄사실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고(의정부지방법원 2022고정39),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었다(의정부지방법원 2023노176).
(2) 청구인은 항소심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는 한편, 그 소송계속 중 구 의료법 제88조 제1호 중 ‘제22조 제3항’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대법원은 2024. 4. 16.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2024도973)함과 동시에 위 신청을 기각(2024초기109)하였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2024. 4. 24. 위 조항에 대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구 의료법(2011. 4. 7. 법률 제10565호로 개정되고, 2015. 12. 22. 법률 제135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중 ‘제22조 제3항’에 관한 부분 및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고, 2020. 3. 4. 법률 제17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호 중 ‘제22조 제3항’에 관한 부분에 대해 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런데 청구인은 의사로서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였다는 이유로 각 유죄판결을 받았으므로, 심판대상을 이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의료법(2011. 4. 7. 법률 제10565호로 개정되고, 2015. 12. 22. 법률 제135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중 제22조 제3항 가운데 ‘의사는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여서는 아니 된다’ 부분,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고, 2020. 3. 4. 법률 제17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호 중 제22조 제3항 가운데 ‘의사는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여서는 아니 된다’ 부분(이하 위 두 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의료법(2011. 4. 7. 법률 제10565호로 개정되고, 2015. 12. 22. 법률 제135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벌칙) 제19조, 제21조 제1항, 제22조 제3항, 제27조 제3항·제4항, 제27조의2 제1항·제2항, 제33조 제4항, 제35조 제1항 단서, 제59조 제3항, 제64조 제2항(제82조 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69조 제3항을 위반한 자 또는 제82조 제1항에 따른 안마사의 자격인정을 받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안마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제19조, 제21조 제1항 또는 제69조 제3항을 위반한 자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고, 2020. 3. 4. 법률 제17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9조, 제21조 제2항, 제22조 제3항, 제27조 제3항·제4항, 제33조 제4항, 제35조 제1항 단서, 제38조 제3항, 제59조 제3항, 제64조 제2항(제82조 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69조 제3항을 위반한 자. 다만, 제19조, 제21조 제2항 또는 제69조 제3항을 위반한 자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
[관련조항]
의료법(2024. 9. 20. 법률 제20445호로 개정된 것)
제2조(의료인) ① 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법"에 따른 간호사(이하 "간호사"라 한다)를 말한다.
의료법(2013. 4. 5. 법률 제11748호로 개정된 것)
제22조(진료기록부 등) ① 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이하 "진료기록부등"이라 한다)을 갖추어 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한다.
의료법(2011. 4. 7. 법률 제10565호로 개정된 것)
제22조(진료기록부 등) ③ 의료인은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허위작성 시 처벌 대상이 되는 진료기록부의 범위나 작성 방법, 작성 시기에 관한 내용을 구체화하지 아니하여, 의사가 어떤 진료기록부에 어떠한 내용을 허위로 기재한 경우에 처벌되는지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사문서인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자’를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인 ‘다른 사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자’와 다르게 취급하고,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인 ‘공문서인 진료기록부 및 진단서, 검안서 또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한 자’와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허위의 진료기록부가 작성될 경우 후행 의료행위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고, 선행 의료행위의 적정성 평가를 방해하고 의사가 의료과실을 은폐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위와 같은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이러한 목적은 관련 법령에 진료기록부 작성 가이드라인을 규정하고, 실무상 진료기록부 작성 방식과 내용을 통일하는 방법으로 사전적으로 달성할 수 있으며,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허위작성할 경우 의사의 업무상과실을 추정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행정상의 제재를 적용하거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사기죄 등으로 처벌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다른 수단이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하여 의사는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고, 자기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인멸행위로 불이익을 받는다.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라. 심판대상조항은 진료기록부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형사상 소추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의사로 하여금 진료기록부에 사실에 부합하는 내용만을 기재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의사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심판대상조항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의사를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의사로 하여금 진료기록부에 사실에 부합하는 내용만을 작성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2)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의사가 어떠한 진료기록부에 어떠한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되는지 예측할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주장의 실질은 진료기록부 기재 사항과 무관한 ‘전원 출발 시각’이나 ‘발병 경위’를 기억의 오류나 환자의 진술 번복으로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게 된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이러한 주장은 심판대상조항의 고유한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의 법률조항의 단순한 포섭·적용에 관한 문제나 법원의 특정한 법률해석을 다투는 것에 불과하므로(헌재 2021. 10. 28. 2019헌바414; 헌재 2024. 8. 29. 2022헌가7등 참조) 별도로 살펴보지 아니한다.
