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96헌바8

국민투표법 제92조 등 위헌소원

결정일: 1997년 12월 24일

결정 전문

국민투표법 제92조등 위헌소원
(전원재판부 1997. 12. 24. 96헌바8)
【당 사 자】
청 구 인 김 ○ 립
국선대리인 변호사 박 창 래
당해소송사건 대법원 95다 41789 위자료
【주 문】
1. 민법 제766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국민투표법 제92조, 제93조, 제97조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그가 군복무를 할 당시인 1980. 10. 10. 부대 내에서 실시된 제5공화국 헌법안에 대한 찬반의사를 묻는 병영내 부재자투표과정에서 당시 상급자였던 청구외 남○락이 부정한 방법으로 투표를 시행하려는 상관들의 뜻에 따라 투표에 임하는 청구인에게 투표용지를 절반으로 접어 찬성란이 표시된 부분만을 내밀어 보이면서 무조건 찬성표를 찍어 투표함에 넣도록 강요하고 청구인이 이를 거부하자 모진 욕설을 한 후 이 사실을 중대장에게 보고하는 등 청구인의 소중한 투표권행사를 침해하였음을 이유로, 부산지방법원에 위 남○락을 상대로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청구인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금 437,900,000원 중 금5,000,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위자료청구소송(93가합14427)을 제기하였다.
(2) 청구인은, 위 소송에서 패소하고 부산고등법원에 항소(93나11890)하였으나 역시 패소하자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95다41789)하는 한편, 국민투표무효의 소송과 판결 및 재투표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국민투표법 제92조, 제93조, 제97조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766조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제청의 신청(95카기126)을 하였고, 대법원이 1995. 12. 12. 이를 기각하자 1996. 2. 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국민투표법 제92조, 제93조, 제97조 및 민법 제766조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민투표법 제92조(국민투표무효의 소송) 국민투표의 효력에 관하여 이의가 있는 투표인은 투표인 10만인 이상의 찬성을 얻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을 피고로 하여 투표일로부터 20일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국민투표법 제93조(국민투표무효의 판결) 대법원은 제92조의 규정에 의한 소송에 있어서 국민투표에 관하여 이 법 또는 이 법에 의하여 발하는 명령에 위반하는 사실이 있는 경우라도 국민투표의 결과에 영향이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국민투표의 전부 또는 일부의 무효를 판결한다.
국민투표법 제97조(재투표) ① 제93조의 규정에 의하여 국민투표의 전부 또는 일부의 무효판결이 있을 때에는 재투표를 실시하여야 한다.
② 투표의 전부 무효판결이 있을 때에는 그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30일이내에 재투표를 실시하여야 하며, 투표일은 늦어도 투표일전 18일까지 대통령이 공고하여야 한다.
③ 투표의 일부 무효의 판결이 있을 때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가 무효로 된 당해 투표구의 재투표를 실시하여 총집계를 다시 한 후 이를 대통령과 국회의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④ 제3항의 규정에 의한 투표는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20일이내에 실시하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7일전에 재투표일을 공고하여야 한다.
⑤ 제3항의 규정에 의한 투표는 판결에 명시가 없는 한 제19조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투표에 사용된 투표인명부를 사용한다.
⑥ 대통령이 제3항의 규정에 의한 통보를 받은 때에는 지체없이 제91조의 규정에 의한 국민투표에 관한 확정의 공포를 다시 하여야 한다.
⑦ 제93조의 규정에 의하여 국민투표의 일부가 무효인 경우에라도 다시 투표를 하지 아니하고 국민투표의 결과를 결정할 수 있을 때에는 일부 재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한다.
⑧ 일부 재투표에 있어서의 운동에 관하여는 이 법의 범위안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다.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청구인이 위 남○락을 상대로 한 위자료청구소송에서, 제1심 및 제2심 법원은 위 남○락이 청구인의 국민투표권행사를 방해하였을 때를 불법행위 종료시점으로 보고 그때부터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민법 제766조에 의하여 청구인 주장의 위자료청구권은 시효소멸하였다고 하여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제5공화국정부 및 이에 기초한 제6공화국정부의 시발에 관련된 국민투표에 있어서의 위 남○락의 불법행위를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그 정권이 계속되고 있는 한 보복을 받을 것이 명백하여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위 불법군사정권이 종료된 후 위 국민투표무효의 소송을 제기하도록 규정하여야 하거나, 또는 국민투표무효의 소송제기기간을 투표일로부터 20년으로 규정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법 제92조, 제93조, 제97조는 투표일로부터 20일이내에 투표인 10만인 이상의 찬성을 얻어 국민투표무효의 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그 조건을 성취할 수 없는 불능에 가까운 조건을 내걸면서 제소권행사를 불가능하게 하였으므로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국민주권규정인 헌법 제1조 제2항에 위반된다.
(2) 불법부당한 집권세력의 정치적 횡포로 인한 불법행위의 경우와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피해자가 그 집권세력의 통치기간내에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우므로, 정치분야 또는 참정권분야에 있어서의 불법행위에 관하여는 민법 제766조에 단서조항을 두거나 따로이 특별한 규정을 두어 피해자를 보호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766조를 모든 불법행위에 적용하는 것은 기회균등을 선언한 헌법전문, 기본권보장의 원칙규정인 헌법 제10조, 재산권보장규정인 헌법 제23조, 기본권 보충규정인 헌법 제37조제1항 등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결정의 이유
국민투표법 제92조, 제93조, 제97조와 민법 제766조의 각 규정이 국민주권과 국민의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1조, 제10조, 제11조에 본질적으로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3. 판 단
가. 재판의 전제성 유무에 관한 판단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소정의 헌법소원에 있어서는 일반 법원에 계속중인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당해소송사건의 재판의 전제로 되어야 하고, 이 경우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려면 우선 그 법률이 당해소송사건에 적용될 법률이어야 하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법재판소 1992. 12. 24. 선고, 92헌가8 결정; 1995. 7. 21. 선고, 93헌바46 결정등 참조).
