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3헌바24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4항 제3호 위헌소원
결정일: 2013년 12월 26일
결정요지
주최자가 신고한 내용과 실제로 진행된 내용을 비교하여 볼 때 동일성을 유지하지만, 신고에 의해 예상되는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여 신고제도의 목적 달성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양자 사이에 커다란 질적 차이가 보이고, 제3자, 일반 공중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더 침해하거나 위협하여 사회통념상 수인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실제 개최된 집회는 당초 신고한 내용에서 “뚜렷이” 벗어나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 다소 신고한 범위를 벗어났지만 상황상 그것이 충분히 예측가능하고, 더 큰 공공의 위험을 야기하였다고 볼 사정이 없는 경우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금지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12조 제1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된 것) 제6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된 것) 제6조
결정 전문
[당사자]
청 구 인 목○대대리인 변호사 김정진
당해사건 수원지방법원 2012노4895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주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된 것) 제22조 제3항의 제16조 제4항 제3호 중 “뚜렷이”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11. 9. 29. 11:00경부터 17:00경까지 경기도의회 후문 밖 인도위에서 ‘경기도 뉴타운 재정비촉진계획철회’라는 명칭의 옥외 집회를 주최하겠다”는 내용의 집회신고서를 제출하였음에도 2011. 9. 29. 10:10경 위 경기도의회 지하주차장에서, 280여명의 집회참가자들이 경기도 의회에 진입을 시도하고, 경찰로부터 이를 저지당하자 같은 날 10:30경부터 12:30경까지 경기도의회 후문 안쪽 경비실 앞 도로에서 지하주차장까지 약 50m 구간의 도로를 점거한 채 미리 준비해온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방법으로 집회를 개최함으로써 신고한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방법으로 집회를 주최하였다는 범죄사실 등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2012고정1566)
(2) 청구인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수원지방법원 2012노4895)하고 그 항소심 계속 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4항 제3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3. 1. 17. 기각되자, 2013. 1. 23. 위 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대상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 제16조 제4항 제3호 중 “뚜렷이”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구하고 있다. 그런데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3호는 집시법 제22조 제3항의 구성요건 조항이고, 청구인 또한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3호가 벌칙조항의 구성요건 조항임을 전제로 이에 대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을 다투고 있으므로, 청구인이 실질적으로 다투고 있는 것은 집시법 제22조 제3항 중 제16조 제4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당해 사건의 전제가 되는 부분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된 것) 제22조 제3항의 제16조 제4항 제3호 중 “뚜렷이”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므로 심판의 대상을 이에 한정하기로 한다. 심판대상조항(아래 밑줄 부분)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된 것)
제22조(벌칙) ③ 제5조 제2항 또는 제16조 제4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6조(주최자의 준수 사항) ④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
[관련조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된 것)
제6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신고 등) ①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그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 모두를 적은 신고서를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옥외집회 또는 시위 장소가 두 곳 이상의 경찰서의 관할에 속하는 경우에는 관할 지방경찰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두 곳 이상의 지방경찰청 관할에 속하는 경우에는 주최지를 관할하는 지방경찰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1. 목적
2. 일시(필요한 시간을 포함한다)
3. 장소
4. 주최자(단체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포함한다), 연락책임자, 질서유지인에 관한 다음 각 목의 사항
가. 주소
나. 성명
다. 직업
라. 연락처
5. 참가 예정인 단체와 인원
6. 시위의 경우 그 방법(진로와 약도를 포함한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뚜렷이’는 그 의미 자체로 다의적이고 포괄적이며 어느 정도 벗어나면 처벌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예측가능성이 없어 집회 또는 시위의 참가자들이 법률이 금지하는 행위를 알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3.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지을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는 것은, 그 법률을 적용하는 단계에서 가치판단을 전혀 배제한 무색투명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의 입법의도, 즉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에 관하여 건전한 일반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자에 의하여 일의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정도로 규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다만, 다소 광범위하고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적용 단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없는 이상,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구에 배치된다고는 보기 어렵다(헌재 2001. 12. 20. 2001헌가6등, 판례집 13-2, 804, 813; 헌재 2010. 9. 30. 2009헌바201, 공보 168, 1684, 1689 참조).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데,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판례집 17-1, 812, 821-822).