(3)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사문서인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자를 형사처벌함으로써 합리적 이유 없이 그 밖의 사문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자와 다르게 취급하고, 공문서인 진료기록부 및 진단서, 검안서 또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자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공문서인지 사문서인지 상관없이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는 모든 의사에게 적용되고,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진료기록부의 진정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의미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차별을 의도하거나 예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결국 청구인의 위와 같은 주장은 의사가 사문서인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아니한다.
(4)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의사는 업무상과실 등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관련된 사실까지 기록해야 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의사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의사로 하여금 진료기록부를 사실대로 기재하도록 강제하는 취지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의사 간 소통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진료기록부의 투명성을 담보하고자 하는 것이지, 의사를 형사처벌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 자체에 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진료기록부에는 진료를 받은 사람의 인적사항, 주된 증상, 진단 결과 또는 진단명, 진료경과, 치료 내용, 진료 일시를 기록해야 하는바(의료법 시행규칙 제14조 제1항 제1호 참조), 이 같은 기재 사항이 그 자체로 의사의 범죄사실을 시인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 의사의 업무상과실 여부는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의학의 수준,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에서 판단되어야 하므로(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도1499 판결 참조), 진료기록부에 기재된 내용은 의사의 업무상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하나의 고려 요소가 될 뿐이다. 따라서 진료기록부 작성의무를 이행한다고 하여 곧 의사의 업무상과실을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점들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의사의 진술거부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진술거부권 침해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나. 직업의 자유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진료기록부는 의사가 작성하는 환자에 대한 종합적인 의료 기록으로 의료인 간 소통을 매개하고 의료분쟁에서 결정적인 증거자료로 활용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진료기록부는 의사가 기록, 관리하므로 의사가 그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할 경우 적정한 의료행위 제공에 장애가 초래될 수 있고, 의료분쟁이 발생할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인해 불리한 지위에 있는 환자가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진료의 투명성 및 보건의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자 하는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고 진료실이나 수술실과 같이 공개되지 않은 일정한 공간에서 실시되므로, 제3자로서는 진료기록부를 통하지 않고서는 의료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진료기록부는 전적으로 의사의 영역에서 작성, 보관되고, 의사에게는 의료분쟁이 발생할 경우 등을 대비하여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할 유인이 있으므로, 당해 의료행위를 실시한 의사에게 그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사실대로 작성할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이와 달리 의료법 관련 법령에 진료기록부 작성 지침을 상세하게 규정하거나 의사의 면허자격을 정지 또는 취소하는 등의 행정처분만으로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동일한 정도로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 청구인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의료계약에는 사적자치원칙이 적용되므로, 사문서인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행위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은 의사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의료계약에 사적자치원칙이 적용되더라도, 의료행위는 단순한 상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것으로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고, 공급자와 수요자 등 시장참여자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 수요의 불확실, 치료의 불확실, 법적 독점 등 다른 사적 계약과 구별된다(헌재 2019. 8. 29. 2014헌바212등 참조). 그리고 진료기록부는 환자에 대한 치료행위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의료인 간 소통 수단이 되며, 의료분쟁 발생 시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로 기능한다(헌재 2001. 2. 22. 2000헌마604 참조). 또한, 진료기록부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자동차보험진료수가(제12조 제3항),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의 청구 및 심사(제96조 제2항) 등의 근거 자료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진료기록부는 고도의 사회적 신용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는 문서로서 이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행위를 처벌할 필요성은 공문서인지 사문서인지를 불문하고 인정된다.
(다) 청구인은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할 경우 의사의 업무상과실을 추정하는 방안으로도 의사가 의료과실을 은폐하는 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의료분쟁의 발생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진료의 투명성 및 보건의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동일한 정도로 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진료기록부가 거짓으로 작성되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인해 불리한 지위에 있는 환자가 증명하여야 하므로, 위와 같은 방안이 의사의 의료과실 은폐행위를 억제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라) 청구인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의사를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사기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가 이미 충분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범죄는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심판대상조항과 보호법익을 달리하고, 위와 같은 범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할 유인이 될 수 있을지언정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처벌조항의 미비로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행위가 만연해질 경우, 증명 수단으로서의 진료기록부 기능이 훼손되어 위와 같은 형법상 범죄에 대한 의사의 책임도 묻기 곤란해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마)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진료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로서,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의사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나, 위와 같은 불이익은 진료기록부 내용의 투명성을 유지하여 환자에 대한 의료 서비스의 적정성을 유지하고 의료분쟁에서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