(2) 그런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당해소송사건 중 위자료청구부분은 위 남○락의 불법행위로 말미암은 청구인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그 청구원인으로 하고 있는데, 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으로 내세우는 국민투표법 제92조, 제93조, 제97조의 규정은 국민투표무효소송의 제소요건, 기간, 관할등 소송절차와 그 판결의 방식, 그 재투표의 절차를 내용으로 하고 있어 당해소송사건에 적용될 여지가 없다.
또한, 국민투표의 유·무효를 다투기 위하여는 국민투표법의 규정에 따라 대법원에 제소하여야 하고 일반민사소송으로는 이를 다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제소권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유효, 적절한 수단이라고도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이 항소심에서 추가한 국민투표 무효소송 제소권 확인청구는 국민투표법 제92조, 제93조, 제97조의 위헌여부를 따져 볼 필요도 없이 부적법하여 각하를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니, 국민투표법 제92조, 제93조, 제97조는 이 부분청구에 관하여도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한 것임이 명백하다(헌법재판소 1992. 8. 19. 선고, 92헌바36 결정; 1993. 11. 25. 선고, 92헌바39 결정등 참조).
따라서 국민투표법 제92조, 제93조, 제97조는 당해 소송사건에 적용될 법률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소송사건에 관한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위 법률조항들에 대한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3) 민법 제766조는 당해소송사건에서 원고의 청구(항소심에서는 주위적 청구)를 기각함에 있어 직접 적용된 법률이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
나. 민법 제766조의 위헌여부에 관한 판단
(1) 원래 민법상의 소멸시효제도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 즉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그 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버리는 제도를 말한다. 이러한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첫째 일정한 사실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그 동안에 진정한 권리관계에 대한 증거가 없어지기 쉬우므로 그 계속되어 온 사실상태를 그대로 진정한 권리관계로 인정함으로써 과거사실의 증명의 곤란으로부터 채무자를 구제하여 민사분쟁의 적정한 해결을 도모한다는 점, 둘째 오랜 기간동안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지 아니한 자는 이른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서 법률의 보호를 받을만한 가치가 없으나 반대로 장기간에 걸쳐 권리행사를 받지 아니한 채무자의 신뢰는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데 있고, 특히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불법행위에 기한 법률관계가 미지의 당사자간에 예기하지 못한 우연의 사고로 말미암아 발생되는 경우가 많아 가해자는 언제 손해배상청구를 받을지 얼마나 손해배상책임을 지게될지 등이 분명치 아니하여 극히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알면서도 상당한 기간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시효에 걸리게 하여 가해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점등의 고려에 의하여 민사상의 법률관계의 안정을 도모하고 증거보전의 곤란을 구제함으로써 민사분쟁의 적정한 해결을 위하여 존재하는 제도이고(헌법재판소 1997. 2. 20.선고, 96헌바24 결정 참조), 소멸시효의 기간은 앞에서 본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를 고려하여 권리의 성질이나 내용 및 행사방법등에 따라 입법자가 그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에 의하여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다(헌법재판소 1995. 3. 23.선고 92헌가19 결정 참조).
(2) 그런데, 청구인이 주장하는 정치분야 또는 참정권 분야에 있어서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라 함은 우선 정치분야 또는 참정권분야라는 개념이 모호하여 그에 해당하는 것과 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과의 구별이 쉽지 아니한데다가, 청구인이 주장하는 정치분야 또는 참정권분야에 있어서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결국 권리자의 행복추구권 내지 일반적행동자유권등 개인적법익을 침해하였음을 이유로 한 것에 귀착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민사상의 청구권이라는 점등을 함께 고려하면, 입법자가 정치분야 또는 참정권분야에 있어서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 별도의 보호규정을 두지 아니한채 민법 제766조를 모든 불법행위에 적용하도록 규정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격과 책임의 본질,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서의 입법자의 결단의 산물인 것이고, 그것이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정치분야 또는 참정권분야에 있어서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특성을 전혀 도외시한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따라서 민법 제766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중 국민투표법 제92조, 제93조, 제97조에 대한 청구부분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민법 제766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승형의 아래 5항과 같은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 제1항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
나는 주문 제1항의 주문표시 중 "민법 제766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민법 제766조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를 기각한다"로 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재판소가 1995. 10. 26. 선고한 92헌바45군형법 제75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93헌바62구주택건설촉진법 제52조 제1항 제3호 등 위헌소원, 94헌바7,8(병합) 구조세감면규제법 제62조 제3항 위헌소원, 95헌바22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 위헌소원, 94헌바28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위헌소원의 각 사건 결정시에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제47조 소정의 기속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합헌결정을 굳이 할 필요가 없으며, 이 사건의 경우는 국민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그 뜻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 즉 합헌이라면 굳이 아무런 실효도 없이 국민이 청구한 바도 없는 "합헌"임을 주문에 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1997. 12. 24.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재판관 이영모
주심 재판관 한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