나. 판단
이 사건 법률조항의 “뚜렷이”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을 살펴보면, 1962. 12. 31. 법률 제1245호로 집시법이 제정된 이후 1973. 3. 12. 법률 제2592호로 개정된 집시법은 각종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여 사회공공의 안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다는 이유로 집회 또는 시위 주최자의 준수사항 중 금지되는 행위를 추가하여 “관공서의 평상업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소란 또는 위압을 가하는 행위, 군부대의 군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소란 또는 위압을 가하는 행위, 학교·연구기관·도서실·의료기관 등 공공시설 기타의 공익시설의 주변에서 학업·연구·독서·진료 등 업무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소란 또는 위압을 가하는 행위, 교통정리를 행하는 경찰관의 지시를 위반하거나 농성 등으로 교통소통을 현저히 저해하는 행위”를 추가하였다.
그런데, 1989. 3. 29. 법률 제4095호로 개정된 집시법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진정한 기본권으로 더욱 신장시키기 위하여 집시법 중 추상적이거나 남용의 여지가 있는 여러 조항들을 정비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규제에 있어서 절차의 적정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1973. 3. 12. 법률 제2592호로 개정된 위 집시법에서 금지사항으로 추가하였던 집회 또는 시위 주최자의 준수사항들과 최초 법제정시 규정되었던 “…기타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삭제하였다. 그리고 주최자가 준수하여야 할 금지행위로 “신고한 목적·일시·장소·방법 등 그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추가된 후, 2007. 5. 11. 법률 제8424호 개정으로 “현저히”라는 표현이 “뚜렷이”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2) 집회의 자유의 행사는 다수인의 집단적인 행동을 수반하기 때문에 집단행동의 속성상 의사표현의 수단으로서 개인적인 행동의 경우보다 공공의 안녕질서나 법적 평화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며, 특히 옥외집회는 일정한 옥외장소나 도로의 사용을 전제로 하므로 그러한 가능성이 더욱 높고, 이에 따라 사전에 집회의 자유와 다른 법익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요청된다.
그리하여 집시법 제6조 제1항은, 옥외집회를 주최하려는 자는 그 목적, 일시(필요한 시간을 포함한다), 장소, 주최자(단체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포함한다), 연락책임자, 질서유지인의 주소, 성명, 직업, 연락처, 참가 예정인 단체와 그 인원 등을 기재한 신고서를 옥외집회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사전신고는 당해 집회가 방해받지 않고 개최될 수 있도록 개최 전 단계에서 집회 개최자와 제3자, 일반 공중 사이의 이익을 조정하여 상호간의 이익충돌을 사전에 예방하고, 집회에 대한 사전신고를 통하여 행정관청과 주최자가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함으로써 집회가 평화롭게 구현되도록 하는 한편, 옥외집회로 인하여 침해될 수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보호하고 그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다(헌재 2009. 5. 28. 2007헌바22, 판례집 21-1하, 578, 589-590 참조).
옥외집회가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에 있어서 그 범위를 “뚜렷이” 벗어났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점, 집회 등의 주최자로서는 사전에 그 진행방법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모두 예상하여 빠짐없이 신고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진행과정에서 방법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 등도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염두에 두고, 당초 신고한 사항들이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한 다음, 실제 상황과 이를 개별적으로 비교하여 살펴보고, 다시 이를 전체적·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주최자가 신고한 내용과 실제로 진행된 내용을 비교하여 볼 때 동일성을 유지하지만, 신고에 의해 예상되는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여 신고제도의 목적 달성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양자 사이에 커다란 질적 차이가 보이고, 제3자, 일반 공중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더 침해하거나 위협하여 사회통념상 수인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실제 개최된 집회는 당초 신고한 내용에서 “뚜렷이” 벗어나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 다소 신고한 범위를 벗어났지만 상황상 그것이 충분히 예측가능하고, 더 큰 공공의 위험을 야기하였다고 볼 사정이 없는 경우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금지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당초 신고한 내용의 집회와 동일성을 상실한 집회는 신고한 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집회가 아니라 미신고집회에 해당한다. 대법원도 실제 개최된 집회가 신고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위와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9471 판결;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0도14545 판결 등 참조).
(3) 청구인은 “뚜렷이” 벗어난다는 것이 장소의 경우 10m를 벗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100m를 벗어나는 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지만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등에 있어서 그 범위를 “뚜렷이” 벗어났는지 여부를 실제로 진행된 집회와 무관하게 구체적, 서술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명확성원칙을 관철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발생한 집회를 고려하지 않고 법문에서 장소적으로 몇 미터를 벗어난 경우는 뚜렷이 벗어난 경우라고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없다.
