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1헌마743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3년 8월 29일

결정요지

이 사건은 청구인이 그 가족을 차에 태우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 술에 취한 피해자가 도로에 진입하여 청구인이 운전하던 차의 진로를 방해하여 발생하게 된 점, 그 시비 과정에서 청구인이 피해자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여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중한 상해를 입은 점, 피해자가 입은 상해는 청구인이 피해자로부터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맞지 않기 위해 손을 휘젓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폭행을 제지하거나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대한 법리오해 또는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형법 제257조 제1항

결정 전문

[당사자]
청구인 정○안대리인 변호사 정양진
피청구인부산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부산지방검찰청 2011년 형제56261호 상해 피의사건에서 피청구인이 2011. 9. 29.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11. 9. 29. 부산지방검찰청 2011년 형제56261호로 피청구인으로부터 상해죄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바(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1. 8. 5. 23:20경 부산 연제구 ○○동 1371-6 도로상을 ○○호 무쏘 차량을 운전하여 귀가하던 중, 차도로 걸어가던 피해자 유○배(36세)에게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로 피해자와 시비를 하다가 위 무쏘 차량에서 하차하여 손으로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수회 때려 피해자에게 약 21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안면부좌상 등을 가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위 사건에 대하여 수사한 후,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이 초범이고,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른 점, 피해자의 상해는 상대적으로 중하지 아니한 반면 청구인은 피해자로부터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와골절상을 입은 점 등을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은 2011. 11. 23. 위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상해를 가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및 상해를 가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이를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나.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상해를 가하였는지 여부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상해를 가하였다는 것에 관한 증거로는 피해자 및 청구인의 진술, 경찰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 중 목격자 김○지의 진술, 출동 경찰관이 촬영한 피해자의 상처 부위 사진 및 피해자에 대한 상해진단서 등이 있다.
(1) 우선 피해자 및 청구인의 진술에 대해 살펴본다.
이 사건 폭행의 경위와 관련하여 보건대, 피해자는 청구인이 먼저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면서 멱살을 잡았고, 이어 피해자가 청구인의 얼굴을 때리니 청구인도 대항하여 피해자의 얼굴을 때렸으며, 청구인의 일행 등이 피해자를 붙잡고 있는 사이에 청구인이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때려 상해를 가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반면, 청구인은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로부터 일방적으로 맞으면서 더 이상 맞지 않으려고 손을 휘저은 사실만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 사건의 발단과 관련해서는, 피해자는 경찰에서 도로 가장자리를 걸어가고 있는데 청구인이 경적을 울려 시비가 되었다고 진술하였다가, 검찰에서는 인도로 걸어가고 있는데 청구인이 경적을 울려 시비가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청구인은 가족을 태우고 승용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귀가하던 도중 피해자와 그의 일행이 도로상을 걸어가고 있어 경적을 울리자 피해자가 청구인의 차량으로 다가와 시비를 걸었다고 경찰, 검찰에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소주 1병 반 정도를 마신 상태로 취해 있었으나, 청구인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던 점, 당시 청구인은 자신이 운전하는 차에 청구인의 처와 딸을 태우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이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은 피해자가 무단히 도로로 진입하여 걸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청구인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경적을 울리자 술에 취한 피해자가 시비를 걸면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청구인이 먼저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였다거나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피해자의 멱살을 잡는 등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2) 다음으로 경찰관 작성의 수사보고서 중 목격자 김○지의 진술에 대해 본다.
경찰관이 목격자 김○지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기재한 수사보고서에 의하면 "젊은 남자(피해자)가 나이든 남자(청구인)에게 욕을 하고, 서로 치고받고 하는 상황으로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맞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위 김○지가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이후에 제출한 목격자 김○지의 진술서와 별건 민사소송에서의 김○지에 대한 증인신문조서를 보면, 위 김○지는 "사람들이 몰려 있어 보게 되었는데, 청구인이 얼굴에 피범벅이 된 채 머리카락을 잡혀 허리를 구부린 채 끌려 다니고 있었다. 서로 치고받는 것은 보지 못했다. 경찰관과 전화통화에서 경찰관에게 서로 치고받고 하는 상황이라거나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맞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한 사실이 없고, 청구인과 피해자가 서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청구인이 피해자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것이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목격자 김○지의 상반되는 진술을 가지고 청구인이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폭행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3) 피해자의 상처에 관하여 본다.
경찰관이 사건 현장에서 촬영한 피해자의 상처 부위(좌측 눈 부위) 사진과 사건 발생일 다음날 피해자가 진료를 받은 내용이 기록된 ○○정형외과의원 의사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상해진단서에 의하면, 피해자는 좌측 안면부좌상의 상해를 입은 사실은 인정된다.

(4)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점, 다만 청구인이 피해자가 입은 상해와 관련하여 피해자로부터 맞으면서 더 이상 맞지 않으려고 손을 휘저은 사실은 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수사기록 17∼18면, 70면), 청구인이 사건 직후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피해자의 왼쪽 눈 부위가 약간 부어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수사기록 18면) 등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이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공격하여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하기 어렵고, 다만 피해자로부터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이를 벗어나기 위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된다.

다.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맞붙어 싸움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58 판결 참조).

(2) 이 사건은 청구인이 그 가족을 차에 태우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 술에 취한 피해자가 도로에 진입하여 청구인이 운전하던 차의 진로를 방해하여 발생하게 된 점, 그 시비 과정에서 청구인이 피해자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여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중한 상해를 입은 점, 피해자가 입은 상해는 청구인이 피해자로부터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맞지 않기 위해 손을 휘젓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청구인의 행위로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폭행을 제지하기 위한, 또는 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 볼 수 있다.
(3) 따라서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이는 위 피의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당시의 상황을 보다 면밀히 검토한 후 과연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혀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한 채 청구인에게 상해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라. 소결
결국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위와 같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