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1헌마58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2년 12월 27일

결정요지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외에는 이 사건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고 위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점,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은 오히려 청구인 등의 진술에 더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피의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추가 조사 없이 오로지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만을 근거로 곧바로 청구인에게 이 사건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 제260조 제1항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

결정 전문

[당사자]
청구인 길○복
대리인 법무법인 치악종합법률사무소담당변호사 권성중 외 3인
피청구인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2011. 8. 30.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 2011형제707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11. 8. 30. 피청구인으로부터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 2011형제7077호 사건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폭행) 혐의가 인정되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그 피의사실 요지는 아래와 같다.
「청구인은 전○자와 공동하여, 2011. 3. 28. 19:40경 원주시 ○○동에 있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전○자와 피해자 임○수가 아파트 관리비 문제로 시비하던 중, 전○자는 피해자에게 달려들어 피해자의 넥타이를 잡아당기고 피해자가 이를 밀쳐내자 다시 피해자의 넥타이를 잡아당겼으며, 청구인은 옆에 있던 철제 의자를 들어 집어 던지려고 함으로써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나.이에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2011. 10. 4.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및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피해자에게 다가가기 위하여 가로막고 있던 철제 의자를 옆으로 밀었을 뿐 철제 의자를 들어 피해자를 때리려고 위협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철제 의자를 들어 피해자에게 집어 던지려고 하였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혐의를 인정하였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목격자들 중 채○성은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고 철제 의자를 옆구리 높이까지 집어 들었다’고 진술하고, 김○희는 ‘청구인이 피해자와 약 2m 거리에서 철제 의자를 들어 집어 던지려는 행위를 취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으며, 청구인 역시 철제 의자를 든 사실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혐의를 인정하기 충분하다.

3. 판 단
가. 증거관계의 검토
(1) 이 사건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진술
(가) 피해자의 진술
사건 당일 자신이 청구인의 관리비 통장 관리와 관련한 불법을 지적하고 해명을 요구하자, 청구인이 욕설을 하면서 옆에 있던 철제 의자를 편 후 머리까지 들어올려 자신을 때리려고 위협하였고, 그 때 옆에 있던 전○자가 달려와서 왼손으로 자신의 넥타이를 잡아당겼으며, 오른손 주먹으로 얼굴을 2-3회 때리고 발로 오른쪽 정강이를 걷어찼다(수사기록 6, 62, 106, 111면).
한편 함○길은 사건 현장에 함께 있다가 청구인이 자신을 철제 의자로 때리려고 할 때 밖으로 나갔다(수사기록 107면).

(나) 목격자 함○길의 진술 등
함○길은, 청구인과 전○자가 피해자를 폭행하는 것을 목격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위 피해자의 진술과 거의 동일한 취지의 자술서를 제출하였다(수사기록 39면).
(2) 이 사건 피의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진술
(가) 청구인과 전○자의 진술
청구인은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므로 의자를 들어 던질 힘이 없으며, 전○자가 피해자와 실랑이 끝에 넘어지는 것을 보고 피해자에게 가기 위해 가로막고 있던 철제 의자를 잡아 옆으로 밀었을 뿐이다(수사기록 17, 25, 61, 105, 110면). 전○자는 피해자의 넥타이를 잡았을 뿐 때린 사실이 없다(수사기록 24, 63, 104, 109면).
한편, 함○길은 피해자가 관리비 문제를 언급하자 사무실 밖으로 나갔고, 그 때 전○자가 사무실로 들어와 피해자와 실랑이가 되었다(수사기록 110면).

(나) 함○길 외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
목격자 김○태, 한○평, 채○성, 김○희는 모두 전○자가 피해자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는 것은 보았으나 그 외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걷어차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다만 청구인이 철제 의자를 집어 들어 피해자를 위협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하여, 김○태는 ‘이를 보지 못하였다’(수사기록 31면), 한○평은 ‘청구인이 옆에 있던 접이식 철제 의자를 접는 것을 보았으나 집어 든 것은 보지 못하였다’(수사기록 42면), 채○성은 ‘청구인이 철제 의자를 옆구리까지 들었다가 바로 의자를 다시 내려놓았다’(수사기록 73면), 김○희는 ‘피해자와 약 2m 거리에 있던 청구인이 휠체어에 앉아 옆에 있던 철제 의자를 집어던지려고 제스처를 취했으나, 청구인은 장애인으로서 제스처만 취했을 뿐 실제 던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수사기록 98면)라고 각각 진술하였다.
한편 채○성은, 함○길은 사건 현장에 있다가 서로 언성이 높아지면서 피해자가 종이컵을 탁자 위에 던지는 것을 보고 나갔으므로 이 사건 피의사실을 보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74면).

(3) 검토
먼저 함○길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보건대, 청구인과 채○성은 함○길이 이 사건 피의사실 발생 전에 현장을 떠났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는 청구인이 자신을 철제 의자로 때리려고 할 때 함○길이 밖으로 나갔으며 전○자의 폭행은 청구인이 철제 의자로 자신을 때리려고 한 후에 일어난 일이라고 진술하였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주장에 의한다고 하더라도 함○길은 청구인이 철제 의자를 집어 던지려고 한 때에만 사건 현장에 있었을 뿐 전○자의 폭행 당시에는 사건 현장에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함○길은 전○자의 폭행을 모두 목격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의 진술내용과 거의 동일한 취지의 자술서를 제출하였는바, 그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청구인이 철제 의자를 집어 든 사실이 있는지에 대하여, 두 목격자(김○태, 한○평)가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이를 보았다고 진술한 나머지 목격자들(채○성, 김○희)조차 청구인이 의자를 들었다 바로 내려놓았다거나, 휠체어를 타고 있는 청구인으로서는 의자를 던질 수 없는 상황이었고 단지 제스처만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하였는바, 기록상 특별히 위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으며, 위 목격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청구인이 철제 의자를 머리 위로 집어 들어 피해자를 위협하였다는 피해자와 함○길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해자와 함○길의 진술 외에는 이 사건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고 위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점, 다른 네 명의 목격자들의 진술은 오히려 청구인과 전○자의 진술에 더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피의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청구인과 공범관계인 전○자에 대한 법원의 판단
피청구인은 전○자에 대하여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폭행)죄로 기소하였는바, 법원은 ‘청구인이 전○자와 공동하여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합리적인 의심 없이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동폭행에 대하여는 무죄로 판단하고 단순폭행에 대하여만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1고정504, 춘천지방법원 2012노295).

다. 수사미진의 점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피의사실의 증거가 피해자와 함○길의 진술뿐이므로, 함○길이 도중에 사건 현장을 떠났다는 피해자 및 청구인, 채○성의 진술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여 함○길이 사건 현장에 계속 함께 있었는지, 함○길이 이 사건 피의사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하였는지 등을 조사하여 그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였어야 했고, 또한 피해자와 전○자가 몸싸움을 할 때 3-5분 동안 청구인이 구체적으로 한 행동, 청구인이 철제 의자를 들었다가 놓았다면 그 경위, 다시 놓은 철제 의자의 위치, 그 당시 청구인과 피해자의 거리 등을 조사, 확정하여 전○자가 피해자를 폭행할 때 청구인이 가세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 오로지 피해자와 함○길의 진술만을 근거로 곧바로 청구인에게 이 사건 혐의를 인정하고 말았다. 이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