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3헌마521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4년 4월 24일

결정요지

청구인이 직원으로 하여금 피해회사의 공사현장에서 이 사건 물품을 반출하도록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물품이 타인의 재물이라고 볼 수 있는지 또는 청구인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물품의 구매자금이나 이전경위 등을 조사하여 이 사건 물품의 소유관계를 확인하거나, 피해회사의 지배관계나 이 사건 사업부지에서의 사업추진내용 등을 조사하여 청구인에게 절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할 것임에도, 이를 충분히 수사하지 아니한 채 절도 혐의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형법 제329조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박○자대리인 법무법인 로투스 담당변호사 김명근 외 1인
피청구인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3. 4. 30. 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2536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3. 4. 30. 피청구인으로부터 절도죄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바(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2536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2. 11. 14. 직원인 박○성으로 하여금 송○용이 관리하는 피해자 주식회사 ○○플러스(이하 ‘피해회사’라 한다) 소유인 컴퓨터 본체 2대, 모니터 2대, 프린터 1대(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 한다)를 차량에 싣고 오도록 하여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2013. 7. 25.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및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청구인은 피해회사의 실질적인 운영자이고, 이 사건 물품도 청구인이 구매하여 피해회사의 공사현장에서 사용하도록 하였으므로 이 사건 물품의 처분권은 청구인에게 있다.

(2) 송○용이 이 사건 물품을 점유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해회사의 직원 지위에서 점유한 것이므로 타인의 점유라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물품을 피해회사의 본점 건물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므로 절취라고 할 수도 없다.

(3) 청구인이 이 사건 물품에 대하여 피해회사를 배제하고 소유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의사가 없었으므로 불법영득의사 또한 없다.

(4) 설령 절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컨테이너에 방치된 이 사건 물품을 보전하여 사업진행에 차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1) 이 사건 당일인 2012. 11. 14. 무렵에는 김○준이 피해회사의 대표이사이고, 청구인도 김○준이 대표이사로서 물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박○성을 시켜 이 사건 물품을 가져오라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청구인 스스로 피해회사에 대한 경영권이 없음을 자인하였으며, 한편 청구인의 주장은 청구인이 피해회사의 대표이사인 김○준과 개발대행용역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청구인에게도 피해회사의 종업원을 해고하거나 피해회사의 물품을 가져오도록 할 권한이 있다는 것인데 이는 법률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고, 청구인이 이 사건 물품의 취득경위도 밝히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반출도 열쇠로 잠긴 컨테이너에서 피해회사의 대표이사인 김○준이나 이 사건 물품의 관리자인 송○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

(2) 또한, 청구인이 김○준의 허락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단순히 “김○준이 송○용을 해고해도 좋다고 하기에 송○용이 관리하는 컨테이너 속에 있던 물품도 마음대로 가져와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하는 점, 직원인 박○성으로 하여금 이 사건 물품을 가져다 놓도록 한 장소가 당시 청구인이 관리하던 피해회사의 본점 건물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에게 이 사건 물품에 대한 불법영득의사도 인정된다.

(3) 따라서 청구인이 이 사건 물품에 대하여 아무런 권한이 없음에도 그 사정을 모르는 직원으로 하여금 송○용에 의해 관리되는 컨테이너에서 이 사건 물품을 가져오도록 한 것은 절도죄에 해당하지만, 이 사건 경위나 피해금액 등 여러 정상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이므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바 없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 및 심판기록을 검토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청구인은 ○○스퀘어 주식회사와 피해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운영권과 처분권을 가지고 있었다.

(2) 김○준은 사회교육센터를 건립하고자 김○순 등 투자자를 모집하여 2010. 10. 9.경 SH공사와 서울 은평구 ○○동 ○○지구 상업용지 6블럭(후에 “서울 은평구 ○○동 87”로 지번이 부여되었다. 이하 ‘이 사건 사업부지’라 한다)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3) 김○준은 자금악화로 매매계약이 취소될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투자원금을 보장해주고 토지 잔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되는 투자자를 물색하였고, 청구인을 알게 되어 2011. 4. 8.경 청구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스퀘어 주식회사와 이 사건 사업부지에 관한 사업권양도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계약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청구인에게 시행사의 대표이사직을 요구하였다.

(4) 청구인은 ○○스퀘어 주식회사 명의로 건축허가를 받은 뒤 대출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였는데, ○○스퀘어 주식회사보다는 재무제표가 양호한 피해회사 명의로 대출을 받는 것이 용이하다고 판단하여, 2011. 8. 24.경 피해회사의 주식 51%를 김○준에게 무상으로 양도하고(단, 청구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다시 무상으로 청구인이 지정하는 사람에게 주식을 반환하기로 하는 조건을 붙임), 건축허가 명의를 피해회사로 변경하였다.

(5) 청구인은 김○준이 피해회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이후 사회교육센터 신축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고자 2011. 10. 1.경 ○○스퀘어 주식회사 명의로 피해회사와 사회교육센터 신축사업에 대한 공동사업약정서를 작성하였고(사업의 실질적인 주체는 ○○스퀘어 주식회사임을 명시함), 역시 청구인이 대표이사로 등재된 주식회사 ○○에스알 명의로 피해회사와 PM용역계약서(주식회사 ○○에스알이 피해회사에 금융대출, 시공사 선정, 인허가업무 등 준공을 위해 필요한 업무 일체를 지원하는 내용)를 작성하였다.