(4) 이와 같이 관련 법조항의 유기적·체계적 해석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뚜렷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추론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집시법상 “뚜렷이”의 개념이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고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상실하게 한다거나,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청 구 인 목○대대리인 변호사 김정진
당해사건 수원지방법원 2012노4895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주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된 것) 제22조 제3항의 제16조 제4항 제3호 중 “뚜렷이”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11. 9. 29. 11:00경부터 17:00경까지 경기도의회 후문 밖 인도위에서 ‘경기도 뉴타운 재정비촉진계획철회’라는 명칭의 옥외 집회를 주최하겠다”는 내용의 집회신고서를 제출하였음에도 2011. 9. 29. 10:10경 위 경기도의회 지하주차장에서, 280여명의 집회참가자들이 경기도 의회에 진입을 시도하고, 경찰로부터 이를 저지당하자 같은 날 10:30경부터 12:30경까지 경기도의회 후문 안쪽 경비실 앞 도로에서 지하주차장까지 약 50m 구간의 도로를 점거한 채 미리 준비해온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방법으로 집회를 개최함으로써 신고한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방법으로 집회를 주최하였다는 범죄사실 등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2012고정1566)
(2) 청구인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수원지방법원 2012노4895)하고 그 항소심 계속 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4항 제3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3. 1. 17. 기각되자, 2013. 1. 23. 위 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대상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 제16조 제4항 제3호 중 “뚜렷이”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구하고 있다. 그런데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3호는 집시법 제22조 제3항의 구성요건 조항이고, 청구인 또한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3호가 벌칙조항의 구성요건 조항임을 전제로 이에 대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을 다투고 있으므로, 청구인이 실질적으로 다투고 있는 것은 집시법 제22조 제3항 중 제16조 제4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당해 사건의 전제가 되는 부분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된 것) 제22조 제3항의 제16조 제4항 제3호 중 “뚜렷이”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므로 심판의 대상을 이에 한정하기로 한다. 심판대상조항(아래 밑줄 부분)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된 것)
제22조(벌칙) ③ 제5조 제2항 또는 제16조 제4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6조(주최자의 준수 사항) ④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
[관련조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된 것)
제6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신고 등) ①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그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 모두를 적은 신고서를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옥외집회 또는 시위 장소가 두 곳 이상의 경찰서의 관할에 속하는 경우에는 관할 지방경찰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두 곳 이상의 지방경찰청 관할에 속하는 경우에는 주최지를 관할하는 지방경찰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1. 목적
2. 일시(필요한 시간을 포함한다)
3. 장소
4. 주최자(단체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포함한다), 연락책임자, 질서유지인에 관한 다음 각 목의 사항
가. 주소
나. 성명
다. 직업
라. 연락처
5. 참가 예정인 단체와 인원
6. 시위의 경우 그 방법(진로와 약도를 포함한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뚜렷이’는 그 의미 자체로 다의적이고 포괄적이며 어느 정도 벗어나면 처벌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예측가능성이 없어 집회 또는 시위의 참가자들이 법률이 금지하는 행위를 알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3.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지을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는 것은, 그 법률을 적용하는 단계에서 가치판단을 전혀 배제한 무색투명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의 입법의도, 즉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에 관하여 건전한 일반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자에 의하여 일의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정도로 규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다만, 다소 광범위하고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적용 단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없는 이상,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구에 배치된다고는 보기 어렵다(헌재 2001. 12. 20. 2001헌가6등, 판례집 13-2, 804, 813; 헌재 2010. 9. 30. 2009헌바201, 공보 168, 1684, 1689 참조).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데,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판례집 17-1, 812, 821-822).
나. 판단
이 사건 법률조항의 “뚜렷이”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을 살펴보면, 1962. 12. 31. 법률 제1245호로 집시법이 제정된 이후 1973. 3. 12. 법률 제2592호로 개정된 집시법은 각종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여 사회공공의 안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다는 이유로 집회 또는 시위 주최자의 준수사항 중 금지되는 행위를 추가하여 “관공서의 평상업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소란 또는 위압을 가하는 행위, 군부대의 군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소란 또는 위압을 가하는 행위, 학교·연구기관·도서실·의료기관 등 공공시설 기타의 공익시설의 주변에서 학업·연구·독서·진료 등 업무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소란 또는 위압을 가하는 행위, 교통정리를 행하는 경찰관의 지시를 위반하거나 농성 등으로 교통소통을 현저히 저해하는 행위”를 추가하였다.
