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92헌마124
교과서검정불합격처분
결정일: 1997년 5월 29일
결정요지
참조조문
결정 전문
헌 법 재 판 소
결 정
사 건 92헌마124 교과서검정불합격처분취소
청 구 인 이 ○ 림 외 1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권 영 상
피 청 구 인 교육부장관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들은, 피청구인(당시는 문교부장관, 이하 같다)이 1988. 4. 20. 공고한 1990학년도 신입생부터 사용할 고등학교 2종 교과용도서 검정실시계획에 응하여 “생물”교과서를 공동집필하겠다고 검정신청을 한 후, 1989. 1. 31. 위 교과서의 1차심사본을 피청구인에게 제출하여 1차심사결과 합격판정을 받았고, 같은 해 4. 25. 피청구인으로부터 교과서 1차심사 합격본에 대한 수정지시(교과서에 대한 제1차 수정지시)와 교과서 2차심사본 및 지도서 1차심사본의 각 제출지시를 받고 이를 모두 제출하여, 같은 해 7. 24. 지도서 1차심사결과 합격판정을 받음과 동시에 그 내용에 대한 수정지시(지도서에 대한 제1차 수정지시)를 받았으며, 같은 해 8. 1. 교과서 2차 심사결과 합격판정을 받으면서 다시 그 내용에 대한 수정지시(교과서에 대한 제2차 수정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청구인들은 위 교과서 2차심사 합격판정에 부수한 1989. 8. 1.자 수정지시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위 교과서의 수정본과 지도서의 2차심사본을 그 제출시한인 같은 해 8. 9.까지 제출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같은 해 8. 8. 위 생물교과서의 검정신청 자체를 포기한다는 취지의 검정신청포기서를 피청구인에게 제출하였다.
이에 피청구인은 같은 해 8. 19. 청구인들이 위 교과서 및 지도서 심사본에 대한 수정지시에 불응하고 지도서 2차심사본을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청구인들이 집필한 위 교과서 및 지도서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불합격판정을 하였다.
(2) 그후 청구인들은, 1990. 1. 31. 피청구인에게 위 검정신청포기의 의사표시는 착오에 기인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는 통고를 하였으나 피청구인이 같은 해 2. 8. 위와 같은 불합격판정의 사유들을 들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위 통고서를 반송하자, 피청구인을 상대로 위 검정불합격처분 무효확인청구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한 후(1991. 1. 17. 청구인들 청구기각 서울고등법원 90구 2064사건, 1992. 5. 12. 청구인들 상고기각 대법원 91누1813 사건), 피청구인의 위 1989. 8. 1.자 수정지시와 검정불합격처분의 취소를 구하여 1992. 6. 18.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1항의 규정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에 대하여 한 위 1989. 8. 1.자 생물교과서 2차심사본에 대한 수정지시(이하 “이 사건 수정지시”라 한다)와 같은 해 8. 19.자 검정불합격처분(이하 “검정불합격처분”이라 한다)이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의 여부이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청구인들의 주장
우리 헌법은 그 최고가치를 인간의 존엄에 두면서 교육을 받을 권리와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고 학문의 자유, 출판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학문 연구자가 교육을 위하여 학문 연구의 성과를 교과용 도서로 집필, 출판할 자유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며, 고등학교 교육의 본질상 교재, 교과내용, 교수방법 등에 있어 어느 정도 획일화가 요구되고 따라서 교과서 검정심사과정에서 고등학교 교육의 교육이념 및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수정지시를 함으로써 집필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수정지시는 교육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이와 같은 헌법적인 배경에서 볼 때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16조 제3항에 “2차심사는 가쇄본에 의하여 1차심사 결과 보완지시가 있은 사항의 이행여부와 체제등의 적합성 여부를 심사한다.”고 규정한 것은 바로 이러한 취지를 밝힌 것으로서 단순한 규제적 조항이 아니라 실질적인 효력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이 피청구인의 제1차 수정지시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여 교과서 2차심사본을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청구인들이 역점을 두어 기술한 부분인 생명의 기원을 다룬 단원 내용 총 806행 중 진화론에 대하여 비판적인 견해가 담긴 286행을 전면 삭제하고 35행을 다시 기술하여 불과 1주일 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기간내에 다시 제출하라는 이 사건(제2차) 수정지시를 하였다.
