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3헌마573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3년 12월 26일

결정요지

청구인은 대출업자를 가장한 성명불상자의 거짓말에 속아 오로지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성명불상자에게 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일시 사용하도록 위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청구인에게 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양도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음에도 접근매체에 대한 양도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보다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아니하고 청구인에 대하여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

참조조문

헌법재판소법 제10조, 제11조
전자금융거래법(2008. 12. 31. 법률 제9325호로 개정된 것) 제49조 제4항 제1호, 제6조 제3항 제1호

결정 전문

[당사자]
청 구 인 주○일대리인 법무법인 정세 담당변호사 이진영 외 1인
피청구인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2013. 7. 12. 부산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53252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 피청구인은 청구인 명의의 통장이 금융사기 범죄(속칭 ‘보이스 피싱’)에 이용된 정황을 수사한 후 2013. 7. 12. 청구인에 대하여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부산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53252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전자금융거래에 있어서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접근매체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양도 양수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청구인은 2013. 5. 8.경 청구인 명의의 농협 계좌(351-0598-○○○○-○○○○)의 현금카드 등을 성명불상자에게 양도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13. 8. 14.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및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대출업자를 가장한 성명불상자가 통장 등을 보내주면 대출을 해 준다는 말에 속아 청구인 명의의 농협 계좌를 개설하여 그 통장 사본, 현금카드 등을 보낸 것으로, 이는 대가 없이 일시적으로 사용을 위임한 것에 불과하므로 전자금융거래법에서 말하는 ‘양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청구인이 성명불상자에게 통장을 보내면서 성명불상자의 인적사항이나 업체명, 사무실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아니하였고, 통장을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방법으로 돌려받을 지에 대하여도 정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통장을 양도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정당하다.

3. 판단
가. 접근매체 양도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판단기준
전자금융거래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9조 제4항 제1호는 법 제6조 제3항 제1호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양도’에는 단순히 접근매체를 빌려 주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대법원 2012. 7. 5. 선고 2011도16167 판결; 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4004 판결 참조), 대출을 해 주겠다는 말에 속아 예금통장 및 현금카드와 비밀번호 등 접근매체를 교부한 경우 그 접근매체의 일시 사용을 위임한 데 지나지 않는다면 이를 법 제6조 제3항 제1호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이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그 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입법목적의 하나로 하고 있는 점(제1조) 등을 고려하면, 접근매체를 교부하게 된 동기 및 경위, 교부 상대방과의 관계, 교부한 접근매체의 개수, 교부 이후의 행태나 정황, 교부의 동기가 된 대출에 관하여 그 주체, 금액, 이자율 및 대출금의 수령방식 등에 관한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 등 관련 사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때, 접근매체의 교부가 대출을 받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대출의 대가로 다른 사람이 그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임의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미필적으로라도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이는 법 제6조 제3항 제1호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고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접근매체의 교부가 단지 접근매체의 일시 사용을 위임한 것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접근매체를 양도한 것인지는 위에서 본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건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도12789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 대한 판단
(1)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2013. 5. 3.경 청구인의 휴대폰으로 ‘미자격자/연체자/대출가능’이라는 문자메시지가 왔고, 청구인이 그 해당번호로 전화를 걸어 성명불상자와 연락하게 되어 이후 6-7회 통화를 하였다.

(나) 성명불상자가 청구인에게 통장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현금카드를 건네주면 대출업자의 회사에 1년 간 재직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2,000만 원 한도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해 주겠다고 하여, 청구인은 2013. 5. 8. 농협계좌(351-0580-○○○○-○○○○)를 개설하여 같은 날 14:00경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퀵서비스를 통해 통장, 현금카드 등을 보냈다.

(다) 청구인은 기존에 받았던 대출금의 이자율이 높아 이를 대체상환하기 위하여 이 사건 대출을 받으려 하였고, 대출신청서 등의 서류를 작성하지는 않았으나, 상환기간은 5년, 이자는 연 6-9%로 지급하기로 하였으며, 현금카드는 성명불상자가 전화를 할 때 퀵서비스 기사를 통해 돌려받기로 하였다.

(라) 성명불상자가 여자라는 것 외의 정확한 신상은 모르고, 청구인은 최근 휴대폰을 바꾸어 그 연락처를 알지 못한다.

(2) 판단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청구인은 성명불상자에게 통장 등을 보내주면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를 교부한 점, 대출한도 2,000만 원, 상환기간 5년, 대출이자 연 6-9%로 어느 정도 대출약정의 기본조건이 정해져 있었던 점, 비록 그 시기나 장소 등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교부한 현금카드 등을 돌려받을 방법에 관하여 어느 정도 성명불상자와 이야기가 이루어진 점, 청구인에게 신용대출이 가능한 이유 내지 경위가 설명되었던 점, 청구인은 기존에 받았던 대출금을 대체상환하려는 동기로 위와 같이 통장 등을 교부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청구인은 성명불상자에게 여러 개의 통장이 아닌 1개의 통장만을 보냈고, 그에 대한 아무런 대가를 지급받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은 대출업자를 가장한 성명불상자의 거짓말에 속아 오로지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그에게 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일시 사용하도록 위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비록 성명불상자의 인적사항 등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지 아니하였거나 통장 등을 수령할 구체적 시기나 장소에 대하여 명확히 협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청구인에게 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양도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수사미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에게 전자금융거래법에서 말하는 양도의 고의가 있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면(피청구인 스스로도 청구인이 대출신청을 하였다가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이고,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양도하는 전형적인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사건과 이 사건이 그 죄질을 달리함을 인식하고 있다),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의 기존 대출 현황이나 연체 상태가 어떠한지, 성명불상자와 수차례 연락을 하는 동안 구체적으로 어떠한 이야기가 오갔는지, 퀵서비스를 통해 통장 등을 성명불상자에게 보낸 주소는 어디인지, 청구인이 갑작스레 휴대폰을 바꾸어 성명불상자의 연락처를 분실하게 된 경위는 무엇인지 등에 대하여 보다 더 면밀히 조사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2013. 7. 8. 사건을 송치받은 후 아무런 추가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이 성명불상자에게 통장 등을 양도하였음을 전제로 나흘만인 같은 달 12일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위와 같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및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으므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할 것이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