그런데, 1989. 3. 29. 법률 제4095호로 개정된 집시법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진정한 기본권으로 더욱 신장시키기 위하여 집시법 중 추상적이거나 남용의 여지가 있는 여러 조항들을 정비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규제에 있어서 절차의 적정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1973. 3. 12. 법률 제2592호로 개정된 위 집시법에서 금지사항으로 추가하였던 집회 또는 시위 주최자의 준수사항들과 최초 법제정시 규정되었던 “…기타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삭제하였다. 그리고 주최자가 준수하여야 할 금지행위로 “신고한 목적·일시·장소·방법 등 그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추가된 후, 2007. 5. 11. 법률 제8424호 개정으로 “현저히”라는 표현이 “뚜렷이”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2) 집회의 자유의 행사는 다수인의 집단적인 행동을 수반하기 때문에 집단행동의 속성상 의사표현의 수단으로서 개인적인 행동의 경우보다 공공의 안녕질서나 법적 평화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며, 특히 옥외집회는 일정한 옥외장소나 도로의 사용을 전제로 하므로 그러한 가능성이 더욱 높고, 이에 따라 사전에 집회의 자유와 다른 법익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요청된다.
그리하여 집시법 제6조 제1항은, 옥외집회를 주최하려는 자는 그 목적, 일시(필요한 시간을 포함한다), 장소, 주최자(단체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포함한다), 연락책임자, 질서유지인의 주소, 성명, 직업, 연락처, 참가 예정인 단체와 그 인원 등을 기재한 신고서를 옥외집회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사전신고는 당해 집회가 방해받지 않고 개최될 수 있도록 개최 전 단계에서 집회 개최자와 제3자, 일반 공중 사이의 이익을 조정하여 상호간의 이익충돌을 사전에 예방하고, 집회에 대한 사전신고를 통하여 행정관청과 주최자가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함으로써 집회가 평화롭게 구현되도록 하는 한편, 옥외집회로 인하여 침해될 수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보호하고 그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다(헌재 2009. 5. 28. 2007헌바22, 판례집 21-1하, 578, 589-590 참조).
옥외집회가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에 있어서 그 범위를 “뚜렷이” 벗어났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점, 집회 등의 주최자로서는 사전에 그 진행방법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모두 예상하여 빠짐없이 신고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진행과정에서 방법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 등도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염두에 두고, 당초 신고한 사항들이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한 다음, 실제 상황과 이를 개별적으로 비교하여 살펴보고, 다시 이를 전체적·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주최자가 신고한 내용과 실제로 진행된 내용을 비교하여 볼 때 동일성을 유지하지만, 신고에 의해 예상되는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여 신고제도의 목적 달성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양자 사이에 커다란 질적 차이가 보이고, 제3자, 일반 공중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더 침해하거나 위협하여 사회통념상 수인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실제 개최된 집회는 당초 신고한 내용에서 “뚜렷이” 벗어나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 다소 신고한 범위를 벗어났지만 상황상 그것이 충분히 예측가능하고, 더 큰 공공의 위험을 야기하였다고 볼 사정이 없는 경우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금지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당초 신고한 내용의 집회와 동일성을 상실한 집회는 신고한 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집회가 아니라 미신고집회에 해당한다. 대법원도 실제 개최된 집회가 신고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위와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9471 판결;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0도14545 판결 등 참조).
(3) 청구인은 “뚜렷이” 벗어난다는 것이 장소의 경우 10m를 벗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100m를 벗어나는 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지만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등에 있어서 그 범위를 “뚜렷이” 벗어났는지 여부를 실제로 진행된 집회와 무관하게 구체적, 서술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명확성원칙을 관철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발생한 집회를 고려하지 않고 법문에서 장소적으로 몇 미터를 벗어난 경우는 뚜렷이 벗어난 경우라고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없다.
(4) 이와 같이 관련 법조항의 유기적·체계적 해석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뚜렷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추론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집시법상 “뚜렷이”의 개념이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고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상실하게 한다거나,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