(6) 김○준은 이전 분양대행사인 주식회사 ○○디앤씨에서 이 사건 사업부지에 놓아둔 컨테이너 2개를 공사현장 사무실로 사용하였고, 송○용으로 하여금 위 컨테이너를 비롯하여 공사현장을 관리하도록 하였다.

(7) 청구인은 이 사건 물품을 구매하여 공사현장 사무실에서 사용하도록 하였고, 김○준이 피해회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이후에도 대표이사 인감을 보유하면서 피해회사의 결재란에 회장으로서 결재를 하였다.

(8) 그러나 자금부족 등으로 사회교육센터 신축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여 공사현장이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였고, 주식회사 ○○디앤씨의 대표이사인 임○섭은 김○준이 주식회사 ○○디앤씨 소유의 컨테이너를 공사현장 사무실로 사용한다며 김○준을 절도죄로 고소하였다.

(9) 청구인은 자신의 직원인 박○성에게 공사현장 컨테이너에 있는 이 사건 물품을 가져오라고 지시하였고, 박○성은 2012. 11. 14. 송○용에게 전화하여 이 사건 물품은 자신들의 것이므로 가져가겠다고 말한 뒤 평소 보유하고 있던 열쇠로 컨테이너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이 사건 물품을 피해회사의 본점 창고로 옮겼다.

(10) 송○용은 박○성이 이 사건 물품을 옮기기 전에는 아무런 반대를 하지 않다가 박○성이 이 사건 물품을 옮긴 이후에 박○성에게 전화를 걸어 물건을 가져가면 안된다고 말하였고, 수사기관에 도난신고도 하였다.

(11) 한편, 김○준은 2012. 10. 8.경 개인 명의로 ○○건설산업 주식회사와 이 사건 사업부지에 관한 개발계약을 체결하였다.

(12) 피해회사의 본점 소재지와 ○○스퀘어 주식회사의 본점 소재지는 모두 청구인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동 215’로 되어 있고, 2013. 4. 10. 청구인이 피해회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되었다.

나. 청구인에게 절도죄가 인정되는지 여부
피청구인은 이 사건 물품이 피해회사의 공사현장에 있었고 당시 청구인이 피해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니었으므로, 청구인의 직원을 통한 물건의 이전이 절취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의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하므로(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1도4546 판결 등), 청구인에게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청구인이 직원을 시켜 가져오도록 한 이 사건 물품이 ‘타인의 재물’이어야 하고, 청구인에게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다는 데 대한 인식, 즉 ‘절취의 범의’가 있어야 한다.
(1) 이 사건 물품이 ‘타인의 재물’인지 여부
타인의 재물이라 함은 타인소유의 재물로서 타인의 점유하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것인데, 위 인정되는 사실에 의하면, 그 자금의 출처가 불명확하기는 하나, 청구인이 이 사건 물품을 구매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고, 청구인이 당시 피해회사를 비롯하여 여러 회사의 실질적인 운영권과 처분권을 보유하였던 점, 청구인이 실질적인 운영권과 처분권을 보유한 회사들은 모두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였고, 직원들은 청구인을 회장으로 호칭하면서 필요에 따라 회사를 바꾸어가며 일을 한 점 등에 비추어 청구인이 김○준과의 공동사업을 피해회사 명의로 추진하고자 이 사건 물품을 공사현장에 가져다 놓았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물품이 피해회사의 소유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설령 이 사건 물품이 피해회사의 소유라고 할지라도, 청구인이 김○준과의 공동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자신이 실질적인 소유권을 가진 피해회사의 주식 51%를 담보목적으로 김○준에게 이전한 점, 피해회사의 대표이사가 김○준으로 변경된 이후에도 청구인이 계속 대표이사의 인감을 보유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회장으로서 최종 결재를 한 점, 피해회사의 본점 소재지도 청구인의 사무실인 점, 김○준은 청구인이 원할 경우 피해회사의 주식을 반환하기로 약속한 점, 김○준과의 공동사업 추진이 어렵게 되자 곧바로 피해회사의 대표이사를 청구인으로 변경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이 피해회사의 실질적인 대표자라 할 것이므로, 청구인은 피해회사의 실질적인 대표자로서 이 사건 물품에 대한 관리권한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는 이 사건 물품의 소유관계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좀 더 수사한 후에 청구인에게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이 사건 물품이 ‘타인의 재물’인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할 것이다.

(2) 청구인에게 ‘절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위 인정되는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물품은 청구인의 지시로 공사현장 사무실에 설치된 점, 청구인은 김○준과의 공동사업 추진이 중단되어 공사현장이 방치되다시피 하자 그 파손 등을 염려하여 직원으로 하여금 이 사건 물품을 수거하도록 한 점, 청구인의 직원인 박○성은 컨테이너 등 공사현장을 관리하던 송○용에게 전화하여 이 사건 물품을 가져간다는 사실을 미리 알렸을 뿐만 아니라 컨테이너의 출입문도 평소 보관하던 열쇠를 이용하여 열고 들어간 점, 청구인은 이 사건 물품을 수거하여 피해회사의 본점 창고에 보관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에게 절취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소결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단순히 이 사건 물품이 피해회사의 공사현장에 있었던 사정만으로 청구인에게 절도죄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물품의 구매자금이나 이전경위 등을 조사하여 이 사건 물품의 소유관계를 확인하거나, 피해회사의 지배관계나 이 사건 사업부지에서의 사업추진내용 등을 조사하여 청구인에게 절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할 것임에도, 이를 충분히 수사하지 아니한 채 바로 절도 혐의를 인정한 잘못이 있으므로 청구인에 대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중대한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