그러나 이 수정지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2차심사의 내용을 정한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16조제3항에 위배되는 위법한 처분일 뿐만 아니라, 진화론을 가설(假說)로서 재검토하여 인간의 존엄을 일깨우며 하나의 세계관에 의거한 하나의 학설에 모든 사람의 양심을 묶어두지 않도록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학문 연구의 결과를 집필, 출간하여 선택의 시장에 내어 놓으며 자라나는 세대에게 세뇌(洗腦)로 굳지 않은 비판적 과학적 사고를 제공하려고 하는 등 청구인들의 집필의도를 완전히 배제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 언론ㆍ출판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나아가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한 교육을 받을 권리, 교육의 자주성,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적인 처분이다. 그리고 청구인들이 이와 같이 위헌적인 수정지시에 따르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검정불합격처분 역시 앞서 거시한 바와 같은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들을 침해한 위헌적 처분이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의 이 사건 수정지시와 교과서검정불합격처분은 모두 취소되어야 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검정교과서의 1차심사는 객관성과 보안유지를 위하여 교육부의 담당 편수관을 배제하고 대학교수와 고등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비공개로 심사하여 합격본을 선정하고, 1차심사에 합격한 교과서는 교육부의 담당편수관과 심사위원이 공동으로 검토하여 내용에 오류가 있는 부분 또는 교과용 도서로 적합하지 않은 부분은 수정하도록 하고 있다.
청구인들이 검정신청한 교과서에 대하여는 1차심사 당시 창조론적으로 서술한 부분을 모두 진화론에 입각하여 다시 기술하도록 수정지시를 하였으나, 청구인들이 1차 수정을 하여 제출한 교과서에서도 창조론의 내용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아서 2차로 이 사건 수정지시를 할 때에는 수정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수정할 기간이 10일 정도 밖에 안되는 점을 고려하여 학습내용을 설명하는데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내용은 삭제하도록 지시하였는데도 청구인들은 수정지시에 불응하고 검정출원 자체를 포기하였다.
청구인들은 진화론과 창조론이 생명의 기원에 관한 두가지 큰 이론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창조론은 정설화된 학설이 아니므로 과학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고 따라서 청구인들이 집필한 교과서가 그대로 발간된다면 학생들로서는 생물이 진화되었다는 것인지 창조되었다는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교육부장관은 2종 도서를 발행한 후에도 필요에 따라 저작자에게 수정 또는 개편을 명할 수 있다는 규정(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25조 내지 제27조)이나 고등학교 교과서는 보편타당한 학습내용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수정지시는 교과용 도서의 적절성 유지를 위하여 타당한 조치이므로 이에 따르지 아니한 청구인들의 교과용 도서 검정신청에 대한 불합격결정은 정당하다.
3. 판 단
가. “이 사건 수정지시”에 관한 심판청구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작용은 그 성질상 기본권침해성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일정한 절차적 과정을 거쳐 하나의 종국적 처분이 내려지고 그 종국적 처분에 의하여 결정적으로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절차형성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하나하나의 처분 내지 행위는 비록 그것이 간접적, 잠재적으로는 기본권침해성이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중간적, 절차적 처분 내지 행위에 불과한 것이므로,(그 종국적 처분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이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은 헌법소원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가사 피청구인의 이 사건 수정지시에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그들의 양심의 자유나 학문의 자유등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검정당시 시행중이던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1989. 10. 16. 대통령령 제128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보면 그 소정의 1차심사, 2차심사 및 수정지시등 일련의 행위는 합격여부의 결정이라는 종국적 처분을 하기 위한 절차형성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중간적ㆍ절차적 행위에 불과한 것으로서, 청구인들 주장의 기본권침해는 위 수정지시 그 자체에 의하여 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정지시의 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검정불합격처분에 의하여 결정적으로 발생한다 할 것이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더구나 이 사건에 있어서는 검정불합격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있으면서 위 수정지시의 취소도 함께 구하고 있다), 위 수정지시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나. “검정불합격처분”에 관한 심판청구에 대하여
