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1헌마59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3년 12월 26일

결정요지

형법 제246조 제1항에 의하면, 우연한 승부에 재물을 거는 모든 노름행위를 형법상 도박죄로 처벌하는 것은 아니고, 일시오락의 정도에 불과하여 사회생활질서 범위 안에 있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하지 아니한다. 일시오락정도에 불과한 것인지 여부는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에 건 재물의 가액정도, 도박에 가담한 자들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정도, 도박으로 인한 이득의 용도 등 여러 가지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하는데, 청구인 등이 한 도박행위는 일시오락정도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에게 도박죄가 인정된다는 전제하에 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형법 제246조 제1항

결정 전문

[당사자]
청 구 인 박○관대리인 변호사 노인수
피청구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2011. 7. 20.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1년 형제6517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11. 7. 20.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1년 형제65179호로 피청구인으로부터 도박죄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바(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윤○영, 이○규와 함께 2011. 7. 6. 22:45경부터 같은 날 23:17경까지 약 30분 동안, 서울 서초구 □□동에 있는 ‘○○기원’에서 카드 52장을 사용하여 각자 카드 7장씩을 나눠 가진 후 같은 숫자 또는 같은 무늬의 연속적인 숫자의 카드를 내려놓음으로써 소지한 카드를 모두 내려놓거나 카드 숫자의 합계가 가장 적은 사람이 이기고, 2등과 3등은 각각 1,000원씩을 내는 방법으로 총 판돈 65,000원을 가지고 약 10회에 걸쳐 속칭 ‘훌라’라는 도박을 하였다.』

나. 청구인은 속칭 ‘훌라’ 도박을 한 것은 일시오락에 불과하여 죄가 되지 않는데도 피청구인이 혐의가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2. 11. 5.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단
가. 쟁점
구 형법(2013. 4. 5. 법률 제117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6조 제1항에 의하면, “재물로써 도박을 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규정하면서 단서에서 “일시오락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우연한 승부에 재물을 거는 모든 노름행위를 형법상 도박죄로 처벌하는 것은 아니고, 일시오락의 정도에 불과하여 사회생활질서 범위 안에 있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876 판결 참조).
또한 우연한 승부에 재물을 거는 노름행위가 형법상 금지된 도박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일시적인 오락의 정도에 불과한 것인가 하는 점은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에 건 재물의 가액정도, 도박에 가담한 자들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정도 및 도박으로 인한 이득의 용도 등 여러 가지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85. 4. 9. 선고 84누692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위와 같은 여러 가지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청구인 등이 돈을 걸고 한 ‘훌라’ 게임을 일시오락의 정도를 벗어난 도박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나. 사실관계
이 사건 수사기록과 헌법소원심판기록에 나타난 자료를 종합하여 청구인 등의 이 사건 도박행위와 관련된 제반사정을 살펴본다.
(1) 도박의 시간과 장소
청구인 등이 도박한 장소는 지하철 ○○역 4번 출구에서 약 50m 떨어진 대로변 2층에 있는 ‘○○기원’이라는 곳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장소이고, 청구인도 평소 자주 방문하여 바둑을 두거나 다른 사람들의 바둑을 구경하던 곳이다.
그리고 청구인 등은 사건 당일 22:45부터 같은 날 23:17까지 약 30분 동안 ‘훌라’ 게임을 하였는데, 기원이라는 곳이 통상 24시간 영업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 등이 한 도박의 시간이 범죄와 관련이 있는 은밀한 시간대로 보기도 어렵다.

(2) 도박을 하게 된 경위 및 이득의 용도
청구인은 사건 당일 21:00경 ○○기원에 놀러가서 바둑을 두거나 다른 사람들이 두는 바둑을 구경하던 중, 평소 기원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윤○영이 청구인과 이○규에게 “막걸리 내기로 훌라 게임을 하자, 한 판에 1,000원씩 고리를 떼어 고리돈이 2~30,000원이 되면 건물 1층에 있는 조개마을에서 막걸리를 사 먹자”고 제안하여 ‘훌라’ 게임을 하게 되었다. 즉, 청구인 등은 도박으로 인한 이득을 자신에게 귀속시키려는 의도보다는 함께 먹을 막걸리와 안주 값을 마련하는데 주목적을 두고 도박을 하게 된 것이다.

(3) 도박에 건 재물의 액수, 도박의 방법 및 횟수
청구인 등은 한 판에 2등과 3등이 각각 1,000원씩을 1등에게 지급하여 그 중 1,000원을 고리로 적립하는 방식으로 약 20회에 걸쳐 ‘훌라’ 게임을 하였는데, 청구인을 포함하여 함께 게임한 3명이 가지고 있던 판돈의 총액은 65,000원으로서 사행성이 있다고 평가할 만큼의 액수는 아니다.

(4) 도박에 가담한 자들의 사회적 지위, 친분관계 및 재산정도
함께 ‘훌라’ 게임을 한 윤○영, 이○규는 모두 청구인이 ○○기원을 다니면서 알게 된 사람들로서 기원에서 만나면 가끔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조개마을’ 식당에서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는 사이이다.
또한 청구인은 서울 서초구 ○○동에 시가 739,000,000원 상당의 다가구주택과 전남 영광군 ○○면에 시가 104,126,400원 상당의 염전을 소유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청구인의 재산정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도박에 건 재물의 액수나 판돈의 규모가 그리 크다고 볼 수 없다.

다. 소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 사건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을 하게 된 경위, 도박에 건 재물의 액수, 도박에 가담한 자들의 친분관계 및 재산정도, 도박으로 인한 이득의 용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 등이 한 도박행위는 일시오락정도에 불과하다고 보여 지므로 도박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에게 도박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형법 제246조 제1항의 도박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