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2헌마102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3년 9월 26일

결정요지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재물강취의 범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사건 발생 동기 및 경위, 사건 발생 후 신고 과정 및 합의 과정 등을 좀 더 면밀히 조사한 다음 청구인의 강도상해죄 범의를 인정하여야 함에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청구인에 대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 제337조

결정 전문

[당사자]
청구인 유○이 대리인 변호사 이훈
피청구인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2012. 9. 26.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2012형제1839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12. 9. 26. 피청구인으로부터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2012형제18397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2. 2. 26. 07:50경 피해자 최○미(여, 44세)가 운영하는 주점에서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고 술값 10만 원을 결제한 후, 추가로 마신 술값 2만 원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5만 원권 지폐를 건네주고, 거스름돈 3만 원을 주기 위하여 카운터로 간 피해자를 뒤따라 가 멱살을 잡아 계단으로 밀어 넘어뜨려 몸 위에 올라타서 양손으로 목을 조르고 오른손 주먹으로 피해자의 왼쪽 얼굴 부위를 4회 때려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피해자가 손에 들고 있던 5만 원권 지폐를 빼앗아 재산상 이득을 취하고 피해자에게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 타박상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나. 이에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2. 12. 27.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및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가 실랑이 과정에서 손에 들고 있던 5만 원권 지폐를 내팽개치고 가서 그것을 가져갔을 뿐이다. 그럼에도 청구인의 진술을 배척하고, 피해자의 진술만을 근거로 청구인의 강도상해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청구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통화내역 및 CCTV 영상, 범행 후 청구인이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반항을 억압한 후 피해자로부터 5만 원을 강취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정당하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심판기록 및 수사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청구인은 2012. 2. 26. 03:00경 피해자가 운영하는 카페 ‘○○’에서 맥주와 안주를 주문하고 혼자서 술을 마시다가, 피해자에게 합석을 권하고, 피해자가 맥주는 마시지 못한다고 하자, 추가로 피해자가 마실 작은 양주 1병을 주문하여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셨다.

(2)청구인은 같은 날 07:14경 신용카드로 술값 10만 원을 결제하였다.

(3)그 후, 청구인은 피해자에게 5만 원권 지폐를 주었다.

(4)그 과정에서 청구인은 피해자와 다툼이 생겨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피해자는 같은 날 07:52경 카페 ‘○○’에서 ○○금고 본점 방면으로 피신하였다.

(5)이에 청구인은 위 5만 원권 지폐를 가지고 카페 ‘○○’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6)피해자는 같은 날 08:10경 ○○금고 본점 365코너에 들어가 인근에 사는 동생 최○철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였다.

(7)피해자는 같은 날 08:30경 그곳을 찾아온 동생 최○철과 함께 카페 ‘○○’로 돌아왔고, 최○철은 같은 날 08:37경 112로 전화를 걸어 "피해자가 불상의 여자로부터 폭행당하였다"는 취지로 신고하였다.

나. 강도상해죄의 성립 여부
(1)강도상해죄는 강도가 사람을 상해한 경우에 인정되고(형법 제337조), 강도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폭행·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여야 하며, 이에 대한 인식, 즉 재물강취의 범의가 있어야 한다.

(2)그런데피해자의진술에따르더라도청구인이 술값 10만 원을 결제한 후 추가로 맥주 2병을 더 주문하였고, 피해자로부터 추가로 술값 2만 원을 요구받고는 그 대금으로 5만 원권 지폐 1장을 피해자에게 지급한 다음, 갑자기 "네가 나한테 바가지를 씌우냐"며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112신고 사건 처리표(수사기록 82쪽)에 따르면, 사건 당일 8:37에 피해자의 동생 최○철이 "불상의 여자가 누나를 때리고 갔다"고 신고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을 뿐 재물강취에 관한 언급은 없는 점, 피해자가 사건 당일 최초로 작성한 진술서(수사기록 6-7쪽)에도 "청구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을 뿐 "청구인으로부터 돈을 빼앗겼다"는 취지의 언급은 없는 점, 피해자가 검찰에서 청구인과의 합의상황에 대하여 진술하면서, 폭행·상해에 관한 피해보상만을 요구하여 그에 대한 피해보상으로 25만 원을 받고 합의서를 작성하였다고 진술할 뿐 금원강취의 점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하여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는 진술은 하지 않은 점(수사기록 141-142쪽)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은 피해자에게 65,000원 상당의 양주를 사 주었으며, 추가로 주문한 맥주 2병은 9,000원에 불과한데도 피해자로부터 2만 원을 추가로 계산할 것을 요구받자, 서운한 감정이 생겨 "네가 나한테 바가지를 씌우냐"며 항의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폭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미 지급된 돈을 강취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

(3)그리고 술값의 지급을 면하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폭행·협박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술값을 지급한 다음에 이를 빼앗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폭행·협박을 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4)그 밖에, 청구인이 결제한 10만 원의 술값 중 많은 부분은 65,000원 상당의 피해자가 마신 양주값이 차지하고 있고, 청구인이 결제 후 추가로 주문한 맥주값은 9,000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피해자로서는 청구인의 항의를 받고 그 과정에서 추가로 지급을 요구하였던 20,000원을 포기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청구인으로서도 피해자가 5만 원권 지폐의 소유권을 포기하였다고 생각하고 이를 가지고 갔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청구인의 주장과 일부 들어맞는다.

(5)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에게 재물강취의 범의가 있었음을 선뜻 인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다. 소결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게 된 동기 및 경위, 피해자의 동생 최○철이 강도상해가 아닌 단순폭행으로 신고한 이유, 피해자가 진술서 작성 당시 폭행당한 점만을 언급한 이유, 청구인과 피해자가 합의하면서 재물강취부분에 관하여는 언급이 없었던 이유, 피해자가 5만 원권 지폐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였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좀 더 면밀히 조사한 다음 청구인의 강도상해죄 범의를 인정하여야 함에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청구인의 강도상해죄 범의를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따라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받아들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