이 부분 심판청구에 관한 청구인들 주장의 요지는, 이 사건 수정지시는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16조제3항에 위배되는 것으로 위법일 뿐만 아니라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 학문의 자유, 언론ㆍ출판의 자유등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적 처분이고 청구인들이 이 위헌적 처분(수정지시)에 불응하였음을 이유로 한 이 사건 검정불합격처분 역시 위헌적 처분이므로 그 취소를 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20조제1항은 2종도서의 검정의 합격결정은 제16조의 규정에 의한 심사의 결과에 따라 문교부장관이 행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 후단은 교과서와 지도서중 그 어느 하나라도 부적합한 경우에는 그 저작자의 신청도서는 모두 불합격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들은 1989. 6. 28. 피청구인에게 교과서 2차심사본과 지도서 1차심사본을 제출하여 합격판정(7. 24. 지도서 1차심사 합격판정, 8. 1. 교과서 2차심사 합격판정)을 받으면서 같은 해 8. 1. 교과서에 관하여 이 사건 수정지시를 받았는데 그 수정지시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위 교과서의 수정분 및 지도서의 2차심사본을 그 제출시한인 같은 해 8. 9.까지 제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청구인은 같은 해 8. 19. 청구인들이 위 교과서수정지시에 불응하고 지도서의 2차심사본을 제출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청구인들이 집필한 위 교과서 및 지도서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불합격판정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위 불합격판정의 이유중 이 사건 수정지시(교과서에 대한 수정지시) 불응부분에 관하여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헌적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또 하나의 이유인 지도서 2차심사본 불제출부분이 정당하게 인정되는 이상(이 점은 청구인들도 인정하고 있다), 교과서와 지도서중 그 어느 하나라도 부적합한 경우에는 그 모두를 불합격으로 하도록 되어 있는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20조제2항 후단의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 검정불합격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여지고, 가사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지도서 2차심사본의 불제출이 이 사건 수정지시의 위헌성에 연유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위 검정불합격처분의 적법성이 소멸된다고는 볼 수 없다. 즉,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의 입법취지 및 그 규정내용에 의하면 검정신청인이 지도서 2차심사본을 제출하지 아니한 이상 그 연유나 동기가 어떠하든 간에 피청구인으로서는 검정불합격판정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수정지시에 위헌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는 청구인들에 대한 검정불합격처분이 취소될 수 없다고 한다면 그 수정지시의 위헌여부를 가릴 실익이 없다고 할 것으로서, 그 수정지시의 위헌성만을 내세워 이 사건 검정불합격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는 결국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음에 귀착된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위와 같은 이유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7. 5. 29.
재 판 장 재 판 관 김 용 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김 문 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재 판 관 황 도 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이 재 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조 승 형
해외출장으로 서명날인 불능
재 판 장
재 판 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정 경 식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고 중 석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이 영 모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결 정
사 건 92헌마124 교과서검정불합격처분취소
청 구 인 이 ○ 림 외 1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권 영 상
피 청 구 인 교육부장관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들은, 피청구인(당시는 문교부장관, 이하 같다)이 1988. 4. 20. 공고한 1990학년도 신입생부터 사용할 고등학교 2종 교과용도서 검정실시계획에 응하여 “생물”교과서를 공동집필하겠다고 검정신청을 한 후, 1989. 1. 31. 위 교과서의 1차심사본을 피청구인에게 제출하여 1차심사결과 합격판정을 받았고, 같은 해 4. 25. 피청구인으로부터 교과서 1차심사 합격본에 대한 수정지시(교과서에 대한 제1차 수정지시)와 교과서 2차심사본 및 지도서 1차심사본의 각 제출지시를 받고 이를 모두 제출하여, 같은 해 7. 24. 지도서 1차심사결과 합격판정을 받음과 동시에 그 내용에 대한 수정지시(지도서에 대한 제1차 수정지시)를 받았으며, 같은 해 8. 1. 교과서 2차 심사결과 합격판정을 받으면서 다시 그 내용에 대한 수정지시(교과서에 대한 제2차 수정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청구인들은 위 교과서 2차심사 합격판정에 부수한 1989. 8. 1.자 수정지시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위 교과서의 수정본과 지도서의 2차심사본을 그 제출시한인 같은 해 8. 9.까지 제출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같은 해 8. 8. 위 생물교과서의 검정신청 자체를 포기한다는 취지의 검정신청포기서를 피청구인에게 제출하였다.
이에 피청구인은 같은 해 8. 19. 청구인들이 위 교과서 및 지도서 심사본에 대한 수정지시에 불응하고 지도서 2차심사본을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청구인들이 집필한 위 교과서 및 지도서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불합격판정을 하였다.
