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3헌마767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4년 4월 24일

결정요지

기록에 나타난 사정만으로는 청구인이 대출업자를 가장한 성명불상자의 거짓말에 속아 오로지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성명불상자에게 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일시 사용하도록 위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청구인에게 접근매체를 양도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접근매체 양도의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보다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아니하고 청구인에 대하여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를 인정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에는 법리오해 및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전자금융거래법(2008. 12. 31. 법률 제9325호로 개정된 것) 제6조 제3항 제1호, 제49조 제4항 제1호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남○호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승호
피청구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3. 8. 29.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7975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청구인 명의의 예금계좌가 금융사기 범죄(속칭 ‘보이스 피싱’)에 이용된 정황을 수사한 후 2013. 8. 29. 청구인에 대하여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3년 형제79759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전자금융거래에 있어서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접근매체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이를 양도ㆍ양수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청구인은 2013. 4. 23. 13:00경 서울 용산구 원효로 소재 신한은행 앞 노상에서 대출을 받기 위하여 직접 개설한 농협 계좌(302-○○○○-○○○○-○○)의 예금통장 및 현금카드 등을 불상자에게 건네주어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양도하였다.”

나. 청구인은 2013. 11. 11.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및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대출업자를 가장한 성명불상자의 거짓말에 속아 오로지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그에게 예금통장 및 현금카드 등의 접근매체를 일시 사용하도록 위임한 것이고, 청구인에게 접근매체를 ‘양도’한다는 고의가 없었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청구인은 당시 신용등급이 낮아 금융기관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오로지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접근매체를 교부하였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고, 접근매체를 성명불상자에게 교부한 이후에도 이를 회수하기 위하여 통장 분실신고, 지급정지 등의 조치를 취한 사실이 없으므로, 적어도 교부한 접근매체를 다른 사람이 이용하여 임의로 전자금융거래를 하는 것을 미필적으로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접근매체 ‘양도’의 고의가 인정된다.

3. 판단
가. 접근매체 양도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판단기준
전자금융거래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9조 제4항 제1호는 법 제6조 제3항 제1호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양도’에는 단순히 접근매체를 빌려 주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1도16167 판결; 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4004 판결 참조). 따라서 대출을 해 주겠다는 말에 속아 예금통장 및 현금카드와 비밀번호 등 접근매체를 교부한 경우 그 접근매체의 일시 사용을 위임한 데 지나지 않는다면 이를 법 제6조 제3항 제1호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이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그 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입법목적의 하나로 하고 있는 점(제1조) 등을 고려하면, 접근매체를 교부하게 된 동기 및 경위, 교부 상대방과의 관계, 교부한 접근매체의 개수, 교부 이후의 행태나 정황, 교부의 동기가 된 대출에 관하여 그 주체, 금액, 이자율 및 대출금의 수령방식 등에 관한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 등 관련 사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때, 접근매체의 교부가 대출을 받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대출의 대가로 다른 사람이 그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임의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미필적으로라도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이는 법 제6조 제3항 제1호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고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접근매체의 교부가 단지 접근매체의 일시 사용을 위임한 것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접근매체를 양도한 것인지는 위에서 본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건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도12789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 대한 판단
(1)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2013. 4. 초순경 청구인의 휴대폰으로 대출광고 문자메시지가 왔고, 청구인이 2013. 4. 19.경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어 성명불상의 여자 상담원과 통화를 하였다.

(나) 위 상담원은 청구인에게 통장과 현금카드를 보내주면 전산처리를 하여 1,200만 원을 월 5.9%의 금리로 대출해 주겠다고 하였고, 대출금은 청구인이 통장과 현금카드를 보낸 후 이틀 후에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출실행일 당일에 대출금액이 찍힌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돌려주겠다고 하였다.

(다) 청구인은 2013. 4. 22. 농협 사당동 지점에서 예금계좌(302-○○○○-○○○○-○○) 1개를 개설하여 2013. 4. 23. 13:00경 서울 용산구 원효로 소재 신한은행 앞에서 위 계좌의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통해 보내고, 상담원에게 전화로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라) 청구인은 자신과 대출상담을 하였던 성명불상자가 30대 초반의 여자로 추정된다는 것 외에 다른 신상에 관하여 아는 바 없고, 청구인은 이전에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적이 없다.

(2) 판단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청구인은 대출 광고 문자메시지를 보고 전화를 걸어 상담원과 대출 상담을 하였고, 전산처리를 위해 예금통장 등이 필요하다는 성명불상자의 말에 따라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통장과 현금카드 등 접근매체를 교부한 점, 청구인과 대출상담원 사이에 대출한도, 대출금액, 이율, 대출기일 등 대출약정의 조건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이야기가 이루어졌고, 교부한 통장 및 현금카드 등을 돌려받을 날짜 및 방법 등이 정해져 있었던 점, 청구인이 여자친구 어머니의 암 수술비로 대출이 필요하여 위와 같이 통장 등을 교부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청구인은 성명불상자에게 단 1개의 접근매체를 송부하였으며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대가를 지급받았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은 대출업자를 가장한 성명불상자의 거짓말에 속아 오로지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그에게 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일시 사용하도록 위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비록 자신의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고, 교부행위 이후 통장 분실신고나 지급정지 등의 조치를 취한 사실이 없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청구인에게 접근매체를 양도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수사미진
위와 같이 청구인에게 예금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양도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받은 대출광고 문자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청구인은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언제 알게 되었는지, 청구인이 약정한 대출기일에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한 후 성명불상자와 통화를 시도하는 등 접근매체 회수를 위한 노력을 한 사실이 있는지, 청구인이 접근매체를 송부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수령하였는지 등에 대하여 보다 면밀히 조사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접근매체에 대한 양도 의사에 대하여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중대한 수사미진과 자의적 증거판단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위와 같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및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으므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할 것이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