(2) 그후 청구인들은, 1990. 1. 31. 피청구인에게 위 검정신청포기의 의사표시는 착오에 기인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는 통고를 하였으나 피청구인이 같은 해 2. 8. 위와 같은 불합격판정의 사유들을 들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위 통고서를 반송하자, 피청구인을 상대로 위 검정불합격처분 무효확인청구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한 후(1991. 1. 17. 청구인들 청구기각 서울고등법원 90구 2064사건, 1992. 5. 12. 청구인들 상고기각 대법원 91누1813 사건), 피청구인의 위 1989. 8. 1.자 수정지시와 검정불합격처분의 취소를 구하여 1992. 6. 18.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1항의 규정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에 대하여 한 위 1989. 8. 1.자 생물교과서 2차심사본에 대한 수정지시(이하 “이 사건 수정지시”라 한다)와 같은 해 8. 19.자 검정불합격처분(이하 “검정불합격처분”이라 한다)이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의 여부이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청구인들의 주장
우리 헌법은 그 최고가치를 인간의 존엄에 두면서 교육을 받을 권리와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고 학문의 자유, 출판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학문 연구자가 교육을 위하여 학문 연구의 성과를 교과용 도서로 집필, 출판할 자유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며, 고등학교 교육의 본질상 교재, 교과내용, 교수방법 등에 있어 어느 정도 획일화가 요구되고 따라서 교과서 검정심사과정에서 고등학교 교육의 교육이념 및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수정지시를 함으로써 집필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수정지시는 교육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이와 같은 헌법적인 배경에서 볼 때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16조 제3항에 “2차심사는 가쇄본에 의하여 1차심사 결과 보완지시가 있은 사항의 이행여부와 체제등의 적합성 여부를 심사한다.”고 규정한 것은 바로 이러한 취지를 밝힌 것으로서 단순한 규제적 조항이 아니라 실질적인 효력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이 피청구인의 제1차 수정지시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여 교과서 2차심사본을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청구인들이 역점을 두어 기술한 부분인 생명의 기원을 다룬 단원 내용 총 806행 중 진화론에 대하여 비판적인 견해가 담긴 286행을 전면 삭제하고 35행을 다시 기술하여 불과 1주일 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기간내에 다시 제출하라는 이 사건(제2차) 수정지시를 하였다.
그러나 이 수정지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2차심사의 내용을 정한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16조제3항에 위배되는 위법한 처분일 뿐만 아니라, 진화론을 가설(假說)로서 재검토하여 인간의 존엄을 일깨우며 하나의 세계관에 의거한 하나의 학설에 모든 사람의 양심을 묶어두지 않도록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학문 연구의 결과를 집필, 출간하여 선택의 시장에 내어 놓으며 자라나는 세대에게 세뇌(洗腦)로 굳지 않은 비판적 과학적 사고를 제공하려고 하는 등 청구인들의 집필의도를 완전히 배제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 언론ㆍ출판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나아가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한 교육을 받을 권리, 교육의 자주성,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적인 처분이다. 그리고 청구인들이 이와 같이 위헌적인 수정지시에 따르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검정불합격처분 역시 앞서 거시한 바와 같은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들을 침해한 위헌적 처분이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의 이 사건 수정지시와 교과서검정불합격처분은 모두 취소되어야 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검정교과서의 1차심사는 객관성과 보안유지를 위하여 교육부의 담당 편수관을 배제하고 대학교수와 고등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비공개로 심사하여 합격본을 선정하고, 1차심사에 합격한 교과서는 교육부의 담당편수관과 심사위원이 공동으로 검토하여 내용에 오류가 있는 부분 또는 교과용 도서로 적합하지 않은 부분은 수정하도록 하고 있다.
청구인들이 검정신청한 교과서에 대하여는 1차심사 당시 창조론적으로 서술한 부분을 모두 진화론에 입각하여 다시 기술하도록 수정지시를 하였으나, 청구인들이 1차 수정을 하여 제출한 교과서에서도 창조론의 내용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아서 2차로 이 사건 수정지시를 할 때에는 수정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수정할 기간이 10일 정도 밖에 안되는 점을 고려하여 학습내용을 설명하는데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내용은 삭제하도록 지시하였는데도 청구인들은 수정지시에 불응하고 검정출원 자체를 포기하였다.
청구인들은 진화론과 창조론이 생명의 기원에 관한 두가지 큰 이론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창조론은 정설화된 학설이 아니므로 과학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고 따라서 청구인들이 집필한 교과서가 그대로 발간된다면 학생들로서는 생물이 진화되었다는 것인지 창조되었다는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교육부장관은 2종 도서를 발행한 후에도 필요에 따라 저작자에게 수정 또는 개편을 명할 수 있다는 규정(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25조 내지 제27조)이나 고등학교 교과서는 보편타당한 학습내용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수정지시는 교과용 도서의 적절성 유지를 위하여 타당한 조치이므로 이에 따르지 아니한 청구인들의 교과용 도서 검정신청에 대한 불합격결정은 정당하다.
3. 판 단
가. “이 사건 수정지시”에 관한 심판청구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작용은 그 성질상 기본권침해성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일정한 절차적 과정을 거쳐 하나의 종국적 처분이 내려지고 그 종국적 처분에 의하여 결정적으로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절차형성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하나하나의 처분 내지 행위는 비록 그것이 간접적, 잠재적으로는 기본권침해성이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중간적, 절차적 처분 내지 행위에 불과한 것이므로,(그 종국적 처분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이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은 헌법소원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가사 피청구인의 이 사건 수정지시에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그들의 양심의 자유나 학문의 자유등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검정당시 시행중이던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1989. 10. 16. 대통령령 제128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보면 그 소정의 1차심사, 2차심사 및 수정지시등 일련의 행위는 합격여부의 결정이라는 종국적 처분을 하기 위한 절차형성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중간적ㆍ절차적 행위에 불과한 것으로서, 청구인들 주장의 기본권침해는 위 수정지시 그 자체에 의하여 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정지시의 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검정불합격처분에 의하여 결정적으로 발생한다 할 것이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더구나 이 사건에 있어서는 검정불합격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있으면서 위 수정지시의 취소도 함께 구하고 있다), 위 수정지시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나. “검정불합격처분”에 관한 심판청구에 대하여
이 부분 심판청구에 관한 청구인들 주장의 요지는, 이 사건 수정지시는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16조제3항에 위배되는 것으로 위법일 뿐만 아니라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 학문의 자유, 언론ㆍ출판의 자유등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적 처분이고 청구인들이 이 위헌적 처분(수정지시)에 불응하였음을 이유로 한 이 사건 검정불합격처분 역시 위헌적 처분이므로 그 취소를 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20조제1항은 2종도서의 검정의 합격결정은 제16조의 규정에 의한 심사의 결과에 따라 문교부장관이 행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 후단은 교과서와 지도서중 그 어느 하나라도 부적합한 경우에는 그 저작자의 신청도서는 모두 불합격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들은 1989. 6. 28. 피청구인에게 교과서 2차심사본과 지도서 1차심사본을 제출하여 합격판정(7. 24. 지도서 1차심사 합격판정, 8. 1. 교과서 2차심사 합격판정)을 받으면서 같은 해 8. 1. 교과서에 관하여 이 사건 수정지시를 받았는데 그 수정지시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위 교과서의 수정분 및 지도서의 2차심사본을 그 제출시한인 같은 해 8. 9.까지 제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청구인은 같은 해 8. 19. 청구인들이 위 교과서수정지시에 불응하고 지도서의 2차심사본을 제출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청구인들이 집필한 위 교과서 및 지도서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불합격판정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위 불합격판정의 이유중 이 사건 수정지시(교과서에 대한 수정지시) 불응부분에 관하여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헌적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또 하나의 이유인 지도서 2차심사본 불제출부분이 정당하게 인정되는 이상(이 점은 청구인들도 인정하고 있다), 교과서와 지도서중 그 어느 하나라도 부적합한 경우에는 그 모두를 불합격으로 하도록 되어 있는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20조제2항 후단의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 검정불합격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여지고, 가사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지도서 2차심사본의 불제출이 이 사건 수정지시의 위헌성에 연유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위 검정불합격처분의 적법성이 소멸된다고는 볼 수 없다. 즉,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의 입법취지 및 그 규정내용에 의하면 검정신청인이 지도서 2차심사본을 제출하지 아니한 이상 그 연유나 동기가 어떠하든 간에 피청구인으로서는 검정불합격판정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수정지시에 위헌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는 청구인들에 대한 검정불합격처분이 취소될 수 없다고 한다면 그 수정지시의 위헌여부를 가릴 실익이 없다고 할 것으로서, 그 수정지시의 위헌성만을 내세워 이 사건 검정불합격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는 결국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음에 귀착된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위와 같은 이유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7. 5. 29.
재 판 장 재 판 관 김 용 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김 문 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재 판 관 황 도 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이 재 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조 승 형
해외출장으로 서명날인 불능
재 판 장
재 판 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정 경 식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고 중 석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이 영 모 ___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